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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벤치 위에 놓인 가방
리뷰가방 사진가의 낭만을 위한 카메라 가방: Billingham Mini Eventer
2021.12.14

 

나에게 필요한 카메라 가방은?
카메라 가방을 3개 정도 갖추면 상황과 수납에 관한 많은 고민이 해결됩니다.
저는 현재 6개의 카메라 가방이 있으며
이 중에서 선호하는 카메라 가방을 3개만 고르자면
1박 2일 여행용 가볍고 수납력 뛰어난 백팩,
태블릿이나 노트북 수납이 가능한 데일리 메신저백,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슬링백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오늘 리뷰할 제품은 
당일 출사, 카페 투어, 출퇴근 시에도 활용 가능한 다재다능 메신저백
빌링햄 미니 이벤터 카메라 가방입니다.

해당 리뷰는 어떠한 관점에서 작성하였는가
- 빌링햄 미니 이벤터의 디자인 특징과 내부 공간 
- 미니 이벤터에 수납 가능한 장비 조합
- 사진가의 로망을 충족시키는 빌링햄 카메라 가방의 심미성
- 빌링햄 미니 이벤터 사용기
​​

Billingham Mini Eventer, 빌링햄 미니 이벤터
실용성과 클래식을 동시에 담다


빌링햄은 1973년 영국에서 탄생한 브랜드이다. 빌링햄의 카메라 가방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색감, 고급스러운 디테일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패브릭과 가죽을 고집하지만 방수 기능이 상당히 뛰어나다. 이어폰을 붙일 수 있는 마그네틱 패드나 카드 슬롯은 없지만 수납 구성이 단순하여 오히려 실용적이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 없이 모두에게 잘 어울리며 치마와 구두도 소화할 수 있는 유일무이 패셔너블 카메라 백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그만큼 고급스럽고 비교 모델을 찾기 어렵다. 착용감도 좋다. 큰 사이즈의 가방도 몸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며 숄더 스트랩은 어깨에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이번 리뷰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가방은 빌링햄에서 최근 출시한(국내 출시 2022년 예정) 미니 이벤터 모델이다. 빌링햄의 플래그쉽 디자인인 이벤터 백이 컴팩트한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한국에서는 최근까지 빌링햄 하들리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미니 이벤터는 하들리 프로보다 살짝 작고 하들리 스몰 프로보다는 조금 큰 사이즈이다. 컬러 조합 역시 하들리와 유사하며 동일한 퀵 릴리즈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예상 판매 가격은 57만 9천 원으로 구매 전 가방의 가치와 활용도를 신중히 판단해 보아야 할 가격이다.

빌링햄 가방의 클래식함은 가죽 스트랩 클로징과 멋진 색감의 패브릭에서 반 이상 완성된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방수와 장비 보호, 내구성, 가방을 여닫는 스트랩의 편의성을 걱정했다. 빌링햄 가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우려를 할 것 같아 가방을 사용하며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한다.

빌링햄 카메라 가방의 외관은 살짝 거칠게 결을 살린 파이버나이트 또는 캔버스 천을 사용하였다. 빌링햄 가방의 캔버스 소재는 면과 합성 섬유의 혼합이며, 파이버 나이트는 100% 합성 소재이다. 파이버나이트가 캔버스 소재보다 내마모성이 더 뛰어나지만 캔버스의 클래식한 매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카키 파이버나이트와 카키 캔버스는 색감의 차이가 있다. 을지로에 위치한 세기몰에 방문하면 가방의 세부 디자인 확인 및 색감 비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빌링햄 카메라 가방이 완전 방수가 가능한 까닭은 사실 패브릭의 정체가 3중 방수 원단이기 때문이다. 원단 내부에 부드럽고 질긴 성질의 뷰틸 고무가 들어있다. 뷰틸 고무는 기후의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영하 50도에서도 유연성이 유지되는 소재이다. 충격방지제로도 사용되며 기체 투과성이 몹시 낮아 전선이나 자동차 타이어의 튜브, 등산화의 밑창으로 사용된다. 누수 및 방수 테이프도 뷰틸 고무로 만든다. 겉보기에는 패브릭이지만 결국 가방 전체를 뷰틸 고무로 감싸고 있는 형태이며, 미니 이벤터의 경우 지퍼까지 방수처리가 되어있으니 강에 잠수하지 않는 이상 방수 여부를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빌링햄 카메라 가방의 메인 커버를 열고 닫는 가죽 스트랩 클로징은 처음에는 빡빡하여 열고 닫는 것이 쉽지 않다. 사용할수록 가죽에 조금씩 주름이 생기고 유연해지는데, 처음에는 스트랩을 망가트리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빌링햄 가방의 보증기한(5년)과 스트랩 교체 가능 여부를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에이징 과정이다. 가죽이 완전히 부드러워져서 손에 익으면 스트랩을 간단하게 밀어 당기는 것만으로도 쉽게 열린다. 무거운 메신저백을 지퍼로 열고 닫을 경우 지퍼가 가방의 무게 때문에 망가지지 않도록 가방 아랫부분을 받쳐 들어야 하지만 빌링햄의 경우는 한 손으로 스트랩을 클로그볼에서 밀어내면 그만이다. 익숙해지면 가방을 보지 않고도 열 수 있다. 힘이 적게 들어갈 뿐 아니라 동작이 단순해지기 때문에 렌즈를 교체하거나 물건을 꺼낼 때 부담이 적다. 묘하게도 손으로 직접 당겨주지 않으면 가죽이 저절로 풀리는 일은 없으니 이것도 신기하다. 나는 미니 이벤터 외에도 S2 모델을 일 년 반 정도 사용했는데, 스트랩 클로징의 편리함에 적극 공감한다. 지퍼로 가방을 열고 닫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는 빌링햄 가방의 시그니처 디테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퀵 릴리즈 시스템'이라 소개한다.


그렇다면 하들리 프로 시리즈와 미니 이벤터의 차이는 무엇일까.

디자인상의 가장 큰 차이는 미니 이벤터 백의 하단부 1/3과 바닥면을 완전히 감싸는 가죽 마감이다. 시각적으로도 안정적일 뿐 아니라 실제로 가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가방 전면에 있는 두 개의 주머니를 포함하여 가방 전체 형태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이는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보관하기에 좋은 조건으로 작용한다. 대신 하들리 프로는 가방의 형태가 좀 더 유연하기 때문에 착용 시 밀착감이 높다. 유난히 크거나 울퉁불퉁한 물체도 미니 이벤터에 비해 더 잘 들어간다. 대신 하들리 프로에는 태블릿을 넣을 수 있는 내부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카메라 보호 인서트와 가방 벽면 사이에 살짝 끼워 넣으면 수납은 가능하겠지만 완벽히 보호되지는 않는다.


기능상의 차이로는 잠금장치와 스트랩 탈착 여부를 꼽을 수 있다. 하들리 프로 시리즈의 잠금장치가 메인 커버에 연결된 가죽 스트랩 하나인 것에 반해 미니 이벤터는 메인 커버의 가죽 스트랩 외에도 방수 지퍼가 한 번 더 가방을 보호해 준다. 상부의 플랩이 측면을 감싸는 형태로 설계된 하들리 프로와 구조상의 차이가 분명한 부분이다. 지퍼를 활용하여 깔끔하게 열고 닫는 것이 미니 이벤터의 장점이며, 하들리 프로는 이벤터에 비해 가방을 여닫는 동작이 훨씬 즉각적이다.


미니 이벤터의 옆면에는 하들리의 포인트 요소인 D링과 클로그 볼이 없다. 하들리는 D링에 별도의 숄더 스트랩을 연결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탑 핸들과 숄더백으로 연출할 수 있다. AVEA 서브 파우치를 부착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미니 이벤터는 해당 부분을 완전히 생략하였다. 수납공간을 추가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단정한 실루엣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판단하는 영역일 것이다. 나는 각 잡힌 형태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선호하는 편이라 미니 이벤터의 디자인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본 색상은 카키 파이버나이트 컬러에 초콜릿 가죽의 조합이다. 빌링햄 미니 이벤터의 컬러는 네이비 캔버스, 카키 캔버스, 카키 파이버나이트, 세이지 파이버나이트, 블랙 파이버나이트로 총 5가지이다.


가방 무게는 어깨 패드와 카메라 보호 인서트를 포함하여 1.26kg, 내부 수납 용량은 5리터이다. 만약 장비 보호 패드를 제거하면 9리터로 대폭 늘어난다. 1박 2일용 단출한 여행 가방으로 활용 가능하며 노트북이나 책이 들어가기 때문에 데일리 백으로 쓸 수 있다. 외부 사이즈는 가로 36cm, 폭 16cm, 세로 25cm (탑 핸들을 제외한 가방 높이)이다. 내부 사이즈는 가로길이 33cm, 폭 10cm, 세로 21cm이다. 상세 사이즈는 빌링햄 영국 공식 웹사이트를 참고하였다.

 


가방의 뒷면에는 러기지 트롤리 스트랩이 부착되어 캐리어에 가방을 거치할 수 있다. 스트랩의 폭은 약 25cm이다. 러기지 트롤리 스트랩 위에는 방수 지퍼가 달린 얇은 포켓이 있다. 폭이 29cm이며 깊이는 17cm이기 때문에 유인물이나 얇은 노트가 들어간다. 나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편인데 지하철을 환승하거나 내려서 걸을 때 이 지퍼 포켓에 아이패드를 간편하게 수납할 수 있어 좋았다. 지퍼 포켓이 얇고 타이트하게 잡아주어 지퍼를 닫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이패드가 빠지거나 흐르는 일은 없었다.

 

두툼한 패브릭 탑 핸들. 단단하고 견고한 짜임새가 시각적으로도 느껴진다. 탑핸들은 유리섬유 프레임이 내부에 삽입되어 있다. 아랫면은 가죽 패치를 덧대어 마감하였기 때문에 가방 손잡이를 잡으면 매끈한 가죽면이 손바닥에 닿아 촉감이 부드럽다. 가방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쉽게 쳐지지 않고 항상 같은 모양을 유지한다.

 


YKK 지퍼를 사용한 메인 수납공간. 방수 지퍼의 끝부분에는 고리 모양 매듭이 부착되어 있다. 지퍼에 연결된 우븐 스트링이 제법 도톰하고 촉감이 좋다. 튼튼한 우븐 스트링 매듭은 지퍼를 열 때 손잡이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리 매듭을 활용하여 작은 물건을 매달 수 있다. 나는 에어팟 케이스나 악세사리를 걸고 다녔다. 

 


초콜릿색 가죽 어깨 패드. 밝은 브라운 컬러의 스트랩과 환상의 컬러 매치를 자랑한다. 해당 색상 조합은 아래에서 추가로 언급하도록 하겠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두툼한 가죽면이 어깨를 둥글게 감싸준다. 손으로 가죽 패드 안쪽 면을 쓸어보면 스웨이드와 비슷한 감촉이 느껴진다. 가방을 사용하는 내내 아우터를 입고 있어서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했지만 얇은 셔츠나 반팔을 입는 계절에는 이 패드의 매력을 더 크게 체감할 것 같다. 

타 브랜드에서도 메신저 백을 사면 어깨 패드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어깨 패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인데, 전체 짐의 무게만 늘릴 뿐 어깨가 눌리는 느낌이 보완되는 것 같지 않아서였다. 처음 빌링햄 패드를 숄더 스트랩에 결합시켰을 때에도 심미적인 효과에 관한 기대를 하는 수준이었다. 사용해 보니 만약 별매 제품이라면 추가로 구매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기쁘게도 스몰 이벤터를 구매하면 초콜릿 어깨 패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가방의 외관 색상에 상관없이 내부에는 짙은 녹색의 탈착식 인서트가 내장되어 있다. 두툼하고 부드러워 촉감이 좋다. 인서트와 함께 제공되는 두 개의 메인 파티션은 벨크로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탈/부착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추가로 두 개의 하프 사이즈 파티션이 있는데 한쪽 면만 벽면에 고정할 수 있어 가변형 파티션으로 활용한다. 인서트의 모양 및 개수는 다른 카메라 가방과 비슷한 구성. 전체적으로 두툼하니 마음이 놓인다.

 


카메라를 수납하는 인서트 뒷면에는 태블릿도 보관할 수 있도록 얇은 슬리브가 추가되어 있다. 해당 공간에 가로 26cm, 세로 21cm의 기기를 수납할 수 있다. 사용 중인 아이패드 프로 11형은 무리 없이 편안하게 수납했다. 아이패드 시리즈 중 가장 사이즈가 큰 12.9형 프로 모델의 가로 크기가 28cm, 세로 21.4cm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은 수납이 어렵거나 아주 빡빡하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맥북에어 13인치의 크기는 가로 30.4cm 세로 21.2cm라 인서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노트북을 자주 들고 다니는 편이라 여러 번 시도해 보았으나 인서트 내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인서트와 가방 사이에 타이트하게 끼워 넣거나 인서트를 완전히 제거하고 문서용 가방으로 사용할 때 넣고 다녔다. 작은 차이로 노트북 수납에 불편이 있어 몹시 아쉬웠다. 태블릿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13인치 노트북을 꼭 수납하고 싶다면 한 사이즈 더 큰 이벤터 백이나 하들리 원을 추천한다.

Billingham Mini Eventer, 빌링햄 미니 이벤터
카메라 가방으로 완성하는 OOTD


사진가들이 보기 좋은 카메라 가방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상의 심미성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은 사진을 위한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모든 이들은 카메라 가방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얼마나 못생겼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를 상쇄하는 다른 특징을 떠올리며 단점을 용인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 끝에 결정했다. 풍경 사진을 찍으러 산과 바다를 들쑤실 때에는 해당 상황에 부합하는 기능의 가방을 들고, 부담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를 만날 때에는 예쁜 옷을 입고 내가 들고 싶은 가방을 들기로.

빌링햄 미니 이벤터를 활용한 계절별 OOTD(Outfit of the Day)를 간단한 예시로 준비하였다. 평소 사진을 찍으러 갈 때 즐겨 입는 편한 복장을 제외하고, 어울리는 카메라 가방이 생긴다면 입고 싶었던 옷들을 몇 벌 꺼내보았다. 카키와 초콜릿 컬러가 생각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들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특히 짧은 원피스, 롱 스커트, 화려한 패턴과 함께 매치할 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지만 신발 역시 로퍼, 부츠, 모카신, 스트랩 샌들, 누드톤의 플랫슈즈와 어울렸다. 칙칙한 무채색의 직사각형 카메라 가방과는 절대 불가능한 조합이다.

 


카메라 가방에 다양한 스타일과 컬러의 옷을 매치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TPO(Time, Place, Occasion)가 요구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진 생활은 즐겁고 만족스러운 순간을 공평하게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오염에 강하며 초망원 렌즈가 시원하게 들어가는 백팩을 메고 연남동 골목 스냅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라운드 시소에서 사진전을 본 뒤 친구와 한강공원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며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 당신이 카메라를 꺼내고 싶은 가방의 모습은 무엇인가? 모든 사진가는 스스로의 낭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바로 그런 모습의 카메라 가방이 하나 필요하다.

19세기 사진가들의 클래식함은 그들의 어패럴에서부터 시작했다. 헌팅캡, 소매를 걷어올린 셔츠, 가죽 멜빵과 두꺼운 바지. 앞 코가 약간 지저분한 로퍼, 어깨에 걸친 클래식한 메신저백, 수동 렌즈와 필름 카메라! 그들은 시대의 아름다움 속에서 프레임의 안팎을 넘나들었다. 찍고 찍히는 사람의 경계가 틔미한 비비안 마이어의 스냅은 사진의 일부가 된 사진가를 조명하는 매력이 있다.

빌링햄은 사진가들의 감성과 로망을 담은 브랜드이다. 시대가 발전하여 eye AF 트래킹이 가능한 풀프레임 미러리스와 5축 손떨방을 지원하는 렌즈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동심 속에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멋진 장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싶은 소망이 존재한다. 이것은 거창하거나 생소한 바람이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들 때, 성수동에서 친구들과 점심 식사 겸 빈티지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그리고 좋은 옷과 신발을 신고 싶을 때, 카메라를 어느 가방에 넣어야 좋을지 난감해질 따름이다. 그때를 위해 빌링햄 카메라 메신저백을 준비하길 바란다. 생각보다 손이 자주 간다. 혹은 이 글에 공감하며 구매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당일치기 출사를 떠날 때 챙긴 장비 구성.

35mm F2.8 렌즈를 결합한 Sigma fp와 Sigma Art 24-70mm F2.8 렌즈를 결합한 Sony a7r3, 여분의 Sigma Art 85mm F1.4 단렌즈, 남성용 반지갑과 자동차 키링, 핸드크림과 알콜스왑, 블로워, 여분의 보조 배터리, 그리고 사진에 넣지 못했지만 a7r3에 연결하는 픽 디자인 스트랩을 빌링햄 미니 이벤터에 수납하였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두 대와 3개의 렌즈 등 당일치기 출사에 필요한 준비물이 가방 안에 여유롭게 들어갔고, 컴팩트 카메라나 태블릿 등을 추가로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았다. 이 정도면 작은 백팩과 비슷한 수납력이라 볼 수 있다. 대신 미러리스 한 대는 렌즈와 바디를 분리하여 수납하였다.

 

카페 사진도 찍고 싶고 줌으로 영상 회의도 해야 했던 날의 가방.

Sigma fp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나 캡쳐카드 없이 c타입 케이블을 연결하여 노트북으로 화상전송을 할 수 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내장된 카메라를 선호하지 않는 나는 해당 기능이 편리하게 느껴져서 적극적으로 사용 중이다. 고화질의 영상을 송출할 수 있고 측광이나 정확한 색 표현, 원하는 초점 설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의 및 회의 시 기본 웹캠을 사용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35mm 단렌즈를 체결한 Sigma fp 풀프레임 미러리스, 여분의 배터리 2개, 짓조 미니 트래블러 삼각대, 애플 맥북에어 13인치, 에어팟 프로, 맥북용 멀티허브와 로지텍 MX Master 3 무선 마우스, 맥북용 충전 어댑터와 케이블 두 개, usb 등을 수납한 파우치, 카드지갑과 자동차 키링을 넣었다. 얼마나 더 들어갈지 궁금해서 잠시 Sony a7r3와 Sigma Art 24-70mm F2.8을 시험 삼아 넣어보았다. 가방 뒷면에 넣은 맥북 때문에 빡빡하게 들어갔다. 맥북이나 태블릿을 수납하는 경우 전체 공간의 폭이 얇아지기 때문에 직경이 넓고 큰 렌즈를 여러 개 넣고 싶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

빌링햄 미니 이벤터의 전반적인 수납 능력은 소형 백팩에 준한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가방을 사용하는 동안 메신저백 가득 물건을 넣는 일은 드물었다. 필요할 때에는 물건을 꽉꽉 밀어 넣는 백팩과 다르게 메신저백은 가방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거운 물건을 많이 넣을 경우 어깨가 아프고 자세가 무너지는 것 또한 사진의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구성은 메신저백으로서의 미니 이벤터의 특징을 고려한 수납이었으며, 실제 집에서 나와 이동하고 사진을 찍는 내내 가방을 메고 다니며 판단한 내용이다. 

 

Billingham Mini Eventer, 빌링햄 미니 이벤터
헤리티지 감성충전 메신저백


빌링햄 미니 이벤터 메신저백은 당일치기 여행, 근교 나들이, 스냅사진, 카페 투어 등의 사진을 찍을 때 잘 어울린다. 가방의 크기도 그렇지만 디자인에서 풍기는 분위기 덕분이다. 겉보기에는 클래식한 메신저백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지 않는 장소를 들릴 때에도 제약이 없을 뿐더러 딱딱한 느낌의 사진 장비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특히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모델과 자연스러운 무드로 촬영을 이어가기 좋다.

함께 세기 프렌즈로 활동했던 멤버가 모교에 사진을 찍으러 가보고 싶다고 했다. 작년 겨울부터 학교 안내를 하기로 약속했던 터였다. 미세먼지가 엄청나게 심한 날이었는데 오후 세시가 되니 시야가 조금 맑아지며 해가 사선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함께 학교를 거닐며 사진 촬영에 많은 도움을 준 세기 프렌즈 4기 전아름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빌링햄 미니 이벤터 메신저 백의 탑 커버를 수납공간 안으로 접어 넣은 모습. 지퍼나 가죽 스트랩으로 가방을 닫는 대신 탑 커버를 수납공간의 상단부에 겹쳐 넣었다. 다른 메신저 백이었다면 불안해서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참 사진을 찍다가 가방을 확인해 보니 위와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전면 포켓이 노출된 모습이 마치 가방의 원래 생김새인 양 위화감이 없고 자연스럽다.

빌링햄 미니 이벤터의 하단 1/3 지점 전체를 감싸고 있는 가죽 패드는 예상보다 가방 전체의 형태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가방 내부에 보호 인서트가 한 겹 더 들어있기 때문에 크기와 무게가 제각각인 렌즈와 카메라를 넣어도 무너짐 없이 형태가 유지되며 가방의 무게중심이 쏠리는 일도 드물다. 그럼에도 패브릭 소재를 사용한 덕분에 착용 시 몸에 부드럽게 밀착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들리보다는 몸에 감기는 맛이 조금 덜한 것 같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명품 브랜드 제품 중에는 무심하게 열린 채로 사용하는 가방들이 있다. 에르메스의 스테디셀러인 버킨백과 켈리백, 델보의 브리앙, 펜디의 피카부와 아이씨유 백은 가방을 잘 닫은 것보다 아무렇게나 열어둔 모습에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피카부 백은 가방 상단의 잠금장치를 열어두었을 때 가죽이 흐르듯이 무너지는 모습이 멋스럽다. 반대로 레이디 디올의 경우 수납공간의 입구를 좁게 만들어 가방에 물건을 넣고 빼는 손의 모습도 디자인의 일부로 고려했다.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며 상대적이다. 물론 카메라 가방을 활짝 연 채로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빌링햄 카메라 가방은 다양한 스타일링의 가능성과 시각적 만족감을 함축하고 있다. 카메라 가방을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에서의 가성비, 수납공간의 부피 비교 등 정량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구매 당시에는 만족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빌링햄 가방에 사용된 가죽은 오랜 시간 사용할수록 부드럽고 유연하게 변한다. 자연스러운 사용감이 묻어나는 과정을 거치면 가죽 특유의 멋스러움이 배가 된다. 특히 가죽 스트랩 잠금장치 부분은 에이징 이후 빈티지한 매력이 느껴질 뿐 아니라 쉽고 빠르게 열린다. 


빌링햄 가방은 가죽과 캔버스 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평소 적절히 관리해 주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가죽은 물에 닿지 않는 것이 좋지만 만약 젖었을 경우에는 이염을 주의할 것. 가끔씩 가죽 전용 크림으로 닦아주면 된다. 캔버스는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우천 시 가방 표면에 맺힌 물방울들은 툭툭 털면 쉽게 굴러떨어진다. 캔버스 천의 방수 기능을 오랫동안 지속시키고 싶다면 화학세제의 사용은 지양할 것. 가방이 변색될 수 있으며 특히 방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브러쉬 등을 활용하여 간단히 털어주거나 따뜻한 비눗물을 적신 천으로 가볍게 쓸어내듯 닦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 이벤터가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어울리는 것을 확인했기에 특정 계절을 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판단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노랗게 쌓인 은행잎 위에 카키 컬러의 메신저 백을 놓으니 빌링햄이 가을을 입은 것 같다. 붉게 물든 나뭇잎과 떨어지는 낙엽, 낮게 깔린 오후의 햇살. 무엇이 가을이고 무엇이 빌링햄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계절의 분위기에 동화되는 모습은 실로 완벽했다. 낙엽이 쌓인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풍경을 기록하는 관찰자적 시점을 벗어나 풍경 속 장면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했다.

 

   


미니 이벤터백의 전면에는 가로 14cm, 세로 16cm 크기의 포켓이 두 개 있다. 성인 손바닥 크기에 두께도 적당해서 잡다한 물건들을 넣기 좋은 공간이다. 리코 GR이나 소니 rx100 같은 컴팩트 카메라를 보관하기에도 적당하다. 한 쪽 포켓에는 자주 꺼내서 사용하는 손 세정제, 카드 지갑, 핸드크림을 넣고 - 반대쪽 포켓에는 usb, 케이블, 보조 배터리 등을 수납하였다. 평소 물건을 용도별로 묶어서 보관하는 편이라 미니 이벤터의 전면 수납부를 파우치처럼 활용했다. 물건들을 쓰임에 따라 정리하면 깜빡하고 챙기지 못하거나 분실하는 일이 적다. 한곳에 모여있으니 꺼내기도 쉽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최근 출시되는 카메라 가방들은 수납공간을 다소 과하게 세분화하는 경향이 있다. 수납공간의 정체성이 잘 이해되지 않거니와 종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어느 주머니에 물건을 넣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가방 속에서 길을 잃은 적도 많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무수한 주머니를 간소화하면 가방 전체의 무게도 줄고 수납공간도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빌링햄 카메라 백은 수납공간을 단순하고 넓게 구성하였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실용적이고 편리했다. 반대로 펜 홀더나 카드 보관함, usb를 보관하는 디테일한 수납공간을 원한다면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너무 많은 사진을 올리는 것일까? 예쁜 것을 실컷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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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ingham Mini Eventer, 빌링햄 미니 이벤터

일상에서의 빌링햄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아모레 퍼시픽 본사 내부. 회사 건물이지만 미술관과 도서관, 카페가 있어 종종 방문하곤 한다. 나는 이곳에 올 때마다 칸디다 회퍼의 사진을 떠올린다. 실내 공간의 중심점을 아이레벨로 설정한 뒤 '공간의 초상'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카메라 가방이 출퇴근용 가방의 역할을 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나 태블릿, 13인치 노트북 중 하나를 넣을 수 있으면 된다. 지갑과 손 세정제, 사원증 같은 자잘한 물건들을 수납하는 공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카메라도 한 대 넣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빌링햄 가방에서는 영국 감성의 터치가 뚝뚝 떨어진다. 바람과 비에 강한 뻣뻣한 원단과 특유의 컬러감은 영국 패션의 상징이다. 날씨에 저항성이 좋은 원단 기술은 곧 탁월한 방수 기능으로 이어졌고 디자인과 컬러 초이스에서는 헤리티지가 느껴진다. 오일 워시로 유명한 바버와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버버리 역시 빌링햄과 같은 국적의 브랜드다. 함께 매치하면 마치 패밀리룩인 듯 찰떡궁합이다. 버버리의 깅엄체크 패턴과 클래식 네이비 컬러, 팝 무드의 버버리 키링을 빌링햄 미니 이벤터 가방과 믹스 매치하였다. 바닥에 깔린 은행잎과 어우러지던 따뜻한 카키 컬러가 쿨하고 모던하게 변신하는 순간.

 


체크 패턴의 롱 스커트, 스웨이드 앵클부츠와 어울리는 카메라 가방이 빌링햄 말고 또 있을까?

 

   미니 이벤터

미니 이벤터 뒷면   미니 이벤터 뒷면


가방 내부에는 태블릿 수납 슬리브가 있고, 외부에는 태블릿 사이즈의 납작한 지퍼 포켓이 있다. 얇은 노트나 다이어리, 아이패드 프로가 딱 맞게 들어간다. 따라서 빌링햄 미니 이벤터는 총 두 곳의 태블릿 수납공간이 있는 것이다. 가방 내부 공간은 제품을 확실히 보호해야 할 경우를 위하여, 가방 외부의 지퍼 포켓에는 빠르고 간편한 수납을 위해 활용한다. 앞에서 상세 제품 사진과 함께 언급하였듯, 가방 뒷면의 지퍼 포켓에 아이패드를 보관하면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손쉽게 태블릿을 이용할 수 있다. 펜이나 만년필을 잠시 걸어둘 수도 있다. 출퇴근용 가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먼저 말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이 메신저백을 카메라 가방이라 여기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숄더 스트랩을 접어서 메인 커버 안에 수납한 뒤 상단의 탑 핸들을 활용하면 또 다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많은 짐을 넣었을 경우 두 손으로도 들 수 있을 만큼 탑핸들의 사이즈가 넉넉하다. 언뜻 보면 올드스쿨의 무드가 느껴지는 단정한 메신저 백이지만 태블릿 수납, 러기지 스트랩, 강력한 방수 원단과 퀵 릴리즈 시스템에 이르는 단단한 기본기가 녹아있다. 한 달 동안 가방을 사용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성실히 적어보았는데 아무쪼록 도움이 되면 좋겠다. 미니 이벤터의 한국 공식 판매 가격은 57만 9천 원이며 내년부터 공식 수입처인 세기몰에서 만나볼 수 있다. 클래식하지만 스마트한 빌링햄 카메라 가방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란다.

 


 

Billingham Camera Bag
빌링햄 미니 이벤터 - Billingham Mini Eventer

- 들어는 봤나?! '퀵 릴리즈 시스템'의 편의성
- 완벽한 수준의 마감 퀄리티. 특히 방수 지퍼가 마음에 든다.
- 가방 하단부가 단단한 가죽으로 덮여있어 허물어짐 없이 안정적이며 태블릿 수납에 적절하다.
- 코트와 스커트, 구두와 로퍼, 부츠가 어울리는 유일무이 클래식 디자인
- 보호 패드를 제거하면 13인치 노트북 수납이 가능한 데일리 메신저 백
- 남성뿐 아니라 여성 사진가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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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카메라가방 #빌링햄 #캔버스 #파이버나이트 #가죽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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