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다 보면 자꾸 장비 욕심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가슴 속에 품게 되는 꿈의 장비들이 하나둘씩 생기게 되죠. 말 그대로 꿈의 카메라, 꿈의 렌즈이기 때문에 세세한 평가보다는 그 렌즈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라던가 그 렌즈로 어떤 사진을 찍는 상상을 하며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깁니다. 제 이야기부터 하자면 DSLR 시절부터 꿈꿔온 렌즈는 자이스의 Otus였습니다. 독특한 생김새, 자이스라는 브랜드의 신뢰감. 칼 같은 화질 그리고 고급스러운 풀 메탈 소재까지 하나같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 앞에 장사가 있을까요. 시간이 흘러 미러리스 시대로 바뀌며 수많은 회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라인업의 미러리스 렌즈를 써보면서 Otus는 자연스레 잊힌 존재가 됐지만 자이스는 이 상징적인 Otus 렌즈를 가만히 둘 리 없었죠.

APO Distagon 구조로 F1.4를 유지하면서 렌즈를 작게 만든 건 자이스가 오투스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ML이라는 네이밍이 붙은 것 외에도 기존 Otus 대비 작아졌고 가벼워졌으며 유려한 곡선의 디자인은 최신 렌즈처럼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변한 게 없죠. 언제봐도 멋들어진 방패 로고, 고급스럽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풀 메탈 소재를 적용한 건 여전하니까요.
Otus ML은 APO Distagon 방식의 구조를 채용했습니다. APO라고 불리는 아포크로매틱 구조를 통해서 색수차를 최소화하고 해상력, 표현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띕니다. 그러면서도 밝은 조리개를 유지하고 작아진 크기는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처음엔 이 크기를 보고 이전 Otus 처럼 APO를 채택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자이스는 결국 해냈습니다.
디스타곤 구조를 채택하고 비구면 렌즈가 들어있어서 왜곡 없는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빛 번짐이 꽤 강하게 생기는데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디테일을 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억제하면서도 암부의 디테일을 잘 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디스타곤 구조를 채택하여 왜곡과 각종 수차에 대응하여 사진의 중앙부부터 가장자리까지 높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확실히 빛 번짐이나 플레어, 고스트가 억제됨과 동시에 암부 표현의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이런 밝은 조리개의 단 렌즈를 쓰는 사람들은 역광 상황에서 할레이션을 담을 일이 많은데 디테일까지 받쳐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ZEISS OTUS ML (1/25s, F1.4, ISO 1000)
ZEISS OTUS ML (1/200s, F1.4, ISO 1000)
빛이 넘치는 주간에 만족스러웠기에 야간에는 어떨까하며 집 근처 공원에서 촬영해봤습니다. 밝은 조리개값과 함께 T*코팅이 적용되어 있어서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빛의 산란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디테일한 표현은 놓치지 않습니다. 빛이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도 나뭇잎 위로 살짝 보이는 거미줄까지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저조도에서 촬영할 일이 많지 않겠지만 Otus ML의 화질과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들의 손떨림 방지 기능이 결합되면 어떤 상황에서 촬영해도 괜찮겠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ZEISS OTUS ML (1/1000s, F1.4, ISO 100)
ZEISS OTUS ML (1/16000s, F1.4, ISO 160)
ZEISS OTUS ML (1/6400s, F1.4, ISO 160)
ZEISS OTUS ML (1/5000s, F1.4, ISO 100)
다양한 상황에서 수차 보정, 표현력도 뛰어나지만, Otus ML 1.4/50 렌즈를 써보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최대 개방에서 공간감입니다. ZEISS에서 이런 부분을 3D POP이라고 하는데 배경 흐림 부분이 수치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최대 개방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확실히 입체감 같은 게 느껴지는데 요즘 대부분의 렌즈들이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최대 개방에서 배경 흐림 표현에서는 공간감 표현이 약한 경우를 자주 보는데 자이스의 이 입체감, 공간감을 한 번 경험하면 어떤 장면도 매력적이게 보이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가지의 상황과 다양한 장소로 다니면서 촬영했는데 확실히 Otus ML이 사용성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지면서 만족스러움을 더 했습니다. 먼저, 소재에서 오는 촉감적인 부분의 만족도와 더불어 포커스 드라이브를 작동했을 때 아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은 정말 빌드 퀄리티가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더라고요.
또 하나 디테일한 부분은 조리개 링, 포커스 링마저 고무 러버에서 메탈 소재로 바뀌며 렌즈 표면에 먼지가 달라붙거나 하지 않아 언제라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더 이상 고무 러버에 붙은 먼지와 씨름할 필요가 없는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이스의 Otus ML을 써보면서 위대한 렌즈의 계승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AF 미탑재는 아쉬울 수 있지만 Otus라는 완벽에 가까운 렌즈를 계승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Otus 렌즈의 아이덴티티는 정밀한 조작을 통해서 사진가의 의도를 100% 반영할 수 있게 해주는 거라 생각해보면 필연적인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전작보다 높아진 사용성, 뛰어난 화질과 특성은 여전히 오투스는 오투스구나 싶습니다. 조만간 제 카메라에도 마운트되어 있겠죠?
ZEISS OTUS ML 1.4/50으로 촬영한 사진들
ZEISS OTUS ML (1/10000s, F1.4, ISO 160)
ZEISS OTUS ML (1/1600s, F1.4, ISO 160)
ZEISS OTUS ML (1/6400s, F1.4, ISO 100)
ZEISS OTUS ML (1/3200s, F1.4, ISO 100)
ZEISS OTUS ML (1/2500s, F1.4, ISO 100)
ZEISS OTUS ML (1/5000s, F1.4, ISO 100)
ZEISS OTUS ML (1/10000s, F1.6, ISO 100)
ZEISS OTUS ML (1/1600s, F1.4, ISO 320)
ZEISS OTUS ML (1/800s, F1.4, ISO 1600)
ZEISS OTUS ML (1/2000s, F3.2, ISO 160)
ZEISS OTUS ML (1/8000s, F1.4, ISO 160)
ZEISS OTUS ML (1/6400s, F1.4, ISO 160)
ZEISS OTUS ML (1/32000s, F1.4, ISO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