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a7C2는 시그마의 I 시리즈와 잘 어울립니다.
카메라의 AI 피사체 인식 AF 기능으로 강아지 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렌즈를 친구삼아 떠나는 동네 여행. ‘나의 반려렌즈’ 오늘은 SIGMA 90mm F2.8 DG DN | Contemporary(이하 90mm F2.8)와 떠난 서울 해방촌 여행입니다.
서울은 산이 많은 동네입니다. 앞에 한강이 펼쳐지고 뒤로는 북한산이 서울을 감싸 안듯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큰 산을 보자면 북한산이지만 서울 안으로도 산이 무척 많습니다. 대표적인 산은 남산. 그리고 북악산과 배봉산. 산이라 이름 붙지 않은 곳이라도 굽이굽이 언덕 사이로 길이 나 있고 언덕을 따라 입체적으로 집이 있습니다.
망원으로 갈수록 원근감이 적은 사진이 촬영되는데 여기에 조리개를 조이면 평면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해방촌은 남산의 능선을 따라 옹기종기 지어진 집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과거 서울은 남산 너머 종로가 중심이었습니다. 광복 이후 미군정 관할이 된 이곳에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이 모였습니다. 6.25 이후에는 실향민과 피난민도 해방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남산 아래 언덕에 자리 잡은 곳이 해방촌이었습니다.
이맘때면 촬영할 수 있는 파란 하늘과 탐스러운 감 사진. 은근히 렌즈의 보케 표현을 보기에 좋습니다.
용산 미군 부대 때문에 이태원은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사는 곳 근처로 해외 여러 문화가 들어왔죠. 해방촌을 따라서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게가 많았습니다. 가볍게 식사할 수 있고, 저녁에는 술 한잔할 수 있는 가게들. 이런 가게가 한국의 젊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태원으로, 해방촌으로 사람이 모였고 지금은 이전과 다른 곳이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렌즈를 향하게 되는 볼록거울. 망원이다 보니 좀 더 가까이서 담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 해방촌의 모습을 알던 사람들에게는 지금이 조금 어색합니다. 건물은 세련됐고 깔끔하고 예쁘게 차려입은 사람이 골목 곳곳에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병원 간판과 전파사의 먼지 앉은 텔레비전을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해방촌에는 그런 곳이 없습니다. 가끔 보이는 오래된 가게는 마치 세트장처럼 작용합니다. 누군가의 피드를 장식하는 배경이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합니다. 오래전부터 해방촌에 살던 어르신들. 그분들의 눈에 지금 해방촌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요?
고양이들도 동네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른데 해방촌은 그래도 조금 경계심이 있는 편입니다. 어디서 밥을 먹는지 삐쩍 마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오랜만에 해방촌 언덕을 따라 걸어 올라갔습니다. 이곳은 차량으로 가기에는 너무 좁고 주차장은 항상 가득 차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이 좋죠. 녹사평역에서 나와 해방촌을 향하는 길에는 육교가 있습니다. 남산타워가 정면으로 보이는 근사한 장소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이곳에 갈 일이 없었습니다. 경리단길에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너 해방촌으로 간 탓이죠. 사진을 찍을 때는 대중교통이, 두 다리가 더 많은 풍경을 만나게 해줍니다.
최대 개방에서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 묘사력을 보여줍니다.
함께한 렌즈는 시그마의 90mm F2.8.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용 소형 경량 렌즈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맨 처음 이 시리즈는 이름이 따로 없었습니다. 시그마의 소형 미러리스 카메라 fp에 맞춘 콘템포러리 라인의 단초점 렌즈였죠. 그러나 한 해 뒤에 소니에서 a7C 와 같이 매우 작은 카메라가 등장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 작고 가벼우면서 성능이 좋은 단초점 렌즈를 기대하던 유저들의 바람과 맞물려 이 렌즈는 ‘I 시리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습니다.
꽤 먼 거리에서 촬영했는데도 니트의 질감이 잘 살아있습니다.
지금 I 시리즈는 17mm 부터 90mm 까지 다양한 화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소형 경량 콘셉트에 맞게 제품은 콤팩트한 활용도에 맞춰 기획됩니다. 조리개는 너무 밝게 설정하지 않습니다. 초광각이나 망원같은 설계상 조리개를 밝게 할 경우 대형화될 수 있는 화각은 F4 까지도 밝기를 억제합니다. 아트 라인에서 F1.2 까지 렌즈 구경을 키우는 것과 반대입니다.
묵직한 색 표현도 시그마 렌즈의 특징입니다.
가격과 무게를 억제하기 위해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렌즈 배럴에 사용하는 콘템포러리 라인에서 유독 I 시리즈는 전체가 금속입니다. 심지어 렌즈 캡과 후드조차도 금속입니다. 전 모델에 빠짐없이 적용한 얇은 조리개 링과 더해져 이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묘하게 클래식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매력 있는 시리즈입니다.
개방 조리개 F2.8은 90mm 초점거리에서는 충분한 배경 흐림을 보여줍니다.
최근 50mm F2가 출시됐지만 그전까지 이 시리즈의 표준 라인은 45mm 와 65mm 가 나누어 담당했습니다. 조금 넓은 표준, 조금 좁은 표준이 매력적입니다. 약간의 차이가 시선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종종 익숙하지 않은 화각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90mm도 마찬가지죠. 85mm 보다는 조금 좁고 100mm 보다는 넓은 영역. 망원이지만 아직은 거리에서 스냅을 촬영할 수 있는 화각. 표준보다 좁은 화각이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해방촌은 곳곳이 공사 중입니다. 좁은 골목으로 새로운 가게가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엽니다.
자그마한 렌즈를 손에 쥐면 금속 배럴의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카메라에 장착하면 그 무게감은 온데간데없어집니다. 크기에 비해 묵직한 느낌일 뿐 실제 무게는 295g으로 가벼워서입니다. 카메라와 밸런스가 좋고 크기가 작아서 목에 걸고 거리를 누벼도 부담이 없습니다.
시장은 신기한 가게로 채워졌습니다. 가게마다 사람이 빠짐없이 빼곡했습니다.
10군 11매 렌즈에는 특수 저분산 렌즈 5장과 비구면 렌즈 1장이 포함됐습니다. F2.8 그리 크지 않은 구경인데도 특수렌즈를 충분하게 넣어 작은 크기로 높은 묘사력을 달성했습니다. 덕분에 렌즈는 왜곡도 무척 적고 개방에서도 선명합니다. 개방 조리개는 수치만 보자면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촬영 결과물은 의외로 자연스러우면서도 풍성한 보케를 보여줍니다. 조금만 조여도 화면 전체가 아주 단단하게 변하는데 개방 시의 묘사와 대비가 즐겁습니다.
날카로운 묘사와 깊이 있는 표현이 이렇게 작은 렌즈에서 나옵니다.
건물의 일부를 촬영하거나 질감을 묘사할 때 조리개를 조였을 때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S매거진의 포맷 특성상 가로 사진이 좀 더 잘 어울리지만 이 렌즈는 세로 촬영도 즐겁습니다. 담백하게 정리한 앵글로 원하는 곳에만 시선을 향하게 할 수 있어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세로로 돌리게 됐습니다.
떨어진 감도 까치가 와서 먹나?
사진이 조금 지루해졌을 때는 익숙지 않은 화각의 렌즈를 가지고 집을 나서 보세요. 전에 없던 제약이 예상치 못한 발견을 가져다줍니다. 아마 90mm F2.8이라면 촬영자의 권태감에서 벗어나게 할 충분한 렌즈일 것입니다.
초점거리도 50cm로 가까운 편입니다.
사용 제품 ㅣ 소니 a7C2 + 시그마 90mm F2.8 DG DN | Contempo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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