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엽수가 빽빽한 북쪽의 어느 숲속 마을. 침엽수잎엔 눈이 쌓여 마치 흰머리가 샌 것처럼 보이고 나무로 뚝딱뚝딱 세운 공방에선 불을 지펴 난 연기가 굴뚝을 타고 하늘 높이 뻗어나간다. 그 안에선 곰돌이 해리가 그림을 그리고, 쿠키도 굽고, 크리스마스카드 보내기에 여념이 없다. 산타와 엘프, 루돌프까지 아프니 해리라도 더 서둘러야만 한다. 오늘도 해리는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려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쓴다. Merry Christmas!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2025 <크리스마스 공방(Atelier de Noel, 이하 크리스마스 공방)>의 전경을 보니 머릿속에서 이야기 하나가 차라락 펼쳐졌습니다. 지난 시즌 <해리의 크리스마스 쇼(Le Grand Theatre)>가 '징글벨'이었다면, 올해 <크리스마스 공방>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재생되는 곳이었습니다. 서커스처럼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색은 없지만 나뭇집, 지붕 위와 나뭇잎에 앉은 눈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숲속 작은 마을에 도착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속으로 부르며 이르게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들어갔습니다.

Atelier de Noel
선물 공방 입퇴장로 옆편에 마련된 포토존
콘셉트만 바뀌었을 뿐, 크리스마스 공방 안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비슷했어요.(거의 포토존입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 물건을 살 수 있었던 길거리 상점이 없어지고 한 군데에서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그 덕인지 지나가는 길목에서 사람들이 뒤엉키는 일은 크게 없었어요. 그리고 천장을 뚫을 것 같았던 높고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심플하지만 겨울을 견디는 듯 눈이 내려앉은 침엽수 크리스마스트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그럼, 숲속에 자리한 공방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게요.

GR3x HDF(Negative 모드)로 촬영
구경하다 보면 산타와 루돌프, 엘프가 꽤(?) 체계적으로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비록 그들의 부재로 수많은 해리가 업무 분담을 해야 했지만 나름 체계적인 시스템 덕에 힘들어도 일하기엔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이 작은 마을 안에는 첫 번째 포토존인 산타클로스의 집(Masion du pere Noel), 루돌프의 집(Chez Rudolph)이 있고 중앙에 있는 침엽수림을 중심으로 편지 공방(Les Lettres), 포장 공방(L'Cmballage), 선물 공방(Les Cadeaux), 해리 상점(크리스마스 마켓, La Réserve)이 있습니다. 이 구조로 보아 소소한 관람 팁이라 하면,
1) 마을 오솔길을 따라 각 공방에서 해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 구경한 뒤 루돌프의 집을 둘러볼 것.
2) 공방 중에선 포장 공방 또는 편지 공방을 먼저 가볼 것.
3) 산타클로스의 집은 입장하자마자, 선물 공방 쪽 포토존은 산타클로스 집 포토존이 끝나자마자 줄을 설 것.
날마다 격차가 있겠지만 이 네 곳에서 줄이 꽤 늦게 빠졌거든요.




포장 공방입니다. 선물 상자에 물건을 넣고 포장하고 리본으로 매듭을 짓는 해리가 분주해 보여요. 개중엔 농땡이를 부리는 친구도 있고, 지쳐 쓰러진 친구도 있지만 다들 열심히 한 덕인지 선물 상자가 꽤 많이 쌓여 있어요. 미니 자동차, 미니 크리스마스트리, 장난감 등등 빙빙 도는 레일 위엔 아직 포장해야 할 물건들이 많이 있지만요. 가끔 해리도 레일 위를 돌고 있답니다. 바쁜 해리를 지켜보는 다른 동물 친구들도 있었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해리가 짧둥하고 뭉툭한...손 끝으로 포장을 하고, 타자기를 치는 모습이 우리에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느끼게 하거든요. 그 감정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더해지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고, 크리스마스 공방에 어떻게든 가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해요. 특히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해리라는 캐릭터를 주축으로 우리가 상상했던,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미디어로만 봤던 공간을 만들어내니 더욱 발길이 이어질 수밖에 없죠.


GR3x HDF(Negative 모드)로 촬영
GR4 Negative 모드로 촬영
잠시 해리포터 영화가 떠오른 편지 공방이에요.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리며 편지를 쓰고 있는데도 수신자 명단의 이름은 줄지 않고 이름이 빼곡합니다. 그럼에도 해리는 기특하게도 열심히 편지를 쓰고, 사다리를 타고 척척 올라가 나라별로 편지를 나누고, 다 쓴 편지를 정리해요. 편지 더미에 둘러싸인 해리들 사이에서 편지를 배달할 부엉이도 있는데, 이 부엉이는 바깥에서도 볼 수 있어요. 아마 편지를 다 배달한 뒤 쉬고 있는 모양입니다. 타자를 치는 해리와 편지를 정리하는 해리가 양편으로 나누어 있으니 양쪽 다 필수로 확인하시고, 천장까지 뻗은 편지도 꼭 구경하세요.






이번 2025 크리스마스 이벤트의 메인인 선물 공방은 미니어처 세계와 해리의 세계가 만난 것 같은 공간이었어요. 작은 놀이동산 겸 마을 모형이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자리에서 해리가 작업 중이에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해리는 쿠키를 굽기 위해 틀을 찍고, 그림도 그리고요, 각종 선물을 선반에 척척 정리해요. 장난감 기차에 타 레일을 돌고 있는 해리도 있으니 꼭 천장을 바라볼 것!


해리가 야심 차게 준비한 해리 상점도 열려 있습니다. 선물 공방에서 해리가 그토록 열심히 일한 이유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해리 곰 인형과 키링, 오너먼트와 머그컵, 쿠키와 술 등을 살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해리와 똑같은 붉은색 곰 인형은 살 수 없고, 아이보리/브라운/다크브라운/블랙 인형만 있어 해리는 현장에서 눈으로만 마음껏 담아야 합니다.




마을 여기저기엔 작은 감탄이 나오는 디테일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요. 처마 끝에 매달린 투명한 고드름, 눈이 내리는 마을답게 갖춰진 스키와 스케이트, 장작, 떨어진 솔방울 같은 것들이 군데군데 있어요. 마침 숨은 그림 찾기처럼요. 눈이 내린 지붕과 나무는 기본이고요. 또 타탄 체크 담요와 해리가 열심히 작업한 선물 상자도 바깥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었어요. 움직이는 동물 친구들이나 해리 곰 인형으로도 충분히 꾸밀 수 있는 공간이지만 '공방', '마을', '겨울'이란 콘셉트에 충실한 덕에 작은 공방이 모인 이 마을이 더욱 실감 났어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니 이런 디테일도 한번 찾아보세요. 투 머치 정보지만 저는 고드름을 보고 난 뒤로 다른 디테일 찾기에 잠깐 몰두하기도 했거든요.


화려한 색채는 없지만 마치 영화 <러브레터>처럼 사방이 하얗고 고요한 길을 지나 마침내 마을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줘 콘셉트 면에선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좋았습니다. 콘셉트도 좋았지만 5층에서 전경을 보자마자 스토리 하나가 뚝딱 생각났다는 것도 이 크리스마스 공방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고요. 작년 크리스마스 쇼가 시각적으로 즐겁고 흥미 있는 이벤트였다면, 올해 크리스마스 공방은 차분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있는 이벤트이자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갈망을 채워준 이벤트였다고 말해볼 수 있을 듯하네요.
더현대서울의 <Atelier de Noel> 예약이 치열하지만, 작은 공방을 찾으셨다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방과 포토 스폿을 마음껏 즐기다 오세요.
현대백화점 크리스마스 2025 <Atelier de Noel>
· 기간: 25.11.01.(토)~12.31.(수) *점별 운영 기간 상이, 홈페이지에서 확인
· 네이버예약에서 사전 예약 / 현장 웨이팅(웨이팅 오픈 시간 AM 11:30)
*자세한 내용은 더현대서울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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