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4 컬러로그] GR4(GR IV) 컬러로그 시리즈는 GR 카메라의 대표 화상(畫像)인 포지티브, 네거티브를 비롯해 흑백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하드 모노, 새로 추가된 시네마톤 옐로와 시네마톤 그린이 일상을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는지 보여드립니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룩이 주는 감성과 장소 이야기, 찍는 과정을 보여드리기 위함이니 사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GR4 컬러로그 #2 Cine G(시네마톤 그린)
Cine G(이하 시네마톤 그린)는 어슴푸레 떠오르는 태양이 방을 비추는 새벽녘의 시간 같다. 또 창백하면서도 어떤 순간엔 필름의 빈티지함을 담는다.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겨울이 아닐까.
GR4가 출시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화상 중 하나인 시네마톤 그린은 이름값 하듯 사진 전체에 아주 미세한 초록색 필터를 씌운 느낌이다. 그래서 초록 계열을 찍고 나면 빛을 받아야 티가 나는 다크 그린으로 염색을 한 기분이었고, 반면 빨강, 주황 계열 대상을 찍을 땐 탈색한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경계선에서 네거티브에 조금 더 치우친 화상, 그게 시네마톤 그린의 첫인상이었다.
이것이 시네마톤 그린의 반전 아닌 반전이다. 대개 그린, 즉 초록이라고 하면 푸릇함과 싱그러움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시네마톤 그린은 그보단 새벽녘 같기도, 일몰 전 겨울의 공기 같기도 하니 말이다. 만약 이 모드로 영화를 찍는다면? 이미 머릿속에서 독립영화 한 편이 뚝딱 완성됐다. 이토록 매력적인 반전이 있는 화상, 시네마톤 그린을 담아봤다.
*사진은 모두 무보정입니다.
📍푸른 수목원
아주 단순하게 '그린'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출사지는 푸른 수목원. 거의 초겨울에 접어들어 상록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는 노랗게, 혹은 갈색빛으로 물들어 있고 강하게 부는 바람에 이파리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땅에 작은 동산을 만들었다. 피어나고 지길 반복하는 생명이 가득한 이곳과 시네마톤 그린이 만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왼) 포지티브 / (중) 시네마톤 그린 / (오) 네거티브
(왼) 포지티브 / (중) 시네마톤 그린 / (오) 네거티브, 창백하지만 수련잎의 초록빛이 오묘하면서 아름답다.
(왼) 포지티브 / (중) 시네마톤 그린 / (오) 네거티브, 수련잎과 달리 색이 확 빠지고 푸른기가 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민트색, 노란색, 빨간색, 하늘색이 모두 있는 풍경이 있었다. 포지티브, 네거티브, 시네마톤 그린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앞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경계선에서 네거티브에 더 치우친 화상이 시네마톤 그린이라 말했는데, 노출값이 좀 높았다는 것을 고려해도 실제 결과물을 봤을 때 네거티브와 비슷하나 훨씬 차갑고 창백한 느낌이 강했다.
타인의 사진을 보며 들었던 첫인상이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확인하게 되니 생경하면서도 재미있었다. 화상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서로 다른 결과물은 사진가의 취향을 확고하게 만들거나 몰랐던 취향을 찾아가게 한다. 혹은 어떤 깨달음을 주거나.
이번 촬영에서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시네마톤 그린이 필름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색이 연하게 표현되어서라기보단 결과물을 보면서 울트라맥스 400 필름이 많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울트라맥스 400은 차갑고 푸르지만 레트로한 분위기를 잘 담아내는 필름이고, GR4 카메라 화상에선 시네마톤 그린이 가장 이와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엔 일반 그린 화상이 아닌 '시네마톤'의 영향이 클 것으로 추측한다. 차이점이 있다고 하면 필름 카메라로 찍으면 초점이 나갔을 사진인데 GR4라서 초점이 잘 맞았다는 정도?
그리고 먼 풍경을 찍을 때와 하나의 피사체를 집중적으로 찍을 때 표현되는 색도 다르게 다가왔는데, 가까운 대상에 포커스를 두면 연한 초록빛이 느껴지는 반면 전체 풍경을 찍을 땐 푸른빛이 조금 더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정말 다채로운 화상이다.



📍스타벅스




창문으로 해가 쏟아지는 오후 3시의 카페. 빛과 그림자가 예술을 펼치는 걸 놓칠 수 없어 당장 카메라를 들었는데 시네마톤 그린을 거치니 내 손에 남은 건 앞서 말한 '새벽녘의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네마톤 그린은 정말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화상이다.
📍제주도


마치 바다가 얼어버린 것 같다.



푸른 수목원에서 시네마톤 그린의 '시네마톤'을 엿볼 수 있었다면 제주도에선 시네마톤 그린의 '그린'이 빛을 발했다. 제주도 바다는 대개 에메랄드 색을 띠고 있는데 시네마톤 그린으로 바라보니 하나의 원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청록색이 한층 부각됐다. 역광에서도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산은 초록색 대지를 품고 있었다.
모든 사진은 그날의 날씨, 조작 방법, 기분에 따라 다른 결괏값을 출력한다. 이러한 이유로 하늘 아래 같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데, 시네마톤 그린은 스스로가 다양하게 변모한다. 때문에 누군가에겐 시네마톤 그린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도전하고 정복하고 싶은 화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시네마톤 그린은? 조금 어렵지만 그럼에도 쭉 쓰고 싶은 화상이다. 푸른 수목원과 카페에서 봤던 그 빈티지함이 내내 마음에 박혀 있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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