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 대회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카메라가 있다. 경기장 한켠을 가득 채운 흰색 렌즈는 기자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경기장에서는 결국 손에 익숙한 그 카메라를 들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스포츠 사진의 대표주자 캐논의 EOS-1 시리즈다.
1989년 출시된 첫 플래그십 모델 EOS-1
파워 드라이브 부스터를 장착한 EOS-1 HS
EOS-1은 1989년 처음 등장했다. 전자식 노출과 전자식 AF를 모두 갖춘 EOS 시리즈가 등장한 지 불과 2년 만에 출시된 고성능 모델이다. 측거점은 파인더 정중앙에 단 한 개 뿐이었지만 당시로써 최고의 기술인 크로스 타입의 위상차 센서를 갖춰 EV-1 환경에서도 작동했다. 즉 개방 조리개 값이 다소 어두운 망원렌즈에서도 촬영이 가능했던 셈. 전용 파워 드라이브 부스터를 장착한 EOS-1 HS는 동체 추적 기능이 향상됐고 초당 5.5매 연속 촬영도 가능했다.
초당 10매 연속 촬영을 달성한 EOS-1N RS
1995년에는 EOS-1N RS를 출시했는데 처음으로 EOS-1 시리즈에서 초당 10매 연속 촬영을 달성했다. AF 측거점은 5개로 증가했고 최단 촬영 시간도 1/8000초로 매우 빨랐다. 시야율 100%의 밝은 파인더와 정교한 노출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데 매우 유리했다.
필름 카메라 마지막 플래그십 모델 EOS-1V
EOS-1V는 필름 EOS-1 시리즈의 마지막 모델. 시드니 올림픽 6개월 전인 2000년 3월 출시했는데 AF 측거점이 무려 45개로 파인더를 가득 채웠고 파워 드라이브 부스터를 장착하면 연속 촬영도 초당 10매가 가능했다. 필름 시절임에도 36매 필름 100개 정도의 데이터를 기억할 수 있어서 현대 디지털 사진의 EXIF 정보와 같이 열람도 가능했다. 기계적인 성능만 두고 보자면 이미 DSLR 시대의 카메라 수준에 도달한 셈.
첫 번째 디지털 플래그십 EOS-1D
캐논은 이듬해인 2001년 플래그십 디지털 모델인 EOS-1D를 출시하면서 SLR 카메라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 다만 기술적인 한계로 센서의 크기는 APS-H 사이즈에 그쳤다.
풀프레임 플래그십은 EOS-1Ds가 시작이다
35mm 필름과 동일한 크기를 갖춘 플래그십 모델은 2002년 등장한 EOS-1Ds다. 유효 화소 수 1110만 화소로 지금 생각하면 플래그십이라 하기에는 다소 초라해 보이는 수치이지만 당시 여타 카메라가 400~600만 화소 수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성능이었다.
스포츠 모델과 풀프레임 모델 두 가지 플래그십을 하나로 합친 EOS-1D X
EOS-1D와 EOS-1Ds는 연속 촬영을 고려한 스포츠 모델과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한 고해상도 모델이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한동안 발전을 거듭했다. 이러한 방식은 EOS-1D Mark IV 까지 계속되다가 2012년 EOS-1D X가 출시되면서 결국 하나의 카메라로 통일됐다.
EOS-1D X는 약 1810만 화소 풀프레임 CMOS 센서를 탑재하고 61개 측거점을 가진 AF 시스템을 갖췄다. 최대 연사 속도는 약 12매. 미러업으로 JPG만 촬영하면 14매도 가능했다. 영상 기능도 갖춰서 FullHD 화질을 30p 촬영할 수 있었다. EOS-1D X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활약했다.
연속 촬영 기술과 영상 기술이 대폭 향상된 EOS-1D X Mark II
EOS-1D X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맞춰 EOS-1D X Mark II로 발전했다. 센서의 유효 화소 수는 2020만 화소로 증가하고 최대 연사 속도도 AF/AE에 대응하면서도 초당 14매를 달성했다. 포커스 포인트는 61개로 동일했지만 피사체를 인식하고 추적하는 기능이 향상되고 어두운 곳에서 작동도 더욱 원활해졌다. 무엇보다 라이브 뷰 촬영 시 AF 성능이 대폭 향상됐는데 듀얼 픽셀 AF가 적용되면서 동영상 촬영 시에도 자연스러운 자동 초점이 가능했다.
영상 기능은 대폭 발전해서 무려 4K 60p를 800Mbps 고화질로 촬영할 수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추적하는 AF 도 가능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EOS-1D X Mark II를 영상 촬영 현장에서도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DSLR 플래그십 EOS-1D X Mark III
EOS-1D X Mark III는 마지막 DSLR EOS-1 시리즈이자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델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개발됐지만 코로나-19로 개최가 미뤄지면서 실제로는 2021년에 활약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모델인 EOS R 시리즈가 이미 판매되고 있던 시점에 등장한 모델인 만큼 미러 구조를 갖춘 DSLR이지만 라이브 뷰 성능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에서는 미러리스 모델 못지 않다.
카메라 크기는 크지만 망원렌즈와 밸런스가 좋아 오히려 피곤함은 덜하다
약 2010만 화소 풀프레임 CMOS 센서는 고속 연속 촬영을 고려한 사양. 파인더의 측거점은 무려 191개로 DSLR로는 거의 최고 수준이며 연속 촬영도 뷰파인더 촬영 시 최대 초당 16매, 라이브뷰로는 약 20매 촬영이 가능하다. 동영상 역시 높은 수준으로 약 2600Mbps로 RAW 영상을 60p 촬영할 수 있고 4K DCI는 60p 촬영을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 맞춰 출시한 EOS R1
캐논은 이번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 앞서 EOS-1 시리즈의 첫 미러리스 모델인 EOS R1을 공개했다. 새로운 모델은 약 242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를 갖추고 블랙아웃 없이 초당 40매 전자식 셔터 고속 연속 촬영을 지원한다.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공의 이동을 읽어 AF 하는 기능이 적용됐다
눈동자의 시선을 읽어 초점 위치를 바꾸는 시선 제어 AF나 선수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초점을 이동하는 액션 우선 AF 같은 기능은 보다 정확한 AF를 가능하게 한다. 카메라 내부에서 AI를 이용한 9600만 화소 업스케일링이나 노이즈 저감도 가능하다. 미리 테스트해 본 사진가의 말에 따르면 거의 100%에 가까운 초점 성공률을 보였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장에서 믿고 셔터를 누를 수 있는 모델인 EOS-1 시리즈
EOS-1 시리즈는 여전히 캐논의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고해상도 모델로써 위상은 이미 다른 모델에게 넘긴지 오래다. EOS-1 시리즈의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다. 취재 현장에서 신뢰하고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카메라를 제공하는 것.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하고 무려 6년. 오랫동안 벼른 캐논의 칼날이 올림픽 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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