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떡방앗간 성수(@hanyang_dduck) 와 맛집하이애나(@matzip_hyena) 게시물 캡처 이미지
떡볶이에 대한 애정을 낭낭히 드러낸 이후 떡볶이를 먹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런 릴스가 추천 탭에 떴습니다. '갓 뽑은 가래떡볶이? 맛있지, 맛있지ㅠ' 하고 보다가 생각해보니 다음 날 촬영이 성수더라고요..? 어쩌겠어요. 먹어야지. 다급한 마음으로 내일 저는 먼저 가있을게요. 하고 오픈런을 했습니다.
일찍 도착하면 떡 뽑는 걸 볼 수 있다는 후기를 봤는데 '아직 오픈 전입니다' 라는 거절의 멘트를 듣고 남은 시간동안 밖을 서성였어요. 하필 오전부터 비가 쏟아지고 근래보다 춥더라고요. '괜히 일찍왔어-' 라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는데, 웬걸, 오픈 18분만에 웨이팅이 생겼습니다. ...일찍 오길 잘했다.



사실 정면은 CLOSE 였어요. 오픈런은 심심해
한양떡방앗간 성수는 뚝섬역과 서울숲역 사이에 위치해있습니다. 저는 뚝섬에서 걸어갔는데요, 주택가 골목을 조금 의아한 마음으로 걷다보면 어디선가 뜨숩고 꼬소한 떡냄새가 납니다. 비가 온 날이라 더 냄새가 잘 났던 걸까요? 골목에서 '여기 어딘데-' 하고 찾다가 마중나온 냄새를 먼저 만나서 찾아왔습니다.
원래라면 건물의 주차장이었을 것 같은 공간이 뜨거운 김이 가득한, 달달한 냄새가 뭉근하게 풍겨오는 방앗간이 됐습니다. 되는대로(?) 놓여있는, 하지만 다정한 <입구>와 <머리 조심 x 2> 팻말이 귀여워서 찍었습니다. 참, 들어가면서 사장님이 "추우시죠~" 라고 걱정 어린 말씀을 해주셨는데 파워 F(아님)의 마음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생각보다 테이블이 많고 넓었습니다. 그러나 오픈 18분만에 웨이팅.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갓 뽑은 떡냄새가 풍기는데 배가 확 고프더라고요. 한양떡방앗간 성수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셀프바에서 식기를 챙겨가면 됩니다. 주문과 셀프바 동선이 조금 좁았지만 원래 떡볶이는 옹기종기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요!
할머니 집에서 본 것 같은 자개 전신거울 옆은 떡을 뽑는 공간과 부엌이 있었습니다. 좀 전에 뽑은 떡을 바로 끓이고 졸이느라 분주한 주방이 보였어요. 떡을 뽑는 시간은 하루에 2번, 오전 11시와 오후 5시인데요, 떡볶이로 변신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식사 시간은 11:30, 5:30 입니다. 대신 물떡은 바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다 빨리 나왔어요. 그래서 그냥 떡 많이 시킨 사람이 되었습니다.(행복)

왼쪽 사진 밑에 하나 있는 메뉴가 물떡

떡 많이 시킨 사람, 바로 저예요.
떡이라는 재료로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무도 혼자서 이렇게는 안먹겠지만요. 저는 부산에서 물떡을 한 번 먹어봤는데 사실 그렇게 대단히 인상깊은 맛은 아니었거든요. '어묵 대신 떡이 꽂혀있구나'가 감상의 전부였어요. 하지만 갓 뽑은 떡이 아니었죠. 그냥 막 주워먹어도 맛있는 가래떡이 뜨끈한 국물에 들어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고, 서울에서 물떡은 흔하지 않은 메뉴니 차별성도 있었습니다. 떡볶이집보다 '떡집'이라는 강점이 가득 담긴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 떡 사진은 따로 없습니다. 진짜 맛없어보이게 찍혔어요. 그런데 물떡 줄 때 푹 끓인 무 하나 같이 주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사장님(허공)

떡이 진짜 크고 많고 말랑 딴딴 감동 실화

떡.츄.로.스. 드세요, 진짜. 아는 맛이 최고다. 근데 조금 천천히 시키세요. 따끈해야 맛있으니까(속상)
떡볶이에 떡 많은 거, 보이시나요. 주변에 자랑을 했더니 왜 다 떡만 시켰냐고 하더라고요. 떡집인데 떡을 안 시키면 뭘 시키지. 저는 떡을 하염없이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거든요. 떡볶이 양념은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엄청 인상깊은 양념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떡 자체가 맛있기도 하고 떡에서 느껴지는 달짝지근한 쌀냄새를 완전히 덮지 않는 덜 자극적인 맛이라 저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웨이팅이 길지 않다는 보장만 있다면 근처에서 더 찾아갈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일찍 가서 양념이 덜 배겠다고 생각했는데 꽤나 꾸덕해질 정도로 오래 끓인 티가 나서 정말 부지런히 준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떡 츄로스는 정말.. 집에서 떡국 떡을 구워서 조청이나 꿀 발라서 드셔보신 분? 드세요. 가래떡 좋아하시는 분? 드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장해가고 싶었습니다. 튀긴 것 최고, 떡 최고, 튀긴 떡? 말해 뭐합니까. 저는 아무래도 혼자서 떡을 세 종류나 시켜버려서 츄로가 점점 식어가는 걸 안타까워하며 먹었는데요, 식었어도 기름지지않고 바삭하고 말랑했습니다. 구운 떡, 튀긴 떡이 진짜 야식이랑 안주로 최고거든요.(?)

한양떡방앗간 성수는 떡볶이보다는 떡 자체를 좀 더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떡볶이를 먹으러 갔지만 가래떡 자체의 맛과 새로운 간식이 원픽이 된 저처럼요. 삼 대째 이어지면서 이렇게 새로운 컨셉으로 사랑받기 쉽지 않을텐데 가게의 정체성과 힙함을 모두 챙긴 이런 가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덧,

출처 : 맛있는 녀석들 / 한양떡방앗간 성수 인스타
한양떡방앗간 성수 인스타를 들어갔다가 이런 스토리를 봤습니다. 젊은 사람들 정말 아이디어 넘치네요.(너무 좋다는 말입니다.) 네네네 사람들 좋아하겠죠. 사장님, 일단 저는 사람 2498856523번입니다. 겨울에 뵙겠습니다.
-위치: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4가길 3 지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