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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
포스트볼만한 콘텐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
리코GR3
2023.04.18
297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전시 <ㅎㅎㅎ> @OCI미술관

 

 리코GR3, 시그마 24-70mm 

 


 

Q. 다음 중 기분이 언짢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A. 아, 넵.
B. 넵넵.
C. 넹.
D. 네.
E. 네..ㅎ

 

 

한때 급여체라 불리며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네'의 다양한 변형과 사용법이 주목받았습니다. 상대방 말에 답하는 단순한 대답이었는데, 어느새 다양한 형태로 파생되고 상황에 따라 발화자의 감정을 내포하기도 하고요. 예컨대 '넵'은 어딘가 다부지고 싹싹하고 파이팅 넘치는 것 같다면, '네'는 괜히 딱딱하고 퉁명한 느낌이 들어요. 메신저 창에 '네'만 썼다가 괜히 뒤에 뭐든 붙여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네ㅎㅎ' 혹은 '넵'이라고 수정해서 보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웃음을 표현하는 초성체 ㅋㅋㅋ, ㅎㅎㅎ도 비슷한 듯 보입니다. 
이중 ㅎㅎㅎ는 ㅋㅋㅋ와 같이 웃을 때 주로 쓰이고 있지만 간혹 '정말 웃는 걸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가진 자음 덩어리이기도 해요. 어쩐지 ㅋㅋㅋ와 달리 기뻐서, 재미있어서, 웃겨서 웃는 것 같지 않은 ㅎㅎㅎ만의 오묘함 혹은 어중간함. 그래서 사람들은 ㅎㅎㅎ를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어떤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의 머리를 슬그머니 듭니다. 

 

 

리코

OCI미술관

 

 

오묘하고 어중간하고 명쾌하지 않은 ㅎㅎㅎ. 이 ㅎㅎㅎ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작가들이 있습니다. 강홍구, 김나훔, 박용식, 이건용, 정유미, 정철규 6명의 작가가 해석한 ㅎㅎㅎ가 현재 OCI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데요. 이 작가들은 기출 변형처럼 알쏭달쏭한 ㅎㅎㅎ를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각 전시장 입구에 있는 인쇄물을 읽으면서 전시를 보길 추천합니다.

*주관적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층: 안도와 조소

시그마  시그마

정철규 < 두 번의 멈춤 >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눈앞을 가리는 기다랗고 커다란 천막들. 길을 지나가다가 많이 본, 어딘가 익숙한 천막의 색깔, 재질, 형태. 시작부터 '아..ㅎㅎㅎ' 하고 웃어버리게 됩니다. 정철규 작가는 사람들이 천막 안에서 비로소 느끼는 안도감을 의도한 듯 보였습니다. 또 보는 순간 누구나 느끼지만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천막 안에 들어가야 보이는 'WELCOME', 'HEAVEN'이란 글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시그마 

 

시그마

(위) 박용식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 / (아래) 박용식 < Bling-Bullying Mini >

 

리코

 

리코

(위) 박용식 < 선상비행 > / (아래) 박용식 < Dog & Bottle in Dusseldorf > , 리코GR3

 

 

천막을 벗어나면 사랑스럽지만 섬뜩한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을 가렸는데 심장을 보고 있는 개의 모습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큰일이 났습니다. 목이나 발이 잘려 덩그러니. 술을 마시고 취한 듯 널브러진 강아지의 얼굴은 무념무상이고 목만 남은 개와 고양이의 표정은 제각각입니다. 전혀 기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점이겠네요.

박용식 작가는 '블링-불링(Bling-Bullying)'이란 제목으로 이 공간을 정리합니다. 우리는 강아지, 고양이를 보며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요. 그러나 동물들 입장에선 늘 사랑스러워야 하는 일이 가끔 괴로울 수 있겠단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들은 제 뼛속까지 모조리 드러 내고선, 고주망태가 된 모습을 하고선 '이래도 날 좋아할 수 있어? 좋니?ㅎㅎㅎ' 하고 묻습니다.

그럼에도 술을 마시고 대(大) 자로 뻗은 강아지가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운 건 역시 인간의 시선이겠죠?

 

 

 

|2층: 풍자, 그냥, 그리고...

리코

김나훔 작가 / 리코GR3

 

시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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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김나훔 작가 작품 / (오) 김나흠 < 자책 >

 

 

SNS에 매몰된 삶, SNS 속 사람들과 비교하는 삶,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삶이 오물처럼, 물이 없는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어리석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동시에 SNS 속 무리에 들어가지 못한 외로움, 비교하는 삶에 대한 괴로움,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집요한 시선에 대한 두려움도 같이 느껴집니다. 어찌 됐든 SNS 속 사람들은 웃습니다. 그래야만 하거든요. 현실의 자신은 비록 무표정일지라도요. 김나훔 작가 작품이 가장 공감 갔던 이유는 그림 속 모습들이 언제든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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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 고흐 >

 

리코

 

리코

강홍구 < Super Mario > <super mario=""> / 리코GR3</super>

 

 

강홍구 작가는 작품을 '그냥 그렸다'라고 얘기했고, 그래서 그냥 바라봤는데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자세히 보니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입니다. 그림이 주인공 같기도, 사진이 주인공 같기도 해요. 작품에 따라 사진이 주인공일 때도, 그림이 주인공일 때도 있어 재미있습니다. 가스 배관을 누비고 다니는 슈퍼마리오가 주인공인 건 확실하다는 점만 빼면요.

 

 

리코

이건용 < 장소의 논리 > / 리코GR3

 

시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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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 건빵 먹기 >

 

 

<장소의 논리>, <건빵 먹기>는 전시 오프닝 당일 이건용 작가의 퍼포먼스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전시를 보고 나서 퍼포먼스 영상을 찾아봤는데요. 특히 각목을 팔에 부착해 신체적 제약을 두고 건빵을 먹는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스로 해내려고 하든, 타인의 도움을 받든 결국 건빵을 먹는 모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건 <ㅎㅎㅎ>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작가가 혹은 우리가 그림을 그리듯 선을 긋고 건빵을 먹으면서 가졌을 장난기? 재미? 약간의 의문을 가져봅니다.  

 

 

 

|3층: 외로움, 권태, 허무함

시그마

 

리코

정철규 < 둥근 시간의 사라질 점거 현장에서 너는 굴러간다 >

 

 

3층에는 2개의 큰 기둥, 3점의 그림, 3개의 영상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며 각각 외로움, 권태,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어찌 된 것이 작품명마저 <먼지아이>, <연애놀이>, <존재의 집>입니다. 쳇바퀴 도는 고요한 일상에 팅커벨처럼 작은 아이가 불쑥 침입했는데 도무지 여자와 교류가 없습니다. 여자의 집 곳곳에 그저 존재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밥은 같이 나눠 먹습니다. 식구라 하기엔 멀고 남이라 하기엔 이상하게 거리가 없는 사이. 여전히 아이는 먼지처럼 여자의 집을 부유합니다.(먼지아이)

 

 

시그마

 

시그마

(위) 정유미 < 먼지아이 > / (아래) 정유미 < 연애놀이(영상) >

 

 

남자와 여자는 연애가 아닌 연애놀이를 합니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소꿉놀이를 해도, 머리에 꽃을 꽂아도 남자는 무덤덤하기만 합니다. 여자는 속으로 괜찮다며 울고 웃습니다. 어른들의 소꿉놀이는 건조하고 짠맛이 납니다. '놀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민망할 정도로요.(연애놀이) 마지막 영상 속 작은 집은 천천히 외벽이 떨어져 나가 속을 훤히 드러냅니다. 어쩐지 그곳에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굴어요. 그래서 왼쪽 외벽 하나, 오른쪽 외벽 하나, 다시 또 벽 하나. 그렇게 존재를 지우는 듯 보입니다. (존재의 집) 

 

어둡고 조용한 공간, 프로젝터 아래에 서야 들리는 영상 속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괜스레 외로워집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영상 속 상황에 저절로 'ㅎㅎㅎ...'가 흘러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게 공감에서 나온 헛웃음인지, 영상 속 인물을 향한 안타까움에서 파생된 멋쩍은 웃음인지, 혹은 모두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 고요한 공간이 외롭게 느껴졌던 것만은 확실했어요.

 

 

리코

OCI미술관 기획전 < ㅎㅎㅎ >

 

 

아담해 보였던 외관과는 달리 1~3층 전관을 모두 갤러리로 사용해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전시였습니다. 또 전시명이 <ㅎㅎㅎ>라서 유쾌한, 즐거운 전시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심오하고 큐레이터의 소개처럼 의미심장한 작품의 연속이었습니다. 전시명만 보고 찾아온 저를 향해 "ㅎㅎㅎ"라고 웃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조차 전시의 연장선 같았어요. 

 

OCI미술관은 광화문역과 안국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고 안국역과 광화문역에서 도보로 약 8분 가량 소요됩니다. 또 광화문 광장, 조계사, 인사동 쌈지길과도 인접해 있고 무료 전시여서 근처에 들릴 일이 있다면 부담 없이 가기 좋은 미술관입니다. 볼만한 전시를 찾고 있다면 ㅎㅎㅎ의 오묘함을 느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에디터

에티더

 

사용 제품|리코 GR3, SONY a7m3 + SIGMA A 24-70mm F2.8 DG DN

태그 #RICOH #리코GR3 #시그마24-70 #SIGMA #SIGMA24-70 #DGDN #안국역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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