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마주한 베를린의 분위기를 즐겼다면, 이제는 이 도시의 숨겨진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베를린은 오래전부터 독일에서 가장 정치적인 도시이자, 현재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래서 베를린을 이해하는 데 있어 역사와 예술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를린 곳곳에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과 승전을 기념하는 브란덴부르크 문, 유대인 학살을 반성하는 기념관 등은 누구나 베를린을 여행할 때 떠올리는 대표적인 장소들입니다. 또한 고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 섬에서 하루를 보내는 여행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잘 방문하지 않는 베를린의 색다른 공간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예술과 역사를 조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베를린이 잘하는 일이니까요.
C/O Berlin
오늘의 정치와 역사를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공간

C/O Berlin은 사진과 시각 미디어를 다루는 전시 공간입니다. 사진작가, 디자이너, 건축가가 협업하여 창립한 이 공간은 베를린 동물원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사진 전시는 대체로 정치나 역사를 주제로 하지만, 결코 진부하거나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젊은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35세 이하의 아티스트와 이론가에게 상을 수여하며, 실제로 전시하는 작가들 역시 젊은 세대가 많습니다. 사진을 기본 매체로 하지만 다양한 시각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도 많이 전시되며, 실험적인 기법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이곳 서점에서 판매하는 작품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며, 1층의 카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진을 좋아하고,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궁금하다면 방문해 볼 만한 곳입니다.
· C/O Berlin
-주소: Amerika Haus, Hardenbergstraße 22-24, 10623 Berlin
-홈페이지: www.co-berlin.org
Buchstabenmuseum
간판이 전시가 되는 독특한 미술관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이면 "여기가 미술관이 맞아?"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바로 베를린의 옛 간판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베를린에서는 의외로 ‘타이포그래피’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곳곳에 구동독 시대의 타이포그래피가 남아 있으며,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이었던 지역의 간판 스타일 차이가 크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철자 미술관(Buchstabenmuseum)은 우리에게 친숙한 간판을 전시의 주제로 삼아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있지 않아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간판은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한 번 제작되면 오랫동안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타이포그래피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오브제라 할 수 있습니다. 철자 미술관(Buchstabenmuseum)은 바로 이러한 점을 포착한 공간입니다. 한적한 시간에 방문하면 미술관을 운영하는 분께서 직접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입구에는 방문객이 손글씨를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개인의 손글씨를 기록하고 보존하고 싶어서 마련한 코너라고 합니다. 전시 방식이 다소 거칠지만 오히려 이 점이 이곳만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이니 간판 사이에 둘러싸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끽해 보세요.
· Buchstabenmuseum
-주소: Stadtbahnbogen 424, 10557 Berlin
-홈페이지: www.buchstabenmuseum.de
Schwules Museum
퀴어 운동과 역사, 예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

베를린은 유럽에서 LGBTQ+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특히 게이 인권운동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동성애 권리 운동이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2001년에는 베를린이 독일 최초로 동성애자 시장을 선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Schwules Museum입니다. 1985년에 설립된 이곳은 기록 보관소, 도서관, 카페, 전시장을 갖추고 있으며, 단순히 역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LGBTQ+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시민 사회 프로젝트로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영화 상영회, 이벤트, 전시 프로젝트 등이 자주 열립니다. 매주 월·수·금에는 아카이브와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베를린의 퀴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방문해 보길 추천합니다.
· Schwules Museum
-주소: Lützowstraße 73, 10785 Berlin
-홈페이지: www.schwulesmuseum.de
Kulturfabrik Moabit
폐허를 문화와 예술로 채운 공간





모아빗(Moabit)은 과거 노동자와 이민자들의 정착지였습니다. 프로이센의 군수공장과 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입니다. 그만큼 유대인 공동체가 많았기 때문에 나치 시절 박해의 중심지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위치로 보면 서베를린에 속하지만 장벽 근처가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았고, 산업 시설도 대부분 이전하면서 생활 기반 시설이 열악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낮은 집값은 자연스럽게 터키와 아랍권 이민자들에게 매력적이었겠죠. 그래서 현재 모아빗에는 터키와 아랍계 주민이 많이 거주합니다. 위험하다는 소문도 많지만 최근 10년간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다 보니 저렴한 임대료를 따라 스타트업과 신생 예술 공간이 들어서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문화공장(Kulturfabrik)은 이러한 변화를 이미 30년 전에 시작한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건물은 한참 공업화가 진행되던 1911년에 지어졌고, 동네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던 1973년부터 1990년까지 폐허로 남겨졌었는데요. 주민과 예술가, 학생들이 힘을 합쳐 버려진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컬 주민들의 노력으로 새로 쓰임을 얻게 된 이 건물은 재건축된 모던한 건물들 사이에서 지난 베를린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건물이라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전시와 영화 상영,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서 예술가와 주민들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행사나 공연 등의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Kulturfabrik Moabit
-주소: Lehrter Str. 35, 10557 Berlin
-홈페이지: kulturfabrik-moabit.de
Tempelhof Feld
세계 최초의 상업용 공항, 베를린 시민의 거대한 공원이 되다







1923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공항으로 개항한 템펠호프 공항은 나치 정권 시기에 대규모 확장을 거치며 현재의 크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항 건물 역시 나치 건축 스타일을 반영해 웅장한 신고전주의 양식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용 공항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기간 동안 주로 군사적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독일 통일 이후인 1990년대, 템펠호프 공항의 폐쇄가 잠정적으로 결정되었고 결국 2008년에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 후 2010년, 이 광활한 부지는 시민들에게 공원으로 개방되었고 지금까지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휴식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에는 바비큐를 즐기는 사람들과 밤늦도록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템펠호프 공항 건물은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높으며, 독일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간직하고 있어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영어와 독일어 투어가 제공되며, 사진 촬영을 중심으로 한 투어나 공항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탐험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있어 여러 번 방문해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 Tempelhof Feld
-주소: Tempelhofer Damm, 12101 Berlin
-홈페이지: www.thf-berlin.de
Arminiusmarkthalle
전통적인 장터와 현대적인 마켓의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







실내 시장(Markthalle)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유럽 여러 도시에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베를린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아르미니우스 실내 시장은 베를린에서 건설된 14개 실내 시장 중 열 번째로 완성된 곳으로, 1891년 모아빗(Moabit) 지역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을 반영한 철제 구조와 벽돌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내 시장은 역사적으로 야외 노점과 현대식 슈퍼마켓 사이에 위치한 과도기적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현대식 슈퍼마켓과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르미니우스 실내 시장은 독일 내에서도 성공적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재탄생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0년대 이후 진행된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의 농산물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트렌디한 레스토랑, 바, 기념품 숍 등 커뮤니케이션과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공용 테이블이 눈에 띄며, 한 달에 한 번 공예품 마켓도 열립니다. 전시나 공연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장소로, 베를린의 로컬 문화를 경험하기에 좋습니다. 시장 내 공예품 판매 부스를 둘러보며 예술가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거나 전시나 공연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베를린의 일상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Arminiusmarkthalle
-주소: Arminiusstraße 2-4, 10551 Berlin
-홈페이지: arminiusmarkthalle.com
BRLO Brwhouse
베를린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젊은 양조장
베를린의 과거를 현대적 방식으로 경험했다면 이제는 베를린의 현재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브릴로(BRLO) 양조장은 2014년에 설립된 신생 양조장으로, 전통적인 독일 맥주를 기반으로 하되 독창적인 변주를 가미한 맥주를 선보입니다.
이곳에서는 ‘테이스팅 플래터’를 주문하면 대표 맥주를 다양하게 시음할 수 있는데, 특히 베를리너 바이스(Berliner Weisse)는 강력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스(Weiß)' 맥주 하면 남부 바이에른식 밀맥주를 떠올리지만 사실 베를린에도 자체적인 전통 밀맥주가 있습니다. 남부식 밀맥주가 부드럽고 달콤한 스타일이라면 베를리너 바이스는 새콤하고 청량감이 강해 과거에는 ‘북부의 샴페인’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사라져 가던 이 맥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브릴로 양조장입니다.
또한 이곳의 곁들임 메뉴 역시 베를린 젊은 층의 취향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채식 메뉴가 기본이며, 육류는 추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로컬 재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공간 자체도 재활용 가능한 컨테이너 건물로 설계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베를린의 젊은 층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베를린의 현재 트렌드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면 브릴로 양조장에서 맥주 한 잔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 BRLO Brwhouse
-주소: Schöneberger Str. 16, 10963 Berlin
-홈페이지: www.brlo.de/gastronomien/brlo-brwhouse
Restaurant Maximilians Berlin
베를린에서 독일 음식을 맛있게 기억하는 방법


막시밀리안 레스토랑은 독일 남부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베를린에서 바이에른 음식이라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지만 독일을 여행하며 현지 음식을 맛있게 즐기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름진 조리법과 낯선 향신료, 단순한 조리 방식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독일 음식을 찾기가 어려운 편이죠.
하지만 바이에른 음식은 예외입니다. 개인적으로 독일 음식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지역과 관계없이 바이에른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내에서도 남부 음식이 더 맛있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온화한 기후와 발달한 농업·축산업,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요리 문화 덕분에 바이에른 지역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입니다. 다양한 곳에서 시도해 봤지만 이곳만큼 적당히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 짜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뛰어난 소스를 제공하는 곳은 드뭅니다. 다만 곁들임으로 나오는 양배추 절임이 따뜻하게 제공되어 입맛을 리프레시 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이에른 전통 소시지인 바이스부어스트(Weißwurst)도 추천합니다. 다만 특유의 향신료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참고해서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일에서는 소시지를 머스터드(Senf)와 함께 먹는데, 테이블에 놓인 달콤한 머스터드와 매콤한 머스터드를 모두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고기가 부담스럽다면 독일식 치즈 파스타인 케제슈페츨레(Käsespätzle)를 시도해 보세요. 남부 독일에서는 일반적인 비어가르텐 음식으로, 치즈 특유의 느끼함보다 고소한 맛이 강조되어 치즈를 즐겨 먹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 Restaurant Maximilians Berlin
-주소: Friedrichstraße 185-190, 10117 Berlin
-홈페이지: www.maximilians-berli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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