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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고토 커피바
LIFETravel & Place
[제주카페기행] 고토 커피바,
그 속에 있을 내 모습이 새삼 흐뭇해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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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문방구(文房具)를 무척 좋아합니다. 다만 문방구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대개 펜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전 좀 특이하게 펜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연필을 좋아하는 성향인 탓인데, 그렇다고 딱히 희귀 연필이나 빈티지 연필을 선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한 종류의 연필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책상 속에 그 연필이 떨어질 때면 두어 다스쯤을 사서 채워두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노트에는 유독 집착을 하는 편입니다. 종이의 재질, 크기와 용도, 그리고 디자인까지 살펴 가며 종류별로 사둔 노트는 책장 한 칸을, 심지어는 겹쳐 세워두고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끼는 노트를 꼽아보자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가죽 커버의 노트입니다. 핸드백에 사용한다는 밝은 갈색의 고급 가죽으로 장인이 수작업으로 커버를 만들고, 미술가들이 선호한다는 유명 제지사의 도톰하고 매끄러운 종이로 속지가 이루어진 고급 노트입니다.

 

가끔 꺼내어 쓰다듬어보고, 책장에 꽂아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수많은 노트 가운데서도 가장 아끼는 노트였건만 내피로 쓰인 인조 가죽이 갈라지며 바스러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살짝 배신감과 함께 집착을 내려놓고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투박한 글씨체로 마구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어쩐지 그 행위 자체가 멋지게 느껴져 저 자신에 취하고 말았습니다.

 

 

 


가방에 노트와 연필, 유선 이어폰과 책 하나를 챙기고는 카페를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아저씨 혼자 노트를 펴두곤 열심히 필기라는 행위를 하기에 적합한 조금은 조용한 동네에 위치하고, 적절히 남성향의 인테리어에 클래식한 성향의 커피가 메인인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카페는 ‘고토 커피바’입니다. 결국 첫 방문은 혼자가 아닌 일행과 함께 했지만, 제가 찾고 있던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장소입니다.

 

 

 


고토 커피바는 한적한 시골 마을 한구석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7~80년대 많이 지어진 전형적인 K-양옥 구조의 가정집을 개조한 고토 커피바는 대문과 외관은 그대로 남겨두고 있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담벼락에 주차를 해두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문패와 작은 입간판이 없었다면 평범한 가정집으로 오해하기 딱 쉬운 외관입니다.

 

 

 


다만 어쩐지 유독 창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고, 들어서자 그 창이 스테인드글라스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지나며 형형색색으로 바뀌어 내부를 비추는데, 그 광경에 어쩐지 압도되어 입구에서 잠시 멈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봅니다.

 

내부의 구조 자체는 전형적인 가정집의 그대로입니다. 거실은 커다란 커피바가 대다수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이름부터 ‘커피바’인만큼 묵직한 바의 형태와 질감이 압도적인데, 그 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합니다.  

 

 

 


몇 개의 방에는 테이블들이 놓여 있어서 바 공간이 부담스럽다면 이곳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메뉴판을 보니 다양한 음료들이 적혀있지만, 아무래도 고토 커피바는 일본의 커피 바처럼 브루잉 커피, 그러니까 핸드드립 커피가 메인으로 보입니다. 새삼 당연한데 이름부터 ‘고토 커피바’니까요.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가 없는 것은 아닌데, 바에는 브루잉 도구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것과 달리 에스프레소 머신은 바 안쪽에 숨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원두의 성향 자체는 다소 산미가 있는 것들을 위주로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브루잉 커피는 핸드 드립이라는 일본식 콩글리시가 있을 만큼 일본에서 선호하는 커피 추출 방식입니다. 그리고 일본은 다소 강배전의 쓴 커피를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 나라입니다.

 

 

 


고토 커피바라는 이름, 브루잉 커피, 테린느(프랑스 요리 테린에서 유래한 일본식 디저트)와 푸딩을 주로 파는 카페이지만, 원두의 성향만큼은 어쩐지 미국과 호주의 어디쯤으로 하이브리드하게 설정해서 커피 취향을 고집 있게 드러내는 카페임이 분명합니다. 여름이어서 다소 산미가 있는 것으로 평소와 다르게 준비를 해둔 원두라면 그 또한 손님의 취향을 유심히 살피는 세심함입니다.

 

바리스타에게 간단히 맛의 특징을 물어보고 정확한 이름은 잊었지만 저는 페루산, 일행은 케냐산 원두로 내린 차가운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그 커피를 꾹꾹 눌러 잘라낸 테린느 한 조각과 함께 마시니 좋은 여름의 한낮입니다. 두 원두 모두 산미가 다소 있는 원두인데 페루산이 복숭아가 감도는 신맛이라면, 케냐산은 베리류가 떠오르는 신맛입니다. 쓴맛과 잡맛은 일절 없도록 신중하게 내려낸 커피입니다.

 

 

 


일행은 커피 특유의 쓴맛이 그래도 조금 있어야 달콤한 디저트와의 궁합이 좋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데, 사람의 혀가 온도에 따라 맛을 느끼는 포인트가 달라지기에 애초에 차가운 커피보다는 뜨거운 커피가 디저트와는 더 어울립니다. 뜨거우면 쓴맛, 차가우면 더욱 신맛이 도드라지게 느껴지기 마련이기에 달콤한 디저트와 어울리는 것은 쓴맛과 함께 당분을 혀에서 씻어낼 수 있는 충분한 온도의 뜨거운 커피입니다.  

 

그럼에도 무더운 한낮의 여름날에는 뜨거운 커피를 마실 용기가 없기도 하거니와 산미와 함께 상쾌하게 활력을 돋우는 산미가 있는 차가운 커피가 제격입니다.

 

 

 


더위를 식히고 나니 실내가 조금 더 눈에 들어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들어온 빛이 더 화려하게 느껴지는 데는 바닥이 광택이 나는 재질에 화려한 무늬를 가진 타일로 이루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게다가 채도는 다소 낮지만 마찬가지로 화려한 패턴으로 이루어진 벽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인테리어의 기본 구성 자체에 어느 하나 개성이 없는 것이 없으니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어찌 보면 다소 과하다고 할 수 있는 인테리어 설정들이건만 균형 있게 조화를 이뤄 문득 개성 넘치는 미술로 가득한 박찬욱 감독 영화의 세트장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새삼 이 인테리어를 구상한 주인장의 센스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지고 있던 카메라는 리코의 ‘GR3x HDF’입니다. 빛을 산란시켜 시네마틱 한 질감을 내주는 디퓨전 필터를 기본 장착하고, 사람의 시야각과 근접한 약 40mm(35mm 환산)의 화각을 가진 이 카메라는 일상에서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문양이 가득한 창과 빛이 반사되는 사물 같은 것들을 찍고 있자니 바리스타가 “와, 리코 GR3군요? 좋아하는 카메라에요. 전 이번에 오히려 구형인 GR2도 하나 구매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바리스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바 끝에 시선이 머물자 바리스타의 카메라로 보이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하나 보입니다. “알아보시다니 반가워요. 곳곳에 사진 액자가 있던데, 직접 찍으신 사진들인가요?”라고 묻자 그건 아니고 내부의 액자들은 친분이 있는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걸어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카메라와 사진을 시작으로 커피와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경쾌한 성격의 바리스타는 뭍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하다가 제주에서 창업을 꿈꾸며 내려와 다양한 경험을 쌓는 중이라고 합니다. 주인장은 아내의 출산으로 한동안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혼자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최근 바빠져서 고생스럽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그럼에도 매장은 정갈히 정리가 되어있고,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입니다.

 

 

 


“마스터가 자리를 안심하고 비우실만하군요.”라고 하고는 본격적인 수다 타임이 시작하려는 찰나에 다시 한번 손님들이 들이닥칩니다. 바리스타에게 황급히 인사를 건네며 조만간 한가할 때 들러 바에 앉아 수다를 떨기로 약속을 하고는 나옵니다. 다음에는 책 한 권과 그 멋들어진 노트를 가지고 다시 와야겠다며 다짐합니다.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챙겨두었습니다.

 

· 고토커피바
-주소 : 제주 제주시 애월읍 구엄동3길 56 1층
-영업 시간 : 금-수 10:00-18:00
-연락처 : 070-4416-4250

 

 



사용 장비 ㅣ 리코 GR3x H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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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샬장 글 · 사진

영상제작자(Baby/lonians film works)

https://www.instagram.com/special_jang

태그 #제주여행 #제주카페 #제주도카페 #카페투어 #애월카페 #고토커피바 #커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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