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모 호텔에서 작년까지 햇수로 2년 동안 촬영 감독 일을 해왔습니다. 촬영 감독이라는 칭호가 붙으니 뭔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온갖 잡일을 해야 했고 촉박한 시간 내에 다량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호텔은 투숙객들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촬영에 대해 관대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죠. 심지어 사람들이 서 있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도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즉 상업 촬영은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는 뜻이죠.
 
이러한 모든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조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조명만 제대로 알아도 망하지 않는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신념 말이죠. 이번 시간에는 초보 상업 작가들이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음식 촬영에 대해 공유하려 합니다.
 
 
이번 상업 촬영 공간은 지하에 위치한 어두운 펍입니다.
 
첫 촬영 제의가 들어왔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그곳이 어두운 펍이라고 가정해 보고요. 직원들은 영업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주방에서는 주인장이 음식을 준비 중입니다. 여기서 촬영자가 해야 할 것은 공간의 특징을 파악하고 빠르게 촬영 포인트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곧 손님들이 들어올 저녁이 다가오고 촬영이 허락된 시간은 고작 1시간입니다. 즉 1시간 안에 주인장을 만족시키는 사진을 얻어야 다음 촬영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대부분의 초보자가 이 부분에서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이번 촬영에는 엘린크롬의 Three 무선 플래시를 사용했습니다.
엘린크롬 플래시는 섬세한 광량 조절과 직관적인 조작법이 인상적입니다.
 
 
현장에서 전기 코드 찾다가 시간 다 간다
무선 플래시는 필수!
 
실제로 영업을 하는 업소에는 의외로 전기 코드를 찾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양의 전기 기구가 꽂혀 있어 자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진하게 전기 코드를 어디서 꼽느냐고 물어보는 순간, 여러분은 아마추어 취급을 받게 됩니다. 전기 연장선을 준비하든지 아니면 무선 플래시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는 뜻이죠. 당연히 후자가 탁월한 선택입니다. 전기선 연결 없이 바로 촬영을 세팅할 수 있고 무선으로 발광하는 플래시를 보며 주인장은 신뢰의 미소를 보입니다. 물론 실력이 전부이지만 장비의 비주얼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왼쪽 측면 대각선에서 하부로 내리꽂는 크로스 라이팅과 반사판을 이용합니다.
아… 그런데 뭔가 너무 정직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메뉴판에 들어갈 위성샷도 반드시 촬영해야 합니다.
흰색 배경지를 활용하여 2차 가공이 쉽도록 촬영해 줍니다.
 
이번 촬영에서는 엘린크롬의 Three 플래시 한 대와 배경지 조합으로 진행했습니다. 엘린크롬은 돔 형태의 디퓨저만 사용해도 광질이 비교적 부드럽기 때문에 투박한 소프트 박스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결과물이 좋았습니다. 공간을 최소한으로 차지하는 플래시가 실질적인 현장에서 사용감이 좋았다는 뜻이죠. 촬영 시 카메라 바디 세팅을 먼저하고 광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디 세팅은 1/125 셔터스피드, 조리개는 F5.6 ISO100에 고정해서 이에 맞는 노출값을 갖는 광량을 선택했죠. 그리고 플래시는 왼쪽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내리꽂는 크로스 라이팅으로 세팅했고 반대편의 암부를 채우기 위해 작은 반사판을 준비했습니다. 이 정도 세팅만 해도 선명한 사진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소 사진이 정직하고 임팩트가 없어 보이지 않나요?
 
 
지난 칼럼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던 백 라이팅으로 세팅에 변화를 줍니다.
빛의 방향만 변화를 줬을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다소 정직하고 평면적인 장면과 입체감과 빛의 느낌이 살아있는 사진.
 
첫 사진에서 임팩트가 없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 조명의 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백 라이팅으로 조명의 방향을 완전히 돌렸고 전면부의 암부를 반사판이 채워주는 세팅으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떤가요? 조금 전의 사진과는 다르게 빛의 느낌과 입체감이 더 살아있지 않나요? 빛을 앞에서 채우게 되면 그림자를 뒤편으로 밀기 때문에 입체감이 사라지는 대신 선명도와 정확한 색감이 살아나고, 빛을 뒤에서 채우게 되면 그림자가 앞으로 밀리게 되면서 전체적인 윤곽이 살아나고 빛의 느낌은 강해집니다. 인물 촬영도 비슷한 원리죠.
 
 
반사판을 사용하지 않은 사진(좌) 반사판을 사용한 사진(우).
 
여기서 반사판의 역할은 상당히 큽니다. 두 개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세팅을 어설프게 할 경우 두 개의 그림자가 생겨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연출되죠. 하지만 반사판은 이름 그대로 반사되는 빛이기 때문에 암부를 자연스럽게 채워줍니다. 반사판은 시중에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두꺼운 종이나 스티로폼 등을 통해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음식의 생동감을 위해 올리브유를 뿌려 봅니다.
고속 동조를 활용하여 얕은 심도로 함박스테이크를 강조하는 컷. 
 
광고 현장에서는 음식 촬영을 위해 전문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동원되어 다양한 효과와 세팅을 돕지만 보편적으로 자영업자들이 그 정도의 예산을 태우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세팅과 연출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식고 윤기를 잃어갑니다. 그래서 올리브유를 뿌리고 연기 나는 장면을 위해 스모그 연출도 하곤 하는데, 스모그 효과는 사진보다는 영상에서 효과적이라 배제했음을 밝힙니다. 참고로 전문 촬영 현장에서는 금방 나온 음식의 생동감을 위해 암모니아를 뿌려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게 합니다. 현장에 악취가 진동하는 이유죠.
 
 
근접 촬영으로 음식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샷도 준비합니다.
SNS 감성의 세로 사진을 담고 텍스트를 넣을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들어 놓습니다. 
 
 
쓰임새가 많은 사진을 담자 
SNS의 시대 
보편적으로 자영업자분들은 최대한 많은 사진을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촬영자는 이러한 요구에 휩쓸리지 말고 실질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장면을 담아야 합니다. 즉 이 사진을 메뉴판에 넣을지, SNS에 광고용으로 넣을지 판단하고 사진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죠. 요즘은 SNS 시대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규격에 적합한 구도가 필요하고 텍스트를 추가할 수 있는 공간도 남겨두고 담는 것이 좋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명에 대한 믿음 아닐까요? 어떠한 장소를 마주하더라도 주눅 들지 않게 하는 방패가 조명인 것입니다. 서타이거의 조명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용 장비 ㅣ 엘린크롬 Three
 
본 콘텐츠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복제, 배포, 수정 또는 상업적 이용은 소유자의 허가 없이 금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