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이 슈퍼35 사이즈 글로벌 셔터 센서를 발표했습니다. / Copyright ©️Canon
최근 캐논에서 슈퍼 35 사이즈의 글로벌 셔터를 탑재한 센서를 발표했습니다. 자사 제품이 아니라 이 센서를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이라 이슈가 됐는데요. 덧붙여 캐논은 ‘글로벌 셔터 제조 비용은 일반 센서와 같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다분히 최근 글로벌 셔터를 탑재한 소니의 고가 카메라 a9 III를 겨냥한 말처럼 느껴지는 발언이죠. 대체 글로벌 셔터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러한 신경전이 오고 가는 것일까요? 최초의 카메라부터 최신 글로벌 셔터까지 역사를 살펴봅니다.
렌즈 뚜껑
최초의 셔터는 렌즈 뚜껑이라 할 수 있습니다. / Copyright ©️blog.clickasnap.com
최초의 셔터는 사실 셔터가 아니었습니다. 초창기 필름은 노출 시간이 거의 반나절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빛을 제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진가는 원하는 장소에 아주 단단히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필름 역할을 하는 판을 카메라에 넣고서 렌즈 뚜껑을 열었죠.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돌아와 렌즈 뚜껑을 닫으면 그것이 바로 셔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방식은 의외로 꽤 오랜 시간 유지됐습니다.
리프 셔터
잎사귀 모양이라 리프 셔터라 불리는 렌즈 내장형 셔터. / Copyright ©️ALPA of Switzerland
리프 셔터(leaf shutter)의 이름을 살펴보면 이것이 식물 잎사귀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셔터가 카메라가 아닌 렌즈에 장착됩니다. 렌즈 안에 있는 잎사귀 모양의 셔터가 촬영하는 순간 열렸다가 닫히면서 촬영 시간을 제어하는 방식이죠. 조리개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각각 별도로 장착돼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리프 셔터는 전체가 한 번에 열렸다가 닫히는 방식이라 플래시 동조 속도가 따로 없습니다. 모든 셔터 속도에서 플래시 촬영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카메라에 많이 적용됩니다.
스튜디오용 카메라는 여전히 리프 셔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Copyright ©️Phase-One
다만 렌즈에서 복잡한 구조의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라 셔터 속도 자체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최대 1/500초인 경우가 많고 셔터 자체의 내구성도 높지 않아서 많이 사용할 경우 수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렌즈 안에 있고 크기도 작아 작동할 때 조용하고 진동이 적은 것도 특징입니다. 리프 셔터는 여전히 중형 카메라의 렌즈나 렌즈 일체형 디지털 카메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포컬 플레인 셔터
커튼처럼 열리고 닫히는 방식의 포컬 플레인 셔터 / Copyright ©️canon europㅁ
포컬 플레인 셔터(Focal Plane Shutter)는 말로 설명하기에 꽤 복잡한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커튼을 열고 닫는 것과 비슷한데요.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에서 잠시 커튼을 열었다가 닫는 것으로 빛이 들어오는 시간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커튼을 열고 닫을 때는 창 전체가 한 번에 밝아지지 않고 커튼을 걷어내는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밝아지는데요. 이처럼 포컬 플레인이 적용된 카메라는 필름이나 센서 전체가 한 번에 빛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 방향으로 셔터가 지나가면서 순차적으로 노출합니다.
펜탁스는 대표적인 포컬 플레인 셔터를 적용한 SLR 시대의 대표 제조사였습니다. / Copyright ©️Asahi Optical Historical Club
포컬 플레인 셔터는 리프 셔터의 여러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우선 리프 셔터는 모든 렌즈에 각각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렌즈의 구조적인 복잡성을 높이고 가격을 상승하게 하는 요인이었는데요.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셔터 장치를 카메라 쪽으로 옮기고 렌즈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초기 라이카는 좌우 주행 방식 셔터를 사용했습니다. / Copyright ©️leitz-auction.com
초창기 포컬 플레인 셔터는 상하 방향이 아닌 좌우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정말로 커튼이 열고 닫히는 것처럼 직물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먼 거리 즉, 필름의 긴 축을 따라 이동했기 때문에 작동 속도를 높이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초기 포컬 플레인 셔터는 리프 셔터와 최단 촬영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대 1/12000초 촬영을 달성한 카메라 미놀타 a-9. / Copyright ©️buymorefilm.com
이후에 셔터의 방향이 상하로 바뀌고 사용하는 소재도 금속으로 변하면서 셔터 시간은 더 짧아지고 내구성도 높아졌습니다. 한 때 셔터 속도를 더 짧게 하는 것으로 경쟁이 시작돼 최대 1/12000초라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셔터도 나왔지만 현재는 약 1/8000초 정도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입니다.
동조 속도보다 빠른 셔터 속도로 플래시 촬영하면 사진 일부가 검게 담깁니다. / Copyright ©️sekonic
포컬 플레인의 약점은 셔터의 전막이 지나가고 그 뒤를 후막이 따라가면서 순차적으로 빛을 기록하기 때문에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플래시의 빛이 일부분만 기록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조 속도가 1/125초 정도로 제한됩니다. 또한 이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한 SLR 구조와 맞물려 작동할 때 진동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특징입니다.
전자식 롤링 셔터
대부분의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식 롤링 셔터를 사용합니다. / Copyright ©️SIGMA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되면서 물리적인 셔터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롤링 셔터는 센서의 빛을 순차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포컬 플레인 셔터가 작동하는 것처럼 센서를 픽셀 라인 단위로 상하 방향으로 읽어가며 기록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물리적인 포컬 플레인 셔터의 경우 필름 전체가 빛에 반응하는 상태로 노출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라면 전자식 롤링 셔터는 센서의 읽기 속도에도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속도가 느린 센서에서는 롤링 셔터로 촬영하면 노출이 시작된 부분과 끝나는 부분의 기록 속도가 달라 마치 상이 휘어진 것처럼 왜곡이 생기기도 합니다.
롤링 셔터로 촬영할 경우 이미지에 왜곡이 생기기도 합니다. / Copyright ©️e-consystems
센서 전체가 아니라 이렇게 순차적으로 기록하는 셔터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카메라의 처리 성능 때문입니다. 만일 순차적으로 빛을 처리하지 않고 센서 전체를 한 번에 기록하면 순간에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량이 많아지고 이것은 곧 카메라의 성능이 더 높아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어 이 방식을 채택하지 못했고 지금은 비용적인 부분 때문에 여전히 롤링 셔터를 사용합니다.
롤링 셔터의 장점은 높은 감도와 해상도입니다. 그리고 전력 효율성 면에서도 글로벌 셔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최근에는 센서의 읽기 속도를 대폭 향상시켜 이러한 롤링 셔터의 약점을 줄인 제품도 많습니다. 특히 물리적인 셔터 없이 전자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1/32000초 같은 극단적으로 빠른 셔터 속도도 구현이 가능합니다.
전자식 글로벌 셔터
소니의 a9 III는 최초로 글로벌 셔터를 적용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입니다. / Copyright ©️SONY
글로벌 셔터는 센서 전체를 한 번에 기록하는 전자식 셔터입니다. 순차적인 기록이 아니라 한 번에 기록하기 때문에 롤링 셔터의 약점이었던 왜곡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영상 촬영 시에는 롤링 셔터로 촬영하면 화면이 일렁이는 젤로 현상이 나타났는데 그에 반해 글로벌 셔터는 젤로 현상이 이론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형광등과 같은 조명에서 촬영할 때 플리커 현상도 없습니다. 조명은 사람의 눈으로 볼 때는 계속해서 켜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끄고 켜지는 상태인데요. 롤링 셔터를 적용한 카메라로 촬영하면 마치 화면에 줄무늬가 있는 것처럼 이렇게 꺼지고 켜지는 장면이 기록됩니다. 반면 글로벌 셔터는 한 번에 전체 화면을 기록하기 때문에 플리커 현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신 조명이 꺼지는 타이밍에 촬영을 했다면 화면 전체가 어둡게 담기게 됩니다.
글로벌 셔터는 가격은 높지만 왜곡이 적어 시네마 카메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 Copyright ©️RED
그리고 리프 셔터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셔터는 플래시 동조 속도가 따로 없습니다. 전체 셔터 속도에서 모두 동조가 가능하고 왜곡이 없어 이를 이용해서 매우 짧은 시간 멈춘 것 같은 역동적인 촬영이 가능합니다.
완벽해 보이는 글로벌 셔터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센서가 발전할 여지가 많습니다. 비용적으로도 더 높고 노이즈도 더 많으며 다이내믹 레인지도 롤링 셔터에 비해서 약점이 있습니다. 전력 소모도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셔터의 장점이 요구되는 촬영 현장이 아니라면 모든 촬영자가 꼭 이 방식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곡이 적은 글로벌 셔터는 로봇의 판독용 카메라에 많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아직 시판용 카메라에는 적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 Copyright ©️SONY
기술의 발전은 비용을 낮춥니다. 글로벌 셔터의 약점은 어디까지나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로 인한 제한일 뿐 작동하는 방식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아닙니다. 그래서 글로벌 셔터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일반 소비자용 카메라에 적용할 정도가 된다면 그때는 지금 약점이라 이야기한 부분이 대체로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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