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9

지치지 말아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한남동&경리단길

리코GR3, GR3x

공간이 주는 힘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조도가 낮은 조명, 푹신한 베개와 이불이 있는 내 방에선 언제 피로를 느꼈냐는 듯 나른해지고, 종이 냄새 가득한 만화책방은 엔도르핀을 마구 분출 시켜요. 좋아하는 카페가 한 곳쯤 있고, 늘 즐겨 마시는 음료와 함께 창밖을 구경하거나 휴대폰을 봅니다. 나를 감싸는 공간의 공기, 온기, 분위기는 그날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기억세포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멋지고 매력적인 것에 이끌리고 차별화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죠. 경리단길과 한남동에 멋진 공간 디자인과 그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으로 주목받는 곳들이 있습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책을 경험하게 하고, 어떤 곳은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어떤 곳은 처음 가보는데도 몇 번이고 방문한 것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을 줘요. 하루하루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에너지를 잃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비타민 같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오늘의 루트*
그래픽→본투스탠드아웃→블루스퀘어 북파크 라운지

｜ 그래픽(GRAPHIC)_편안하게 그래픽 노블 한 잔

서점 그래픽

요새같이 견고하고 높은 벽과 무채색 외관, 상호를 찾아볼 수 없는 현판, 아가리를 벌린 동물의 입속 혹은 동굴처럼 어두운 초입, 마지막 관문처럼 자동문이 열리면 그제야 요새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래픽은 그래픽 노블, 만화, 아트북 전문 서점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북카페, 서점과는 다른 결을 지니는데요. 이미 어른들의 놀이터, 어른들의 로망을 실현시키는 곳으로 유명해요. 경리단길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3층 바(Bar)와 음료 라운지

다양하게 마련된 독서 공간

이곳엔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서적과 음악, 그리고 술이 있습니다. 내 방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일을 요새 안에서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죠. 어쩌면 취향 따라 찾아온 어른들을 위한 요새가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건물 곳곳에 책이 꽂혀 있고, 각 층마다 독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3층에는 술을 판매하는 바(Bar)와 음료 라운지가 있어요. 음료 라운지에는 물, 커피, 탄산음료, 우유, 주스 등 다양한 음료가 있어 최대한 많은 취향을 고려하려는 노력이 느껴졌어요.(술은 저녁 7시 이후에 주문 가능합니다.)

소설, 만화, 잡지, 아트북 등 장르 불문 책들이 가득해요 / 리코GR3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마블과 DC코믹스, 해리포터 시리즈,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만화책들(세일러문, 꽃보다 남자, 은하철도 999, 드래곤볼 등), AROUND, BGM, bear, KINFOLK 등 매거진, 사진/패션/음악을 다룬 서적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장르의 도서들이 있어요. 누구나 편히 쉬다 가도록, 누구의 취향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고 선별한 도서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라면 책에 파묻혀도 좋겠다 싶었고, 낮 시간에 방문해 술을 주문하진 못했지만 퇴근 후 책 한 권에 술 한 잔 곁들이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 입장료: 15,000원(주류 별도)
· 운영시간: 화~일 13:00~23:00(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이용시간 제한 없음)
**만 19세 이상 출입 가능**

｜ 본투스탠드아웃(BORNTOSTANDOUT)_낯설지만 이끌리는 매력

본투스탠드아웃 외관

새빨간 입구부터 압도적인데, 계단에 덜렁 놓여 있는 양말이 강렬한 첫인상을 남깁니다. 자세히 보니 양말 모형이에요. 여기서부터 본투스탠드아웃의 인트로, 연호경 작가의 미니 전시가 시작됩니다. 양말을 시작으로 벽에 걸린 그림, 군데군데 빨간색 물감이 묻어 있거나 죽창에 꿰인 물고기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항아리는 재미있다가도 오싹함을 자아냅니다. 제품을 만나러 가는 길마저 예술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대체 여기는 어떤 곳이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한남동 리움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본투스탠드아웃은 뷰티&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곳이자 국내 니치 향수 브랜드입니다. 확고한 미학, 매혹적인 빨간색과 순백의 하얀색의 밸런스, 컬트적 분위기가 이곳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취향에 따라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향수와 핸드크림, 새빨간 조명 아래 놓인 도자기 작품이 본투스탠드아웃 쇼룸을 완성합니다.

본투스탠드아웃 내부

시향을 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스포이트 모양으로 된 유리 막대를 병에서 꺼내 향을 맡으면 돼요. 일반적으로 시향지에 향수를 뿌려 향을 맡지만 이곳만의 시향 방법도 쇼룸을 더욱 흥미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어요.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만큼 니치 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2026년 국내 향수 시장에 90%를 니치 향수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틈새를 파고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침투한 니치 향수처럼 본투스탠드아웃의 특색 있는 향수도 짙고 긴 잔향을 남기지 않을까 싶어요.

본투스탠드아웃 향수 / 리코GR3

또 거침없고 어딘가 대담하기까지 한 이곳에서 오히려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억압된 욕망의 해방구를 자처'한다는 의도를 공간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요. 처음엔 낯설게 다가오지만 어느새 본투스탠드아웃만의 매력에 이끌려 돌아가는 발걸음을 주저할지도 모릅니다.

· 운영시간: 매일 11:00~20:00

｜ 블루스퀘어 북파크 라운지_아지트에서 쉬다 가세요

블루스퀘어 내부

북파크 라운지 입구

끝없이 솟은 높다란 책장과 책장을 채운 도서들. 블루스퀘어의 상징이기도 해요. 한강진역에 위치한 블루스퀘어는 공연장으로 더 유명하지만 커피 한잔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고, 공연을 보기 전 밥을 먹을 수도 있으며, 소상공인의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도 할 수 있는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곳 3층에는 인터파크 북파크 라운지가 있습니다. 2019년부터 운영 중인 북파크 라운지에는 전문가가 큐레이션 한 3천 권의 도서가 구비되어 있고, 입장권을 구매하면 공연 티켓 형식으로 된 음료 교환권을 받게 되는데요. 이 교환권으로 음료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습니다.(디저트, 병음료 등 음료 교환권으로 교환 불가한 제품도 있으니 현장에서 메뉴판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취향따라 고르는 독서 공간 / 리코GR3

평일 늦은 오후였는데도 라운지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저마다 책, 커피와 함께 편하게 공간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아 읽고 싶은 책 한 권, 커피 한 잔과 함께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사람들의 소곤소곤 대화 소리, 커피 원두 갈리는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다가와요. 소란스럽지 않아 소파에 몸을 푹 묻은 채 언제든 다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예요.

취향따라 고를 수 있는 책 / 리코GR3

여러 명이서 앉을 수 있는 곳,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있는 곳, 야외 테라스 등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다양하게 조성한 자리에 따라 나만의 아지트가 되기도, 만인의 아지트가 되기도 해요. 어느 쪽이든 다 좋아요. 책이 주는 안정감, 북파크 라운지만의 차분함, 원두향의 고소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껴보세요. 어느새 바깥으로 지는 석양을 볼지도 모르니까요.

· 입장료
-평일: 9,900원
-주말: (2시간) 9,900원 / (4시간) 12,900원 / (6시간) 14,900원 / 1시간 초과 1,500원
-주말 뮤지컬 관람&토핑 고객: (6시간) 6,900원
*토핑 무료 입장권 사용시 1인 1매

· 운영시간: 화~일 11:00~21:00(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