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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콜트레인
LIFETravel & Place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재즈 바
을지로 콜트레인(Coltrane)
2024.07.11

거리가 주는 오래된 분위기와 달리 을지로엔 많은 가게가 사라지고 다시 세워지길 반복합니다. 교차하는 아쉬움과 기대 속 새로 들어올 곳은 밥집일지, 카페일지, 혹은 다른 업종 가게일지 궁금해하다 보면 어느 날 가게가 오픈되어 있어요. 그리고 얼마 전, 새 간판 하나가 걸렸습니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Jazz, Vinyl, Coltrane. 단 세 단어로 간결하고 확실하게 어떤 곳인지를 보여줍니다. 을지로에 재즈 바가 생긴 거예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 건물 3층에 다다르면 원목 인테리어로 따뜻하고 차분함을 더한 재즈 바 콜트레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원목이 인테리어 주 포인트이지만 올드하기보단 모던 바 느낌이 강하고, 해 질 녘 창문으로 들어온 하루의 마지막 빛이 나무 바닥과 테이블 곳곳에 흩뿌려져 재즈 음악을 듣기도 전에 분위기에 이미 마음을 사로잡히는 곳이었습니다.

 

 

콜트레인

 

JBL 파라곤

 

 

콜트레인은 압구정에 위치한 LP 바 피터폴앤드메리 사장님이 을지로에 새로 연 재즈 바입니다. 피터, 폴 앤 마리는 미국에서 결성된 포크 음악 그룹이에요. 존 콜트레인은 미국 재즈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이고요.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션들의 이름으로 바(Bar)의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음악이 주(主)가 되는 곳인 만큼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스피커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처음 보는 스피커에서 재즈 뮤지션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단번에 좋은 스피커임을 알 수 있었던 건 소리가 깨끗하고 선명했기 때문이었어요. 무엇보다 굵직하고 묵직한 사운드, 때론 리드미컬하고 때론 펑키한 음악이 여름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여담이지만 다음날 오디움에 방문했고 콜트레인에 있는 스피커가 JBL 파라곤이란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스피커 모양 덕에 오디움에서도 단번에 파라곤을 알아봤다죠.)

 

 

콜트레인

 

 

내부는 넓고 쾌적합니다. 일반 테이블과 바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거리가 있어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을 감상할 때 주변 소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었어요. 곳곳에는 뮤지션들의 초상이 걸려있고 한쪽 벽면에는 수 백 장의 바이닐이 꽂혀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사진 속 뮤지션들이 튀어나와 악기를 연주하고 마이크를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재즈로 가득 찬 곳이에요.

 

방문한 날 제가 첫 손님이었고 오픈 초반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요. 7시가 넘어서자 테이블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지는 해를 따라 내부 조명도 은은하게 바뀝니다. 좋은 스피커가 구석구석까지 소리를 전달하고 그날 분위기에 따라, 찾아온 손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나오는 음악이 어떤 가수의 음악인지는 파라곤 스피커 앞에 세워진 바이닐 커버로 알 수 있어요. 

 

신청곡을 따로 받진 않았지만 다른 팀이 들어오기 전에 요청한 덕에 일행 중 한 명이 듣고 싶어 했던 빌 에반스 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턴테이블로 빌 에반스 곡을 자주 들었다는 일행은 소리가 훨씬 좋고 공간감, 스피커에 따라 소리 퀄리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그날 알게 됐어요. 이래서 재즈 바를 가는 거구나!

 

 

(왼) Norah Jones (오) Ella Fitzgerald

 

(왼) 버번 하이볼 (오) Ella Fitzgerald (뒤) Norah Jones 

 

기본 안주

 

그릴드 소시지

 

치즈 떡볶이

 

 

주류는 칵테일, 하이볼, 와인, 생맥주, 샴페인, 위스키, 코냑, 논 알코올 음료 등 종류가 꽤 다양하고 고급 샴페인이나 보틀 위스키, 코냑을 제외한다면 칵테일, 하이볼, 하우스 와인, 글라스 위스키, 생맥주는 1만 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콜트레인 시그니처 칵테일은 이름도 비범(?) 합니다. Sarah Vaughan(사라 본), Kenny Burrell(케니 버렐), Lee Morgan(리 모건) 등 뮤지션 이름을 따왔어요. 각 칵테일이 어떤 맛을 내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고 유당에 민감한 고객을 위해 유당 장애 주의 문구를 강조한 부분이 세심해 좋았습니다. 첫 술로는 시그니처 칵테일인 Ella Fitzgerald(엘라 피츠제럴드)와 Norah Jones(노라 존스), 그리고 버번 하이볼을 주문했습니다. 엘라 피츠제럴드, 노라 존스 모두 보드카, 진의 맛과 향보다는 피츠제럴드는 요구르트* 맛이, 노라 존스는 오렌지 맛이 강해 주스를 마시는 듯했습니다. 오히려 버번 하이볼이 단맛을 절제하고 위스키에 집중한 술이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상 요구르트라고 썼으나 액상 음료 맛이 아닌 농도 짙은 걸쭉한 형태의 요거트 맛입니다.

 

기본 안주로는 프레첼이 나왔고 추가 안주로 그릴드 소시지와 치즈 떡볶이를 주문했어요. 소시지에 허브 향이 듬뿍 배어 있어 육향을 적당히 잡아줘요. 알맞게 구워져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았고 의외로 칵테일과 잘 어울려서 금세 접시를 비웠습니다. 떡볶이는 사장님 어머니께서 만든 소스를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해요. 감칠맛이 돌고 맵지 않았어요. 떡볶이를 먹을 땐 생맥주를 주문했는데 역시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좋은 음악, 맛있는 술과 음식이 함께 하다 보니 해는 이미 지구 반대편으로 자취를 감췄고 시침과 분침은 직각을 이루기 직전이었습니다. 때마침 나오는 색소폰 소리가 어쩐지 발목을 붙잡는 것만 같습니다.

 

 

콜트레인

 

 

재즈 바를 접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콜트레인에서 재즈 바에 대한 낯섦을 털어낼 수 있었어요. 게다가 생각보다 더 편안한 분위기였고요. 특히 공간이 모던하면서도 따스함을 자아내고 이 따스함이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도 품는 듯했습니다. 이것이 콜트레인이란 공간만의 힘인 것 같고요. 비록 파라곤으로 몇 시간 동안 노래를 듣다 보니 어쩐지 듣는 귀가 높아진 듯해 큰일 난 것 같지만요.

 

여러분은 재즈 좋아하세요?

 

 

콜트레인 Coltrane

· 영업 시간: 월~토 17:00~24:00 (매주 일 정기휴무)

· 위치: 서울시 종구 퇴계로27길 35 3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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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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