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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노을이 드는 카페의 모습
리뷰렌즈 자연스러움, 편안함
SIGMA C 35mm F2 DG DN
2021.03.29


Sigma 35mm F2 DG DN
 

Reviewed by hayes

https://blog.naver.com/travelicious_hayes


 

세 달의 기간 동안 이루어진 Sigma I Series 렌즈 리뷰, 마지막 이야기. 35mm F2 DG DN에 관한 포스팅이다.
즐거운 3개월이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동안 I 시리즈 렌즈들을 사용하며 나의 사진 생활에는 은근한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것들을 발견하였고 사진의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좋은 장비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나는 렌즈를 만나기 전에 무조건 렌즈 스펙을 확인하고 MTF 차트를 보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한 행동을 수정하려 한다. 렌즈를 몇 매 사용하였는지, 주변부 화질이 얼마나 좋은지에 관하여 확인하는 것은 렌즈의 성능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지만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이와 다른 문제였다. 손으로 많이 만져보고 아무거나 대중없이 찍으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렌즈를 이해하는 길이 되었다.

렌즈의 성능과 특징은 같고도 다른 것이었다.
기술은 내 사진 실력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력을 보급한 카메라 렌즈 회사에서 애써 나쁜 제품을 만들 이유는 없다. 어느 렌즈이건 강점과 장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어떤 성향의 렌즈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목표하는 성능과 특징,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렌즈의 화각과 외형적 조건, 카메라 바디와의 맞물림에 따라 사용자들에게 각기 다른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를 마지막으로 I Series 사용기를 마치며 가장 마음에 드는 렌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35mm를 꼽을 것 같다. 의외로 그렇다. 화질이 넘사벽으로 좋은가요? 가성비가 최고라서요? 글쎄요.
I Series의 출범 의의를 가장 잘 반영한 렌즈인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24mm는 재미있는 사진을 찍고 싶은 프로 사진가들이 들이기 좋은 제품이었고요, 65mm는 프로를 꿈꾸는 아마추어들에게 추천합니다. 35mm는 본 화각이 메인인 유저들에게는 아주아주 설득력 있는 렌즈입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니 판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외 다른 I 시리즈 렌즈 사용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포스팅 하단에 링크를 추가해 두었으니 참고해 주세요.


Sigma I Series 35mm F2


이전 Sigma I Series 65mm F2, 24mm F3.5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I Series 단렌즈들은 미러리스와 상당히 합이 좋다. 이미 2020년부터 출시된 대부분의 시그마 렌즈는 DSLR에서 미러리스로 변화하는 카메라 시장의 트렌드를 렌즈 설계에 반영하며 경량화에 성공하였다. 카메라 바디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과감히 토스하여 렌즈 자체의 무게와 부피를 줄인 것이다. 이는 경량화의 성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급 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선택지 또한 마련한다.

시그마 35mm의 간단 스펙은 다음과 같다.
- 최소 조리개 F22, 최대 개방 시 F2 
- 최단 초점거리 27cm
- 렌즈 후드까지도 고급스러운 메탈 소재. 그럼에도 무게는 325g
- 소니 E 마운트, L 마운트로 출시

필터 구경은 58mm, 액세서리로 I 시리즈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마그네틱 메탈 렌즈 캡이 동봉되어 있다. 조리개 링 역시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며 조작감이 몹시 좋다. 조리개링 회전 시 도르르륵- 하는 소리가 난다. 영상을 촬영할 경우 조리개링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링을 회전하며 발생하는 흔들림 등이 방해가 된다면 조리개링 맨 끝의 A(Auto)로 설정하자. 즉시 카메라 바디에서 조리개 값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전환된다.

      

프리미엄 컴팩트 단렌즈 I Series 35mm F2 DG DN의 외관.
차례대로 마그네틱 렌즈 캡과 메탈 렌즈 후드를 탈/부착한 모습. 소니 A7R3에 마운트 하였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완성도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렌즈 자체의 그립감 또한 몹시 좋다. 메탈 소재 특유의 촉감을 말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져볼 것! 외형뿐 아니라 조작부 및 내부 구조 역시 견고한 금속으로 제작되었다. 플라스틱 바디가 아님에도 몹시 가벼운 편이다. 샘플 이미지는 보여주지 않고 자꾸 렌즈 외관만 칭찬을 하니 마치 불량 리뷰어 같은데 오해입니다.

​보다 상세한 제품 정보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앞선 두 개의 I Series 리뷰와 같은 맥락으로 Sigma I Series 35mm F2 DG DN 역시 렌즈가 지닌 고유한 특징과 개성에 가중치를 두어 사용기를 풀어보려 한다. 본 포스팅이 35mm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큰 관심이 없거나, 조금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광각의 원근감이 어지럽다면


35mm는 은근 인기가 없다. 표준화각의 범주에 있음에도 계륵 같은 렌즈로 여겨진다. 35mm를 쓰느니 차라리 망원을 선호하거나, 광각으로 넘어가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35mm는 의외로 친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렌즈다. '이도 저도 아니고 뭔가 애매하다'라고 생각했다.

35mm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쓴다고 했다. 누군가는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넓은 시선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내 주변 35mm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이타적이고 친절한 사진을 찍는 편이다. 이미지 자체에 필요한 설명을 녹여내는 능력이 탁월하거나, 언뜻 보면 산만한데 알고 보면 모든 피사체에 정을 쏟는 사람들이다. 나와는 몹시 다른

위에서 언급하였듯 35mm는 이미지 속에 정보를 넣으면서도 광각 특유의 원근감이 개입되지 않는 화각이다. 풍경을 담기에 약간 좁은 듯하지만 살짝 뒤로 물러서면 안정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왜곡을 잘 잡으면 경우에 따라 망원의 느낌마저 든다.

올겨울은 눈 소식이 잦았다. 영동 지방은 3월 초까지 눈이 내렸을뿐더러, 수도권 지역 역시 멀리 강원도까지 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심심치 않게 눈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까지 눈이 남아있던 지앤아트스페이스에 다녀왔다. 토분을 사러 종종 가는 곳이다.

 

   

   

   

 

같은 장면을 다르게 구성한 사진들. 화면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정돈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개방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작은 차이인데도 모아 보면 사뭇 다르다. 35mm는 촬영자의 주관을 몹시 충실하게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손을 타야만 만족스러운 사진을 뽑아주는 렌즈이기에 쉽게 곁에 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그마 35mm F2 렌즈는 화질만큼이나 경량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사료된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간 식물들. 최근 날이 많이 온화해져 이곳의 풍경도 변화가 찾아왔을 듯하다. 식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지앤아트스페이스에는 식물이 가득한 온실뿐 아니라 식사 장소와 카페도 있으며, 길 건너에는 입장료가 무료인 백남준 미술관이 있다. 식집사들 사이에서는 몹시 유명한 곳이라 편도 2시간 정도 거리에서도 흔히 찾아온다.

 

   

      

 

전체 사진은 F8과 F5.6을 오가며 촬영하였다. 웬만하면 F8~F11, 날이 좋으면 F16으로 조리개를 조여버리는 평소 사진 습관과는 상당히 먼 행동이다. 시그마 I 시리즈 35mm F2와 친해지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한 흔적이라고 이해해 주면 감사하겠다.

유독 35mm 렌즈들은 화각만 같을 뿐 저마다 특성이 천차만별인 듯하다. 당장 시그마 안에서만 보아도 Art 35mm F1.2와 I Series 35mm F2 Contemporary는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극강의 기술력을 쏟아부은 F1.2 조리개와 '아트스러운' 선예도를 자랑하는 반면, 후자는 깃털같이 가벼운 크기와 무게로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지치지 않을뿐더러 원하는 장면을 손쉽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우리는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35mm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시그마 I 시리즈 35mm 렌즈는 편안한 사진을 찍기 위한 렌즈이다. 그것은 사진을 대충 찍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예의범절을 지키며 쉽게 카메라를 꺼낼 수 있고, 커다랗고 새카만 렌즈가 모델의 표정을 경직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나의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며 일상을 기록하는 자유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어지는 사진에서 드러나겠지만 나는 조리개 F8 이상, 감도는 100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던 강박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만다. 아무렇게나 툭툭, 심심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그늘이 아름다운 해방촌, 암부에 강한 35mm


날 맑은 오후, 해방촌에 다녀왔다. 친구가 부르길래 카메라 한 대만 단출하게 둘러메고 갔다.

 

 

​전봇대 상단의 전깃줄은 왜곡이 아니라 애초부터 기울어져 있었다. 오해가 있을 듯하여.

 

   

 

눈높이가 딱 요만하던 시절의 기억이 영상처럼 떠오를 때가 있다.

 

 

장난이 심해서 어릴 때 친구들을 엄청 괴롭혔다. 여전히 혼나도 할 말 없는 사진을 찍는다.

 

   

 

다이애건 앨리가 떠오르던 길. 해방촌의 기울어진 건물들. 구불구불 휘어진 채로 올라가는 경사로를 따라 빈틈없이 붙어있는 건물들은 나의 시선이 착각이 아닐까 싶을 만큼 기울어져 있었다. 내가 딛고 서있는 지면이 비스듬한 것인지, 건물이 수직선과 엇나가게 서있는 것인지 혼동이 왔다. 이 좁은 길로 연신 차들이 다니고 작은 가게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독립 서점, 포장만 가능한 디저트 가게, 무엇을 만드는지 알 수 없는 예쁜 공방, 작은 밥집. 툭툭 가볍게 셔터를 누르며 걷기 좋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도입부가 연상되는 골목형 상가 입구. 신들의 음식을 먹고 돼지로 변한 치히로의 부모님이 떠올나서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음에 가면 맥주를 마시고 싶다. 해방촌의 좁은 골목 위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서향을 바라보고 있는 큰 창문 덕에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페. 해방촌의 '카페 타자기'를 찾았다. 우리가 앉자마자 뒤로 한 팀 더 들어왔다. 카페는 늘 만석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이 공간에서 찍은 사진은 35mm에서만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긋난 듯 애매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 자체가 우리 인생과 닮은 듯, 사실의 주변부에는 사심을 넣을 수 있는 사진들. 회화적인 느낌을 구현해 보고 싶어서 이날 찍은 사진의 대부분은 거친 질감을 살려 보정하였다.

 

 

실내에 조명이 거의 없었고 창밖으로 일몰이 드리우던 시간대라 내부가 어두웠다. 마치 대낮에 찍은 사진 같지만 사실은 해가 슬금슬금 떨어지고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촬영했던 사진들을 밝게 끌어올렸는데도 암부에 가려져 있던 색이 고르게 살아났다. 덕분에 후보정 단계에서 어두운 부분을 깔끔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 심지어 F 값을 조이지 않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이 남아있는 상태. 렌즈가 가벼워 1/20 정도는 너끈하게 찍을 수 있다. 카페나 실내 공간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가볍고 밝은 렌즈를 찾게 될 수밖에 없다. 사진을 맘 편히 찍을 수 있는 시간, 셔터스피드를 짧게 끊고 감도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 좀 더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졌다.

블로거를 위한 카페렌즈


주말에 친구들과 카메라를 들고 만났다. 다행히 약속 장소는 우리 동네. 요즘 워낙 카페 사진이 유행이라 그에 맞춰 흉내를 내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카페에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에서는 렌즈를 교체하거나 깨끗이 닦고 다시 나가기 전까지 체력을 회복한다. 가장 좋아하는 카페 스타일은 특급호텔의 사람 없고 쇼파 크고 어두운 카페, 발렛주차를 해주는 카페. 그러나 지난번 해방촌에서 생긴 호기심을 풀고 싶었다.

 

   

 

이날은 Sigma 35mm F2 렌즈가 지닌 강점 중 하나를 발견한 날이었다. 시그마 35mm F2 렌즈는 블로거들을 위한 프리미엄 컴팩트 단렌즈로 적격이다. 만약 당신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주기적으로 사진을 올린다거나, 맛집 혹은 카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렌즈 구입을 고민 중이라면 시그마 35mm F2의 경쟁재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작고 가벼워서 실내 반입 및 촬영이 부담스럽지 않으며, 높은 휴대성 대비 화질이 우수하고 화각 또한 안성맞춤이다.

 

 

35mm의 화각 특성상 건물 전경을 찍기에도, 테이블 탑 구도로 음식이나 디저트 사진을 찍기에도 좋으며 실내 사진을 찍기에도 용이하다. 적절한 묘사와 사실 전달이 가능한 사진을 남기는 것이 목표인 블로거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 없는 화각이다. 심지어 렌즈 무게 자체가 가볍기 때문에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도 충분히 사진을 남길 수 있다.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로 담은 카페 내부 사진을 올려본다. F2의 밝은 조리개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조도가 낮은 실내에서도 감도를 최소한으로 높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만족스러웠던 것은 작고 간단한 렌즈 덕에 사람들이 나의 카메라를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초상권에 민감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많은 한국 사회의 특성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 커다란 렌즈로 사진을 찍다가 오해를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어떤 아저씨가 마구 달려와서는 자신을 찍었냐며 다그치고, 본인의 얼굴은 사진으로 담지 말라고 화를 냈다. 그에 질세라 제가 아저씨 얼굴을 대체 무슨 이유로 찍고 싶겠냐며 맞받아쳐서 싸우기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컴팩트한 카메라가 최고다. 나와 타인의 자유를 원만한 선에서 조율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Sigma 35mm F2 렌즈를 사용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 낮은 조도에서의 균일하고 선명한 색 표현력. AF 속도도 네이티브 못지않게 바로 따라와 주었다. 네이티브 렌즈와 비교하였을 때 대부분의 서드파티 제품들이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AF가 아닌가 싶다. 특히 아주 밝거나 어두울수록 AF-C 모드에서의 속도 및 정확도가 확연히 체감되는 편이다. 시그마 35mm F2의 경우 AF의 속도와 정확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늦은 저녁 시간, 서서히 문을 닫을 준비 중인 카페 밖에서 이리저리 반셔터를 눌러대며 살짝 희열을 느꼈다. 작고 예쁜 줄 만 알았는데 빠르고 경쾌하다. 조리개 링을 돌리는 감촉까지 더하면 손맛이 좋다고 해도 되겠다.

 

 

​해 진 뒤 진가를 발휘하는 컴팩트 단렌즈

감정을 담는 35mm


이번에는 친구가 대뜸 우리 학교에 사진을 찍으러 가야겠다고 해서 얼떨결에 안내를 해주고 왔다. 전공수업을 들었던 학관이 신축공사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방문해보니 철거 전 내부 이사를 마친 상태였다. 학관은 우리 학교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건물 중 하나이다. 높은 경사로를 끼고 지은 건물이라 1층에서 난간을 오르면 3층, 3층에서 올라가면 5층이 나오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다. 덕분에 대형 강의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비어있는 강의실 창밖으로 하얀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잊히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곳. 강의실 창가 구석 어딘가쯤 대충 앉아 턱을 고이고, 혹은 급하게 시험지를 채워가며 창밖의 꽃을 바라보곤 했었다.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익숙하거나 잘 아는 장소에 갈수록 좋은 사진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물이나 공간을 다양하게 관찰하고 이해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그 장면 위로 나의 감정을 덧씌울 수 있다. 그리움이나 쓸쓸함 같은 것. 보는 이에게 내가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면 성공한 사진이 아닐까.

 

   

 

역광으로 촬영한 사진. 암부의 색 재현력이 기대 이상으로 준수하다. 노출과 그림자를 조금씩 만져주면 색이 상당히 선명하게 올라오는 편이다. 오히려 색감을 내리고 싶을 정도로 색 표현이 또렷하다. 날아간 배경 뒤편으로 약간의 색수차가 보이지만 보정으로 보완 가능한 정도이다. 참고로 35mm F2 렌즈는 최대 조리개 F2에서 최고 수준의 광학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3장의 비구면 렌즈는 구면 수차와 플레어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혹시라도 초점이 날아가 사진을 버릴까 봐 F2.8 아래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이날 F2로 사진을 찍어오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서서히 학교를 빠져나왔다.

 

 

이번 리뷰는 평소와 다르게 준비했다. 나는 늘 렌즈의 특징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진 뒤 그에 맞춰서 촬영 장소를 계획했다. 그리고 원하는 이미지를 만날 때까지 계속 돌아다녔다. 그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진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긴장을 내려놓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우연과 호기심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고, 나를 불러주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곳을 따라다녔다. 미리 로드뷰를 켜놓고 컷을 예상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 포스팅이 만들어지는 과정 내내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사진을 찍으러 가자며 나를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왠지 나는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산만한 공상으로 치부했던 것들은 시야 밖의 세상을 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진이 늘지 않고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드는 요즘, 한 걸음 물러나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피사체를 더하거나 빼면서 장면을 구성하는 압박감을 살짝 내려 놓은 기분이었다.

시그마 35mm F2 렌즈는 어마 무시한 스펙의 후덜덜한 렌즈가 아니다. 베일 것 같은 화질! 외계인이 만든 렌즈! 세상에 다시없을 기술력!이라는 말은 애초에 35mm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도 아닐 것이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위한 카페 렌즈의 정점. 자연스러움, 편안함, 그 속에 묻어나는 배려를 추구하는 렌즈라고 말하면 너무 감성적일까? 놀랍게도 35mm 화각을 메인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가치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그마 35mm F2는 해당 화각을 메인으로 사용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읽는 데 성공한 듯 하다. 조화로운 성향과 범용성 높은 기능을 갖춘 작은 단렌즈는 사진 생활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 리뷰 요약

[제품 특징]
- 팬케이크, 카페렌즈의 정점
- 35mm의 목적에 가장 충실한 35mm
- 화질과 휴대성을 동시에 겸비
- 어둠에 강하다, 낮은 조도에서의 준수한 색 표현력과 AF Speed

​​[유저 추천]
- 풀프레임에 갓 입문하여 적당히 좋으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단렌즈를 검색 중이라면
-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사진 생활을 꿈꾼다면
- 거대한 렌즈와 육중한 바디를 들고 카페에 들어가는 위풍당당한 모습이 사실은 민망했던 당신
- 사진 찍히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람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렌즈를 원한다면
- 블로거라면 무조건 이거 사세요 정말 편합니다
- 35mm 단렌즈 여러 개를 놓고 비교 중이었다면 단연코 추천!
 

 

ABOUT EDITOR

Bombaybhy    I   Blogger / Photographer

https://www.instagram.com/bombaybhy/

태그 #미러리스 #풀프레임 #35mm #컴팩트렌즈 #I시리즈 #광각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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