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28-105mm F2.8 DG DN | Art는 방진, 방적을 지원합니다. 눈 오는 날 마음 놓고 촬영이 가능합니다.
홋카이도 저리 가라 할 만큼 멋진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이곳 때문에 오늘 촬영지를 정했습니다.
첫눈이 왔습니다. 고백하건대 이번 ‘나의 반려 렌즈’ 콘텐츠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긴 가을 덕분에 꽤 오랜 시간 곳곳에 단풍이 근사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렌즈와 함께 촬영을 나가려니 날이 흐려지고 낙엽이 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결과물이 영 아니었습니다. 흐린 하늘은 마치 커다란 디퓨저처럼 그림자를 지워버렸고 밋밋한 사진이 영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고민이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함께 할 렌즈는 시그마 28-105mm F2.8 DG DN | Art(이하 28-105mm)였기에 좀 더 진득하게 촬영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첫눈이 채 잎이 지지 않은 나무 위에 쌓였습니다. 가을과 겨울이 함께 있는 장면.
일기예보를 보니 며칠 뒤 첫눈이 온다고 했습니다.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최근 기온이 높아 눈이 오더라도 쌓이지 않을 걸로 예상했기 때문이죠. 축축하고 무거운 눈이 내리면 세상은 아름답기보다 더 지저분해집니다. 차라리 흐린 날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온통 눈이었습니다. 15cm는 족히 넘을 만큼 두껍게 쌓인 눈이 세상을 덮었습니다.
경기 상상캠퍼스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자리에 세워진 시민공간입니다.
탑동시민농장에는 곡물창고 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눈이 오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경기 상상캠퍼스와 그 앞 탑동시민농장은 넓은 잔디가 있어 휴일이면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쉬는 곳입니다. 본래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이었지만 2016년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이제는 문화시설이 됐죠. 오래된 건물이 80~90년대의 향수를 불러오는 곳이라 이곳이 눈으로 덮이면 꽤 근사할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흰 눈 덕분에 붉은 단풍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창밖으로 쌓인 눈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경기 상상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버진 스노우를 담고 싶었습니다. 혹여나 눈이 그칠까, 해에 녹을까 조바심을 내며 달렸습니다. 다행히 이렇게 펑펑 눈이 오는 평일 오전에 굳이 외진 이곳까지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본 사람은 두 손으로 꼽았습니다. 온통 눈으로 가득한 이 넓은 곳에 오로지 저 혼자였습니다.
105mm까지 줌 할 수 있는 렌즈 덕분에 압축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렌즈 이야기를 해봅시다. 평소보다 더 사진에 신경을 쓴 이유는 이 렌즈가 아주 매력 있는 사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최대 망원 영역이 105mm 가량 되는 경우는 대개 개방 조리개가 F4 정도 되기 마련입니다. 대구경으로 만들면 렌즈가 너무 크고 무거워지기 때문이죠. 광각 영역은 24mm 가량 망원 영역은 105mm 정도로 하고 개방 조리개는 F4가 일종의 규칙이 돼서 대부분 제조사에서 이 사양을 지킵니다. 마치 광각에서 망원까지 ‘대삼원 렌즈’가 있는 것처럼 24-105mm 사양도 하나쯤은 갖춰야 하는 렌즈처럼 보였습니다.
적은 왜곡, 준수한 주변부 묘사력을 갖춰 촬영이 즐거운 렌즈입니다.
그런데 시그마가 대뜸 최대 광각 영역을 28mm 정도로 정하고 105mm 까지 줌 해도 F2.8을 유지하는 대구경 고배율 렌즈를 만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크기와 무게는 DSLR 시절 24-70mm F2.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필터 크기도 82mm 여서 기존 필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단 전자제어가 가능한 조리개링이 있고 최단 촬영 거리도 멀지 않아서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그야말로 팔방미인 같은 렌즈를 만든 셈입니다. 이 사양이라면 분명 영상을 촬영하는 감독이라면 구미가 당길 만 한 렌즈라 생각합니다.
광각으로 촬영할 때는 깊은 공간감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눈이 오니 신나서 뛰어가다 멈춰 서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사체 인식 추적 기능으로 촬영했습니다.
더욱이 이번 촬영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렌즈의 방진, 방적 성능이었습니다. 기상 예보에는 분명 오전에 눈이 오고 그다음부터는 흐린 날만 계속된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을 하고 보니 몇 미터 앞이 흐리게 보일 정도로 폭설이 왔습니다. 머리와 어깨는 물론이고 렌즈와 카메라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살짝 렌즈를 덮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수북하게 쌓여 있어 얼른 렌즈의 방진, 방적 기능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이 렌즈는 충분한 방진, 방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 눈이 오는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촬영해도 됐습니다.
새집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이전에 눈여겨 본 적이 있어 눈이 쌓인 장면을 촬영하고 싶었습니다.
사용한 카메라가 소니 풀프레임 모델 중에서도 특히 작은 a7C2라서 밸런스가 조금 걱정됐는데, 내가 카메라에 렌즈를 끼운 게 아니라 렌즈에 카메라를 끼웠다고 생각하니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궤변처럼 느껴지겠지만 렌즈 쪽으로 밸런스가 이동한 상황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입니다. 왼쪽 손에 렌즈를 턱 얹어 놓고 오른손은 카메라 셔터만 누르는 감각.
폭설을 뚫고 배달을 하고 있던 라이더. 무려 자전거입니다.
약 4배에 가까운 줌 범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화각으로 촬영했습니다.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풍성한 보케와 선명한 묘사력. FLD 2장에 SLD 1장 그리고 무려 비구면 5장을 사용한 화려한 13군 18매 구조로 사양에 비해 작은 크기와 무게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높은 해상력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최대 망원 영역에서 개방은 단초점 렌즈에 버금가는 배경 흐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렌즈 하나로 여러 가지 장면에 대응해야 하는 영상 촬영에서 유용한 사양이죠. 피사체에 다가가기 어려운 환경이 아니라면 이 렌즈로 꽤 다양한 상황을 커버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문에서 몇 걸음. 순식간에 우산 위에 눈이 쌓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부분은 렌즈 디자인입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눈치챘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형 시그마 렌즈의 외부 마감이 살짝 달라졌습니다. 광택이 있는 마감이 사라지고 전체를 모두 동일한 도장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비전 이후 유지하던 디자인의 작은 발전이 반갑습니다. 기존에도 고급스러웠던 아트 라인의 디자인이었지만 마운트 부분까지 동일한 도장을 사용하면서 통일감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최근 시그마 렌즈는 성능도 그렇지만 심미적으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카메라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강아지.
첫눈을 보고 신이 난 강아지처럼 발자국을 찍다 보니 눈발이 더욱 굵어져 더 이상 촬영이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카메라는 물론이고 슬슬 옷과 장갑이 젖기 시작해 오한이 들었습니다. 이미 카메라의 카운터는 300장을 넘은 상태. 행사장 촬영을 온 것도 아니고 공들여 한 장씩 촬영하는 반려렌즈 콘텐츠에서 이 정도 숫자는 상당히 많이 촬영한 셈입니다. 서둘러 차로 돌아왔습니다. 옷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촬영한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이렇게 편집이 기다려지기도 오랜만입니다. 다 훌륭한 렌즈 덕분입니다.
부드럽게 퍼지는 앞보케가 인상적입니다. 개방 조리개 F2.8은 망원 영역에서 빛을 발합니다.
무단 조리개 선택이 가능해 영상 촬영에서도 유용한 시그마 28-105mm F2.8 DG DN | Art.
사용 장비 ㅣ 소니 a7C2 + 시그마 28-105mm F2.8 DG DN |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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