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느 영화관에서든 영화를 보다가 자도 나무라지 않습니다. 주변 관객을 방해하지 않는다면요. 바닥에 떨어진 팝콘을 주워 먹지 않는 것도 당연하고요.(3초 안에 줍는다면 유효합니다.) 하지만 '무비랜드(MOVIE LAND)'는 영화관에서 자도 되고, 팝콘을 주워 먹지 말라고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물론 지켜야 할 에티켓도 안내합니다. 다소 황당하고 재미있는 에티켓 영상이 지나가고 곧이어 예매한 영화 <개들의 섬(Isle of Dogs)>이 시작됩니다.



기념품 공간

본인 소장품 인쇄도 가능한 프린트 서비스




무비랜드 1층
무비랜드는 어쩐지 영화관보다는 극장이라고 칭해야 할 것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나무 원목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아담한 공간에 따뜻한 무드를 더하고 직접 손을 거쳐 완성된 사이니지나 조형물이 이 작은 극장과 잘 어울렸습니다. 1층엔 매표소, 기념품 숍, 스낵바가 있으며 2층은 대기 공간, 3층은 상영관입니다.
모베러웍스에서 만든 무비랜드는 이야기와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꿈과 열망으로 탄생된 곳입니다.* 그래서 방문 전에 이곳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궁금했어요. 일반 영화관, 독립/예술 영화관과는 다른 상영작 외에 무엇으로 이야기를 건넬까? 공간을 구경하다 보니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무비랜드 오픈 과정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MoTVshow)

Snack Killer
Snack Killer, Heavy Spoiler, Trash Collecter, 그리고 Dusty Gems.
모베러웍스 페르소나가 캐릭터 '모조'라면 무비랜드 페르소나는 스낵 킬러, 헤비 스포일러, 트래시 컬렉터입니다. 통상적으로 금기시되는, 혹은 지양하는 행동이 키워드에 숨어 있어요. 오픈과 동시에 방문한 덕에 직원에게 페르소나에 대한 내용을 일부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영화가 아닌 팝콘이 먹고 싶을 때도 극장을 찾는(스낵 킬러), 스포일러에 상관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헤비 스포일러), 누군가에겐 쓸모없을지라도 자신에게만은 의미가 있는 것을 소장하는(트래시 컬렉터) 이들이 무비랜드 페르소나입니다. 결국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는 뜻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곧 상영 전 안내사항 영상과 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취향에 맞지 않아, 전날 늦게 자서, 나른해서 등등 어떠한 연유든 자는 이들도 무비랜드가 환영하는 관객인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연결고리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모이기에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요.
3월 무비랜드 상영작은 < 대부 1 >, < 대부 2 >, < Back to the Future 1 >, < Back to the Future 2 >, <대취협>, <개들의 섬>입니다. 극장주 모춘이 큐레이션 한 작품들로, 구작이에요. '지금'이 아닌 '취향'을 상영합니다. 매분, 매초 새롭게 탄생되는 작품 더미를 파헤치고 파헤쳐 가장 아래에서 건져낸 이 구작들은 세월만큼 먼지가 쌓였을지언정 그 가치는 변하지 않은 명작입니다. <개들의 섬>을 보고 나니 Dusty Gems가 가진 의미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페르소나로 사람들을 모으고, Dusty Gems로 취향을 공유하는 이곳은 하나의 장(場)입니다.






무비랜드 2층

영화 <개들의 섬> 티켓과 A열 예매로 받은 무료 팝콘과 음료
2층 대기 공간 역시 원목을 사용한 인테리어 덕에 아늑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상영 시작 1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입장 전까지 기다리면 돼요. 상영되는 영화 예고편이 한쪽 벽면에서 재생되고, 영화와 관련된 도서나 잡지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잉여 시간을 보내기에 딱입니다. 입장이 시작되면 안내 방송이 나오니 그때부터 입장하면 됩니다.
현재 A열 예매 관객에겐 팝콘과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스낵바에서 표를 보여주면 확인 후 팝콘과 음료를 받을 수 있어요. 티켓은 <개들의 섬>이라서인지 뒷면엔 주인공 개 렉스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핀 배지는 귀여워서 별도로 구매했어요.


3층 상영관

A열과 스크린 거리
좌석 수는 총 30석. A열은 일반 영화관처럼 고개를 꺾어야 시야가 확보되는 거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관람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불편한 자리인 건 맞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상영 전 에티켓 영상이 영어라는 점입니다. 자막이 있긴 하지만, 이곳만의 감성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꼭 영어여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3월 24일(일)까지 < 대부 >, < Back to the Future >, < 대취협 >, < 개들의 섬 >이 번갈아 가며 상영됩니다. 이후에는 빠더너스 문상훈이 큐레이션 한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며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목~일요일에만 개관하고 있으니 먼지 속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영화가 궁금하다면 한 주의 말, 작은 극장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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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 시간: 목~일 14:00~22:00
-상영 1시간 전부터 입장 가능
-상영 시간표는 홈페이지 또는 인스타그램 참고
· 관람 요금: 20,000원 (스낵 별도)
·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5-5
*예매 고객 우선 입장, 잔여석 한해 현장 예매 가능
*반려동물 3층 상영관 입장 불가
*외부 음식 반입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