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처서 매직이 없다고 하더니 그래도 지구가 힘을 낸 모양입니다. 밤에 선풍기를 켜지 않고 잔 기억이 까마득했는데 처서 날 밤, 오랜만에 선풍기는 고된 밤샘 노동을 쉴 수 있었습니다.(※사람마다 다름 주의) 그만큼 지난 7~8월은 덥고 습한 날씨의 연속이었죠. 이럴 때일수록 더욱 그립고 간절해지는 계절이 있어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덜덜 떨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겨울만이 당장 더위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같았어요. 그래서 잠시 겨울에 다녀왔습니다. 땀을 흘릴 틈조차 주지 않는 찬 공기로 가득하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까지 더해진 원마운트 스노우파크로요.
파산ㅍ..아니고 티니핑
스노우파크는 키오스크에서 입장권 발권 후 입장하는 방식인데, 조심하세요. 입구부터 티니핑이 한가득이거든요. 티니핑 랜덤 뽑기, 티니핑 인생네컷의 유혹을 이겨내고 입장했더니 실내에선 티니핑 인형, 피규어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어요. 저는 요거핑한테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겨냈습니다.
원마운트 스노우파크와 워터파크 입구는 1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입장 시, 스탬프를 찍고 당일에 한해 재입장이 가능하며 당일 날짜 티켓도 반드시 소지해야 해요. 스탬프는 출입문 양옆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이스링크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갈수록 몸에 남은 열기를 씻어내는 냉기가 착착 감겨들어요.
스노우파크에 가기 전, 춥다는 후기를 보고 여름용 긴 소매 셔츠를 가지고 갔는데 빙판에서 놀다 보면 땀이 나고 열이 올라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절한 체온이 유지됐어요. 열이 많은 팀원 중 한 명은 가지고 갔던 바람막이를 단 한 번도 입지 않았고 열성적으로 빙판을 누볐더니 오히려 땀이 나 손풍기를 꺼내들었을 정도였으니 성인분들은 평소 본인 체질에 맞게 겉옷을 준비하세요. 어린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이라면 아이 체온 유지를 위해 긴소매 옷 지참을 추천합니다.
또 땀이 흘렀다, 식었다를 반복하다 보면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인 데다가 냉기 때문에 기관지에 영향이 갈 수도 있으니 마스크를 착용하면 좋아요.
빙판에 입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헬멧을 착용해야 하며 장갑까지 착용하면 더 좋습니다. 헬멧은 스케이트 대여소 앞에 준비되어 있고(무료 이용) 노란색, 분홍색 헬멧은 크기가 작아 아이들이 쓰기에 좋았어요. 꼭 스케이트를 대여하지 않아도 운동화를 신었다면 바로 빙판에 입장 가능합니다. 스케이트(대여 5,000원)를 신고 달리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보조 기구도 있으니 빙판 위를 스케이트를 타고 달려봐도 좋을 것 같고요. 다만 하이힐이나 구두, 샌들, 슬리퍼 등은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니 스노우파크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운동화를 신기로 해요.
빙판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으로 회전목마부터 탔습니다. 상시 운영이라 스태프에게 회전목마를 타겠다고 말하면 돼요. 꽤 거친 승차감이었지만 오랜만에 타도 회전목마는 역시 재미있습니다.
빙판 입성. 많이 미끄럽진 않지만 얼음이 녹아 물이 살짝 고인 부분은 일반 빙판 구역보다 미끄러우니 주의 또 주의. 썰매, 자전거, 2인용 자전거 등 5가지 정도의 탈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링크장을 반바퀴 돌 수 있는 코스도 따로 있습니다.
가장 먼저 2인 썰매를 탔습니다. 한 명이 앉으면 다른 한 명이 밀어주는 방식인데요. 빙판이라 그런지 수월하게 밀리고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참고로 2인 썰매는 밀어주는 사람의 컨트롤 능력이 중요해요. 1인 자전거는 작지만 성인 여자는 무리 없이 탈 수 있었고 성인 남자에겐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사이즈입니다. 생각보다 방향 조작이 쉽지 않아서 라바콘과 충돌할 뻔한 적도 꽤 있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타기 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액티비티네."
(타고난 후) 자전거 타고 링크장 영원히 돌기
아이 전용 슬라이드
오후 3시쯤 되자 슬라이드 존에 스태프가 등장했습니다. 아쉽게도 성인은 탑승 불가고 아이들만 탑승할 수 있고 어른들이 같이 타는 것도 안 돼요.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는데 아이들이 엄청 즐거워하니깐 주변에서 놀고 있던 어린 친구들이 하나 둘씩 제 몸만 한 썰매를 끌고 출발점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부모님들은 도착지에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고요. 제가 nn살만 어렸어도 탈 수 있는 건데 아쉬웠어요.
(왼) GR 일반 모드 / (오) GR HDF 모드
2층 방탈출
액티비티&볼풀장, 크리스마스 포토존, 컬러링 존 및 휴게 공간이 있는 3층
오로라 쇼가 시작되기 전 빠르게 2층과 3층을 다녀왔습니다.
(2층) 트리하우스, 굿즈 숍, 방탈출, 오락실, 코인 로커 룸
(3층) 액티비티&볼풀장, 크리스마스 포토존, 컬러링 존, 휴게 공간
2층엔 여러 개의 포토존이 있는 산타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아이스 링크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가 인상적이에요. 참고로 2, 3층은 무덥습니다. 냉기는 1층에만 갇힌 듯 머물러 있어요.
방탈출(1인 5,000원)은 에너지와 힘이 넘쳐나는 아이들 맞춤형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일반 방탈출과 달리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써 탈출해야 하기 때문에 실내용 고난도 놀이터 같기도, 출발 드림팀 어린이 버전 같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코스가 긴 편이며(평균 15분 정도 소요) 미취학 아동~저학년 나이대가 즐기기에 좋아 보였어요.
16시에 진행되는 오로라 쇼
오로라 쇼가 시작되기 전, 실내에 구름 같은 두터운 스모그가 깔리기 시작합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등장한 적란운 같았어요. 스모그가 자욱해지고 점점 앞을 분간하기 어려워지면 스태프가 주변을 정리하고 방문객들도 타던 것을 멈추고 잠시 대기해요. 그리고 잠시 조용해지면서 그곳에 있는 모두가 천장을 바라봅니다. 마치 오로라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넓고 깊은 하늘을 마냥 바라보는 것처럼요.
바로 옆에 있는 사람마저 뿌옇게 보일 때쯤, 공기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해요. 안갯속에서 여러 가지 빛이 산란하며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진짜 오로라가 아님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하염없이 응시하게 됩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인공 눈이 오로라 쇼의 마지막을 알리고 사람들은 다시 썰매를 타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며 흩어졌습니다.
(스노우 쇼 타임) 11시, 13시, 15시
(오로라 쇼 타임) 16시
굿즈
촬영차 들린 스노우파크였지만 오랜만에 어린아이처럼 소리도 지르고 빵빵 웃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었어요. 아이스링크장을 갈 일이 많지 않다 보니 빙판 위를 달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잊고 지냈었는데 이날 그 감각이 깨어나 온몸을 두드렸습니다. 그 감각이 제게 조금 남아 있는 동심도 같이 깨운 것 같기도 하고요. 어린 사촌 동생이나 조카가 있다면 데리고 오기 좋은 곳이란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너무 더워 몸도 마음도 녹아내리고 있다면 스노우파크에서 살짝 얼려보세요. 마음에 낀 살얼음이 더위를 잠시나마 내보낼 테니까요.
<원마운트 스노우파크>
· 운영 기간: 24.07.12.(금)~09.08.(일) 10:00~18:00
· 입장권
-오후권(15시) 35,000원
-소인권/종일권 45,000원
· 예매하기 (바로가기)
사용 제품|리코 GR3, GR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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