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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SIGMA 35mm
PRODUCT렌즈
[나의 반려 렌즈]
SIGMA와 떠난 도쿄여행
2025.03.25
389 1
65mm부터는 조금씩 압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아직은 표준 영역의 화각이지만 원근감을 망원처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이 렌즈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도쿄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수차례 일본을 갔지만 직접 티켓을 끊고 도쿄 역까지 날아가 커다란 빌딩 사이를 걸어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벌써 8년 전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 갑자기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커다랗게 써 있는 최저 높이. 일본은 도심인데도 이렇게 낮은 터널이 많습니다. 화물차는 이런 길을 피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겠죠. 다소 무뚝뚝한 안내이지만 시인성이 높습니다. 다리에서는 약간의 사고 흔적도 보입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도쿄에서 놀란 것은 이렇게 물가가 높았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내 소도시 위주로 다녀서 그런지 도쿄의 높은 물가가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서울 물가랑 비슷한 수준이라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소도시에서는 천 엔이면 식사를 한 끼 하고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도쿄에서는 어지간한 점심이면 대부분 천 엔을 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렴한 규동집이나 간단한 도시락집에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저녁시간이면 다들 손에 저녁거리를 하나 사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서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머리 위로 전철이 지나가는 술집 골목입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잔’이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장소입니다. 선로 옆으로 방음벽도 없어서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바로 보입니다.

 

 

도쿄는 재밌는 곳입니다. 의외의 장소에 가게가 있습니다. JR은 대부분 지상을 다니는 전철. 서울의 2호선 일부 구간을 생각하면 좋을듯 합니다. 자연히 지상 전철의 선로 아래에는 공간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그 곳이 도로거나 혹은 주차장 정도로 활용하는 데 그칩니다. 그런데 도쿄는 그 아래를 막아서 가게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전철의 선로가 촘촘하게 뻗어 있어서 기찻길 아래를 지나는 터널도 많고 그리고 그 옆으로 선로를 따라 죽 늘어선 선술집도 많이 보였습니다. 일본 하면 떠오르는 좁은 골목과 화려한 술집의 불빛은 선로 아래 가게였습니다.

 

 

일본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당히 높은 곳입니다. 이제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아니 전혀라고 해도 될 만큼 없을 텐데요. 그래도 곳곳에 설치된 공중전화가 눈에 띕니다.

 

 

우리나라에서 선로 옆 동네는 시끄러운 곳이라 꼼꼼하게 방음벽을 둘러 열차 안에서 밖을 보아도 딱히 볼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열차 소음을 우리만큼 힘들어하지 않는 것인지 대체로 선로 옆에 방음벽이 없었고 그래서 열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주변을 살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그렇게 건물 옆을 스치듯 달리는 열차를 바라볼 수 있죠.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일본은 깨끗한 공기 덕분에 맑은 날이면 그림자가 매우 짙게 드리워집니다. 붉은색을 잘 사용하는 편인데 이런 날씨에 붉은색을 촬영하면 정말 진하게 나옵니다.

 

 

도쿄는 깨끗한 공기 덕분에 맑은 날이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뭔가 도쿄의 색을 표현하라고 하면 채도가 높지만 명도도 같이 낮은 살짝 축축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맑은 날에도 진득한 빛깔이 드리워진 사물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홀린 듯 카메라를 들게 됩니다. 사물이 재미없어도 그림자만으로 할 이야기가 생깁니다.

 

 

시부야, 하라주쿠 같은 곳은 이렇게 태그를 붙인 곳이 많습니다. 스프레이로 태그를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모습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봤는데요 한자 옆에 다양한 디자인의 태그가 재미있습니다.

 

 

다들 깔끔하게 차려 입은 회사원들 사이로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이 놀랍게 개성적인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을 하고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저 앉아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훌쩍 흐릅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아서 자전거만 보면 카메라를 들게 되는 저 같은 경우 찍을 것이 너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물류차량은 사람이 차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물건을 꺼내는 방식이 많습니다. 허리를 깊게 숙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조금은 편해 보입니다. 그러나 열차 때문에 생긴 터널도 많고 주차장에도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짐칸의 높이는 제한적입니다. 트럭의 디자인은 우리와 대동소이 하지만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한 업무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한가롭게 골목을 걸으며 사진을 찍을 때는 단초점 렌즈가 제격입니다. 여행을 함께하는 ‘반려렌즈’라는 콘셉트에서 특히 시그마의 I 시리즈 만한 렌즈도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렌즈인 만큼 주변의 시선도 덜하고 촬영하는 사람도 부담이 없습니다. 용기를 내서 렌즈 딱 한 개만 들고가면 하루종일 같은 화각으로만 세상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 처음엔 제약으로 느껴져도 조금만 지나면 즐거움으로 변합니다. 신기하게 감각이 가지고 나간 렌즈의 화각과 원근감에 맞춰지면서 좋은 사진을 찍을 기회도 더 많아집니다.

 

 

35mm 초점거리가 아주 가까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도쿄타워 정도는 가로로 촬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넓은 렌즈이기도 합니다. 세로로 찍는다면 훨씬 넉넉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그렇게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도쿄까지 가는데 렌즈 하나는 조금 걱정이 되기 마련. 시그마 35mm F2 DG DN | Contemporary (이하 35mm F2)와 65mm F2 DG DN | Contemporary (이하 65mm F2) 두 개를 챙겼습니다. 표준보다 살짝 넓게, 표준 보다 살짝 좁게. 제가 딱 좋아하는 변주입니다. 보통의 시선보다 조금 다른 변화지만 사진은 크게 달라집니다. 살짝 좁은 광각으로 촬영하는 풍경은 사진에서 정말 필요한 부분만 보게 해줍니다. 그리고 표준보다 좀 더 좁은 65mm 렌즈의 화각은 화면의 일부를 딱 잘라내듯 찍기에 좋습니다. 어디를 보고 있는건가? 싶은 엉뚱한 앵글로 찍는 것이 즐겁습니다.

 

 

도쿄는 벌써 꽃이 피었습니다. 2월에 보는 벚꽃이 생경합니다. 흐드러지게 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꽃을 보면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것은 불가항력입니다.

 

 

시그마 I 시리즈는 처음에는 따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시그마 fp 카메라에 맞춰 내놓은 작은 렌즈였고 분류는 조리개가 그리 빠른 편은 아니라 콘템포러리가 됐습니다. 렌즈의 설계도 수차를 살짝 남겨 맛을 살렸습니다. 완벽한 묘사가 아니라 풍부한 맛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24mm F3.5나 65mm F2 같은 모델부터는 매우 높은 샤프니스를 가진 소형 렌즈로 콘셉트가 조금 변했습니다. 지금은 사이즈에 비해 높은 성능을 가진 렌즈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금속 손잡이를 찍었지만 색수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렌즈 요즘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아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렌즈로 매우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 놀랍습니다.

 

 

특히 I 시리즈는 작은 렌즈이지만 포커스, 조리개 링 모두 금속으로 제작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렌즈 후드도 금속, 필터를 끼우지 않으면 마그네틱 방식의 렌즈캡도 사용할 수 있어서 확실히 여타 렌즈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작은 카메라와 매칭했을 때 밸런스가 좋은 렌즈이지만 큰 카메라에서도 기분 좋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쪽으로 무게 밸런스가 이동해 있는 부분은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게 하고 오히려 카메라 쪽이 가볍고 렌즈가 무거운 것 보다 손목이 덜 아픕니다.

 

 

도쿄 역 한복판에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미팅을 기다리는 것일까요? 무언가 기다리는 모습의 남성이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개방 조리개가 F2에 그치는 것이 조금 답답하다 이야기 할 수 있지만. 해상력이나 크기를 고려한다면 오히려 F2 정도가 딱 좋은 수준일 수 있습니다. 개방 조리개를 내려놓는다면 훨씬 쾌적한 스트리트 촬영이 가능합니다. 저는 적극적으로 조금 어두운 조리개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35mm F2나 65mm F2가 배경흐림이 적은 렌즈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포커스 위치와 그 외에 부분은 확실하게 분리해주고 보케 자체의 분위기도 좋은 편이라 얕은 심도 표현을 즐기는 분들도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는 렌즈입니다.

 

 

아래의 화살표를 보고 교차하는 사람을 촬영했을 때는 속으로 환호했습니다. 65mm의 다소 가까운 듯한 화각으로 피사체로 화면을 가득 채웠는데요. 이 충만함이 렌즈의 매력입니다.

 

 

비네팅이 조금 있는 점을 제외하면 렌즈 자체의 수차나 약점도 적어서 광원이나 금속을 직접 찍어도 번짐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현대적인 느낌의 렌즈입니다. 시그마의 I 시리즈는 곧 시그마 BF 라는 카메라에 맞춰서 은색 모델도 출시될 예정인데요 그야말로 금속 느낌이 물씬 나는 아주 매력적인 렌즈입니다. 날 것 같은 느낌이 좋아서 저에게는 큰 호감이 있었습니다. 그 쪽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언뜻 코카콜라 자판기의 색도 달라 보입니다. 옆에 있는 나무와 대비되는 색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뭔가 일본 스럽지 않나요?
한국도 액막이로 소금을 뿌리는데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쿄는 이렇게 소금을 두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교토처럼 오래된 도시에 가면 가게나 집 앞에 작게 담아둔 소금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유난히 공동묘지가 많았던 골목 한 켠에 이렇게 소금을 담아두었네요.
다양한 색상, 질감이 교차하는 다리 밑을 좋아합니다. 저 멀리 행인의 그림자가 있다면 더 분위기가 있겠죠?

 

 


 

사용 장비 ㅣ 소니 a7C II + 시그마 35mm, 65mm F2 DG DN | Contempo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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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PERONI_S 글 · 사진

촬영장비 에디터

https://www.youtube.com/@gotothemcdonalds

태그 #테크 #나의반려렌즈 #렌즈리뷰 #시그마 #SIGMA #35mm F2 #65mm F2 #DG #DN #Contempo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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