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크게 인식하고 있진 않지만 5월에도 명절이 있습니다. 음력 5월 5일, 바로 단오입니다. 단오는 더운 여름을 맞이하기 전 초여름에 지내는 명절이에요.
이 단옷날에 열리는 단오제는 농경 시절 모내기를 마치고 난 뒤 풍년을 기원하면서 공동체적 의식을 다지기 위해 시작된 축제의 장입니다. 이번에는 영동 지방 최대의 축제이자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릉단오제에 다녀왔습니다.



남대천 위 다리에도 단오제를 알리는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다.
강릉단오제 공식 기간은 일주일 남짓이지만 실제로는 한 달여 가까이 이어진다고 해요. 유래를 다 설명하자면 내용이 길고 방대하지만 요약해 보자면 성황신을 모시기 전 새로운 술을 빚어 만드는 ‘신주 빚기' 의식이 음력 4월 5일에 이뤄지는데 이 의식이 강릉단오제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단옷날 한 달 전에 시작인 거죠. 이후로 다양한 신을 모시는 제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음력 5월 3일이 되면 신을 모셔오는 의식인 영신제가 열리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축제의 막이 오릅니다.

강릉단오제에 가면 도시생활인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수많은 굿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군웅장수굿, 심청굿, 성주굿, 지신굿, 축원굿, 칠성굿, 하회동참굿, 세존굿 등 각 굿 별로 무속 신화 혹은 전설과 연결된 내용이 많습니다. 굿당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관람하고 싶은 굿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미리 간략하게 알아보고 가면 보다 깊이 있는 관람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즈음에는 심청굿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장장 3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굿이었는데요. 한국인이라면 다 알 법한 유명한 심청이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듣기에 어렵지 않아 좋았습니다.



심청굿이 계속되는 동안 제단의 왼편에는 심청이가 타고 나갔을 법한 모양을 가진 배도 띄워져 있었습니다.

단오제 굿당의 외경
제(祭)라고 생각하면 얼핏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일 것만 같지만 강릉단오제는 엄연한 축제입니다. 남대천 양쪽으로 쭉 늘어선 수많은 축제 부스들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주고 있었습니다. 토속음식점에서는 향토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고 중간중간 연인, 가족끼리 즐거운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온 공연단의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요. 각 나라의 특색을 잘 표현하는 음악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몽골 공연단의 경우 몽골 전통악기의 독특한 음색이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공연장 근처를 지나던 많은 사람이 발걸음을 옮겨 공연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현장에는 그네 타기 체험존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체험료는 무료이고 누구나 작은 용기만 가지면 그네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그네 타는 모습을 평가하는데요.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상금도 있다며 담당자가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며 볼 때는 높이가 좀 높다 정도였으나 가까이 가서 보면 큰 규모에 사뭇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그네 타기에 도전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흥의 민족에게 빠질 수 없는 농악! 앞서 단오제에 대한 설명에서 모내기를 마친 후 즐기는 축제의 성격도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그런 만큼이나 농악도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 요소입니다. 제가 단오제를 찾은 단오 당일에는 아리마당에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릉농악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다양한 팀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며 농악놀이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신나는 농악놀이마당에 함께 앉아 있으니 저도 모르게 셔터를 많이 누르게 되어서 가장 많은 컷 수를 촬영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공연 자체를 즐기기에도 좋고 분위기를 사진으로 담기에도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농악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상모입니다. 신나게 돌아가는 상모가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는 듯합니다.

농악경연대회가 이뤄지는 아리마당 옆에서는 전통놀이인 투호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각 동별 대표 선수들이 나와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전이 이뤄졌는데요. 참가한 선수들이 모두 프로페셔널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명중률이 아주 높았습니다. 화살 하나하나가 들어갈 때마다 각 팀별 응원단의 함성이 뱃고동 소리만큼이나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앞으로 강릉단오제에 갈 계획이라면 일단 축제 홈페이지를 통해 요일별, 시간별 공연정보나 굿당에서 이뤄지는 행사 등을 미리 파악하고 관심 있는 행사를 중심으로 시간을 계획하길 추천합니다. 긴 굿의 경우 2~3시간씩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니 시간 계획할 때 꼭 참고하세요.
이동 시 대부분 자차로 이동할 텐데요. 축제 홈페이지에 여러 곳의 주차장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홈페이지 정보가 아니더라도 내비게이션에 행사장을 입력한 후 근방에 도착하면 큼지막하게 써 있는 여러 곳의 주차장 안내를 확인할 수 있고 천변 둔치에 대형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서강릉 주차장에 주차하고 행사장까지 걸어서 약 15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행사장 내부에는 휴게 시설이 다소 부족합니다. 마실 물이나 간단하게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간식 정도는 가지고 다니면 좋습니다.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가는 경우라면 대부분의 행사장이 천장으로 햇빛을 가리고 있는 구조이므로 야외 장소와 노출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집니다. 이 부분을 잘 고려하면 멋진 순간들을 많이 담을 수 있습니다.
· 2024 강릉단오제
-홈페이지 : https://www.danojefestival.or.kr/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angneungdanoje/
*2024 강릉단오제는 6월 13일에 종료되었습니다.
글·사진|김용훈(영상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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