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이곳에서만큼은 달랐다. 역시 소문난 잔치답게 먹을 게 너무 많았다. 뭐부터 먹을지 고민될 정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한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치였다. 1편은 CP+ 2025의 최고의 화제거리였던 SIGMA 부스를 집중탐구해 봤다면, 2편은 카메라 업계의 강자로 손꼽히는 소니, 캐논, 니콘, 후지필름부터 화려한 퍼포먼스와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브랜드의 부스를 소개해 보겠다. 브랜드의 최신 트렌드 소개와 신제품 발표 및 체험 그리고 사진전 등 볼거리 가득했던 CP+ 2025 현장을 만나보자.
CP+ 2025가 열린 파시피코 요코하마 전시장
| Sony, 소니가 소니 했다

FE 16mm F1.8 G / FE 400-800mm F6.3-8 G OSS
부스 중앙에서 선보인 검도
역시 소니는 소니다. 브랜드 파워에 걸맞는 엄청난 크기의 부스와 다양한 체험존 그리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제품을 먼저 만나볼 기회까지, 소니의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스 중앙에선 검도, 태권도 등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진행됐고, 그 주변으로 소니 카메라와 렌즈가 쫙 깔렸다. 아무래도 소니의 장점 중 하나인 강력한 AF 성능을 보여주기 위함이겠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랴, 평소 소니 렌즈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했던 나는 걸음을 옮기며 차례차례 렌즈와 바디를 체험해 봤다. 역시는 역시다. 소니 카메라의 AF 성능은 가히 업계 최고라 불릴만하다.
정물 촬영 존
인물 촬영 존
한편엔 자그맣게 정물 촬영 존이 마련돼 있다. 가정집 컨셉의 촬영 스튜디오처럼 꾸며놓은 촬영 존에서 직원들이 이벤트 참여를 유도한다. 배경지 위에서 찍은 예시 사진을 방문객들은 그대로 따라 찍으면 되는 것 같다. 구도 잡는 데에 어색한 방문객들에겐 친히 구도까지 잡아준다. 이렇게 친절한 이벤트는 처음 봤다. 소정의 상품도 있던 것 같던데 그 상품이 뭔지 몹시 궁금했던 촬영 존이었다.
'이쯤 되면 볼 건 다 봤겠지'하고 부스를 나가려던 찰나, 부스 외곽에 a9 Ⅲ의 성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인물 촬영 존이 남아있었다. 금방이라도 오토바이를 타고 전시회를 나가버릴 것 같은 포스를 풍기는 모델 주위로 바람을 날려 흩날리는 투명한 천과 머릿결을 연출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도 왜곡 없이 담아내는 a9 Ⅲ의 기능을 선보이기엔 더할 나위 없는 체험존이었다. 역시 소니는 소니였다.
| Hello, Nikon!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이곳에서 Z 라인업 렌즈와 시네마 카메라를 만나볼 수 있다.
어느 코너를 가도 방문객들을 향한 환한 인사가 적혀 있다. "Hello!" 아무래도 다양한 체험형 부스를 선보이기에 방문객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니콘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 니콘은 신규 렌즈군을 중심으로, 최근 시네마 카메라 업체인 'RED'를 인수해 그 기술력을 녹인 'Z 시네마', 니콘의 감각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이미지 레시피를 활용한 촬영 존 등 굉장히 알차게 부스를 꾸렸다. 특히 위스키 바 컨셉의 렌즈 전시 존은 니콘의 트렌디한 연출이 돋보였다.
위스키 바 컨셉의 렌즈 전시 존
<Hello, My Color>, 이미징 레시피를 활용한 촬영 체험 코너
'Hello, Potrait' 코너에선 니콘의 Z6 Ⅲ와 함께 프리미엄 렌즈 라인업인 S라인 렌즈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은 다른 코너와 다르게 자연광이 들어오는 실내를 재현하기 위해 막혀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한 번에 최대 6명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사전에 원하는 렌즈를 직원한테 말하면 렌즈와 함께 대기표를 나눠준다. 나는 NIKKOR Z 135mm f1.8 S Plena를 선택했고 금방 입장할 수 있었다. 135mm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 번도 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망원 렌즈가 주는 압축감은 피사체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f1.8'이 선사하는 얕은 심도 표현은 감탄을 자아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스 중 하나였다. 감각적인 연출과 트렌디한 감성 그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녹인 카메라 및 렌즈 체험 존. 니콘은 정말 작정하고 나온 게 분명하다.
Z 6 Ⅲ와 S라인 렌즈를 체험할 수 있는 'Hello, Potrait' 코너
정물 촬영 존
장망원 촬영 존
| Canon의 기술력에 근데 이제 VR&MR을 곁들인

펜싱 x 혼합현실 체험 존
EOS VR 시스템 / Dual Fisheye 렌즈
캐논은 역대 최대 규모의 부스를 선보이며, 다양한 체험형 부스와 신제품을 소개했다. 그중 가장 가장 눈에 띄는 건 VR 및 MR 기술력을 선보인 코너였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VR 기기와 3D 안경을 쓰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캐논은 EOS VR 시스템과 MREAL(MR, 혼합 현실)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다른 브랜드에선 볼 수 없는 몰입감 있는 콘텐츠를 선사했다. 캐논이 추구하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스 중앙엔 실제 농구 코트장을 옮겨놓은 듯한 농구 코트 체험 존이 마련되었다.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치어리더의 열띤 공연은 지나가던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 정도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방문객들은 코트장 주위에 비치된 EOS R 시리즈와 파워샷 V1 카메라로 농구 선수들과 치어리더를 직접 촬영할 수 있었다. EOS R1, EOS R5 Mark Ⅱ, RF70-200mm F2.8 L IS USM Z 렌즈 등 신제품이 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캐논은 혁신적인 기술과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사진과 영상의 범주를 뛰어넘어 가상현실, 혼합현실 등 한 차원 높은 기술 개발에 힘써오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캐논은 타 브랜드의 부스보다 더욱 진보적이고 기술력을 앞세운 프로그램이 가득했다. 과연 앞으로 캐논이 어떤 기술력으로 우리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 부스였다.

농구 코트 체험 존
| FUJIFILM, MZ 세대가 반한 이유가 있었네

모델 촬영 존
정물 촬영 존
최근 한국 카메라 시장에서 MZ 세대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후지필름의 인기가 이곳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후지필름 역시 신제품과 다양한 체험 존 및 이벤트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부스 중앙엔 춤을 추는 무용수를 모델로 카메라 성능을 테스트해 볼 수 있었고, 정물 촬영 존은 빈티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후지필름의 디자인 컨셉과 결을 맞췄다. 또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필름 등 다양한 소스의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해 방문객들의 많은 참여를 유도했다.
후지필름은 클래식한 디자인과 간편한 휴대성 그리고 뛰어난 색감으로 전체 구매자 중 2030세대의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X100 Ⅵ와 올해 1월 발표한 instax WIDE Evo가 그중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X100 Ⅵ는 CP+ 2025에서 가장 체험해 보고 싶었던 제품 중 하나였는데, 그 인기가 공감이 될 정도로 매력적인 카메라였다. 전통적인 조작 방식을 고수하는 레트로 감성에 컴팩트함까지, "MZ들이 좋아할 만 하네".
X100 Ⅵ
instax WIDE Evo에 대해 설명하는 후지필름 직원
| PLAY with COLOR, LUMIX of Panasonic
알록달록한 색상이 눈길을 끄는 파나소닉 부스
GH7 79시간 녹화 챌린지
정물 촬영 존
파나소닉의 이번 부스의 테마는 'PLAY with COLOR'다. 대충 해석해 보면, '색 가지고 놀자' 정도 되겠다. 테마에 걸맞게 파나소닉 부스 외관은 알록달록한 색상이 눈길을 끌었으며, 부스 내부에선 LUMIX 카메라의 색 표현력을 강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그중 하나로, 부스 한편에 LUMIX의 색 표현과 실시간 LUT 기능을 활용한 이미지 제작 방법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바로 'GH7 79시간 녹화 챌린지'였다. LUMIX GH7은 냉각 시스템, 외부 전원 사용 가능 등으로 이론적으로 무제한 녹화가 가능한 카메라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시회 개최 기간 동안 쉬지 않고 녹화를 돌리는 챌린지를 진행한 것이다. 방문객들이 그저 녹화되는 카메라만 구경하는 것이 아닌 응원의 메시지도 적을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더했다. 열심히 사진을 담고 있던 나에게 루믹스 스태프 한 분이 말을 걸었고,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대뜸 나에게 펜을 쥐여주었다. 하필 한국어만 없었던 것이다. 괜한 긴장감이 맴돌았고, 고심 끝에 'GH7 화이팅!'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뒤에서 나를 지켜보던 스태프 한 분이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지 "화이팅"이라고 하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이상한 말 썼으면 큰일 날 뻔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고작 한마디 쓴 게 다인데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는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고작 한마디가 아니었던 것이다. 많은 부스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프로그램을 체험해 봤지만 고작 한마디에 불과한 차별화된 경험은 파나소닉이 유일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파나소닉 부스였다.
| ZEISS of COSINA, 12년 만에 돌아온 해상력 끝판왕


곧 출시될 Zeiss Otus ML 1.4/50과 1.4/85
COSINA 부스도 사람들이 끊이질 않았다. 바로 12년 만에 Otus 라인업의 후속작인 Otus ML 렌즈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전작인 Otus 시리즈가 뛰어난 화질과 광학 성능으로 인정받았기에 12년 만에 돌아온 Otus ML 렌즈에 대한 방문객들의 궁금증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조금의 기다림 뒤에 터치앤트라이를 해볼 수 있었다. ZEISS에서 발표한 렌즈는 총 두 가지 화각(50mm, 85mm)으로, 미러미러스용 마운트(E, RF, Z)에 최적화되었다. 전작에 비해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지고 무게 또한 가벼워져 카메라 파지가 더욱 편해졌다. 그렇다고 성능은 떨어졌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역시 해상력 끝판왕답게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엄청난 화질을 자랑한다. 수동 초점 방식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여전히 수동 초점 방식을 고집했다. 다시 말해, 이번에도 집요하게 광학 성능을 최우선적으로 설계했다. f1.4 최대 개방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고, 배경 흐림 효과 역시 더욱 부드러워졌다. 다만 초점링을 돌릴 때의 조금 묵직한 느낌은 아쉽게 느껴진다. 조금 아쉬워도 어떠하리. 오랜만에 출시된 이 렌즈는 많은 사진가들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12년이라는 시간은 기대와 의심을 낳았다.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COSINA 부스는 12년이라는 시간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 사진전, 현대 사진 문화의 1번가
고양이 사진전
대학교 사진 학과 및 동아리 사진전
ZOOMS JAPAN 2025
CP+는 단순히 기업의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자리만이 아닌 사진 및 영상 문화의 발전을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사진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일본 전역의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고양이 사진을 선보인 고양이 사진전, 일본의 사진 문화를 이끌어갈 대학교 사진학과 및 사진 동아리 학생들의 작품을 선보인 사진전, 일본의 사진 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ZOOMS JAPAN 2025' 등 매년 다양한 사진전이 열린다.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전시회에서 아마추어(사진 동아리, 사진 학과 학생 등) 작가들의 사진전을 개최한다는 건 CP+가 카메라 업계의 상업적 발전뿐만 아니라 사진 문화 발전에도 진심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곳은 단순히 사진이라는 표현은 소박한, 한편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운 기록들로 가득하다. 또 사람이 가득 차고 바쁘게 흘러가는 브랜드 부스와는 달리 이곳을 차분하고 평온하게 만든다. 때론 거칠고 투박한 사진이 보이고, 가끔은 수상할 정도로 집요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사진도 보인다. 뚫어져라 사진을 쳐다보는 이들의 눈동자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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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가봤던 CP+는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한국의 CP+ 격인 KOBA에서는 보지 못할 엄청난 스케일의 부스와 체험 존, 다양한 이벤트 등 카메라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시회인 만큼 화려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났다. 평소 전시회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오늘만큼은 정신 못 차리고 뭔가에 홀린 듯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는 내가 어색할 정도였다. 역시 소문이 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벌써부터 내년 CP+가 기대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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