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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커마카세
LIFEFood & Style
비 오는 날, 에스프레소 4잔
구테로이테 성수 커피 오마카세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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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어느 주말 오후, TV를 켜니 MBC <나 혼자 산다> 재방송이 한창이었습니다. 코드쿤스트가 제주도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었고 개중엔 커피 오마카세(a.k.a 커마카세)도 있었어요. 시청하면서 지난해 만족스럽게 경험했던 티 코스가 떠올랐고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니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 당장 커피 오마카세를 검색했습니다. 

 

검색 결과가 많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커마카세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코드쿤스트가 방문했던 제주도의 중문별장, 용인의 솔로투, 대구의 소명커피바, 서울 구테로이테를 찾을 수 있었고 이디야커피랩에서도 커마카세 이벤트를 하고 있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중 구테로이테 본점에서 커마카세를 운영해오고 있었고, 올해부터는 지점에서도 오마카세를 진행한다고 해 성수센트럴키친점으로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커피 오마카세 당일이 찾아왔습니다.

 

 

구테로이테 성수센트럴키친점

 

 

장마를 알리는 비가 아침부터 쏟아지던 날, 성수동으로 향했습니다. 성수역에서 도보 10분 내에 위치해있고 매장이 커서 첫 방문이었지만 쉽게 카페를 찾을 수 있었어요.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적당히 큰 편이었고 일반 테이블과 바 테이블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다만 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음악소리에 잠시 멍해졌습니다. 손님이 비교적 적은 이른 아침이어서 음악소리가 컸던 것인지 매장의 방침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화를 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마카세를 진행하는 바리스타의 말을 듣기 위해 꽤 애를 써야 했습니다. 

 

커마카세는 바 테이블에서 진행됐고 바리스타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테로이테 2024 여름 시즌 오마카세가 시작되었습니다.

 

 


1. 여름의 시작

 

첫 번째 커피는 향에 먼저 집중한 뒤 맛을 음미하면 좋은 메뉴였습니다. 글라스 안에 토치 같은 장비로 연기를 낸 다음 바로 음료 위를 덮어요. '달콤한 꽃향기가 가득한 정원으로 초대한다'라는 설명처럼 장미 향이 가둬진 글라스를 걷어내면 응축되어 있던 장미 향이 퍼지는데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이완되고 좋아집니다. 참, 마시기 전에 가니시처럼 올라가 있는 꽃과 굳힌 설탕을 걷어내달라고 요청하면 돼요. 직접 떼어내기엔 굳힌 설탕이 꽤 끈적거리거든요.

 

 

 

 

엘더 플라워 베이스에 에티오피아 스페셜 에스프레소가 더해진 커피였는데 상당히 오묘한 맛이었습니다. 달콤한데 쌉싸래하고 살짝 새큼합니다. 쌉싸래한 맛이 저에게는 마치 한약의 쓴맛처럼 느껴졌어요. 엘더 플라워 특유의 베리 향과 씁쓸한 맛이 이 음료의 쌉싸름함과 새큼함을 가미하는 듯했습니다. 마냥 달지만은 않아서 좋았지만 호불호가 꽤 갈릴 만한 음료였습니다.

 

 

 

2. 여름 날의 매력
 

 

 

파인애플 퓌레-산미 있는 에스프레소-오렌지 그라니따가 층층이 쌓인 두 번째 메뉴는 섞어서 먹기보단 아래부터 떠먹듯 먹는 것이 포인트. 파인애플 과육이 도독도독 씹혀요. 파인애플 퓌레 맛이 꽤 강해서 에스프레소가 조금 추가된 파인애플 슬러시를 먹는 기분이었지만 여름이랑 잘 어울리는 메뉴였습니다. 콘셉트가 휴양지 해변이라고 하는데 디자인도, 맛도 딱 휴양지 해변이에요. 
 

 

 

3. 행복한 기억

 

수박 셔벗과 커피 셔벗+복숭아 크림, 두 가지 셔벗을 즐길 수 있는 세 번째 메뉴. 수박 셔벗을 먹은 뒤에 커피 셔벗을 복숭아 크림과 섞어 먹으라고 순서를 알려주셔서 수박 셔벗 먼저 한 입 했습니다. 
 

 

 

 

수박 향과 맛이 은은하게 나고 단맛이 강하지 않은 셔벗이었어요. 오히려 복숭아 크림이 엄청 달아서 수박 셔벗이 워밍업 역할을 해줍니다. 커피 셔벗은 단맛이 제거된 더위사냥 식감이었고(슬러시보다는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 식감에 가까워요. 슬러시처럼 부드럽진 않습니다.), 단맛이 없어 복숭아 크림을 추가했을 때도 부담이 없습니다. 저는 크림을 적당히 조절해 가며 먹었지만 크림 맛이 워낙 강했던 탓에 커피 맛이 크림에 가려지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4. 우리만의 추억

 

 

망고와 코코넛,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나?를 깨닫게 되는 메뉴에요. 특히 에스프레소와 코코넛이 조화로워서 깜짝 놀랐는데, 코코넛의 은근한 단맛과 고소함은 유지하면서 에스프레소가 느끼함을 상쇄시켜요. 다만 코코넛 특유의 느끼함과 맛, 물에 빠진 과일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이번 음료는 불호일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가 코코넛의 맛을 완전히 잡아주진 않아요.

 

컵 표면에 설탕이 리밍 되어 있어 잔을 돌려가며 마시면 되는데 설탕은 달지 않고 오히려 씹히는 식감을 더해 재미있었어요. 코코넛과 에스프레소에 빠진 망고는 상큼함을 유지한 채 제맛을 냅니다. 전체적으로 신선하면서도 맛있는 메뉴였어요. 제 원픽이었습니다. 

 

 

 

5. 계절의 끝

 

 

마지막 메뉴는 테이크아웃으로 제공되며 논커피입니다. 레몬 허브티에 키위 시럽을 넣은 냉차가 서빙돼요. 레몬 허브티는 키위 시럽이 들어갔음에도 달지 않아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키위 시럽은 맛보다는 색을 내는 데에 더 주력한 듯 으레 생각하는 과일 키위의 맛은 거의 전무합니다.
 

다섯 가지 음료를 끝으로 구테로이테 2024 여름 시즌 오마카세가 끝났습니다. 코스 중간에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선보인 메뉴는 원래 봄을 생각하고 그 계절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메뉴로 구성했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달콤한 메뉴가 탄생됐는데, 그 달콤함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온 지금과도 잘 어울리고 음료에서 계절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달콤해서 다음 시즌 때는 달콤함을 조금 더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커피나 에스프레소에 주력하기보단 커피와 다른 재료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집중한 느낌입니다. 에스프레소 베이스에 여름과 어울리는 다양한 과일, 꽃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조합을 발견할 수 있지만 작은 변주만을 줘 진한 커피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니에요. 

 

 

구테로이테

 

 

모든 코스가 끝나고 어떤 코스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바리스타의 질문에 주저 없이 네 번째 음료를 대답했습니다. 요즘 날이 덥다 보니 대부분의 손님들이 두, 세 번째 메뉴를 고르는 경우가 많아서 제 대답이 새로웠다 하셨는데 다시 돌아가도 저는 코코넛과 에스프레소 조화를 발견했던 네 번째 음료를 선택할 거예요.

 

1시간가량 진행된 커마카세가 끝나고 집에 가려니 어느새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를 뚫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1시간이었어요. 다가오는 계절에도 커마카세가 새 테마로 진행된다면 또 한 번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성수동을 떠났습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셨더니 바짓단이 젖는 것조차 개의치 않았던 비 오는 오전의 커마카세 끝.

 

 

 

· 위치: 서울 성동구 연무장13길 9 1층

· 영업 시간: 월~목 08:00~22:00, 금~토 08:00~23:00, 일 10:00~21:00

· 여름 시즌 오마카세: 네이버에서 사전 예약 (일자 별로 운영 시간 상이)

성수점 링크

본점 링크

-1인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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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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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커마카세 #커피오마카세 #구테로이테 #성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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