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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볼만한 콘텐츠 연남동 몽중식(夢中食)
영화 <러브레터> 런치 코스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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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에게 건네는 "잘 지냈나요?"

연남동 몽중식(夢中食) 영화 <러브레터> 런치 코스 후기

 

 


 

 

"
お元気ですか。
私は元気です。
"

 

영화 <러브레터>라고 하면 누군가는 새하얀 설원을, 소리마저 눈 속으로 자취를 감춘 오타루를, 이츠키의 타자기를, 도서관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순간은 아마도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를 외치는 한 여성의 모습일 겁니다.

저 또한 설원 위에서 "お元気ですか。"를 외치는 히로코를 떠올리곤 했지만(영화 개봉 이후 많은 곳에서 이 장면을 패러디해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저에게 <러브레터>는 달콤한 복숭아 향으로, 이츠키가 뒤집어쓴 종이봉투를 닮은 유부의 고소함으로, 홍차 향을 머금은 마들렌의 폭신함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오감으로 다시 재생한 <러브레터>엔 설원만, 잘 지내고 있냐는 인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몽중식 내부

 

몽중식

 

몽중식

영화 속 주요 소품들. 우체통, 타자기, 그리고 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새로운 기억을 덧씌운, 영화 관련 코스 요리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중식당 연남동 몽중식 런치 코스에 다녀왔습니다. 1분기는 일본 영화 중 애니메이션을 제외, 2024년 현재까지도 관객 수 기록이 깨지지 않은 영화 <러브레터>입니다.

 

 

|코스 1 파이탄 콘지 & 코스 2 흑초 광어 세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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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주

 

 

코스가 시작되기 전 식전주가 서비스 돼요. 고량주 특유의 파인애플 향에 복숭아 향이 더해져 진하고 향긋합니다. 적당한 달콤함이 식욕을 돋우고, 술맛이 강하게 나지 않습니다. 논 알코올로도 선택 가능.

스토리텔러가 영화의 큰 줄거리와 함께 음식, 페어링 되는 술을 소개합니다. 귀로는 스토리텔러의 <러브레터> 이야기를, 입으로는 음식을 음미합니다. 또 눈으로는 코스 요리에 대한 소개와 영화 속 장면을 그린 일러스트 카드를 보느라 오감이 총동원돼서 생각보다 꽤 바빠요. 

 

 

몽중식

파이탄 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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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요리에 대한 소개와 관련 장면을 그린 일러스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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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물 칵테일

 

 

세상을 집어삼킬 듯 내린 폭설과 새까만 옷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추도식은 계속됩니다. <러브레터>는 초반부터 새하얀 세상을 보여주고 눈과 함께 덮인 줄 알았던 히로코의 상실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코스 1은 설원을 연상케 하는 파이탄 콘지로, 닭죽 요리입니다. 한입 먹자마자 익숙한 맛이 떠올라요. 인삼을 넣고 푹 고아 낸 삼계죽과 비슷합니다. 파이탄 콘지와 페어링 되는 술은 '북극곰의 눈물 사케'라는 사케인데, 저는 사케 대신 夢 칵테일 3종 세트(콩고물 칵테일+유자 하이볼+몽자단)를 주문해 공고물 칵테일과 함께 먹었습니다. 페어링 술에 대해 직원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콩고물 칵테일은 연한 두유를 마시는 것 같습니다. 은은한 콩의 고소함 뒤로 알코올 맛이 미미하게 느껴져서 부담 없이 음식과 곁들일 수 있었어요. 콩고물과 칵테일이라는 생소한 조합에 주문하게 됐는데, 색도 두유 색이에요.

 

 

몽중식

 

몽중식

흑초 광어 세비체

 

 

코스 2는 흑초 광어 세비체로 광어, 리코타 치즈, 소스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에요. 자박하게 깔린 소스는 흑초와 레드와인 식초가 사용되어 새큼하고 쿰쿰한 향과 맛이 느껴집니다. 날생선을 먹지 못해 피스타치오와 치즈만 먹었는데 흑초의 새큼함이 식전주로 돋운 식욕을 순식간에 폭발시켜요. 제 몫은 모두 동행인에게 넘겼는데 광어가 신선하고 쫄깃했으며, 특히 광어-리코타 치즈를 같이 먹어야 이 코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해요.

코스 2 페어링 술은 죽엽청 10년/홍성청화진품인데, 저는 유자 하이볼을 마셨습니다. 유자 하이볼 역시 유자향과 맛이 강하고 위스키의 향과 맛은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유자 하이볼의 진가는 코스 3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코스 3 팔보 유부 & 코스 4 공심 라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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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보 유부

 

 

이츠키는 히로코의 편지를 받고 잊고 지냈던 동명이인인 같은 반 남학생 이츠키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 나이대 학생들이 그러하듯 두 사람을 엮어 놀리기 바쁘고, 두 사람은 등 떠밀려 함께 도서부 일을 하게 되는 등 우연 같기도, 운명 같기도 한 일들이 이들 사이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코스 3 팔보 유부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츠키(女)에게 이츠키(男)가 커다란 종이봉투를 머리에 씌우는 장면에서 착안한 요리입니다. 유부를 뒤집은 모양이 꼭 커다란 봉투를 닮았어요. 유부 안에는 XO 소스에 볶은 팔보채가 숨어 있어요.

 

 

몽중식

 

몽중식

공심 라즈지

 

몽자단

 

 

코스 4는 공심 라즈지입니다. 튀긴 닭 날개를 공심채와 함께 볶은 요리에요. 영화 하이라이트와 연관이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이때 몽자단(고량주+몽중식 맥주)이라고 하는 몽중식의 폭탄주 제조 타임이 열려요. 영화에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라는 곡이 꽤 중요한데, 이 노래에 맞춰 고량주를 맥주잔 안으로 퐁당. 夢 칵테일 세트 중 알코올 맛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팔보 유부, 공심 라즈지 모두 중식 특유의 기름진 맛이 남아 있는데 유자 하이볼 한 모금이면 입안이 싹 정리돼요. 

*코스 3 페어링 술: 노설원/고정공주 노자공
*코스 4 페어링 술: 몽자단/필왕주

 

 

|코스 5 국화 홍소육 덮밥 & 코스 6 홍차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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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홍소육 덮밥

 

 

국화는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처럼 의미가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푸른 산호초가 히로코와 이츠키(男)에게 중요한 장치라면, 국화는 이츠키(女)의 상실에 있어 중요한 꽃이에요. 그 꽃을 닮은 빠오즈(중국식 찐빵. 보통은 소를 채우지만 홍소육 덮밥에 맞춰 꽃빵 느낌으로 제작됨)와 함께 나온 홍소육 덮밥이 다섯 번째 요리입니다. 보기엔 맛이 상당히 강렬할 것 같았는데 담백하고 짜지 않았어요. 고기는 매우 부드러워서 살살 녹았습니다. 

*코스 5 페어링 술: 금화메괴로주/시지우

 

 

 

몽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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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마들렌

 

 

마지막 디저트는 홍차 향을 가득 머금은 마들렌입니다. 영화 속 이츠키는 감기를 달고 살아요. 감기 약이 필수겠죠. 마들렌과 함께 서빙된 약 봉투엔 가루약 대신 슈거파우더가 들어 있습니다. 요즘엔 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흰 종이에 가루약을 넣은 다음 내용물이 새지 않게 접어 처방하곤 했었답ㄴ...아니 했었다고 해요. 

디저트가 왜 마들렌인지 스토리텔러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들렌 효과 혹은 프루스트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특정 향기를 맡았을 때 당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뜻해요. 향은 아니지만 히로코와의 편지를 통해 잊고 있었던 과거를 떠올린 이츠키를 생각하면 디저트가 마들렌인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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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도서관 장면 중 일부

 

 

약 1시간가량 이어진 런치 코스가 끝났습니다. 

몽중식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코스 요리에 영화, 영화 속 한 장면이 결합된 순간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몽중식에서 영화를 다시 곱씹고, 음미하고, 재생합니다. 이츠키가 편지로 과거를 떠올리고, 이 순간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음식의 맛으로, 술의 향으로, 스토리텔러의 이야기로 <러브레터>를 떠올렸고 동시에 <러브레터>를 얘기했을 때 몽중식에서 느꼈던 오감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어쩌면 몽중식 자체가 우리에게 '마들렌 효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방문 전에 영화를 미리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참, 20~30대 비율이 높았지만 중장년층 부부도 뵐 수 있었어요. 좋아하는 영화와 함께 음식을 곁들이는 일에 있어 제약은 없습니다. 누구든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스토리텔러는 1분기 영화로 <러브레터>를 선택한 이유를 말했습니다. 24년 연말, 스스로에게 "잘 지냈나요?"라고 물었을 때 "잘 지냈어요."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러브레터>를 골랐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눈이 내리는 24년 연말의 어느 날, 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お元気ですか。 올해 잘 지냈냐는 물음을 던져 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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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 시간 (매일)
- 런치 1부 12:00~ / 런치 2부 14:00~
- 브레이크 타임 15:30~16:30
- 디너 1부 17:00~ / 디너 2부 19:30~
·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57 2층
· 가격
- 런치 38,000원(메뉴 6개 / 주류 별도)
- 디너 93,000원(메뉴 9개 / 주류 별도)

 

*코스 이용 시 주류 필수 X
*설날, 추석 당일 휴무
*캐치테이블 예약 시, 예약금 지불. 현장에서 앱으로 예약금 환불 후 전체 금액 결제
*1분기 <러브레터>, 2분기 <상견니>, 3분기 <암살>, 4분기 <영웅본색>으로 진행됩니다.

 

 


에디터

 

사용 제품|리코GR3

 

 

태그 #연남동맛집 #몽중식 #몽중식코스 #리코G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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