세월을 품은 대전 원도심
: 대전 가볼만한 곳
RICOH GR3
상황 때문에, 순리에 따라, 다양한 이유로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곳들이 있습니다. 오갔던 발자국은 점점 옅어졌지만 추억과 세월을 품은 채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희미해지는 모든 것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거리에 활기를,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저마다의 목적과 각오와 비전을 가지고 모입니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대전 원도심 주변을 가고 싶단 생각을 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머문 공간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 활기가, 온기가 점점 되살아나는 모습이 궁금했거든요. 옛 건물을 활용한 문화예술 활동으로 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곳, 허허벌판이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곳, 원도심 활성을 위해 노력하는 곳까지 대흥동, 은행동, 소제동 주변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전 9시.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한 대전역을 벗어나니 차분하고 느긋한 도시가 보입니다. 이제 원도심 주변을 둘러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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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게임 걸, 게임 보이
《호모 루덴스: 유희하는 인간 展》 at 테미오래

테미오래 / 리코 GR3


테미오래는 옛 충남도지사공관 및 공무원 관사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됐으며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간입니다. 현재 관사촌 일대를 꾸며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는데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곳이다 보니 외관이나 내부가 현재는 잘 볼 수 없는 형태입니다. 사방이 고요했던 주말 오전, 테미오래 초입에서 쭉 뻗어있는 길을 걷다 보면 도지사공관부터 관사 건물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관사 2호 테마놀이 박물관에서는 체험형 전시 《호모 루덴스: 유희하는 인간 展》이 열리고 있습니다. 꼬꼬마 시절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놀이는 언제나 즐거워요. 게임기 하나만 손에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니까요. 《호모 루덴스: 유희하는 인간 展》은 전통놀이, 딱지치기와 땅따먹기 같은 근현대 놀이, 늘 주머니 속에 100원짜리 동전을 가득 채우게 했던 오락실 게임, 마지막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한 놀이까지 미로 같은 공간 속에 놀이 변천사를 가득 채웠습니다. 관람을 다 하고 나갈 무렵, 부자(父子)가 관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빠에게는 익숙하지만 투호놀이가 생소한 어린 아들이 투호 병에 화살을 넣고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도시자공관에서는 기획전시 《관사, 기억을 담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기획전시는 오는 10월 1일(일)까지 열리며 2023년 테미오래 전체 운영 일정은 테미오래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 위치: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로205번길 13
:: 동절기 화~일 10:00~16:00 (12:00~13:00 휴게시간, 월요일 정기휴무)
:: 관람료 무료. 테마놀이박물관은 1일 총 4회차, 회차당 최대 관람인원 20명 제한
(예약사이트: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10191/items/4314020)
:: 현재 전시 리뉴얼 및 재단장 기간으로 2월 28일(화)까지 1호, 5호, 6호 관사 관람 불가. 도지사공관 및 2호 테마놀이박물관은 정상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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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힙의 대명사
성심당문화원

성심당문화원 / 리코 GR3



성심당은 대전을 '힙하게' 만든 대전의 대표 브랜드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성심당케익부띠끄, 성심당 본전, 성심당옛맛솜씨, 성심당문화원이 모여있는 은행동 성심당 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중 성심당문화원은 성심당의 이념과 대전의 정서를 담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성심당 관련 굿즈, 출판물을 비롯해 꿀, 와인, 파스타 면 등을 살 수 있는 그로서리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느 카페처럼 음료를 주문할 수 있고 성심당과 케익부띠끄에서 구매한 빵을 가져와 먹을 수 있는 곳도 있고요. 성심당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한창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리유즈드 물건도 있습니다. 대전에 뿌리를 내려 6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성심당의 역사와 현재의 모든 것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감성 가득한 공간 속 따뜻한 조명 아래 고소한 커피 향과 함께 천천히 구경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튀소 비누를 실제로 봐서 반가웠고, 튀소와 함께 사랑받았다는 곰식이 인형이 매우 귀여웠어요. 테라스키친 30년 전시 《내 인생의 첫 돈까스》를 보기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돈가스를 튀기는 영상 소리가 청각과 침샘을 강타합니다. 점심을 먹고 갔는데도 테라스키친에서 튀긴 돈가스가 먹고 싶어지니 주의하세요!
:: 위치: 대전광역시 중구 중교로73번길 11
:: 매일 09:0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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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은 다 다르지만, 모든 이들이 다다를 수 있는 곳
독립서점 다다르다

다다르다 / 리코 GR3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높은 책장, 그 안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다양한 도서와 출판물들,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종이 넘기는 소리. 책장을 보다가 좋아하는 작가, 읽었던 책 제목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보물찾기 하듯 곳곳에 숨겨진 책에서 내 취향을 찾다 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이 반 바퀴 돌아 있습니다.
다다르다는 영수증 서점일기로 유명합니다. 도서 혹은 커피를 구매하고 받는 영수증이 아주 특별하거든요. 영수증 서점일기 속 내용은 고정적이지 않아 방문자들은 매번 다른 추억을 적립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고민했던 책방 주인의 위트와 위로가 방문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어요.
다다르다는 '삶의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서점'을 지향합니다. 도서 판매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나누는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활동들이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란 슬로건 따라 각자의 생각과 철학을 나누고, 개성을 드러내고 다양성을 포용하고, 공생하는 작은 움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던 다다르다의 지난, 그리고 지금의 행보처럼요.
:: 위치: 대전광역시 중구 중교로73번길 6
:: 월, 수~일 12:00~20:00 (화요일 정기휴무, 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정상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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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지대 소제동의 노란 간판
독립서점 텍스트칼로리

텍스트칼로리 / 리코 GR3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제동 거리에 통통 튀는 존재감을 지닌 독립서점이 있습니다. 골목 끝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노란색 간판, 문을 열면 손님을 반기는 커다란 노란 오리, 없던 구매욕도 생기는 굿즈와 책, 향기로운 커피. 기본식부터 별미까지 다양합니다. 어느 하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없어요.
이곳은 귀엽고 친절합니다. 방문자가 책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손수 쓴 책 소개가 눈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텍스트 칼로리가 쌓였어요. 눈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맛깔나는 책 소개였거든요. 마음을 더욱 살찌우고 싶어 책을 구매하고 노란색으로 물든 공간을 다시 돌아봅니다.
참, 이곳을 지키는 이들이 있었어요. 로리, 칼, 부키, 케빈, 문, 하피, 진, 제이까지 총 8마리의 동물 캐릭터는 생김새도, 성격도, 하는 일도, 콘셉트도 모두 다 달라요. 하지만 모두 텍스트칼로리를 지키는 터줏대감들이라는 건 똑같아요.
'기분 좋게 배부른 책 한 입(Heart Gained Weight)'이란 이곳의 모토처럼 기분 좋은 배부름을 품고 떠날 수 있었습니다. 텍스트칼로리는 1호 대전점에 이어 2호 홍대점을 오픈했습니다. 다양한 독서활동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책이 주는 맛있는 칼로리 한번 섭취해 보세요!
참고로 소제동 거리는 좁고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으며 주말에는 차와 방문객들로 혼잡하니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합니다. 대전역에서 소제동 거리까지 도보로 약 10여 분 정도 소요됩니다.
(1호 대전점)
:: 위치: 대전광역시 동구 철갑3길 13
:: 화~일 12:00~20:30 (월요일 정기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정상운영)
(2호 홍대점)
::위치: 서울광역시 마포구 와우산로37길 35 경의선책거리
:: 화~일 11:00~20:00 (월요일 정기휴무)
※모든 사진은 RICOH GR3로 촬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