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일본의 오랜 수도였던 교토(京都). 과거의 모습을 고스란히 잘 보존하고 있으며 일본 문화의 정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에 사계절 내내 비수기 없이 언제나 전 세계 여행자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저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현대적인 느낌의 오사카보다 고즈넉한 옛 정취를 가득 느낄 수 있는 교토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간사이 공항에 내리면 오사카를 그대로 지나쳐 교토역으로 직행해 여행을 시작하곤 합니다.
보통 여행 시엔 24-70mm와 같은 표준 줌렌즈로 대부분 사진을 찍지만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시그마 50mm F1.4 DG DN|Art 단렌즈로도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현대적인 건물과 전통적인 목조 가옥, 그리고 수많은 사찰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교토 풍경을 50mm 단렌즈로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아라시야마, 기요미즈데라
코로나 해외 규제가 풀린 이후 교토를 찾는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요즘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빈번하게 들리고 있는데요. 이번 교토 여행에서는 가급적 랜드마크보다는 한가한 곳 위주로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유명 관광지를 아예 가보지 않을 수는 없기에 2~3곳만 선택해서 다녀왔습니다.
아라시야마는 교토 서부에 위치한 곳으로 ‘달을 건너는 다리’의 뜻을 가진 도게츠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찰인 덴류지, 그리고 ‘치쿠린’이라 불리는 대나무숲이 매우 유명해 늘 수많은 관광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아라시야마의 인력거 : 아라시야마에서는 일본 전통 교통수단인 인력거에서
인력거꾼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아라시야마의 아름다운 풍경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라시야마 치쿠린 : 아라시야마에 있는 대나무숲. 길게 뻗은 대나무숲 사이 숲길을 걷다 보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늘 많은 인파로 가득한 곳이지만 인력거를 이용하면 인력거 전용길로 편하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치쿠린 사이에 철로가 하나 있는데 실제로 몇 분에 한 대씩 기차가 지나갑니다. 대나무숲 사이로 달리는 기차를 찍기 위한 포토 스폿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기요미즈데라는 청수사(淸水寺)라고도 불리며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이자 관광지입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빨간색의 기요미즈데라 삼층탑(산쥬노토), 그리고 13미터 높이에 위치한 본당 무대에서 바라보는 교토 경치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특히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이곳 본당 주변이 온통 붉은빛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요미즈데라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니넨자카, 산넨자카 두 언덕길엔 전통 일본 가옥들과 기념품 가게, 음식점들이 많아 1년 365일 내내 인파로 가득합니다.


야사카의 탑 : 기요미즈데라를 향해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야사카의 탑. 오래된 목조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은 탑의 모습은
교토의 상징적인 풍경 중 하나로 전통 의상을 입고 이 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니넨자카 : 산넨자카와 더불어 기요미즈데라와 야사카 신사를 연결하는 언덕길. 주변 가옥들이 모두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지닌 건물들인데다가
전통 의상을 입고 오는 여행자들도 많아서 마치 과거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언덕길 양쪽에 온갖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어 교토 거리 중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노을 질 무렵, 전통 의상을 입은 현지인과 기요미즈데라에서 내려다보는 교토 시내의 전경

기요미즈데라의 가을 : 2022년 11월, 24-70mm로 촬영했던 사진
오하라, 철학의 길
앞서 소개한 아라시야마와 기요미즈데라가 늘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유명 관광지라면 오하라와 철학의 길은 한적하고 조용한 교토를 느끼기 좋은 곳입니다. 오하라는 산젠인(三千院)과 호센인(宝泉院)으로 유명한 교토 북부의 전원 지역으로, 두 곳 모두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명상을 즐기거나 일본 전통 사찰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습니다.


호센인 : 푸른 녹음이 가득한 정원을 마치 액자처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산젠인 : 이끼로 덮인 정원이 아름다운 사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속 기원이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철학의 길(哲学の道)은 은각사에서 난젠지까지 이어진 길로, 길을 따라 흐르는 운하의 물소리와 곳곳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릴 정도로 매우 고요하고 한적한 산책로입니다. 교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요. 교토 여행 중 곳곳에 가득한 인파로 인해 지칠 때마다 한 번씩 찾아가 평화롭고 조용한 길을 걸으며 생각과 마음을 비우곤 합니다.
이 아름다운 길은 봄에는 벚꽃으로,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가득 차기에 사시사철 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철학의 길 : 물에 비친 나뭇잎,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 그리고 맑게 들려오는 새소리.
이 길을 걷고 있으면 머리와 마음에서의 잡생각이 절로 떠나갈 정도로 참으로 맑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니시키 시장
‘교토의 부엌’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음식들이 가득한 니시키 시장은 교토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가와라마치 부근에 있는 유명한 전통 시장입니다. 해산물, 채소, 스시, 꼬치구이, 빵 등 수많은 식사 및 간식거리들도 있어서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니시키 시장에서 산 음식들은 포장해 갈 수도 있으며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곳도 있어 현장 분위기를 느끼며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위처럼 다양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먹기 쉽게 판매하고 있어 시장 옆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현장에서 사케 등의 술을 잔 단위로 팔고 있어 현장에 비치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간단한 식사와 술을 즐기는 재미도 좋습니다.

교토의 밤
한낮 풍경만큼 매력적인 것이 교토의 밤 풍경입니다. 교토의 유명한 전통 거리인 하나미코지도리, 작은 운하 옆으로 여러 식당과 술집이 이어져 있는 폰토초, 그리고 강물 위로 주변 건물의 불빛이 반사되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모 강변은 오히려 낮보다 밤에 더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하나미코지도리 : 전통 의상을 입은 게이샤를 마주칠 수도 있는 전통 거리. 하지만 최근 사유지를 무단 침범하거나 게이샤에게 무리한 촬영 요구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촬영 금지 구역이 생겼으니 하나미코지도리 방문 시 이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폰토초 : 이곳 건물들 역시 에도 시대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으며 운하 양쪽으로 술집들이 많아 낮보다 밤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가모 강변 : 교토 중심을 가로지르는 가모강. 강가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교토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다룬 곳들은 교토의 수많은 관광지 및 볼거리 중 일부로 교토는 일본 고유의 전통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잘 묻어 있는 도시인 만큼 며칠 내로 모두 둘러볼 수 없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아 다음을 또 기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여행은 시그마 50mm 단렌즈와 함께 했습니다. 보통 해외여행 때 단렌즈도 챙겨가야 할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 이번 여행에서 시그마 A 50mm F1.4 DG DN 단렌즈를 챙겨간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래전 출시되었던 50mm F1.4 렌즈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져 여행 내내 들고 다니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얕은 심도의 표현을 하고 싶을 때마다 매우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여행 중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이 2~3일 정도 있었는데 그런 날은 물론 특히 야간에 셔터 속도 및 노이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촬영할 수 있어 흡족한 결과물을 얻게 돼 좋았습니다. 단렌즈를 챙겨야 할지 고민이었던 분들에게 유용했길 바라며 다음에는 교토 근교 관광지에 대해 소개하기로 하고 이만 마칩니다.

사용제품 ㅣ SONY a7R5 + SIGMA 50mm F1.4 DG DN l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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