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25 Questionnaires’에 포함된 작가들은 작업 과정에 있어 출발점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의적 과정의 치열함에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작품 뒤에 가려진 고뇌를 깨닫게 합니다. 기획자로 만난 수많은 아티스트와 사진가들과 전시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생각, 이념, 감정을 관람객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그중 국내외 작가들 특히 울림과 깨달음을 주는 100인을 선정해 그들의 창의적 과정, 그 치열함, 영감의 원천을 전합니다. 평소 궁금해하던 그들의 이성과 감성을 이해할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품 속에서 튀어나오는 번뜩이는 천재성은 무한 감탄을 주고 그들의 답안에서 인간적 매력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하기를 기대합니다.

타인과의 연결성을 발견하고,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정체성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섬세하게 탐색한다.
다이안 아버스와 소피 칼은 둘 다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관찰과 자기 자신에 대한 치열한 내면화를 동시에 시도한 작가들이다.
1. 이름
배진희
2. 현재 직업
사진작가, 출판사 대표, 교수,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영역 같지만 모두 ‘이미지’와 ‘이야기’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3. 별자리
물병자리
4. 나와 나의 작품 소개
인물 중심의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세대와 가족이라는 두 축을 매개로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양상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의 일상에 주목하여, 리얼리티와 예술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감정, 관계, 문화적 충돌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려고 합니다.
제 대표작인 <What a Wonderful Day!> 시리즈에서는 이방인으로서 정체성과 청춘기의 감정, 문화적 정착의 양상을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기록하며, 젊은 세대가 겪는 불확실한 미래와 일상의 소소한 가치 사이의 긴장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현대 소비문화와 전통적 가치관 사이의 간극을 통해 세대 정체성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Sharing Commonness – Family Project와 가족, 같이 숨쉬다>와 같은 연작에서는 부모를 주요 피사체로 삼아, 가족이라는 구조를 사회적 개념이 아닌 개인적 삶의 단위로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노부부의 일상을 담담히 기록함으로써 개인의 시간이 쌓여 이뤄지는 관계의 본질과 가족 간의 존재적 연대를 이야기하며, 이는 곧 관객 각자의 삶에 대한 보편적 공감으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관계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세대가 살아가는 시간과 감정,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는 일상의 결을 통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리듬을 포착하고 싶습니다. 하여 카메라를 통해 타인과의 연결성을 발견하고,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정체성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섬세하게 탐색하고 있습니다.
5. 현재 살고 있는 도시 / 살고 싶은 도시
서울 / 오슬로, 노르웨이
6. 그 도시의 매력
오슬로의 가장 큰 매력은 여유로움입니다. 서울은 에너지와 움직임이 많은 도시이고, 오슬로는 그 반대의 시간성을 품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 ‘한가로움’이 부럽습니다. 사람과 공간, 시간 사이에 숨 쉴 틈이 있기 때문이죠.
7.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럭셔리’란?
가고 싶은 곳에 망설임 없이 가고, 먹고 싶은 것을 고민 없이 먹는 것
8. 지금 돌아보면 가장 아름다웠던 나이
지금!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9. 좋아하는 작가 (Dead / Alive)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와 소피 칼 (Sophie Calle). 둘 다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관찰과 자기 자신에 대한 치열한 내면화를 동시에 시도한 작가들입니다.
10. 내가 생각하는 예술과 사진의 거리
예술 안에서의 사진과 사진 안에서의 예술은 분명 다른 결을 지닙니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사진이 해석되는 방식과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본래적 속성 간의 간극은 고정된 거리가 아닙니다. 포괄 관계인지, 평형 관계인지에 따라 끊임없이 재조정되죠. 따라서 예술과 사진은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그 간극 자체가 창작의 여지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11.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성격적 특징
극강의 ‘E’ 성향. 동시에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으려 합니다.
12. 예술가로서의 약점
장기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성향 때문에 단기 작업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오랜 시간 대상과 관계 맺고 관찰하는 방식이 몸에 익어 있기 때문입니다.
13. 끌리는 색 / 오늘 입고 있는 옷의 색
녹색 계열을 좋아하고, 오늘은 그레이를 입고 있습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편안한 색들입니다.
14. 작가로서의 철학
“일단 해보자.” 생각보다 중요한 건 ‘시작’이라는 단순한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15. 지금 하는 일 외에 가장 하고 싶은 일
지금도 일이 너무 많아서 다른 걸 할 여유는 없습니다. 하고 있는 일들을 좀 더 밀도 있게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6. 가장 걱정되는 미래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건강하지 않은 미래. 지금처럼 나의 일과 감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는 가장 두렵습니다.
17. 예술적 자극을 주는 것
특정한 장소보다는 우연한 순간에 자극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잔잔한 일상을 다룬 극(드라마나 영화 등등)입니다. 평범한 감정의 밀도를 설득력 있게 그리는 작업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18. 소울푸드
미역국과 카레. 익숙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맛.
19. 가장 잘 통하는 동물 또는 식물
실제로 '잘 통하는' 존재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건 대형견이지만, 저와 잘 맞는지는 아직도 확신이 없습니다.
20.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균형감이란? 버려야 할 고집이 있다면?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맞춘다는 거 자체가 존재하나 싶습니다. 예술가로서 잘 살기 위해 혹은 현실에 발을 잘 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너무 다르고 포기할 것들은 대립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선택의 문제인 것 같네요. 적당히 맞추고 살 것인가, 끝까지 지킬 것인가 정도를 고민할 줄 아는 여유가 균형감 아닐까 싶어요. 버릴 만큼의 고집이 별로 없기도 하고요.
21. 가장 자주 가는 장소
탄천. 거의 매일 뜁니다. 특별한 곳보다는 일상의 루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2. 완벽한 나만의 시간
일요일 아침,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습니다.
23. 나만을 위한 전시 공간을 고른다면
‘완벽한 공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전시는 공간에 맞춰가는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해보고 싶은 곳을 꼽자면, 영국 런던의 Photographers’ Gallery입니다.
24. 올해의 할 일
내년이면 런던에서 시작한 ‘What a Wonderful Day!’ 10년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또 다른 10년이 됩니다. 현재로썬 이 작업을 연결해서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마무리 짓는 것이 올해 가장 급한 작업입니다.
25. 내 예술의 시작이 된 작품
‘같이 숨쉬기’는 사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해준 데뷔작이자 애증의 작업입니다. 여러 상도 받고 해외 전시라는 것도 처음 해보고 좋은 경험은 많았지만 작업 과정이나 이후의 행보 등이 너무 힘들었던 작업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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