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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M 디지털카메라매거진 2020년 9월호
리뷰매거진 DCM 디지털카메라매거진 :
2020년 9월호 <리코/자이스>
2021.03.02

DCM

디지털 카메라 매거진 2020년 9월호

 

제품 테크닉  (RICOH GR III) ㆍ 자이스 포토그래피 어워드 2020 수상자 인터뷰 (양경준 작가)

 

 


 

 

 2020년 9월 <제품 테크닉> 

거리 스냅사진 TIP : 리코 GR III 스트리트 에디션 활용 가이드

사진

독특한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걸어가는 것을 봤다. 마치 촬영하는 나를 노려보는 듯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파인더를 보지 않고 셔터를 완전히 눌러 풀 프레스 스냅으로 촬영했다.

 

리코가 GR Ⅲ 스트리트 에디션을 출시했다.

3,500대만 한정적으로 출시한 스트리트 에디션은 일반 모델과 비교해 메탈릭 그레이 외장과 오렌지 컬러 렌즈 링, 스트랩 등에 차이가 있다.

또한 카메라와 동일하게 마감한 광학식 외장형 파인더가 포함되어 있다. 스트리트 에디션을 손에 들면 상당한 완성도가 느껴진다.

오리지널 GR Ⅲ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욕심이 날 정도다. GR Ⅲ의 특징은 ‘스냅사진’을 찍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갖춘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필름 카메라 GR부터 이어온 것이기도 하다. 리코 GR Ⅲ 스트리트 에디션을 들고 거리 스냅사진 촬영에 나섰다.

 

 

  SPECIFICATION  

이미지 센서:약 2,424만 화소 APS-C 사이즈 CMOS 센서 렌즈:4군 6매 18.3mm(35mm 환산 약 28mm) F2.8 ISO 감도:100-102400 손떨림 보정:센서 시프트 방식 SR 

먼지 제거:초음파 진동 센서 클리닝 AF:하이브리드 AF(위상차+콘트라스트) 셔터 속도:30초~1/4000초 동영상:1080p/60p LCD 모니터:3.0인치 약 104만 화소 터치 모니터

무선 통신:IEEE 802.11b/g/n, Bluetoothe v4.2 배터리:DB-110 크기(L×H×D):109.4×61.9×33.2mm 무게:약 257g(배터리, 메모리 포함)

 

 

멀리서도 알 수 있는 한정판만의 특징

 

 

사진

한정판 전용 액세서리

 

 

 

사진

GR Ⅲ 스트리트 에디션의 특징은 오렌지-옐로우 컬러 렌즈 링이다. 리코는 렌즈 링에 독특한 색을 적용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한정판만의 특별함을 부여했다. 또한 카메라 외장은 메탈릭 그레이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했다. 리코는 이러한 컬러 조합에 대해 카메라의 색상은 아스팔트를, 렌즈 링의 색상은 사진에 대한 열정을 표출하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전원을 끌 때는 스트리트 에디션만의 전용 로고가 보이는 종료 화면이 뜬다. 스트리트 에디션의 특징은 외장의 차이와 더불어 전용 액세서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죽 핸드 스트랩은 카메라의 색상을 가져와 검은색과 오렌지-옐로우로 마감했다. 또 한 가지 액세서리는 외장형 뷰파인더다. GR 시리즈는 이전부터 전자식 파인더가 아닌 광학식 파인더를 상단 핫슈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해 왔는데 스트리트 에디션에는 카메라와 동일하게 처리한 외장형 파인더가 포함된다. 파인더는 안쪽에 28mm에 해당하는 영역이 표시되어 있다. 금속 재질 파인더는 크기에 비해 묵직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01. 풀 프레스 스냅으로 신속하게 촬영한다

GR 시리즈의 특징은 AF 동작 없이 미리 지정해둔 초점 위치로 바로 촬영하는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GR Ⅲ는 좀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이러한 촬영이 가능하도록 ‘풀 프레스 스냅’이라는 기능을 탑재했다.

풀 프레스 스냅은 반셔터를 거치지 않고 카메라의 셔터 버튼을 바로 누르면 곧바로 지정한 초점 위치로 촬영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피사체를 인식하고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을 담기에 좋다. 거리 스냅에 비중을 둔 GR 시리즈에 어울리는 기능인 셈이다.

GR Ⅲ 스트리트 에디션은 화면을 터치하면 풀 프레스 스냅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물론 GR Ⅲ도 펌웨어를 버전 1.41로 업데이트하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연속으로 배치된 구조물 가장 뒷편에 아저씨 두 분이 앉아계셨다. 그 뒤로 가서 풀 프레스 스냅으로 재빨리 촬영했다. 조리개를 미리 조여두어서 전체적으로 초점이 맞은 부분이 넓다.

 

 

 

02. 구도 설정보다는 관찰과 발견에 집중한다

거리 스냅사진의 매력은 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의 특정한 행동은 순식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살피지 않으면 매력적인 장면을 놓칠 수 있다.

완벽하게 정돈된 화면 구성을 하기보다 분위기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거리 스냅의 특징이다. 처음에는 화면을 바라보며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익숙하겠지만

스트리트 에디션에 포함된 광학식 파인더를 사용해 카메라 설정보다 렌즈 반대편의 장면 자체에 집중해보자. 노출, 초점, 구도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수록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오히려 더 즐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파인더조차 보지 않고 감각적으로 셔터를 누르는 노파인더 촬영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리에서 시선이 느껴져 바라보니 셔터 너머에서 소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택시 지붕을 피해서 촬영할 수도 있었지만 현실 속에서 조금 이상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화면의 큰 부분을 차지하도록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셔터를 눌렀다.

 

 

 

03. RAW+를 선택해 과감하게 촬영한다

GR의 매력은 과감한 화상 컨트롤 모드다. 포지티브 필름, 하이 콘트라스트 흑백, 크로스 프로세스 등 사진의 색이나 콘트라스트에 큰 변화를 주는 모드가 많다.

이러한 모드를 활용하면 사진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촬영자가 원하는 곳에만 시선이 가도록 완전히 실루엣만으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기사 역시 하이 콘트라스트 흑백 모드만 사용해서 촬영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드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는

컬러로 촬영한 사진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JPG 파일과 RAW 파일을 동시에 기록하는 RAW+ 기록 형식을 선택하면 이렇게 극단적인 콘트라스트도 두렵지 않다.

너무 과하다 싶을 때는 RAW 파일을 열어서 적당한 수준으로 다시 편집하면 되기 때문이다.

 

 

 

 

 

 

 

 

 

 

 

 

트로피가 늘어선 쇼윈도를 담고 싶었다. 화면 안에 쇼윈도와 무관한 대상이 함께 있다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할 상패가

아무렇게나 늘어서 있는 장면의 어색함을 강조할 수 있을 듯해 사람이 지나가기까지 기다려 셔터를 눌렀다.

 

 

04. 다중노출로 색다른 장면을 연출한다.

다중노출은 필름 한 장에 노출을 여러 번 주는 촬영 기법을 말한다. 리코는 GR Ⅲ에서 이 기능을 재현했다.

드라이브 모드에서 다중노출을 선택하면 사진 한 장에 여러 번 노출을 줄 수 있다.

셔터를 누르면 기록한 사진이 화면 안에 잔상처럼 표시되고 이를 보면서 겹치게 촬영할 다른 장면의 구도를 설정하면 된다.

다중노출은 화면이 극단적인 명암비를 가지고 있을수록 효과적이다.

화면 속 어두운 부분이 다음에 촬영할 밝은 부분의 캔버스가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번 촬영도 마찬가지로 첫 번째 화면의 밝은 부분이 잘 표현되도록 어두운 영역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이 콘트라스트 흑백은 어두운 부분을 완전히 검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중노출 촬영을 하기가 좀 더 쉽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니 스카이라인이 정확하게 흑과 백으로 나뉘고 있었다. 상하 구분 없이 섬처럼 둥둥 떠있는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보고 싶어 다중노출로 두 장의 사진을 겹쳤다.

 

 


 

  2020년 9월 SPECIAL INTERVIEW  

양경준의 언어

자이스 포토그래피 어워드 2020 양경준 작가

 

언어는 단순히 음성이나 문자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이 향하는 지점에 대해 명확히 전달하는 수단이라면 모든 것이 언어가 된다.

양경준의 언어는 다양하다. 사진이나 글, 영상이기도 했다가 때로는 사진과 글이 하나의 언어처럼 다뤄지기도 한다.

그 언어 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커다란 사건 안에서 개인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가 투영돼 있다.

자이스 포토그래피 어워드 2020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고도 그는 여전히 사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답한다.

그런 그에게 양경준의 언어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사진

바구니 : "때로는 여전히 어린 아이가 되고 싶어요. 피할 수 없는 것들로부터 도망가고 싶어요."

 

 

사진   사진

(좌) 버스 안에서 : “중국인이 가득한 버스에 앉으면 제가 더 미국인이라고 느껴져요.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구별할 수는 없고 느낄 수만 있죠"

(우) 부모님 : "부모님께 순종하는 건 중국 문화에 깊이 박혀있어요. 나는 내가 되고 싶었지만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방황. 10년 동안 꾸던 꿈을 포기하며 가장 방황했던 시기에 사진을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이리저리 방황하며 사진을 찍고있고 어떻게든 다시 한 자리에 머물러 보려 해도 어수선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러한 마음들이 사진에 그대로 묻어나오는 듯하다.

 

양경준다운 사진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야기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미지와 이야기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작업을 하면서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더라도 본래 생각했던 이야기와 연관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때 합리화하지 않고 이야기에 맞는 사진을 골라내는 일이 중요하다. 또 내 사진을 보는 사람을 위해 쉽게 찍으려고 하는 편이다.

사진이 간결하지 않으면 사진이 이야기에 압도된다. 가능한 한 사진의 구도와 구성을 단순하게 짜고 이야기와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그 연장선에서 사진 한 장마다 이야기를 넣는 형태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작업을 진행해오면서 작업이나 피사체를 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walking alone=""> 시리즈는 85mm 렌즈를 들고 거리를 다니며 외로워 보이는 사람을 발견할 때 마다</walking>

마치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멀리서 촬영했던 사진들이다. 당시엔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선뜻 누군가에게 촬영을 요청하기 어려웠다. 그저 방황하던 외로운 나의 마음을 투영한 사진만을 촬영했다.

그 시간을 거치며 사람들에게 직접 다가가 말을 걸고 인터뷰를 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점차 사진을 찍는 행위보다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던 영향도 컸다. 교수님께서 항상 “사진은 잘 찍었는데 이야기가 없다”고 하셨다.

이야기가 담긴 아름다운 사진에 대해 고민하다 지금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 사진을 주로 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 감정을 다른 사람을 통해 풀어내려고 했다면

다른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에 빠진 것이다. 다만 포토저널리즘처럼 직접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은유를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사진   사진   사진

(좌측부터 첫 번째 사진) 무쌍 : “쌍커풀이 없는 제 눈을 싫어했어요. 이 외국 땅에서, 사람들은 내가 나를 정의하기 전에 겉모습으로 먼저 나를 정의했어요. 계속 외국인으로 남기 싫었어요.”

(좌측부터 두 번째 사진) 튼 살 : “힘든 날도 쉬운 날이 지나간 것처럼 지나갔어요. 무엇이 바뀌었는지 깨달았을 땐, 이미 저보다 이 튼 살이 제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어요.”

(좌측부터 세 번째 사진) 거북목 : “인생의 반을 떼어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고향의 거리에 있었어요. 아름다웠던 어린 추억은 이제 각종 전자 제품과 구부러진 자세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자이스 포토그래피 어워드 2020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변태(Metamorphosis)’는 어떤 작업인가?

미국 텍사스에서 공부하면서 이민 관련 이슈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다. 동양인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었고 이런 이야기도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태(Metamorphosis)는 12살 때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여성 줄리가 변화하는 모습을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는 과정에 빗댄 작업이다.

그녀의 상황과 그 안에서의 감정적, 신체적 변화에 중점을 두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진 한 장에 인터뷰 한 문장으로 구성된 총 9점의 작업에 저널리즘과

파인아트의 성격을 적절히 섞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사진 구성도 다양하게 하려고 했다.

줄리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받아 캔디드 형식으로 촬영한 이미지가 있는가하면 아예 조명까지 세팅해두고 기획해 촬영한작업도 있다.

 

일부러 다양한 장르로 작업하고 여러 구성을 취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시리즈는 9점이 모두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로, 보는 사람이 사진을 한 장만 보지 않고 연속된 사진을 마치 짧은 시 한 편처럼 느끼길 원했다.

짧은 시 안에 기승전결을 담았는데 사진을 순서대로 감상할 때 모두 인물 사진으로만 구성돼 있다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루하지 않을까.

같은 맥락으로 일부러 지루한 사진도 넣었다. 줄리가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기 위해 눈을 찢고 있는 사진처럼 임팩트 강한 사진만 연속적으로 본다면

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고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루어졌으면 했다.

 

각각의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나?

한 편의 시처럼 9점이 하나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고 각 이미지가 하나 하나 의미 있는 행처럼 여겨지도록 했다.

‘Basket’은 바구니를 쓰고 장난을 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다. 어린 나이에 이민 와 줄리가 느꼈을 동심, 이상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

텍사스 버스 안에서 촬영한 ‘Bus Ride’ 속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이다. 우리는 텍사스에서도 동양인이 많은 학교에 다녔다.

그녀가 인터뷰 중 “동양인이 같이 있는데도 나는 중국인이 아닌 것 같아.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닌 듯 해”라고 말한 부분을 생각하며 촬영했다.

줄리가 느꼈던 이질감을 강조하기 위해 그녀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부분을 흐려 혼자인 듯한 느낌을 강조했다. ‘Parents’에는 줄리 부모님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그들이 줄리가 미국에 살 때 신체적, 감정적으로 영향을 준 사람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어지는 네 장의 사진은 줄리가 느꼈던 신체적, 감정적 변화를 대변하는 이미지다.

‘Eyes’는 인종차별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표현했으며, ‘Stretch Mark’와 ‘Turtle Neck’은 미국 생활에서의 신체적 변화를 표현했다.

‘China Town’은 실제로 줄리가 차이나 타운에 갈 때마다 집에 온 것 같은 심리적 변화를 느끼는 점을 담았다.

마지막에 ‘Pupa’와 ‘Butterfly’를 담아 번데기가 나비가되는 변태라는 작업의 주제를 뚜렷하게 남겼다.

‘Butterfly’는 집 앞에 있던 모형 나비를 촬영한 작업으로,

온전하지 않은 모형 나비를 촬영해 미국에 살며 어른이 됐지만 온전한 미국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줄리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사진   사진   사진

(좌측부터 첫 번째 사진) 차이나 타운 : “제 집은 멀리 있어요. 차이나 타운에 가는 것 말고는 다시 고향을 느낄 수 없죠.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다 이민자예요. 왠지 이곳이 더 집처럼 느껴지네요.”

(좌측부터 두 번째 사진) 번데기 : “터널 안에선 출구에서 들어오는 빛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알 수가 없죠.

그 안에 오래 있으면 어둠이 빛보다 따뜻합니다. 계속 이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목적지가 바로 눈 앞이에요. 두 번을 깜빡였지만 선명하지 않아요 어둠에 익숙해지면 숨는 것도 자연스러워져요.”

(좌측부터 세 번째 사진) 나비 :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 나는 중국인이지만 중국인이 아닙니다. 나는 미국인이지만 미국인도 아닙니다.”

 

 

 

 

 

이 작업은 모두 흑백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표현의 도구로 흑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컬러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컬러로 촬영하면 같은 환경 안에서도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아 주관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반면 흑백은 기본에 충실하다. 그만큼 객관적 시선에서 장면을 보고, 장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사진에 이야기를 담는 작업이다 보니 보는 사람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금전적인 부분도 한 몫했다. 흑백으로 촬영하면 현상과 스캔을 촬영자가 모두할 수 있는 반면 컬러는 실수할 경우의 수가 많아 원하는 퀄리티를 내기 어려웠다.

때문에 평소에도 자가 현상 스캔이 가능한 흑백 필름을 주로 사용한다. 작업에 있어 비교적 느리고 때때로 번거로 운 필름 카메라가 주는 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가진 성격과 맞지 않아서 사용해왔다. 평소 성격이 급하고 무엇이든 빠르게 처리하는 편인데

필름 카메라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내가 급해지려고 하면 제동을 건다. 디지털 사진을 찍을 때는 빨리 찍고 수정하는 과정에 습관이 들어 있었는데

중형 필름 카메라는 촬영이 느려지고 그러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준비하면서 피사체와 이야기하고 주변을 돌아본다.

결과물을 보지 못하니 한 장 한 장 더 찍는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 학생이라 큰 돈을 모으기 어려웠고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해

30만 원짜리 중형 필름 카메라를 사고, 아르바이트로 돈이 모일 때마다 필름을 사서 촬영한 부분도 있다

 

얼마 전 첫 사진집 <3-1=1>을 출간했다. 제목이 굉장히 독특한 데 어떤 작업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사진집 <3-1=1>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에 가져온 쓰나미와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그 후

8년 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3월 11일에 일어나 3과 1 그리고 또 1을 사용했다.

원래 ‘3-1=1’ 공식이 성립하려면 ‘-1’이 하나 더 있어야 하지만 원자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이를 생략했다.

같은 상황과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보도 사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사실과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왜 이렇게 촬영했고 무슨 의미를 담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때문에 장면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이미지 하단에 글로 풀어냈다.

 

이미지 하단에 글을 게재하는 이유는 그렇게 바라봐주었으면 한다는 의미인가?

맞다. 어떤 사람들은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완전히 동의하진 않는다. 배경 설명이 필요한 사진도 존재한다.

각 시리즈 가장 처음에 시리즈 전반에 대한 설명이 있어 이해가 어렵진 않겠지만 장면 장면을 보면서도 궁금증을 느꼈으면 했다.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궁금증을 느끼고, 사진만 보고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면 함께 있는 글이 이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궁금하다. 어떤 사진 작가로서 어떠한 작업을 이어갈 예정인가?

욕심 부리지 않고 나만의 템포로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 영상을 만들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궁극적인 꿈이자 70세가 넘어서까지 오래 가져갈 목표다.

이번 수상으로 여러 자이스 렌즈를 제공 받았다. 자동 초점 렌즈는 처음 써보는데, 조금 더 활동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

고향이 진해라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환경저널리즘을 공부할 때 멍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멍게는 0.1°만 달라도 폐사를 한다. 이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기도 하고 참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담아보고 싶기도 하다.

변태(Metamorphosis) 작업의 연장선에서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큰 일들이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개개인이 어떤 것을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

 

사진

 

 

Copyright 2020. DIGTAL CAMERA MAGAZINE.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출처 : 디지털카메라매거진 2020년 9월호]

 

태그 #DCM #디지털카메라매거진 #GRIII #GR3 #양경준작가 #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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