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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동강국제사진제
LIFEArt & Culture
세상에서 가장 큰 갤러리
영월 동강국제사진제
2025.08.08
135 1

 

여름이 오면 영월 일대는 커다란 갤러리가 됩니다.

국내 최초 공립 사진 박물관이란 명성을 가진 동강사진박물관을 비롯해 박물관을 나온 거리에는 마치 도시 조형물인 것처럼 무심하게 사진이 걸려있어요. 게다가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도, 영월군민의 작품도 이 축제의 한 부분을 완성했습니다. 동강국제사진제(DIPF)의 멋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지금 영월에는 더위를 불사하고 동강국제사진제를 찾은 이들의 사부작거리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 2 전시실

국제주제전 <Museum Project: A storehouse of Aesthetic Memory(뮤지엄 프로젝트: 미적 기억의 창고)>

동강사진박물관 본관



동강사진박물관 본관

 

알리나리 아카이브
알리나리 아카이브
구본창 「문라이징 III」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YC」(1988)
(왼) 「Museo del Prado, Madrid」(1995) (중) 「Madrid, Spain」(1995) (오) 「Athens, Greece」(1963)
「Museum Watching」 시리즈

 

1, 2 전시실에선 19세기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뮤지엄의 기능과 역할, 예술가와의 관계성, 마지막으로 사진을 매개로 뮤지엄이란 공간을 탐색해 온 이들의 시선을 소개합니다. 이들의 역사와 시선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뮤지엄이 과거의 역사를 보존하고 질서를 추구하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영감의 원천이자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만들어낸 하나의 '메시지'라는 것을요.

 

1 전시실에 들어서자 저를 바라보는 작품 속 관객들의 수많은 시선에 분위기가 압도되는 한편, 마치 감상의 주체가 바뀐 듯한 생생함이 담겨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1 전시실이 공간에 대한 의미와 재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2 전시실은 예술가들이 뮤지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들의 탐구와 고찰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당시 뮤지엄의 기능과 역할, 뮤지엄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과 뮤지엄-예술가의 관계성을 예측해 볼 수 있어요.

 

여러 작품 중에서 알리나리 소장품(Alinari collection)과 구본창 작가의 「문라이징 III」, 엘리어트 어윗(Elliott Erwitt)의 「Museum Watching」이 여전히 생생한데요. 알리나리 소장품에선 뮤지엄이 더 이상 귀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진화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 사진에서 역동성이 느껴지는 한편 차분한 느낌도 들고, 다소 어지러울 수 있는 구도에선 프레임 구성이 깔끔해 사진을 보는 게 재미있습니다.

 

엘리어트 어윗은 뮤지엄에 방문한 관람객의 일상적이고 유머러스한 순간을 작품으로 녹여냈어요. 전시를 보기 위해 온 관람객을 전시의 일부분으로 포착한 것이죠. 경건하고 신성하게 여겨졌던 과거의 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다양한 감정, 별일 아닌 해프닝 등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작지만 유쾌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역시 뮤지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3 전시실

원성원 <우의적인 서사의 쾌 (Pleasure of Allegorical Narrative)>

동강사진박물관 본관 맞은편



(왼) 「하얀 가지의 푸른 가능성 Within the Realms of Possibilities」(2021) (오) 「보통의 느슨한 관계망 Ordinary Network」(2021)
「의지를 가진 나무 Tree with Powerful Will」(2022)
「드림룸-성원 Dreamroom-Seoungwon」(2003)
「차가운 부엉이」(2013)
「잘 모르는 사자」(2013)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만났던 원성원 작가의 작품을 이곳에서 다시 마주했습니다. 원성원 작가는 이번 동강사진상의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섬세하게 조각하여 하나의 새로운 서사를 완성하는 원성원 작가만의 독특한 사진 콜라주 기법은 언제 봐도 묘한 매력이 느껴져요.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시립사진미술관에서 보지 못했던 몇몇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차가운 부엉이」(2023)와 「잘 모르는 사자」(2023)가 인상 깊었습니다. 스케치 위에 구성된 이 두 작품은 기존의 사진 중심 작품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었는데요. 사람과 동물을 섞은 이미지가 약간의 긴장감을 일으키며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4 전시실

UPCOMING ARTIST 이소연&최재원

동강사진박물관 본관 맞은편



이소연 작가 작품
최재원 작가 작품



4 전시실에서는 '젊은 사진작가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두 명의 신진 작가, 이소연과 최재원의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이소연 작가는 비비드한 색감과 이질적인 조합의 이미지를 활용해 '완벽해야 한다'라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촬영 현장, 결핍과 어긋남, 모델의 익살스러운 표현까지 이 모든 요소가 유쾌하게 섞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면 최재원 작가의 작업은 보다 정제된 인상을 줍니다. 마치 패션 잡지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자극적인 요소보단 본인만의 톤을 차분하게 풀어낸 것 같았어요. 과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드러나는 작가의 시선에서 성숙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5, 6, 7 전시실이 있는 카메라 갤러리

 



5 전시실

보도사진가전: 人 THE VIEW_손홍주

카메라 갤러리

 



영화 잡지 <씨네21> 사진 기자였으며 오랜 시간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을 역임한 故 손홍주 작가를 기리는 특별 기획전은 人 the VIEW라는 주제처럼 그를 들여다봅니다. 사그가 찍은 작품부터 작가 자신의 모습까지 이곳은 작은 기록관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세월이 느껴지는 사진 속 장소와 소품들, 동고동락한 동료들의 초상도 인상적이지만 셀프 초상화가 단숨에 시선을 매료해요. 단순히 커다랗게 프린트가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작가의 자화상은 광대 분장에 가려 그 뒤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셀프 초상화는 서로 마주 보고 있음에도 알 수 없어요. 마치 미완의 소설 같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습니다.

 

 

6 전시실

강원도특별자치도 사진가전: 기이한 물, 으스스한 물

카메라 갤러리



김재경 작가 작품

김의숙 작가 작품



강원특별자치도 사진가 전은 물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두고 다른 시각으로, 다른 기술로 표현한 두 결과물이 매우 흥미로운 파트입니다. 사진이 현상의 포착,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파트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한 작가는 조금 더 거시적으로 물을 바라봤다면 다른 작가는 미시적으로 파고듭니다.

 

김재경 작가는 파괴되고 있는 자연을, 더 이상 순수하고 순백하지 않은 물을 담아냈어요. 부감으로, 넓게 찍힌 물 혹은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라 밝은 파스텔 톤임에도 어딘가 으스스함이 끼쳐와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을 보고 있으면 수채화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파괴의 오묘한 색은 화가의 섬세한 붓 터치로 완성된 것처럼 보이고요.

 

반대편엔 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봤다면 행성의 충돌 혹은 은하계, 세포의 분열을 담은 건 아닐지 의심했을 김의숙 작가 작품이 관객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경로를 이탈한 감상은 아니었습니다. 작품이 '우주의 탄생'이란 걸 미루어볼 때 작가가 얼음을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본 건 그 안에서 우주를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얼음 결정이 이토록 신비로울 수 있고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이기도 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시였습니다.

 

 

7전시실&야외전시장

국제공모전: 제레미 르누아(국제공모전 2025 올해의 작가) 외

카메라 갤러리



「Bassin, Salaberry-de-Valleyfield」(2015)
(왼) 「Chantier, Le Havre」(2023) (중) 「Stockage, Grand-Couronne」(2023) (오) 「Carrière, Larchant」(2013)
「Trans.figuration : entre Loire et océane」(2011)



7 전시장과 야외갤러리에 전시된 국제공모전 작품은 사물과 대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25 국제공모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제레미 르누아의 작품은 7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어요.

 

가장 이해하기 쉬우면서 주제가 단번에 와닿은 작품은 김민주초원 작가의 「사진처방전」이었습니다.(야외갤러리 두 번째 사진) 약은 정말 다양합니다. 단순하게 가루약, 알약으로 나눠볼 수 있고요. 제형에 따라 정제형, 캡슐 등으로 나눌 수 있어요. 또 모양에 따라 원형, 직사각형 등등, 색상에 따라 흰색, 주황색, 파란색 등등, 분할선이 있냐 없냐도 하나의 식별 정보가 돼요. 이렇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약은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 존재하지만 대체로 부정적 이미지가 녹아있죠. '아픔'이란 전제가 따르니까요.

 

하지만 프레임 속 약은 컬러풀하고 전혀 약처럼 보이지 않아요. 멀리서 보면 디자인 오브제 같기도, 인테리어 소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프게만 느껴졌던 약의 인식을 잠시나마 전환한 작가의 의도가 너무나도 또렷해서 오래 기억이 남았어요. 이 작품이 '사진처방전'이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도 뒤따라 깨달았고요.

 

 

전국 초등학생 사진일기 공모전&영월 사진 기행

야외 전시장



 

본관 뒤편에는 전국 초등학생 사진 일기 공모전과 영월 사진 기행 전시가 나란히 진행되고 있어요. 규모가 크진 않지만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사진 일기 전시가 마음을 끌어 오래 머물렀는데요. 아이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또박또박 써 내려간 짧은 일기들은 그 자체로도 아주 사랑스러웠어요. 거창한 주제는 없지만 그 어떤 시선보다 순수한 이야기들.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전시예요.

 

 

영월문화예술회관

1 전시관

2 전시관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도 동강국제사진제 영월군민사진전이 한창입니다. 조금 더 우리 삶과 밀접해 있는 장소들, 친숙한 모습을 볼 수 있어 깊은 공감을, 유대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동강사진박물관 근처에 있으니 이곳에서 마무리를 지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동강국제사진제

· 일정: 25.07.11.(금)~09.28.(일)

· 관람시간: 09:00~18:00 (오후 5시 입장 마감 / 월요일 휴관)

· 장소: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문화예술회관, 영월 일대

· 관람료: 어른 3,000원 / 청소년 및 군인 1,500원 / 어린이 1,000원 (영월군민 50% 할인/미취학 아동, 65세 이상 무료)

·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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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K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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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장비를 삽니다. 장비 없인 못살아.

에디터 J 글 · 사진

심심한 삶을 지향하는 막내 에디터

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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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동강국제사진제 #DIPF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문화예술회관 #사진전시
야외지옥 실내천국 이전글 야외지옥 실내천국 혼자 놀기 좋은 공간들 가끔 잔혹한(?) 상상을 합니다. 맹렬한 기세로 열을 내뿜는 태양 아래에서 제 피부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황야의 마녀처럼 되는 상상을요.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혹은 태워버릴 듯한 더위와 끈적한 습기. 1분은커녕 1초만 서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질주하는 땀방울. 양산과 선크림, 손풍기로 묵직해진 가방과 고통을 호소하는 어깨. 결국 몸은 시원한 공기를 요구하는 SOS를 보내오고, 그 신호에 '야외지옥, 실내천국'을 따르게 되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누군가와 붙어 있기엔 너무 더운 여름이니 혼자 놀기 좋은 데다 감각적인 분위기까지 갖춘 곳으로요.  플라뇌즈 페잇퍼 점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15안길 32-7 -화~금 13:00~20:00, 토~일 12:00~20:00 (매주 월 정기 휴무) -인스타그램  2층 3층 이날 구매한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TMI로 시작하자면 제 최애 소설은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입니다. 입문하기 좋은 SF 장편 소설이 공포영화추천 다음글 귀신은 휴가 갔습니다. 대신 다른 공포를 드리지요. 평소 영화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즐기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다가가기 어려운 부문이 있다. 바로 공포(Horror).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굳이 공포 영화를 고를 일은 거의 없지만 특이하게도 여름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몸을 휩싸는 서늘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라 그럴까, 더위 대신 오싹함을 택하게 된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뭐냐 묻는다면 공포 영화만 한 게 없다고 추천해 주고 싶다. 보고 있으면 닭살과 소름이 번갈아 돋고, 실내 온도가 몇 도쯤 내려간 것처럼 주변 공기가 차가워진 것만 같다. 다만, 귀신이 튀어나오고 뻔하고 진부한 공포물은 쉽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용기 내어 선택한 만큼 그에 걸맞은 신선한 공포를 기대하게 되는 법이니까. 나처럼 '계절성 공포' 를 찾는 이들을 위해 조금 다른 결의 공포 영화 세 편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번 글의 제목처럼 이 영화들에는 귀신은 없다. 대신 짓누르듯 조여오는 분위기와 기괴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있다. 음향이 핵심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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