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아름다운 화려함이 센스로 돋보이는 공간
-충실하게 재현한 일본식 커피 바
-깔끔하게 신중히 내려낸 브루잉 커피

전 문방구(文房具)를 무척 좋아합니다. 다만 문방구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대개 펜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전 좀 특이하게 펜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연필을 좋아하는 성향인 탓인데, 그렇다고 딱히 희귀 연필이나 빈티지 연필을 선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한 종류의 연필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책상 속에 그 연필이 떨어질 때면 두어 다스쯤을 사서 채워두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만 노트에는 유독 집착을 하는 편입니다. 종이의 재질, 크기와 용도, 그리고 디자인까지 살펴 가며 종류별로 사둔 노트는 책장 한 칸을, 심지어는 겹쳐 세워두고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끼는 노트를 꼽아보자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가죽 커버의 노트입니다. 핸드백에 사용한다는 밝은 갈색의 고급 가죽으로 장인이 수작업으로 커버를 만들고, 미술가들이 선호한다는 유명 제지사의 도톰하고 매끄러운 종이로 속지가 이루어진 고급 노트입니다.
가끔 꺼내어 쓰다듬어보고, 책장에 꽂아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수많은 노트 가운데서도 가장 아끼는 노트였건만 내피로 쓰인 인조 가죽이 갈라지며 바스러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살짝 배신감과 함께 집착을 내려놓고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투박한 글씨체로 마구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어쩐지 그 행위 자체가 멋지게 느껴져 저 자신에 취하고 말았습니다.

가방에 노트와 연필, 유선 이어폰과 책 하나를 챙기고는 카페를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아저씨 혼자 노트를 펴두곤 열심히 필기라는 행위를 하기에 적합한 조금은 조용한 동네에 위치하고, 적절히 남성향의 인테리어에 클래식한 성향의 커피가 메인인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카페는 ‘고토 커피바’입니다. 결국 첫 방문은 혼자가 아닌 일행과 함께 했지만, 제가 찾고 있던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장소입니다.

고토 커피바는 한적한 시골 마을 한구석에 위치한 카페입니다. 7~80년대 많이 지어진 전형적인 K-양옥 구조의 가정집을 개조한 고토 커피바는 대문과 외관은 그대로 남겨두고 있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담벼락에 주차를 해두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문패와 작은 입간판이 없었다면 평범한 가정집으로 오해하기 딱 쉬운 외관입니다.

다만 어쩐지 유독 창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고, 들어서자 그 창이 스테인드글라스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지나며 형형색색으로 바뀌어 내부를 비추는데, 그 광경에 어쩐지 압도되어 입구에서 잠시 멈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봅니다.
내부의 구조 자체는 전형적인 가정집의 그대로입니다. 거실은 커다란 커피바가 대다수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이름부터 ‘커피바’인만큼 묵직한 바의 형태와 질감이 압도적인데, 그 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리스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