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와의 대화에서 문득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천재성은 우리를 감탄케 한다. 그들의 인간적 매력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하지만, 창의적 과정의 치열함과 거기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고뇌 또한 오롯이 전달합니다. 세상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밀착하여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요. 평소 궁금했던 그들의 이성과 감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필요에 의해 임의로 덧대어지고,
규칙 없이 자라나는 디테일들을 좋아합니다.
도시는 흐트러진 질서 속에서 의미를 기다리는 하나의 거대한 시각적 사유체입니다.
1. 여름이 주는 느낌
여름의 빛이 도시를 비추는 순간들은 좋아합니다. 더위가 힘들기는 하지만, 선명하게 많은 것들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어서 여름에 촬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진과 별개로 여름의 바다와 수영을 좋아해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2. 나의 소개, 작품 소개
도시와 건축을 메인 주제로 개인 작업과 커미션 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가입니다. 지도와 여러 가지 툴을 사용해서 도시를 관찰하는 것을 순수한 취미로 즐기고, 이를 작업의 한 요소로도 풀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다양한 시각적인 형태들을 모니터 속의 도구들과 실제 답사를 통해 찾고 있습니다.
Construction Field (Tokyo) 094A1905_120x160,2024 / Copyright ©️ 최용준
Element_Electrical control panel, 2021, 123x100 / Copyright ©️ 최용준
3. 나와 사진이 이어진 계기와 사진과 나는 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인지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보는 것으로 처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책이나 전시에서 다른 작업자들의 창작물을 보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제가 풀어내는 것과, 보는 것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이 식을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4. 소유했던 카메라 숫자, 그중 가장 소중한 나의 카메라
학생 시절에는 핫셀블라드 중형 카메라, 린호프 대형 필름 카메라 등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계속해서 캐논 보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건축 사진을 주로 하다 보니 가장 많은 T/S 렌즈군을 갖고 있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인데, 저 외에도 많은 건축 사진가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메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큰 편은 아닙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카메라가 결정하는 부분이 적어졌다고 생각합니다.
Sewoon Cheonggye Arcade, 2017 / Copyright ©️ 최용준
Sewoon Cheonggye Arcade, Euljiro, 2017 / Copyright ©️ 최용준
5. 촬영했던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세운상가 일대입니다. 세운상가는 처음 지어졌을 때 을지로 일대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콤플렉스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꽤 커다란 볼륨이지만, 주변 재개발로 높은 빌딩들이 많아지면서 이전의 존재감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이곳을 집중적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있는데, 이때 몇 장의 사진들로 인해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기회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6. 내가 해석한 도시란
도시는 대부분의 인구가 생활하는 곳이자, 수많은 가치가 발생하고 충돌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요소로 쪼개진 하나의 조형적인 피사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를 살피고, 다양한 장면을 찾고, 나름의 해석을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7. 사진을 통해 시간을 '포착'한다고 느끼나요, 아니면 오히려 시간을 '놓친다'라고 느끼나요
포착한다고 느낍니다. 제가 서울을 집중적으로 촬영한 것이 십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없어진 건물들과 변화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지금의 많은 기록들이 시간이 지나면 사진에만 존재한 장면이 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7°29'29.1"N 127°08'08.9"E (문정시영아파트), 110x83, 2020 / Copyright ©️ 최용준
Kihoku Astronomical Observatory,150x200, 2023 / Copyright ©️ 최용준
Ramp Zone_101x143_2024 / Copyright ©️ 최용준
8.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반복적인 일상의 장면들 속에서도 관찰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요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도시를 관찰하는 재미를 많은 사람들이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9. 영향을 받은 사진가
전공을 할 때에는 토마스 루프(Thomas Ruff)나 칸디다 회퍼( Candida Höfer) 같은 독일 작가들을 좋아했습니다. 스테판 쇼어(Stephen Shore)나 알렉 소스(Alec Soth) 같이 미국 풍경들을 담은 작가를 좋아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볼프강 틸먼스(Wolfgang Tillmans), 로 에써리지(Roe Ethridge) 같은 사진가들의 작업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찍는 사진은 스펙트럼이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꽤 다양한 장르의 사진가들을 찾아보는 것을 즐겨 하고, 각각이 가진 장점들을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Location_S1829, 2018 / Copyright ©️ 최용준
Location_T1807, 2018 / Copyright ©️ 최용준
10. 기술적인 측면과 감성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때,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방법
저는 그렇게 감성적인 사진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편인데요. 최근에는 대상에서 받는 감정들을 어떻게 녹여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11. 도시의 건축물이나 공간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걷고, 움직이고 생활하는 방식들에 가장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지방 출신이라 서울의 여러 동네에서 살았는데, 각각의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 달랐습니다. 서울로 한정하면, 한강이나 남산 주변에 사는 생활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의 생활 패턴이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12. 도시의 풍경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나 공간
건축가나 도시 개발자들의 의도와 별도로 생겨난 장면들을 좋아합니다. 필요에 의해 임의로 덧대어지고, 규칙 없이 자라나는 디테일들을 좋아합니다.

13. 지금 폰 바탕화면
좋아하는 작가인 로렌스 와이너(Lawrence Weiner)의 작업을 바탕화면으로 해 놓았습니다. 그룹화해서 꽤 정리를 해 두는 편입니다.
14. 현재 가장 빠져 있는 것
주로 한국과 일본의 도시들을 촬영해 왔는데, 완전히 다른 이국적인 곳에 놓인 건축물들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스리랑카나 인도 등에 있는 20세기의 모더니즘 걸작 건물들에 빠져서 촬영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Process Unit, 094A0441_120x167,2022 / Copyright ©️ 최용준
Satin, Public Console, 79x63, 2025 / Copyright ©️ 최용준
15. 나에게 나도 모르는 놀라운 능력이 있어 손을 대는 것은 무엇이든 예술이 되어버린다. 그 매직은
사진의 결과물을 평면으로만 보여주는 것에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개인적으로 입체나 볼륨감이 드러나는 예술 장르를 동경하는 부분이 있어 공간을 크게 채울 수 있는 매스감이 느껴지는 무언가를 창조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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