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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사진미술관
LIFEArt & Culture
사진으로 쌓은 시간들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특별전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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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사진과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이곳은 복합 전시 공간과는 다르게, 오직 '사진'이라는 매체 하나에만 집중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자체로도 매우 신선한 시도라고 느껴졌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나도 자칭 사진 애호가로서 사진미술관의 개관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매력을 하루라도 빨리 느껴보고 싶어 개관 당일에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미술관을 찾았다. 역시 다들 마음이 같았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 카메라를 꼭 쥔 채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사람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 마치 축제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카메라의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원리에서 착안한 디자인

 

 

개관 전부터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 받아온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과연 실제로 보면 조감도와 비슷할까?' 했던 호기심은 사진미술관을 마주한 순간 단숨에 해소되었다. 멀리서부터 시선을 끄는 검은색 큐브형 건물은 주변 분위기와 뚜렷이 대비되며, 그 자체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 건축물은 카메라 셔터가 열리고 닫히는 원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출입구 부분의 휘어진 형태는 마치 셔터의 움직임을 보여주듯, 사진을 위한 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이 건물의 형태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출처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홈페이지 (좌)

 

 

현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는 개관 특별전이 한창이다. 2층에서는 《스토리지 스토리 Storage Story》 전시를 통해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동시대적인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3층에서는 《광채光彩:시작의 순간들》 전시를 통해 한국 사진사의 중요한 순간들과 그 흔적을 담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토리지 스토리 Storage Story》

 

 

사진은 다양한 순간과 사물을 기록하는 중요한 매체다. 그 기록들이 쌓이면 하나의 저장고(Storage)처럼 축적되어, 결국 살아있는 기록과 역사가 된다. 이번 개관 특별전 중 하나인 《스토리지 스토리 Storage Story》는 바로 이 개념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재료', '기록', '정보' 라는 세 가지의 큰 틀을 기준으로 작가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1. 재료

서동신 작가의 작품들

 


건축 자재나 일상적인 재료들을 본래의 기능에서 분리하여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은, 마치 예술적인 오브제처럼 느껴졌다. 특히 비비드한 색감과 예상치 못한 연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평범한 비닐봉지조차도 이렇게 부풀려보니,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고, 익숙한 재료들이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되는 과정들이 꽤 재미있게 다가왔다.

 

 

원성원 작가의 작품들

 

 

전시 공간 다른 한편에는 마치 숲속에 들어온 듯한 조형물과 푸르른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어두운 조명 속에 설치된 작품과 그 위에 집중되는 빛의 조화는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 같았다. 직접적인 설치작품을 통해 사진미술관이 자연과 연결되어 가는 흐름을 보여준 부분은 마치 사진의 프레임을 넘어 생명력을 확장시키는 듯한 인상을 줬다.

 

 

 

2. 기록

정지현 작가의 작품들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며 훗날 "그땐 그랬지"하고 회상하게 되는 것. 두 번째 스토리지는 그런 기록의 힘에 주목한다. 이 부문에서는 사진미술관이 위치한 창동이라는 지역과 10년에 걸쳐 완공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건립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전시가 준비되어 있다.

 

정지현 작가의 공간에서는 움직이는 시각 자료와 VR을 통해 사진미술관의 완공 과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3년간 촬영한 초기 설계 단계의 앙상한 철근 구조물, 정돈되지 않은 거친 시멘트 벽면 등 미완의 공간을 기록한 사진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되었다. 정지된 이미지를 동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구성 덕분에 전시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주용성 작가의 작품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관람한 주용성 작가의 '창동'에 대한 기록들. 창동의 역사와 유적지를 보여주며 이 지역이 얼마나 유서 깊은 장소인지 일깨워주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지역 주민과의 인터뷰를 인용한 설명들도 생동감 있게 다가왔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직접 들려주는 창동의 이야기를 통해 이 지역을 향한 애정이 전해졌다. 도시개발로 점차 사라져가는 기억과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기록한 이 작품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유서 깊은 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

 

 

 

3. 정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는 이 부분을 '정보 복원'과 '정보 수집'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다. 이 과정에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도입되는데, 오주영 작가가 사진 정보를 어떻게 AI와 접목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주영 작가는 단순한 이미지 복원을 넘어, 기존 사진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더 분명하게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디테일한 부분

 

 

전시장 한쪽 벽면에 유명한 국내 사진작가들의 대표작 카드들이 꽂혀있고, 관람객은 마음에 드는 사진 카드를 골라 현미경이 설치된 공간에 가져다 두면 해당 이미지가 모니터에 크게 확대되어 나타난다. 그냥 봤으면 놓쳤을 법한 부분을, 현미경을 통해 새롭게 탐색하게 되면서 사진에 대한 스토리가 다시 쓰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AI가 단순 복원 작업만 가능하다면 우리 인간들은 사진 속에 담긴 서사와 감정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오주영 작가는 원본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구성'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세 개의 사진에 대한 인공지능(AI)의 해석


 

또 다른 참여형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 벽면에서 사진 카드 세 장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버튼 하나를 누르면, 사진을 기반으로 구성한 짧은 이야기가 AI의 관점으로 몇 초 만에 자동 생성된다. 나의 해석과 AI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 기술의 재미를 넘어선다. AI가 대체하고 있는 부분들을 우리가 얼마나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정멜멜 작가의 작품

 

 

 

《광채光彩:시작의 순간들》

 

 

3층 전시장은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엄중한 분위기로, 북적하고 다채로웠던 2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이번 《광채光彩:시작의 순간들》 전시는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모두 각기 다른 시대와 사회적 조건 속에서 사진을 예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사진은 흑백으로 되어있고 원본 사진의 크기 역시 작아 관람객은 자연스레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가까이 가져간다. 누군가는 사진 앞에 한참을 멈춰 서 있고, 또 다른 이들은 사진을 보며 조용히 과거를 이야기하곤 한다.

 

 

 

 

커다란 액자 속에 담긴 작고 오래된 사진들이 만들어내는 여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백이 주는 고요함이 옛 흑백 사진에 대한 해석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이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닌 시대와 감정을 담는,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것이 가능한 매체라는 걸 다시금 체감했다. 사진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복잡한 장비나 기술이 아닌 오로지 '시선'만이 사진에서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전시였다. 사진을 향한 나의 마음가짐 또한 이 전시를 계기로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기록하는 사람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어떤 장면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등 결국 시선은 사진의 본질이라는 것을 말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특별전 ≪스토리지 스토리 Storage Story≫ & ≪광채光彩 : 시작의 순간들≫

· 전시 기간: 25. 05. 29 목요일 ~ 10. 12 일요일까지

· 관람 시간: 10:00 ~ 20:00 (토,일,월 휴관)

· 장소 : 서울특별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 무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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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C 사진

오늘도 장비를 삽니다. 장비 없인 못살아.

에디터 K 글 · 사진

소소하게 살고 싶습니다.

태그 #서울시립사진미술관 #창동사진미술관 #사진미술관 #스토리지스토리 #광채시작의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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