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4 컬러로그] GR4(GR IV) 컬러로그 시리즈는 GR 카메라의 대표 화상(畫像)인 포지티브, 네거티브를 비롯해 흑백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하드 모노, 새로 추가된 시네마톤 옐로와 시네마톤 그린이 일상을 어떤 모습으로 담아내는지 보여드립니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룩이 주는 감성과 장소 이야기, 찍는 과정을 보여드리기 위함이니 사진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GR4 컬러로그 #5 Positive(포지티브)
'GR 카메라'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화상은 아마 Positive(이하 포지티브)일 것이다. 보정을 거치지 않아도 GR 특유의 색감을 짙고 깊게 담는 덕에 많은 이들이 포지티브를 선택해 촬영한다.
나같은 경우엔 수백 번을 포지티브로 촬영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가끔 일탈하곤 한다. 하지만 아는 맛이 원래 더 무서운 법이라고, 새로운 자극을 받고 나니 다시 아는 맛이 그리워지고 만다. 포지티브는 내게 그런 화상이다. 익숙하기에, 그 맛을 알기에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그 익숙한 맛을 느끼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는 역시다.
*사진은 모두 무보정입니다.
📍대학로, 낙산공원










컬러로그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다녀왔던 곳은 대학로와 낙산공원. 날은 화창, 햇볕도 합격. 딱 포지티브로 찍으면 예쁜 사진이 나올 날씨였다.
포지티브의 결과물은 색감이 진하고 선명해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이 힘은 명도와 채도가 높은 곳에서 더 돋보이는데, 사진에서 빨간색이나 주황색이 진하게 표현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날씨로 표현하자면 포지티브는 구름 한 점 없는 초여름 같다. 쨍쨍하고 밝으며 컬러풀하다. 포지티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왜 많은 사람이 화상을 좋아하는지 찍으면서 실시간으로 체감했다.
당시 낙산공원은 빛과 그림자가 합심해 바닥을 수놓았으며, 평화로웠고 산책하는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선 어린이를 위한 축제가 열려 사방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마저도 포지티브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기, 생동감. 사진 만큼이나 활기가 넘쳤던 주말의 어느 날이었다.
📍연희동









포지티브를 촬영하면서 가장 마지막으로 다녀온 곳이 연희동과 서촌이었다. 그 사이에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었고, 가지에서 싹을 틔웠던 나뭇잎들은 이제 바닥에서 바람과 함께 뒹굴고 있다.
평일 오전 연희동은 늘 그렇듯 조용하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동네 주민, 오픈 준비에 바쁜 사장님들을 제외하면 길목은 한산하다. 대신 맑은 날씨 덕에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아주 뚜렷했는데 포지티브는 그 경계마저 잘 캐치했다.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빛과 그림자인 만큼 더할 나위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색감도, 경계도 뚜렷해 사진에서 깨끗한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연희동이란 곳이 조용하고 고즈넉했기에 빛이 그 틈을 타 스며들어 거리에 숨을 불어넣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촌





(왼) 포지티브 (오) 네거티브
(왼) 시네마톤 옐로 (오) 시네마톤 그린
(왼) 포지티브 (오) 네거티브


서촌에 가게 된 건 '그라운드 시소 서촌'에 가기 위해서였다. 독특한 구조 덕에 건축물만 보러 가는 이들도 많은 곳. 실제로 보니 더욱 신기했는데, 직사각형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아 옆에서 보면 물결이 치듯 곡선을 이룬다. 그리고 기프트샵 옆에 있는 쉼터는 천장이 뚫려 있어 동그란 하늘을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어떻게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지금은 나뭇잎이 다 떨어졌지만 초록잎이 가득할 봄과 여름에 보면 정말 예쁠 풍경이다.
그라운드 시소만 다녀오기에 아쉬워 주변 골목을 얼마간 거닐었다. 걷다 보니 영추문이 있는 광화문 담장이 나왔다. 빛도, 그림자도, 색감도 완벽해 나머지 화상과 비교하기에 딱 좋은 그림이 눈앞에 있었다. 여러분의 취향은 어느 쪽인가. 화상마다 느낌과 특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쉽게 호오를 판단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각각의 매력 때문에 선택이 어려울 수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포지티브다. GR 카메라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색'을 포지티브는 과하지 않게, 그러나 강렬하게 품고 있다. 다른 레시피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사진에서 색감을 중요시한다면 포지티브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며, 결과물에서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맑은 날씨처럼 쨍쨍한 포지티브가 궁금하다면 시선을 돌려보자. 세상의 모든 색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깐.
본 콘텐츠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복제, 배포, 수정 또는 상업적 이용은 소유자의 허가 없이 금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