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오래 찍어온 사람이라면 본인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한 가지 장르 정도는 있습니다. 풍경 사진, 스트리트 사진, 인물사진 등 다양한 장르 중 제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촬영을 해온 분야는 바로 ‘인물사진’입니다.
인물사진의 경우, 특히 취미 사진가들이 찍은 일반적인 야외 스냅사진은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유독 주광에서 촬영한 사진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인물사진을 찍어온 사진가들은 점차 새로운 사진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좋아했던 콘셉트와 색감이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매년 비슷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그런 사진가들에게 저는 야간 인물사진을 추천합니다.

야간 촬영을 하려면 많은 부분에서 주간 촬영과 다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F1.2-F1.8 사이의 밝은 조리개를 가진 렌즈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기존에 낮 촬영을 중심으로 해 왔다면 밝은 조리개 값의 렌즈를 아웃포커싱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하다 보면 F1.2~F1.8과 같은 조리개 값은 야간 촬영에서 사진을 밝게 찍기 위한 아주 중요한 기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야간 촬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야간 촬영 환경이 많이 어둡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초심자에게 야간 촬영은 때론 밝은 조명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최대한 밝은 조리개를 가지고 촬영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셔터 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상황이라면 셔터 스피드를 아주 느리게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장노출 촬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이 덜 흔들리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있는 렌즈나 보디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밝은 조리개의 단렌즈라 하더라도 M 모드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간 촬영은 빛이 충분하지 않아 셔터 스피드를 사용하는 폭이 넓지 않습니다. 빛이 충분하지 않다는 건 빠른 셔터 스피드 활용이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사진이 흔들리지 않을 법한 구간 내에서 스스로 결정한 ISO 범위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노출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물론 이때 피사체가 되는 모델에게는 셔터 찬스를 주기 위해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 추가 요령이라면 요령이 될 수 있겠죠?

야간 촬영의 두 번째 포인트는 보케입니다. 렌즈마다 저마다의 개성 있는 보케 표현이 있습니다. 이러한 보케는 야간 촬영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되곤 합니다. 만약 모델 뒤쪽에 광원이 있다면 자료 사진처럼 아주 아름다운 형태로 촬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보케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했을 때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풍경 사진에서는 셔터 스피드를 길게 하고 셔터를 조여서 광원의 빛 갈라짐을 의도하는 반면, 인물 사진에서는 최대 개방에서의 보케 모양을 신경 쓰게 되는 점이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제가 최대한 좋은 보케를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델을 해당 위치에 오도록 배치한 것입니다.


간혹 어떤 렌즈는 사진가가 야간에 보케를 촬영할 것이란 전제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사용된 ‘펫츠발’ 렌즈가 그중 하나입니다. 보케의 모양을 바꾸거나 보케의 움직임을 더 극적으로 강조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기능이 있고 AF가 되지 않는 수동 초점 렌즈이나 모델 뒤쪽에 광원을 배치하여 다양한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펫츠발 렌즈 외에도 아나몰픽 같은 특수 렌즈를 이용해 마치 영화 같은 연출이 가능한 제품들도 있습니다.

세 번째 포인트는 촬영 장소입니다. 낮에 촬영하기 좋은 장소와 야간에 촬영하기 좋은 장소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낮 촬영과 다르게 야간 촬영은 광원을 중심으로 촬영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촬영 장소의 광원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확인해 볼 것은 가로등처럼 촬영 장소에 고정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인공 광원이 인물을 충분히 밝게 비춰줄 수 있는 환경인지를 체크해야 하는 것입니다. 너무 어두운 장소는 기본적인 밝기 확보조차 어렵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확인해 볼 광원은 바로 모델 배경에 위치한 광원입니다. 배경의 광원은 사진 밝기가 아니라 바로 사진 분위기에 영향을 줍니다. 인공광이 많은 일반적인 골목에서의 촬영도 낮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간 촬영의 네 번째 포인트는 후보정입니다. 야간 사진 색감 보정은 주광 사진과는 지향점이 다른데요. 기존에 주광 사진에 사용하던 색감 보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보정 결과가 의도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야간 사진의 경우 화이트밸런스와 명부의 컬러가 많이 다를 수 있어 새로운 방향으로 보정을 해야 사진가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야간 사진을 보정할 때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은 바로 노이즈를 줄이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라이트룸에서 노이즈 리덕션 수치를 높이면 사진의 디테일이 뭉개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최신 라이트룸에서 제공하는 AI 노이즈 저감 기능을 활용하면 디테일을 뭉개지 않고 노이즈를 감소시킨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야간 촬영의 마지막 포인트는 조명 활용입니다. 당연하게도 조명은 어두운 환경에서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적정 노출을 맞춰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인물 촬영 시 조명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조명의 광량과 셔터 스피드를 활용하여 연출한 사진으로 평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조명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셔터 스피드와 광량을 조절하고 카메라를 흔드는 등의 촬영 방법을 통해 야간 촬영만의 매력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야간 촬영을 위해 작은 스피드라이트(플래시)를 하나 꼭 챙겨 보세요. 평소와 다른 특별한 연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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