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이 지나고 봄의 중앙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꽃들이 더욱 온화해진 날씨를 알아채고 배턴 터치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옷소매가 짧아지기 전까지 변화하는 풍경을 담고 또 담습니다.
3월에는 산수유와 홍매화로 올해 첫 봄을 느꼈는데, 4월이 되자 수선화와 진달래, 벚꽃이 거리와 산, 하천에 만개했어요. 군락을 이뤄 풍성한 꽃들이 살랑이는 곳. 구례에 이어 이번에는 서산, 부천,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봄따라 봄꽃로드 #1 구례편: 산수유와 홍매화
수선화
📍서산 유기방가옥(충남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72-10)
가옥 주변 정원에 수선화를 심어 매년 봄이면 수선화가 가득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유기방가옥. 1919년 일제강점기 때 건립된 충청남도 민속문화재로 세심한 관리 덕에 수선화가 만개하는 봄에는 모든 중력이 이곳에 모인 것처럼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입니다. 큰 꽃들이 약 2만 평에 걸쳐 군락지를 이룬 만큼 유기방가옥을 배경으로 노랗고 큰 꽃잎을 펼친 수선화가 한가득 펼쳐져 있습니다.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하며 유기방가옥과 어우러진 수선화가 궁금하다면 매년 4월 봄을 놓치지 마세요.
SIGMA 85mm F1.4 DG DN|Art
SIGMA 85mm F1.4 DG DN|Art
SIGMA 85mm F1.4 DG DN|Art
SIGMA 45mm F2.8 DG DN|Contemporary
SIGMA 45mm F2.8 DG DN|Contemporary
SONY a7r5+SIGMA 45mm F2.8 DG DN|Contemporary, SIGMA 85mm F1.4 DG DN|Art (에디터 H)
넓게 펼쳐진 모든 공간에 수선화가 피어 있어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찍어야 할지 다소 막막함이 들었는데요. 우선 수선화의 초상을 찍는다고 생각하며 첫 번째 셔터를 눌렀습니다.
포트레이트 촬영용으로 인기 있는 85mm 화각을 활용했습니다. 조리개를 열어 심도를 얕게 해 수많은 수선화 중 하나의 꽃에 집중했고(1, 2번 사진) 수선화 밭을 멀리서 압축적(회화적)으로 담아보기도 했습니다.(3번 사진)
45mm 표준 화각도 준비했는데요. 꽃밭이 심심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앞쪽으로 꽃 보케를 두고 빛이 드는 꽃밭을 대비감 있게 담았습니다.(4번 사진) 또 가까운 꽃에 포커스를 두고 넓게 펼쳐진 꽃밭을 함께 보여주면 표준 화각이지만 망원 압축의 느낌도 낼 수 있어요.(5번 사진)
SIGMA 28-45mm F1.8 DG DN|Art
SIGMA 28-45mm F1.8 DG DN|Art
SIGMA 105mm F2.8 DG DN MACRO|Art
SIGMA 105mm F2.8 DG DN MACRO|Art
SIGMA 105mm F2.8 DG DN MACRO|Art
SONY a1+SIGMA 28-45mm F1.8 DG DN|Art, SIGMA 105mm F2.8 DG DN MACRO|Art (에디터 C)
수선화는 뿌리 식물로 개체별로 크기가 크지 않은 데다 낮게 깔려 있습니다. 촬영을 한 서산의 유기방가옥에 가면 노란 수선화가 고택과 그 주변 언덕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어요. 그래서 언덕 위에서 촬영하기보다는 아래에서 위로, 아이 레벨보다는 로우 앵글로 촬영하면 노란 수선화가 뒤덮인 느낌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24~28mm의 초점 거리를 가진 광각렌즈를 통해 언덕 아래에서 위쪽으로 촬영하며 풍성한 모습을 넓게 담아내려 했어요. 하지만 수선화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 찍는 것도 도전해 보세요. 뿌리 식물이라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건 어렵지만 매크로렌즈나 최소 초점 거리가 비교적 짧은 망원렌즈를 챙겨가면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꽃잎의 노출이 날아가지 않게 잡아주세요. 빛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 꽃잎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노출이 날아가게 되면 수선화의 노란색을 담아내기 어려워요. 때문에 노출 보정 다이얼을 조정해 촬영하는 것이 좋아요.
두 번째, 내가 찍고 싶은 수선화를 정한 뒤 다른 수선화를 배경으로 삼으면 그 자태와 색을 더 폭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자리를 잡은 뒤, 사람이나 다른 배경이 나오지 않게 프레이밍을 먼저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마지막은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여 촬영할 꽃 앞쪽을 흐리게 '앞 배경' 처리를 하면 더욱 동화 같은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을 거예요.
진달래
📍부천 진달래 동산(경기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산21-1)
부천 춘의동 원미산에 3만여 그루의 진달래가 뿌리를 내리면서 진달래 동산이 탄생됐습니다. 부천종합운동장 방면까지 넓게 퍼져 있어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을 조망하기에 좋아요. 매년 3월 말~4월 초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분홍빛의 커다란 동산을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쉽잖아요. 축제 기간을 살짝 피해 다녀온 진달래 동산엔 축제의 활기참 대신 고요한 꽃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상춘객들이 가득했습니다.



SIGMA 70-200mm F2.8 DG DN OS|Sports
SONY a7r5+SIGMA 70-200mm F2.8 DG DN OS|Sports (에디터 J)
많은 사진가들이 인물 스냅 촬영 렌즈로 70-200mm 망원 줌 렌즈를 선택합니다. 부드러운 배경 흐림 효과, 망원 렌즈의 압축감, 전신부터 클로즈업까지 커버하는 넓은 화각대 등이 그 이유겠죠. 이번 촬영에서는 70-200mm의 특징을 활용해서 꽃을 배경으로 인물 스냅 촬영을 해봤습니다.
꽃 사진의 매력은 진한 색감, 그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산뜻한 분위기와 계절감이라 생각하는데, 지금처럼 진달래가 가득한 진달래 동산은 인물 스냅 촬영임에도 꽃의 매력을 보여주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조금 더 봄 내음이 묻어나는 사진을 원한다면 아이 레벨의 단조로운 구도에서 벗어나 하이 또는 로우 앵글에서 촬영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배경에 꽃을 가득 담을 수 있거든요. 또 프레임 전경에 꽃을, 중앙엔 인물을 배치하고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다면 망원 렌즈가 주는 압축감에 인물은 더욱 선명하고 배경은 흐려지면서 인물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이 또는 로우 앵글, 프레임 전경에 꽃 배치, 망원 렌즈의 압축감, 조리개 최대 개방.
이것만 기억한다면 봄에 찍는 인물 스냅 촬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건질 수 있을 거예요.
벚꽃
📍경주역사유적지구월성지구(경북 경주시 교동 38-13)
📍대릉원 돌담길(경북 경주시 황남동 493-26)
GR3
GR3
GR3x
GR3
GR3x
리코 GR3, GR3x (에디터 M)
경주엔 유명한 벚꽃 스폿이 많습니다. 황룡사 9층 목탑 근처는 대표적인 벚꽃 촬영 장소이며 4월 초엔 대릉원 돌담길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기도 했고요. 봄꽃의 대표 격인 벚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봄 한가운데에 있음을 실감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4월 초, 경주도 봄 한가운데에 있었어요.
벚꽃을 어떻게 담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어떤 구도나 특정 세팅을 염두에 두고 촬영하는 대신 보이는 대로, 당시 느껴지는 대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철저한 계획 하에 촬영하면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지만 가끔은 아무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촬영해 얻는 결과물도 색다른 감흥을 줄 때가 있으니까요.
경주에 방문했던 날, 서서히 걷히긴 했으나 연회색 구름이 짙게 끼었던 탓에 하늘은 희미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어요. 테스트로 촬영해보니 눈으로 본 그대로 희뿌연 하늘에 옅은 푸른색이 감돌았어요. 하늘의 색을 조금 더 밝히기 위해 포지티브 모드에서 채도를 조금 높였더니 원하는 색으로 표현이 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후에는 구름이 걷히고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져 창공을 배경으로 벚꽃을 찍을 수 있었다는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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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디터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