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리뷰했던 시그마 20-200mm F3.5-6.3 DG 렌즈를 써보고 난 뒤, 촬영할 때마다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런 슈퍼 줌렌즈를 처음 경험해 보면 작고 가벼운 데다 여의봉처럼 200mm까지 쭉쭉 늘어나는 망원이라는 자극적인 맛을 보니까 대부분 망원으로만 촬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더 써보니 너무 망원이라는 자극적인 맛에 이 렌즈의 진짜 매력을 놓치고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렌즈는 '200mm까지 당겨지는 슈퍼 줌렌즈'가 매력적인 게 아니라 '20mm라는 넓은 광각을 표현하는 슈퍼 줌렌즈'가 더 포인트였던걸 이제 알았습니다. 이제부터 그 매력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파볼까 합니다. 전 세계 현존하는 슈퍼 줌렌즈 중에선 20mm의 광각을 표현하는 건 지금 이 시그마 C 20-200mm F3.5-6.3 DG 렌즈밖에 없으니까요.
20mm 초점거리를 가진 유일한 슈퍼 줌렌즈

줌 렌즈라면 대부분 초점거리를 24mm나 28mm 정도로 렌즈 구성을 합니다. 물론 24mm도 넓은 편이지만 해외 여행을 가서 거대한 건축물을 촬영한다던가, 실내를 촬영했을 때는 종종 아쉬운 순간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원하는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를 다 들고 다니는 거지만 사진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가장 좋은 대안은 효율적인 렌즈를 찾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소위 슈퍼 줌렌즈라 불리우는 렌즈들이 높은 24mm부터 초망원 영역까지 커버하며 뛰어난 사용성을 자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시그마의 새로운 이 렌즈는 20mm 초점거리를 채택하니 이건 거의 혁명처럼 느껴집니다. 표준에서 망원 초점거리는 1mm가 큰 차이로 오진 않지만, 광각으로 갈 수록 1mm의 차이는 비교적 꽤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24-70mm 렌즈의 별명이 계륵인 이유는 꼭 필요한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24mm와 70mm라는 광각과 망원 초점거리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기에 애매하다라는 측면에서였죠. 그런 이유를 생각해보면 줌 비율이 높은 슈퍼 줌렌즈면서도 24mm가 아닌 20mm를 사용한다는 건 단순히 넓게 촬영한다는 것보다 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20mm | 광각은 처음 썼을 때는 어려운 듯 하지만, 사용할 수록 재밌고 표현력을 더 극대화 시킬 방법을 찾아 나가는 맛이 있습니다.
좌측이 20mm, 우측이 24mm입니다. 표현하는 거 자체가 다르죠.
오른쪽 24mm에 비하면 20mm가 확실히 넓게 나오는데 광각에서는 1mm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좌측이 20mm, 우측이 24mm | 표현의 범위가 달라질 정도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24mm로 촬영한 것과 20mm로 촬영한 건 수치로 표기된 4mm 보다 더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20mm가 당연히 더 넓게 담기지만 거기에 광각 특유의 원근감이 더해져서 같은 걸 촬영해도 더 웅장하게 보입니다. 24mm도 공간만 충분하다면 뒤로 가서 물체를 다 담아낼 수는 있지만 20mm가 표현하는 원근감이 없어서 광각에서 맛볼 수 있는 웅장함은 좀 떨어지니 상대적으로 밋밋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실내라면 더더욱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4mm의 차이로 그 실내 공간의 분위기를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수도 있게 만듭니다. 그 공간이 내포하는 분위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보정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몇 미리의 렌즈를 쓰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집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20mm 초점거리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 24mm, 28mm, 85mm 같은 인기 초점거리와 200mm 초망원 영역대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신기한 경험입니다. 그것도 540g의 무게로 말입니다.
미러리스로 오면서 물리적인 부분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프로파일과 카메라의 보정 기능 등을 통해서 함께 왜곡과 비네팅, 수차 등을 잡는 걸로 광학 디자인이 바뀌면서 더욱 작고 컴팩트한 렌즈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동시에 이렇게 작은 광각에 대해서는 왜곡이나 수차에 대해 걱정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C 20-200mm F3.5-6.3 DG 렌즈 또한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긴 어렵지만, 실사용을 해보면 카메라와 소프트웨어의 프로파일을 통해서 왜곡이 꽤 잡히는 모습을 보면서 이후에도 큰 걱정 없이 촬영했습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촬영할 때는 Art 렌즈를 집어 들겠지만, 일상과 여행을 기록할 때는 Contemporary 라인업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20mm | 공산성 내부에서 액자 형식으로 바라보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루기 쉽고, 활용성이 매우 높아 편리한 렌즈
20mm | 길을 다니다 툭툭 찍어내도 재밌습니다.
20mm | 골목길을 돌면서 20mm로 촬영을 하다가도
200mm | 갑자기 고양이가 보여도 200mm로 당기면 제대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20mm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C 20-200mm F3.5-6.3 DG 렌즈는 20mm부터 200mm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먼저, 다양한 장면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광각 렌즈를 들고 가면 광각으로 담아낼 것만 생각할 때가 많고, 망원 렌즈를 들고 가면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촬영하려고만 하는데, 이 렌즈를 들고 다니면 정말 모든 걸 촬영할 거리로 생각하면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귀여운 장면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들고 다니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하나의 렌즈로 모든 걸 커버할 수 있다 보니 편리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단 렌즈를 여러 개 들고 다니는 장비 구성이 아닌 원 렌즈 구성으로 다녀보니 가방도 필요 없다는 묘한 해방감이 꽤 촬영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나태해져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편해졌는데요. 촬영을 위해서 다니는 것이던, 여행을 다니면서 기록하던 장비를 들고 다니는데 큰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게 되어서 효율적인 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모든 게 단지 렌즈 하나라서가 아니라 시그마의 C 20-200mm F3.5-6.3 DG 사용하기가 너무 편한 렌즈라서 그렇습니다. 그저 내가 촬영하고 싶은 대로 초점거리를 조절해서 촬영하기만 하면 됩니다. 넓게 촬영하고 싶으면 넓게, 당겨서 촬영하고 싶으면 당겨서. 그게 다죠.
좌측: 20mm & 우측 : 200mm | 20-200mm까지 자유자재로 촬영할 수 있어서 선택지를 굉장히 많이 늘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렌즈죠
좌측 : 20mm & 우측 : 200mm | 이렇게 보니까 더더욱 슈퍼 줌렌즈가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8mm부터 85mm까지 1:2로 매크로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함
28mm와 85mm에서의 근접 촬영입니다.
85mm | 근접 촬영본의 100% 크롭인데 미세한 거미줄까지 잘 표현해내죠.
200mm | 매크로 상황은 아니지만 빛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 환경이었는데도 수차 억제 능력이 상당합니다.
C 20-200mm F3.5-6.3 DG는 독특한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특정구간이 아닌 28mm부터 85mm까지 1:2 간이 매크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슈퍼 줌렌즈는 간이 매크로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초점거리에 세팅하고 촬영해야 하지만, 시그마 C 20-200mm F3.5-6.3 DG 렌즈는 포커스 그룹 렌즈가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하면서 렌즈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수차를 보정하는 기술을 통해서 최소 초점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선명하게 1:2 배율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서 높은 배율을 구간별로 가져가면서 동시에 화질과 억제된 수차까지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렇게 특정 환경이 아닌 다양한 걸 촬영하게끔 만드는 렌즈들은 기술적으로 어려워져서 제조사들이 자주 만들지 않는 렌즈입니다. 한 번 나오면 리뉴얼 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죠.
그런 렌즈를 이번에 시그마가 AF, 높은 줌 배율을 구현하면서도 왜곡과 수차 보정을 위한 광학 기술, 높은 해상력과 간이 매크로 촬영까지 구현해서 내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진정한 슈퍼 줌렌즈의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초로 20mm부터 200mm까지 10배 줌이 가능하면서도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는 540g짜리 풀프레임용 렌즈니까요.
C 20-200mm F3.5-6.3 DG 렌즈와 함께한 순간들!
20mm | F3.5, 1/8000s, ISO 640 (SONY ILCE-1)
20mm | F9, 1/125s, ISO 1000 (SONY ILCE-1)
20mm | F9, 1/1250s, ISO 250 (SONY ILCE-1)
200mm | F6.3, 1/200s, ISO 1000 (SONY ILCE-1)
20mm | F6.3, 1/200s, ISO 250 (SONY ILCE-1)
20mm | F4.5, 1/3200s, ISO 640 (SONY ILCE-1)
20mm | F8, 1/200s, ISO 250 (SONY ILCE-1)
20mm | F4.5, 1/2500s, ISO 640 (SONY ILCE-1)
200mm | F6.3, 1/125s, ISO 1000 (SONY ILC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