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문화만큼 사진 문화에 대한 수준과 관심이 점점 높아짐을 최근 여러 전시를 통해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라이언 맥긴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안드레아 거스키 등 이른바 사진계 거장들의 전시가 연이어 열렸고, 요시고나 미라이짱으로 유명한 카와시마 코토리 등 사진을 잘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전시까지 다채롭게 열리는 것을 보며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진 사진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사진 전문 미술관 중 하나인 뮤지엄한미 삼청에서는 정말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오랜 시간 기록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역사의 현장을 생생히 담아내는 사진 집단인 <매그넘 포토스>가 80여년 간의 역사를 담은 포토북을 잔뜩 들고 왔더라고요.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볼 수 있는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
1960년 뉴욕에서 촬영된 매그넘 포토스의 단체사진입니다. 브레송을 비롯하여 전설적인 작가들이 다 모여서 촬영하는데 꽤 재밌는 풍경입니다.
이 전시를 가려면 <매그넘 포토스, Magnum Photos>에 대한 약간의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매그넘 포토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도사진가들로 구성된 작가 그룹입니다.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잘아하며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사회적으로 큰 메시지를 던지며 종군기자로서 전설이 된 로버트 카파 등 여러 작가가 주축이 되어서 협동조합으로 1947년 그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매그넘 포토스는 사진작가들의 저작권을 지키고,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일종의 에이전시처럼 언론사 등에 판매해서 사진가들이 더욱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룹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사진 그룹이기 때문에 까다로운 가입 기준과 오랜 기간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기에 매그넘 포토스에 소속된다는 건 아주 영예로운 일로 여겨집니다.
이번 전시는 매그넘 포토스에 소속된 작가들의 포토북을 중심으로 매그넘 포토스 작가들의 작품 세계, 어떻게 작업을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포토북을 중심으로 기획되어 있지만 단순한 이미지로 표현하기보단 다양한 인터뷰와 텍스트, 작품 해설 등으로 그 세계를 좀 더 밀접하게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습니다.
Part1. 매그넘의 역사, 매그넘 포토스라는 것



입장해서 내려가면 아카이빙된 매그넘 포토스의 포토북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매그넘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주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 낸 포토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왜 열렸는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응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본격적인 전시를 보기 전에 매그넘과 한 발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쭉 둘러보니 정말 80여년 간 제작된 매그넘 포토스 소속 작가들의 포토북을 보며 이 단체가 정말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에 그 기조를 잘 살려서 명맥을 잘 이어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그넘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보도'와 '예술'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자 20세기의 위대한 사진가라 불리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마저 이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스탠스였다가 몇 년 뒤 예술사진으로만 가는 기조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입장을 뒤집은 적이 있었을 정도로 '보도'와 '예술'의 경계는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짧은 제 소견이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된 포토북은 한정된 페이지이고 어떤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 해당 페이지에 고정해 놓은 책들도 있어서 모두 펼쳐볼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책들은 벽면에 주요 작품들과 함께 태블릿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내용을 대략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둘러보니 포토북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로 거듭나게 되었고, 그 자체가 시대를 기록해 놓은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Part2. 시대 속의 매그넘

헤드셋도 준비되어 있으니 관람객이 많지 않다면 한 번 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한국 전쟁 당시의 사진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매그넘 포토스가 주요 역사와 함께라고 말했었는데 Part2에서는 매그넘 포토스 작가들이 담아낸 1950년의 한국 전쟁부터 이란 혁명, 9.11 테러, 2020년에 세계를 휩쓴 팬데미까지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기록부터 비교적 현재의 기록까지 정말 굵직한 역사의 현장에서 매그넘 작가들이 눈으로 본 것을 어떻게 담아냈는디, 또 그 담아낸 기록들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화두를 던졌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매그넘 포토스의 작가인 '로버트 카파'가 "진실이야말로 최고의 사진이며 최고의 프로파간다이다' 라고 말한 것처럼 단순한 보도사진을 넘어 사회의 영향을 주는 진실된 사진들과 그 작업기는 꽤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과연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드는 전시였습니다.
Part3. 마틴 파와 2000년 이후 포토북
마틴 파가 기획한 포토북 파트를 통해 사진집 그 이상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숨겨져 있습니다.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기획자인 마틴 파가 기획한 이번 파트는 기존의 포토북은 기록에 대한 공유에 중심을 두고 제작 되었다면, 2000년대 이후 포토북은 작가들이 자시의 작품 세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다양한 표현방식을 구사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마다 작가들이 어떤 방식과 어떤 기조로 포토북을 작업했는지에 대해 영상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다면 몇 개라도 쭉 보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포토북은 하나의 책, 기록물에서 현재 아트북처럼 여겨져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는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Part4. 매그넘의 아이코닉
본격적인 작품 감상 이전에 포토북 이미지를 통해서 작품과 포토북과의 연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가히 불멸의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입니다.
엘리어트 어윗의 유머러스한 위트를 단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Dog Dogs>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소장하고 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엘리어트 어윗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매그넘 포토스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작가의 '결정적 순간'을 포함해 유명한 작품들과 함께 위트 넘치는 작가인 엘리어트 어윗의 작품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었어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경우 개인전이 자주 열리는 편이지만, 엘리어트 어윗을 비롯해 소개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자주 만나기 힘든 편이다보니 이렇게 한눈에 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이렇게 보니 작가들만의 경향, 그 시대의 모습, 그 포착된 순간의 아름다움을 공백없이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 벽면을 가득 채운 유명한 작품을 쭉 보니 '역시 매그넘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사진을 잘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식은 봤던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특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엘리어트 어윗의 작품은 유심히 봐두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순간에 대한 포착, 인위적으로 트리밍이나 크롭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프레이밍, 전문 프린터와 협업하며 만들어진 퀄리티 높은 프린트까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Part5. 미공개 프로젝트



짧은 통로에 양쪽으로 알아보기도 힘든 필기체로 오간 서신이 쫙 펼쳐져 있습니다. 이 서신들은 매그넘 포토스 뉴욕 지사장이었던 리 존스가 매그넘 작가들의 인물 사진을 모아 ≪Eye to Eye≫라는 포토북을 출판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였는데 작가들과 여러 요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서신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서신들과 자료들을 통해서 포토북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어요.
해당 서신들은 QR코드만 찍으면 번역본을 PDF로 볼 수 있습니다.음성 해설이나 해석본이 비치된 것보다 PDF로 제공되니 좀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무산된 프로젝트지만 아카이빙된 자료 덕분에 이렇게 다시 볼 수 있게 되네요.
뭔가를 하나로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Part6. 라이프타임
이번 전시의 공동 기획자로 이름을 올린 천경우 작가가 단독으로 구성한 이 전시는 포토북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전시였습니다. 요하네스버그의 도시 쇠퇴의 상징을 담아내며 그들의 초상과 일상을 담은 작품부터 강아지에 대한 사랑을 담은 지극히 평범하면서 일상적인 주제까지 각가 다른 주제로 제작된 포토북이 세상과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널찍한 공간에 가운데 책들이 놓여있어서 차례차례 보며 여러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확대해서 보시면 이해하시기 쉽습니다.
그런 다양한 삶 속에서 단언컨대 가장 압도적인 부분은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위해 사슬을 사용하는 대만 롱파탕 사원의 이야기를 담은 <The Chain>입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어머니한테 보낸 편지의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어서 사진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집니다. 인생은 아름답고 평온한 삶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은 기록물이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삶을 그대로 보는 듯하는 경험을 주고 있습니다.
뮤지엄한미 삼청 ≪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
· 전시 기간: 25. 05. 23 금요일 ~ 09.14 일요일까지
· 관람 시간: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장소 : 뮤지엄한미 삼청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45)
· 입장료 : 15,000원 / 주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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