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벚꽃 없는 봄축제라는 말이 많습니다. 시작할 때 부지런히 가고 싶었는데, 팡팡 터지는 벚꽃 팝콘을 보고싶어 일정을 야금야금 뒤로 미뤘어요. 처음 가보는 진해 군항제에 꽃이 없으면 어쩌나, 아쉬우면 어쩌나 그런 걱정을 한아름 안고 느즈막히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의 속도를 따라 군항제의 마지막 날 창원에 도착했습니다.

군항제 벚꽃 미리보기! 군항제 일정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군항제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 창원중앙역 : 뿌- 뿌-! 봄의 시작에 도착했습니다




KTX를 타고 창원중앙역에 내렸습니다. 걱정을 씻어주려는 듯 역사 밖으로 나오니 분홍 빛을 뿜어내는 벚나무들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어요. 꽃이 아직 덜 폈다는 소문이 돌아도 군항제를 찾은 사람들로 역 앞이 이른 시간부터 복작복작했습니다. 부지런히 차를 타고 경화역을 향했어요.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군항제 지도. 낙서를 조금 해봤습니다.
창원특례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군항제 소개와 정보가 자세하고 실용적으로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근처 밥집과 주차장, 핵심 명소 등 지도 어플리케이션 특성에 따라 센스있게 준비되어있었습니다. 비록 저는 아날로그하게 지도 이미지를 챙겼지만요! 저도 하루동안 부지런히 가고 싶은 곳, 보고싶은 곳을 끄적끄적 체크해봤습니다.
저의 픽은, 경화역, 여좌천, 그리고 진해중앙시장과 중원 로터리입니다. 안 가본 사람도 다 아는 기차와 다리는 찍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처럼 이번 군항제에 처음 참여한다는 중앙시장도 들르기로 했습니다. 저와 함께 랜선 군항제를 즐겨보시겠어요?
|경화역 : 벚꽃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 줘




경화역에 가는 내내 펼쳐지는 벚꽃 도로에도 심장이 뛰었는데 기찻길을 따라 끝없이 늘어선 벚나무를 보니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이래서. 이래서 군항제를 오는구나. 이래서 벚꽃 하면 군항제를 떠올리는 구나. 군항제를 다녀온 친구가 '탑티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네,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마산과 진해를 연결하는 간이역이었던 경화역은 이제 일상과 벚꽃 세상을 연결하는 기차역이 되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가르며 달려와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는 이 기차역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법, 저는 모르겠어요. 긴 벚나무길을 배경으로 기차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줄이 아주 길었습니다. 벚꽃이 뭐라고 이 많은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저도 내내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있더라고요. 꽃놀이란 그런 것인가 봐요.







벚꽃으로 가득 찬 경화역은 볼거리 뿐 아니라 놀거리, 먹거리도 가득했습니다. 역시 식후경의 나라답게(?) 꽃놀이도 먹거리 없이는 영 아쉽죠. 벚꽃 길을 걷다 배고플 때 쯤 딱 등장하는 여러 간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 오늘을 남길 캐리커쳐나 하루를 특별하게 기억할 버스킹 존도 있었고요, 벚꽃으로 만든 술과 빵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해마다 수백만이 방문하는 축제는 준비성이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경화역 철길은 길 전체에 걸쳐 세 나무에 하나 꼴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메인 벚나무 길 뒤로도 지역민들과 관광객이 모두 즐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휴식 공간이 있었어요. 뜨거워지는 햇살 아래서 여유롭게 진해의 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경화역에는 미니 역사와 기차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경화역의 이야기를 연표와 포토존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군항제는 끝났지만 계속해서 소원 정거장이 운영되고 4월 중순까지는 SNS를 통해 경품도 증정한다고 해요.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쉬운 분이 많을텐데 벚꽃 기간 내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통해 군항제 굿즈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일 듯 합니다.



경화역 길을 오래 걸으면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경계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벚나무가 너무 촘촘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워서 나무 간 경계도 없고 포토존마다 너무 당연하게 "찍어드릴게요!"하고 서로 사진을 확인하는 상춘객들 간에도 경계가 없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알아보는 건 사진 찍는 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모든 곳이 포토 스팟인 경화역에서 사진에 대한 진심들이 드러났습니다. 여럿이 온 일행들을 보면 스윽 지나가다가도 카메라를,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친구처럼 연인처럼 서로를 찍어 줍니다. 그저 벚꽃 하나로 순간의 진심을 담게 되는 것이 봄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좌천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벚꽃 물결


바람이 살랑. 다같이 한 마음으로 "와-"를 외치며 셔터를 눌렀어요. 휘날리는 벚꽃잎을 찍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부지런히 경화역을 떠나 로-망스 다리가 있는 여좌천으로 넘어왔습니다. 여좌천은 다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벚꽃 그늘이 유명한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죠. 경화역에서 여좌천으로 오는 모든 길목마다 벚꽃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 있어서 여좌천 꽃길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습니다. 그냥 골목도 이렇게 예쁜데 유명한 스팟은 얼마나 더 예쁠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여좌천로에 도착하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예쁜 것도 예쁜 것이지만 이렇게 풍성한 벚나무가 끝도 없이 줄지어 있다는 점이 더 놀라웠습니다. 대체 이 벚꽃 길의 끝이란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법 같던 하얀 길이 잘 담겼나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뒤로도 펼쳐진 벚꽃 아치. 벚꽃 그늘 사이로 드는 볕이 참 아름다웠어요.


여좌천로는 군항제 기간 동안 차없는 거리로 제한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해 여기저기가 차를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왼쪽 길이 몰리면 오른쪽 길로, 또 직진 차선으로 쉴 새 없이 최대한 지체없는 관람을 위해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어요. 강원도는 제설에 도가 텄다는 것처럼 진해는 군항제 인파에 도가 튼 느낌이었습니다.
차 대신 사람과 다양한 체험 부스가 여좌천 양 길을 모두 채웠습니다. 다리 옆도 체험부스 옆도 사람이 가득가득 했어요. 경화역은 사람이 많아도 넓은 공간 덕분에 몰려있는 느낌이 덜 했는데 여좌천로는 확실히 수많은 상춘객이 몰리는 곳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좌천은 좀 더 본격적으로 식후경을 추천(?)합니다. 경화역은 공원에 푸드트럭이 '등장'했다면 여좌천은 원래 천을 가운데 두고 양 옆이 카페며 식당이며 구경거리와 먹거리가 다양합니다. 여좌천로 벚꽃 그늘 아래서 하는 식후경은 조금 혹하더라고요. 당일치기가 아니었다면 근처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아요. 물론 자리가 있다면요.
기나긴 여좌천로의 감동을 뒤로 하고 진해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중앙시장에서의 이벤트는 3월 31일에 끝나서 축제 마지막날인 4월 1일에 방문한 저는 제대로 스탬프 투어나 천원데이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군항제가 처음이라고 하니 스윽 구경이라도 해보자 싶어 들렀어요. 시장은 한적했지만 시장을 향하는 모든 길마다 벚꽃이 흩날렸습니다. 유명 스팟 뿐 아니라 진해의 모든 곳이 벚꽃 천지였어요!

'봄벚꽃마을'이라는 상호가 진해 전체를 설명하네요





중앙시장을 향하다가 벚나무에 홀려 지도와 다른 길로 가고 있었는데, 건너편에서 벚꽃장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한복 대여부터 벚꽃 내음을 잔뜩 담은 도예나 공예품 등 다양한 물품이 판매 중이었어요. 유명 포토스팟에서 넘어오니 길이 한적했는데 탐스러운 벚꽃은 어디든 참 예뻤습니다.
벚꽃장을 한 바퀴 돌고 중앙시장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보니 벚꽃장도 사람이 조금 더 늘었더라고요. 군항제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진해의 여러 상권이 축제에 함께할 수 있도록 고민한 지점들이 보여 축제가 한층 풍성하고 즐거웠습니다.



붱순이가 조금 달라보이지만 모른 척 해주기로 해요

참, 진해의 공식 마스코트가 있더라고요. 바로 붱순입니다. 붱순이는 현재 돌이 갓 지난 응애(!) 부엉이 인데요. 진해 부엉산에서 왔다고 합니다. 진해 벚꽃길 옆 중원로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잔뜩 받으며 태어나 중원로의 가게들을 모두 섭렵했다고..! 귀여운 붱순이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SNS 링크를 드립니다.





저는 조금 돌아서 갔지만 지도상으로는 여좌천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중앙시장이 나옵니다. 사실 진해 벚꽃을 즐기러 방문한 분들은 저처럼 여기저기 벚꽃이 길을 터주는 대로 구경하며 가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시장은 행사가 끝나서인지 한적한 시간대를 찾아 갔는지 시장은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꽤나 걸었더니 허기가 느껴졌는데 시장 내에 국밥이나 분식 냄새가 기가 막히더라고요.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 후에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싶다면 진해중앙시장도 괜찮은 선택지일 것 같습니다.


진해 군항제 스탬프 투어 캡쳐 이미지
진해중앙시장에서 진행한 이벤트는 모바일 스탬프 투어였습니다. 간단하게 접근이 가능하고 벚꽃길을 거닐며 진해의 역사를 공유할 수 있어 참여했다면 관광에서 즐거운 포인트가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군항제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면 다들 꼭 참가하시고 선물을 받아가시길..!


처음으로 다녀온 진해는 군항제라는 축제 외에도 도시 전체가 벚꽃 그 자체였습니다. 진해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벚나무가 없던 적이 없었어요. 진해의 봄은 늘 부드러운 핑크빛이 맴돌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년에도 또 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4월의 시작부터 예쁜 걸 잔뜩 봤더니 이번 봄도 좀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진해의 탐스러운 벚꽃을 조금 더 남겨 놓을게요. 봄의 시작을 알린 군항제는 마쳤지만 우리의 봄은 이제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