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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기업 미술관
LIFEArt & Culture
로비 아래 예술을 세우다.
기업 미술관 3
2025.02.28
217 1

지난해, 한화그룹이 아쿠아플라넷63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아쿠아플라넷이 사라진 그 자리엔 바로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이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는 20세기 주요 미술품을 볼 수 있으며 미술관뿐만 아니라 거대 공공도서관 등이 있어 복합문화시설로도 유명합니다. 건물 바깥에 드러난 파이프 때문에 건축물 자체도 유명하고요. 이 유명세 덕에 국내에 퐁피두 센터 해외 분관이 유치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목이 집중됐었죠. 한화그룹은 올해 10월 개관 예정으로 건물 리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아울러 부산시가 2030년 부산 분관 개관을 목표로 퐁피두 센터와 유치 논의 중에 있어요.)

 

퐁피두 센터는 한화가 국내에 분관을 유치한 사례지만 기업이 미술관을 설립, 운영하는 일이 이례적이진 않습니다. 삼성의 리움/호암 미술관, 롯데의 롯데뮤지엄,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태광그룹의 세화 미술관, 호반그룹의 H아트랩, 한미약품의 뮤지엄 한미, 한솔그룹의 뮤지엄 산, DL그룹의 대림 미술관 등등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기업 미술관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기업 이미지 제고나 마케팅 목적 등 다양한 이유와 이해관계 속에서 최근엔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고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늘리며 신진 작가를 지원하는 등 기업 메세나 차원*에서 폭넓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해요.

 

*기업 메세나: 기업이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문화, 예술, 과학, 스포츠 등을 지원하고 각종 사회적/인도적 공익사업을 벌이는 활동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이렇게 많은 기업 미술관 중 세 곳을 다녀왔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개관한 곳, 현재 전시를 열고 있는 곳, 리움이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처럼 잘 알려진 곳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 등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추렸는데 세 군데 중 두 곳이 회사일체형 미술관이었습니다. 또 모든 갤러리가 건물 지하에 있었고요. '회사일체'라는 말이 주는 묘한 압박감이 엄습했지만 다녀온 바, 결론은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였습니다.

 

 

한솥 아트스페이스

-한솥

 

한솥도시락 청담 플래그십

2층 한솥 아카이브
2층 취식 공간
런치 도슨트 도시락
전시 관람 시 받는 포춘 쿠키

 

 

내가 아는 그 한솥? 치킨마요와 도련님 도시락?
그 한솥이 맞습니다. '따끈한 도시락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라는 기업 이념을 가진 한솥은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재능 있고 촉망받는 신진작가들에게 기회와 성장을 줄 수 있는 공간을 2024년에 오픈했고 그곳이 바로 한솥 아트스페이스입니다. 아트스페이스는 한솥도시락 청담 플래그십 지하 1층에 있으며 플래그십 1층은 일반 한솥도시락 매장처럼 주문을 받고 음식이 조리되는 곳입니다. 2층은 취식 공간과 한솥의 역사를 짧게 돌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형성되어 있어요.

 

한솥 아트스페이스에 방문할 준비를 하던 중 '런치 도슨트'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시락 값을 지불하면 도슨트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패키지인데요. 난생처음 보는 프로그램인지라 런치 도슨트를 냉큼 예약했습니다. 이번 전시엔 도련님 돈가스(4,900원), 진달래 도시락(8,000원) 두 가지 타입이 있고 도시락을 먹지 않고 도슨트를 들을 수 있는 옵션도 있어요.

 

 

한솥 아트스페이스 전시장 내부
「기억을 담은 책가도 I-III」(2023), 유혜경
「남자들」(2025), 용형준
「해태가 있는 풍경」(2024), 임현정

 

 

1층에서 도시락을 수령하고 밥을 먹은 뒤 지하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도시락을 먼저 먹고 도슨트를 들을 건지, 도슨트를 듣고 먹을 건지 담당자와 얘기하면 돼요.) 갤러리 공간이 작고 설치된 작품 수가 적은 만큼 도슨트 시간도 길지 않지만 작품과 작가를 이해하는 데엔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담당자가 조곤조곤 설명을 잘 해주시기도 하고요.

 

2~30분 내로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규모였지만 《안녕, 안녕(安寧)》 작품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몇 번을 들여다봤더니 시간이 꽤 지난 뒤였습니다. 《안녕, 안녕(安寧)》 展은 5인의 작가가 전통 속에 깃든 다양한 상징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미학적 접점을 찾아가는 전시입니다. 십장생, 도깨비를 작가의 느낌대로 재해석하거나 전통적 상징과 현대적 요소를 결합해 완성한 그림 등 전시된 작품 모두 특색 있고 때로 힙하며 어떤 것은 동화책의 한 장면을 똑 떼어온 것 같기도 해요. 과감한 색채를 쓴 것들은 팝아트가 연상되기도 했고요.

 

앞서 열렸던 《갑빠오: 틈》, 《손의 시간, GRAND WEAVER》도 예사롭지 않더니 《안녕, 안녕(安寧)》도 무척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앞으로 한솥 아트스페이스에서 어떤 전시를 선보일지 기대하게 되는 전시였습니다.

 


《안녕, 안녕(安寧)》
· 전시 기간: 25.02.07.(금)~03.15.(토)
· 관람 시간: 월~토 10:30~19:30 (월~금 휴게시간 14:00~15:00 / 토 휴게시간 13:30~15:30 / 매주 일 휴관)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59 지하 1층
· 무료 관람
-도슨트 및 런치 도슨트는 별도 예약(유료)

· 인스타그램

 

 

 

포스코미술관

-포스코 그룹

 

선릉 지하보도와 연결된 포스코 본사 지하 1층

미술관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외부 계단

로비에 설치된 백남준 「TV깔대기」와 「TV나무」
1층~지하 1층을 관통하는 대형 수조

 

 

1995년 포스코갤러리로 개관한 포스코미술관은 배려, 공존, 공생의 가치를 예술을 매개로 나누고 실천하기 위해 포스코 그룹이 세운 아트 플랫폼입니다. 처음엔 미술관 접근성이 마냥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심리적 장벽 때문이었는데요. 갤러리가 포스코 본사 지하 1층에 자리하다 보니 에스투에이를 방문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이곳을 들어가도 괜찮나'라는 의문이 든 것이었습니다.

 

만약 본사 1층을 통해 들어가기 망설여진다면 선릉 지하보도를 이용하세요. 포스코 본사 지하 1층과 연결되어 있어 미술관을 쉽게 찾을 수 있고요. 지하보도가 아니더라도 본사 정문 왼편 계단을 통해서도 지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기 전 다소 들었던 긴장감이 무색할 만큼 미술관으로 갈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있었습니다. 물론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도 상관없습니다.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에요. 게다가 로비에서 백남기 작가의 작품과 반구대 암각화를 재현한 작품, 커다란 원통 수조도 볼 수 있으니 로비를 필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해요.

 

 

본사에서 내려갔을 때 보이는 입구
지하 통로/외부 계단 이용시 보이는 미술관 입구

전시실 내부

 

 

포스코미술관 25년 첫 번째 전시 《부끄러워지기 전에 알아야 할 그림 이야기 -인상주의부터 팝아트까지-》는 전시 관람이 익숙한 오늘날 분위기를 반영하여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고자 기획된 참여 교육형 전시입니다. 전시 제목이 다소 호전적으로 다가오지만 그래서 더 시선이 가는 것도 사실이에요. 에두아르 마네를 시작으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화가들의 대표작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엔 화가의 국적, 화풍, 짧은 설명이 있어 '정보 전달' 즉, 이 화가들은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전시의 의도가 고스란히 보입니다. 또한 시대에 따라 변천한 서양 미술사의 흐름대로 작품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를 한눈에 파악하기에도 좋습니다.

 

 

 

체험 공간

 

 

참여 교육형 전시답게 체험 공간이 있습니다. 화가들의 작품을 나만의 방식, 취향으로 색칠하는 파트도 있고 스티커를 사용해 점묘법으로 커다란 캔버스 위를 채워나가는 협동형(?) 체험도 있어요. 스티커의 색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지만 작품을 표현하는 데에 큰 아쉬움은 없고 내가 고른 스티커를 어느 부분에 채우면 좋을지 고민하는 은근한 재미가 있습니다. 똑같은 작품을 본 다른 사람들은 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요.

 

입구 쪽에도 마티스의 작품으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공간부터가 이미 화려해서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어요. 「라 제르브」 작품을 모티브로 꾸며졌습니다.) 포스코 미술관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거나 키오스크로 기부금을 내면 인포 데스크에서 마티스 엽서를 증정하는데요. 그 엽서 도안을 잘라 꾸민 다음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모빌에 부착하면 됩니다. 워낙 벽이 화려해서 사진상으론 모빌이 잘 보이지 않는데 천장에 모빌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요.

 

 

도록, 작가와 미술 관련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이 전시에는 주최 측에서 숨겨놓은 특별한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 원작이 아니라 레플리카이기에 가능하고, 이스터에그라기엔 금방 찾을 수 있지만 어쨌든 발견하면 웃을 수밖에 없는 장치들인데요. 아틀리에 #1 공간에 전시된 작품을 유심히 보시길!

 

테헤란로 빌딩 숲이 만든 거대한 돌풍을 뚫고 갈만한 전시였습니다. 앞서 말했듯 원화가 아니기 때문에 원화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이 전시의 제목을 생각하면 원화는 크게 중요치 않은 부분입니다. 작년 《Popping, 살아있는 책들》로 눈을 즐겁게 했던 포스코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터뜨리고 있으니 2025년에 선보일 작품이 기대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네요.

 


《부끄러워지기 전에 알아야 할 그림 이야기 -인상주의부터 팝아트까지-》
· 전시 기간: 25.02.24.(월)~04.20.(일)
· 관람 시간: 월, 수, 목, 금 10:00~18:00 / 화 10:00~20:00 / 토, 일 11:00~16:00
-3월 3일(월), 4월 1일(화) 휴관
*휴관일은 공식 홈페이지 또는 인스타그램 참고
·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지하 1층
· 무료 관람
-12시 30분/15시 도슨트 2회 진행

· 인스타그램

 

 

 

에스투에이(S2A)

-글로벌세아 그룹

 

에스타워
로비에서 볼 수 있는 미니 전시
에스투에이 입구

에스투에이

 

 

삼성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에스타워가 보입니다. 로비가 작아 안내 데스크 직원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지만 방문 의도 등을 묻지는 않아요. 「Pumpkin」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 개인전을 첫 개관작으로 연 곳인 만큼 로비에서 그의 작품이 유독 눈에 띕니다.

 

로비 왼편에 사내 카페가 있는데 그 옆에 에스투에이가 있습니다. 카페 옆이기도 하고 출입문 앞에 커다란 조형물이 있어 찾기 쉬워요. 갤러리에 출입하면 또 한 번 흠칫하게 되는 구간이 있는데 여느 직장인처럼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이 리셉션 뒤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편하게 입장하면 됩니다.

 

글로벌세아 그룹은 ‘To help people experience the best of life’와 같이 최고의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룹 슬로건을 기반으로 '지(智, 지혜)'의 영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에스투에이를 2022년에 개관했습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창작활동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필(筆)과 묵(墨)의 세계》

「시경」, 추사 김정희
「시고 남팽정사」, 추사 김정희

 


《필(筆)과 묵(墨)의 세계》는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윤형근의 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조형 세계를 펼쳐보는 전시입니다. 시대와 장르를 넘어 현대에 이르러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양 미학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세 거장의 작품은 가늠할 수 없는 예술 유산의 깊이를 더듬어보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전시장이 그렇듯 내부 조명 밝기를 낮추고 핀 조명을 써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데요. 이 전시는 검은 묵, 색을 덜어낸 그림이나 글이 주(主)이다 보니 조명뿐만 아니라 공간 디자인도 매우 심플해요. 이 심플함이 작품에 더 주목하게끔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공간의 여백이 아름다워 작품과 공간을 함께 음미해도 좋을 전시입니다.

 


《필(筆)과 묵(墨)의 세계》
· 전시 기간: 25.02.04.(화)~03.22.(토)
· 관람 시간: 화~토 10:00~18:00 (매주 일, 월요일 휴관)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325
· 무료 관람
-전시에 따라 관람료 상이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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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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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기업미술관 #한솥아트스페이스 #포스코미술관 #에스투에이
sdfsdf 이전글 아날로그의 추억은 그대로 영화 속 필름 카메라 이야기 케케묵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학창 시절에 잠을 포기하며 영화만 주야장천 봤던 시기가 있다. 새벽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던 통에 성장 호르몬은 포기했지만, 대신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그런 영화들 가운데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볼 때마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카메라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언젠가 저런 찰나의 순간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그러다 보니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메라에 빠져 살게 되더라. 카메라와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시간이 지난 영화와 필름 사진을 담는 카메라는 빛이 바랠 지라도 빛나는 순간은 있기 마련. 비교적 찾아보기 쉬운 영화들을 골랐으니 시간이 날 때 영화를 보며 어느 순간을 떠올려도 좋고, 카메라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좋다. 어떤 것이든 자신만의 기분을 느껴보길. 추억은 불현듯 찾아온다, 연애사진 (2003) : CANON F-1 아무리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도 현실의 시간 속에 묻힐 때가 있 베를린 다음글 가난하지만 힙한 그들의 도시, 베를린 여행 1 Poor but sexy.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클리셰입니다. 네, 정말 수도답지 않게 독일 주요 도시 중에서 가장 낮은 임금, 하지만 높은 월세로 악명이 높아요. 섹시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힙하다‘고 느끼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베를린 곳곳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패션과 맛집, 하루를 꼬박 보내도 심심하지 않을 베를린 미테(Mitte) 베를린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한데 트렌디한 베를린을 꼭 느껴보고 싶다면 미테 지역만 돌아다녀도 충분합니다. 이곳은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고 관광지로 유명한 알렉산더 광장(Alexander Platz)과도 가까운 데다 패션과 맛집이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베를리너들이 약속을 가장 많이 잡는 장소이기도 하죠. 추천 루트는 하케셔 마트(Hackescher Markt) 역이나 바인마이스터 슈트라세(Weinmeisterstr)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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