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ND 필터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새로 추가한 카메라의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카메라와 달리 내장 ND 필터 시스템이 없다든지, 프로젝트에 사용할 렌즈의 구경이 (초)대구경인지라 ND 필터의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 그 고민거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흔적을 이 글에 남겨봅니다.
ND 필터는 이미지 촬상면에 닿는 빛을 감광시키기 위한 필터입니다. 사진을 통해 ND 필터를 먼저 접한 분들은 ND 필터의 사용 목적 자체가 극단적으로 셔터 스피드를 낮추거나 극단적으로 조리개를 열고 사용하기 위한 용도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ND라는 뜻은 ‘Neutral Density’, 그러니까 ‘중립 농도’라는 뜻을 가지니 사진에서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것과는 의미 자체부터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뜻처럼 빛의 감광을 통한 중립 농도가 필요한 분야를 떠올리면 역시나 영상(영화)입니다.
카메라 자체에서 노출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셔터 속도와 조리개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노출 철학은 “셔터 속도는 고정, 조리개는 감정이다.”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전통적으로 셔터 속도를 앵글로써, 180도로 고정하여 사용했습니다. 조리개는 빛을 조절하는 용도가 아니라 심도와 감정, 장면의 의미를 조율하기 위한 도구로써 역할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필름 시절부터 영화에선 광량이 많아도 조리개나 셔터를 바꾸지 않기 위해 ‘중립적인 감광 유리’가 필요했고, 그렇기에 그 감광 유리는 이름 자체가 노출의 중립성을 의미하는 ‘ND 필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영화에서 ND 필터의 사용은 1920~40년대까지 내려갑니다.

이후 신개념의 ND 필터가 1980년대 방송, 즉 ENG 카메라에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회전형 ND 필터 구조군을 갖춘 이 시스템은 현장 보도 환경에서 효율적인 노출 제어가 가능한 획기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최초의 조절식 ND는 렌즈단에 회전식 ND 디스크가 장착되는 형태였지만, 점차 카메라 내부로 삽입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2년, 파나소닉에서 ND를 내장한 캠코더 AG-DVX100을 출시합니다. 사실 필름으로 촬영된 정지 화상을 모아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시네캠의 역사와 실시간 사건을 포착하고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써 존재한 ENG의 역사는 ‘카메라’란 단어로 함께 묶어버리기엔 사실상 추구하는 철학부터 종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DVX100은 그 둘의 경계를 교묘하게 허물어 감성을 자극하는 캠코더로, ‘시네마 감성을 품은 캠코더’란 타이틀을 얻으면서 큰 히트를 칩니다. 이후에 캠코더는 시네 키드들을 위한 장비로 활약하게 됩니다.

이후 캠코더에는 내장 ND를 장착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고, 시네캠에서 그 경계를 처음으로 허문 것은 소니의 PXW-FS5입니다. 시네캠을 표방하면서도 가볍고, 작은 크기의 보디에 가변 ND 필터까지 내장해서 기동성과 핸드헬드에서의 편리함을 비약적으로 높인 FS5는 혁신에 가까운 카메라였습니다.
영상 제작자로서 개인적으로 인생에 가장 큰 변곡점을 만든 장비가 FS5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애착 카메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후로 오랫동안 내장 필터 시스템의 카메라를 고수하면서 필터를 꾸준히 구매하면서도 디퓨전 필터 계열에만 집착하고, ND 필터 계열은 간과한 것이 지금의 고민을 생기게 만든 원흉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ND 필터의 사용 방법은 렌즈 앞에 고정하여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필터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장비가 바로 매트 박스입니다. 하지만 매트 박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필터 트레이만 사용하여 ND 필터를 장착한다거나, 사진용 렌즈의 경우 스크루가 파여있기 때문에 원형 필터를 장착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하이엔드 시네캠은 매트 박스를 활용해 렌즈 앞에 ND 필터를 고정하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렌즈를 한 번 교환하려고 해도 여간 번거로워지는 이 방식은 앞으로 언급할 여러 ND 필터 시스템 가운데 가장 불편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ND 필터를 사용해도 색상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형태라는 것과 촬상면과 멀리 떨어뜨려 필터를 장착해 화질 손상이 적다는 것에서 큰 장점을 가집니다.
그리고 고가의 시네캠들은 영화를 촬영하는 장비라는 전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전통성에서는 속도보다는 ‘왜?’라는 맥락이 중요하기 마련이고, 좋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위해서 그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복잡한 내장 ND 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해 현장이 멈추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카트리지 형식으로 카메라에서 직접 ND 필터를 끼우고 빼낼 수 있는 형태라던가 간단한 구조로 ND 필터를 변환시킬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한 시네캠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가의 시네캠들은 오히려 내장 ND 필터를 장착하고 있지 않지.’라는 고정관념을 만든 카테고리의 카메라들이 바로 이 하이엔드 시네캠들입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나 앞서 언급한 불편함입니다. 그리고 농도별로 고급 시네용 사각 필터들을 모두 구매해서 구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지출을 요구합니다. 거기에 IR 성능까지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점점 더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내장 ND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ENG와 캠코더에서 시작된 내장 ND 시스템은 시네캠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내장 ND 시스템도 조금씩 그 형태가 다릅니다. 내장 ND 필터의 세상을 연 FS5는 촬상면 앞에 액정을 부착해 전자 신호에 따라 농도가 변하는 가변 내장 ND 필터 형태입니다.
카메라에 장착이 용이하게 작은 크기로 만들 수 있는 구조지만, 색이 틀어진다는 관점에서 보면 신뢰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 시네캠과 캠코더의 장점을 모두 취하고자 했던 FS5와 같은 카메라의 설계 의도에 따른 것입니다. 이 의도는 추후 기동성과 소규모 촬영 현장을 고려한 카메라들에 계승됩니다.

내장 ND 필터의 또 다른 형태는 내부의 전자 장치로 각기 다른 농도의 ND 필터를 교차해서 센서 앞에 놓일 수 있도록 하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전자식 액정 방식과는 달리 물리적 ND 필터와 특성이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피를 꽤 차지하는 방식인지라 소형을 표방하는 카메라에는 장착하기 힘들다는 것과 고장이 났을 경우 촬영 현장 전체가 엉켜버릴 수 있다는 위험은 여전히 단점으로 존재합니다.
영화 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의 첫 번째 덕목이 성능보다는 신뢰성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고민해 봐야 할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때문에 ARRI의 경우는 전통적인 기계식 원판 ND 시스템인 리볼버 디스크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 이 방식은 소니가 하이엔드 시네캠에선 이례적으로 ‘베니스’ 시리즈에 탑재하면서 여러 브랜드에서도 시도할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후 캐논은 이 방식에 디지털 방식을 결합한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고, 블랙매직디자인에서도 몇몇 모델에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VND 필터입니다. ‘가변적인’을 의미하는 ‘Variable/Vario’의 V를 붙인 이 ND 필터는 두 장의 편광 필터를 겹친 후에 필터를 회전시켜 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필터의 농도를 변경하기 위해 ND 필터를 탈부착할 필요가 없이 렌즈 앞에 하나를 장착해 두는 것만으로도 모든 노출 정도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한 VND 필터는 단연 가장 편리한 방식의 ND 필터 시스템입니다. 편리함의 극대화를 위해 최근에는 VND 필터에 PL 필터나 디퓨전 필터가 함께 결합한 형태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색의 틀어짐입니다. 농도가 바뀌면서 미묘하게 바뀌는 색상은 필터 한 장, 한 장을 면밀히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농도를 조절하고 색의 틀어짐을 최소화해서 만든 고급 ND 필터들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농도가 짙어질수록 편광 필터에 의한 오류로 화면에 검은 줄이 생기는 ‘크로스 패턴’ 현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고 고급 재료들을 아낌없이 투입해서 만든 VND 필터들이 등장하면서 예전에 비해서 색의 틀어짐이 줄어들었다거나 크로스 벤딩 현상이 사라지기도 했다지만, 여전히 편리함과 신뢰성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필터 시스템입니다.
다만 편리함 이외에도 VND 필터는 다른 ND 필터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장점을 갖추고 있어 꼭 필요한 현장이 있기도 합니다. 바로 갑자기 노출이 바뀌는 장면에서 노출을 조절할 때입니다. 기존에는 그런 장면의 경우 조리개를 활용해야 했다면 지금은 VND 필터에 기어를 장착해 조작함으로써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ND 필터들입니다. 최근에는 어댑터에 ND 필터를 탑재하는 방식도 많이 쓰입니다. 카메라에 ND 필터 카트리지 방식을 탑재한 것과 비슷한 구조의 이 형태는 카메라의 ND 필터 시스템 장착 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카메라라도 렌즈를 교환할 때마다 매트 박스를 탈착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심지어 어댑터에 VND 필터를 장착하기도 하는데, 이는 흔히 이종 교배라고 부르는 렌즈와 보디의 마운트 방식에 차이가 있더라도 마운트를 변환해 주고 플랜지 백의 거리를 보완하기 위한 어댑터에 탑재되는 형태입니다. 최근에는 VND 필터에 기어를 장착해 조작함으로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어차피 어댑터를 사용해야 한다면, 어댑터 내부 공간에 VND 필터를 장착하는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문제는 어댑터가 필요 없는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부 어댑터는 VND 필터의 탈부착이 불가능하기에 상시 노출이 ND 필터에 감광되는 형태가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매트 박스에 VND 필터를 결합한 방식도 최근에는 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매트 박스에 VND 필터를 장착하게 되면 앞서 언급한 노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촬영 리그를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어차피 사용해야 할 매트 박스이기에 렌즈 구경마다 VND 필터를 구비할 필요가 없이 초대구경의 렌즈들까지 하나의 ND 필터 시스템으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으며, 결국에는 VND 필터가 가진 단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의 상황, 장비의 상황, 현장의 상황 등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서 ND 필터를 선택해야 합니다. ND 필터의 영역도 파고들면 끝도 없는 영역인지라 그래서일까요. ND 필터만 생각하면 아직도 제 입에선 ‘에라, 모르겠다.’가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ND 필터를 선호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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