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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GR 4 제가 처음 써봤어요.
PRODUCT카메라
리코 GR 4
제가 처음 써봤어요.
2025.09.10

그토록 기다리던 이와 재회하는 순간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영화 속 클리셰처럼 그런 뻔한 전개일까 아니면 이미 알고 있어도 터져버릴 그런 감정일까. 과거로 거슬러 가보자. 3년 전이다. 그가 나의 여행 메이트가 된지. 그와 함께 처음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와 함께했기에 그 기억은 오랫동안 선명하게 기억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떠났던 상해 그리고 최근엔 푸켓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뒤돌아보면 나의 기억 한편엔 늘 그가 곁에 있었다.

 

그랬던 그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세상에 나타난 지 6년 만이다. 2주간 나의 모든 일상을 그와 함께하기로 했다. 밥을 먹으러 갈 때, 퇴근하고 공원에 들러 산책을 할 때, 주말에 약속 장소에 나갈 때도 그와 함께했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그의 많은 것들이 변한 걸 느낀 지 딱 2주 걸렸다. 너 많이 변했구나.



GR4

 

그의 이름은 바로 RICOH 'GR Ⅳ'다.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던 GR Ⅳ가 스냅 슈터의 끝판왕이 되어 6년 만에 돌아왔다.

 

간혹 신제품 출시 소식을 듣고 '전작의 그 기능이 더 좋았는데...', '굳이 이 기능은 왜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GR Ⅳ는 다르다. 얼핏 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스트릿 포토그래퍼에게 필요한 기능만 적재적소에 추가되었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내용은 GR Ⅳ와 함께 했던 나의 지난 2주간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이자 당신이 결국엔 GR Ⅳ를 찾게 될 3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GR4

 

당신이 결국 GR Ⅳ를 찾게 될 3가지 이유

 

첫 번째, 더욱 안정적인 한 손 촬영이 가능하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컴팩트한 사이즈와 한 손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가벼운 무게는 GR을 한 번이라도 써봤다면, 아니 인터넷에 한 번이라도 검색해 봤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GR Ⅳ로 넘어오면서 더욱 컴팩트해졌다. 세로가 0.8mm 줄고, 두께는 2.0mm(전면부까지), 1.9mm(렌즈까지)가 줄었다. 그 차이가 미세해 사실 휴대성이 더 좋아졌다고 체감하긴 힘들긴 하지만(이미 좋았으니까) 2주 뒤에 GR Ⅲ를 다시 보니 두꺼워 보일 줄이야. 겨우 2mm에 불과한 줄 알았지만 확실히 얇아지긴 했더라.

 

그립감도 자연스러워졌다. Ⅲ에 비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랄까. 카메라 두께가 얇아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기존에 없던 노출 보정 버튼(+ / −)이 추가되어 그만큼 엄지손가락을 거치할 수 있는 홈이 길어진 덕분이다. GR Ⅲ는 엄지손가락을 거치할 수 있는 홈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GR Ⅳ를 들고 다닐 때나 한 손으로 촬영할 때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졌다.

 

GR4



또 수치를 조절하는 휠이 없어지고 노출 보정 버튼이 추가되면서 더욱 안정감 있는 촬영이 가능해졌다. 한손 촬영을 할 때 카메라 후면부 조작계 조절은 대부분 엄지손가락이 맡게 된다. 노출 보정 버튼이 Ⅲ의 사진 보관함 자리에 위치하면서 엄지손가락의 액션이 간결해지고 동선이 굉장히 짧아졌다. 휠을 돌리는 방식에서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바뀌고 그 동선마저 짧아져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 수치를 조절할 때도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립감이 좋아지면 생각보다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는 더더욱. 유난히 촬영 나갈 일이 많았던 올해 여름은 매번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양산을 들고 갈지 말지. 아무리 휴대성이 좋은 GR이라도 양산을 쓰고 촬영하기에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내 손이 세 개였더라면..’이라는 상상과 양산을 자리에 남긴 채 카메라만 들고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GR Ⅳ는 가능했다. 인체공학적 설계로 그립감이 좋아지고, 노출 보정 버튼 추가로 인해 안정감까지 더해져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사진가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일 아니겠는가.

 

GR4



두 번째, 찰나의 순간을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한다. GR Ⅲ도 빨랐는데 Ⅳ는 무지하게 빨라졌다. 카메라가 켜지는 동안 또는 세팅값을 조절하는 동안 당신이 원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칠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카메라에서 빠른 포착 능력을 위한 필요 조건에 무엇이 있을까? 쉽게 생각해 보자. 카메라가 빨리 켜지면 된다. 이미 Ⅲ의 부팅 속도는 어떤 카메라와도 견줄 수 없는 0.8초라는 압도적인 속도를 보여줬다. 여기서 더 빨라질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RICOH가 해냈다. 0.6초로 단축됐다. 근데 심지어 AF 추척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RICOH는 스피드에 진심이다.

 

또, 스냅 거리 우선 AE(Sn) 모드 다이얼이 추가됐다. 물론 GR Ⅲ에도 Sn 모드가 있었지만 '메뉴' - '촬영 설정'에 들어가야만 설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잘 모르거나 아예 써본 적이 없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Sn 모드는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초점 거리를 세팅해 두면 전원을 켜고 어떠한 조작 없이 셔터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조금만 손에 익으면 스트릿 포토그래퍼에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그런 Sn 모드가 다이얼로 추가되면서 메뉴에 들어가서 꼈다 켜는 과정이 생략되었고 활용성도 높아졌다. GR 쓰면서 이 기능 모르면 손해다.

 

※ Sn 모드 : 초점 거리(0.3 ~ 5m, ∞)를 설정하면 피사체가 초점 범위 안으로 들어오도록 자동으로 조리개가 조여지는 모드

 

GR4
표준

 

다음으로, Program Auto Ex 노출 기능이 추가되었다. P 모드에서 전면 다이얼을 돌리면 자동으로 Av 모드(조리개 우선)가 되고, 후면 다이얼을 돌리면 Tv 모드(셔터 우선)로 바뀌는 기능으로, 실제로 가장 유용하게 써먹었던 기능 중 하나였다.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거리 스냅에서 P 모드를 두고 찍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카메라가 알아서 노출값을 제시해 주니까 거리 스냅에서 이만한 모드가 없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끔 사진에 변주를 주고 싶을 때 P 모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P 모드에서 조리개를 조인다 한들 살짝만 움직여도 금방 조리개값이 바뀌기 마련. 그럼 또다시 Av 모드로 돌려 세팅값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이 기능 하나로 모드 다이얼을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평소엔 P 모드로 찍다가 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전면 다이얼을 돌리고, 패닝샷을 찍고 싶을 땐 후면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근데 다시 P 모드로 돌아가고 싶을 땐 어떡하냐고? 모드 다이얼 언락 버튼이 P 모드에선 Program Reset 버튼이 되기 때문에 그걸 누르면 된다. GR Ⅳ에서 P 모드는 무적에 가까워졌다.

 

지난 2주간 GR Ⅳ는 내게 "이거 가지고 일상을 담아봐. 내가 사소한 순간 하나까지 놓치지 않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듯했다.

 

GR4
하드 모노톤

 

세 번째, 시네마 색감이 추가됐다. 누구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니 누구나 사진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 수 있다. 후보정을 통해서. 하지만 GR Ⅳ만 있으면 후보정 따윈 필요 없이 필터 하나로 시네마틱한 분위기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GR의 색감은 첫 카메라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의 선택 기준이 되었다. 포지티브·네거티브 필름 룩 등 감성적이고 완성도 높은 색감을 통해 손쉽게 본인만의 개성을 녹일 수 있다는 점이 초보자들의 구미를 확 당긴 것이다. 최근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시네마틱 감성을 더하고 싶은 사용자들의 욕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사진, 영상 가릴 것 없이 많은 카메라 제조사들이 시네마 룩을 적극적으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RICOH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듯 기존 12개였던 화상 컨트롤 옵션에 시네마 옐로우와 시네마 그린을 추가하여 총 14개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시네마 룩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무작정 거리로 나가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찍어보았다. 한 장 두 장 쌓인 사진들을 보니 역시 색감 맛집이라 불리는 데 다 이유가 있었다. 포지티브·네거티브 필름 룩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지금부턴 GR Ⅳ로 수천 장이 넘는 사진을 찍어 본 나의 아주 개인적인 주관이 담겨 있으니 참고 정도만 하면 좋을 것 같다. 반박 시 여러분 말이 무조건 옳다.

 

GR4
시네마 옐로우
GR4
시네마 그린

 

먼저, 시네마 옐로우는 렌즈에 노란색 셀로판지를 대고 찍은 듯 사진 곳곳에 노란색이 묻어나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채도가 높아 피사체가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반면 시네마 그린은 푸른색 계열이 강조되고, 암부가 짙은 반면 채도는 낮게 표현되어 사진에서 약간의 냉기가 느껴진다. 주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뚜렷한 피사체가 없거나 프레임 안에 요소들이 너무 많게 되면 자칫하면 그냥 누런 사진이 되거나 창백한 사진이 될 수도 있다. 허나 시네마 옐로우와 그린 모두 프레임 속 음영의 조화가 적절히 어우러진다면 시네마 룩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GR Ⅳ의 시네마 룩은 평범한 일상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으로 기록한다. 그 순간이 아무런 목적이 없다고 한들 시네마 룩에 비친 장면에선 서로 다른 이야기가 떠오른다. 신호를 기다리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시네마 옐로우에선 설렘으로, 시네마 그린에선 아쉬움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GR4
시네마 옐로우 / 그린

 

함께했던 시간 동안 GR Ⅳ가 내게 어떤 카메라였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담백한 카메라', 이게 전부다. 본인의 능력을 티 내지 않아도 은연중에 느껴지는 사람, 과도한 액션이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 보통 이런 사람을 보고 우리는 담백하다고 표현한다. GR Ⅳ는 내게 그런 카메라였다. 겉으로 보기엔 티가 잘 안 나지만 사용하다 보면 확실한 변화가 느껴지고, 사소한 변화 하나하나마저 나를 위한 그런 카메라였다.

 

6년 만이라는 시간은 기대감을 갖기에도, 그 기대감이 흘러넘쳐 미움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이미 GR Ⅳ를 맛봐버렸는데. 빠진 목도 낄 때만 아프지, 끼고 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법. 그가 또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나의 여행 메이트 한자리는 GR Ⅳ가 차지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언제나 그랬듯이.

 

GR4
하드 모노톤 / 하이 콘트라스트 흑백
GR4
포지티브 필름
GR4
네거티브 필름
GR4
시네마 그린
GR4
시네마 그린
GR4
시네마 옐로우
GR4
시네마 옐로우
GR4
포지티브 필름
GR4
시네마 옐로우
GR4
하드 모노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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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J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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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장비를 삽니다. 장비 없인 못살아.

태그 #RICOH #GR4 #GRⅣ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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