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들고 볼 수 있는 쌍안경의 최대 마지노선은 얼마일까?”
쌍안경을 사용하시면서 한 번쯤은 저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사용자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주간 사용을 전제로 제가 생각하는 들고 볼 수 있는 최대 마지노선은 배율은 12~15배, 무게(대물렌즈 크기에 비례)는 1.2~1.3kg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것보다 배율과 무게가 더 커지면 작은 움직임에도 흔들림이 심해져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목표물에 대한 식별 능력이 저하되면서, 결국은 쌍안경 관측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견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여전히 몇몇 광학 제조사들이 12x50, 14x52, 15x56 등의 루프형 쌍안경을 생산해 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이스 Conquest HDX 15x56
자이스 Conquest HDX(이하 '콘퀘스트 HDX') 15x56은 천체관측에 최적화되어 있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탐조 시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콘퀘스트 HDX 모델별 활용도
구성 및 사양
콘퀘스트 HDX 모델의 기본 구성인 '넥스트랩, 대물/접안렌즈 캡, 쌍안경, 소프트 케이스(스트랩 포함), 클리닝 천' 그리고 자이스 비노홀더가 추가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15배율이라는 점 때문에 비노홀더에 거치해서 보라는 뜻이겠지요.
제품 구성콘퀘스트 HDX 15x56 사양
넥스트랩은 양면이 네오플랜 재질로 되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고 폭이 넓어 목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대물렌즈 캡은 개별적으로 탈부착 가능하며, 고정력 또한 좋아 분실 위험이 적습니다.

접안렌즈 캡은 탄탄한 고무 재질이며 아이컵에 딱 맞게 제작되어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 해외에선 레인가드(Rainguard)라고 불리는데 이름처럼 접안렌즈를 빗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대물렌즈보다 접안렌즈에 묻은 물방울은 관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가 올 땐 활용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프트 케이스는 지퍼가 있어서 먼지 등의 이물질 차단에 효과적이고, 사방으로 완충 패드가 들어가 있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쌍안경을 보호해 줍니다. 내부에 작은 포켓이 있어서 렌즈 캡, 클리닝 천 등을 수납할 수 있지만 별도의 지퍼나 벨크로가 없으므로 여닫을 때 내용물 분실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자이스 비노 홀더는 일반적인 금속 비노 홀더에 비해 탈부착이 빠르고 간편해 관측 활동의 질을 높여줍니다. 1/4인치 및 3/8인치 나사산이 있어서 다양한 플레이트에 체결 가능하며, 콘퀘스트 HDX 외에도 SFL 시리즈와 테라 ED 42mm 쌍안경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이스 비노 홀더
외관 및 조작감
콘퀘스트 HDX 15x56은 아베 쾨니히(Abbe König) 프리즘이 들어가 있어 육중한 외관을 뽐내고 있습니다. 깔끔한 마감에 고무 외피는 들뜸이 없고 그립감이 우수합니다.


무게는 1,265g으로 넥스트랩을 이용해 목에 걸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스트랩을 길게 조절해서 어깨에 크로스로 메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대물렌즈 코팅색상은 와인색이고, 접안렌즈는 연한 밤색과 연두색을 띠고 있습니다. 자이스만의 로투텍(LotuTec) 코팅 덕분에 렌즈에 이물질이 쉽게 달라붙지 않아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선명하고 쾌적한 관측이 가능합니다.

T* 코팅된 렌즈와 경통 안쪽 면의 배플(baffle, 나사산 모양의 홈) 덕분에 주야간 사용 시 밝은 광원으로 인한 내부 난반사를 줄여 플레어나 고스트 현상을 억제합니다. 야간에 가로등과 같은 밝은 조명이 많은 곳에서도 플레어 현상은 거의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 플레어: 태양이나 조명 등의 밝은 광원이 렌즈로 들어왔을 때 내부 난반사로 인해 빛줄기가 나타나거나 광원 모양의 허상이 생기는 현상(고스트를 포함하는 개념)
난반사 최소화를 위한 경통 내부 모습
접안렌즈 직경은 약 25mm, 아이컵 내경은 약 30mm로 넓은 시야와 편안한 접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유효 구경은 약 56mm로 대물렌즈 직경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광로 설계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접안렌즈에 손전등을 비춰 대물렌즈의 실제 유효 구경을 측정했습니다.
아이컵은 3단 트위스트 방식이며 부드럽게 조절되면서도 단계별로 견고하게 고정됩니다. 아이컵을 3단으로 조절하고 접안하면 전 시야 확보가 가능했는데 눈을 너무 바짝 붙이면 블랙아웃(강낭콩 현상)이 나타났고, 살짝 닿게끔 접안하니 괜찮았습니다. 아이릴리프(접안렌즈↔눈 사이 거리)가 18mm라 안경 착용자도 여유 있게 전(全)시야 확보될 것 같습니다.
※ 블랙아웃: 접안점이 맞지 않아 원 테두리 주변으로 강낭콩 모양의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는 현상

잠금식 시도(디옵터)조절 방식이라 보관이나 사용 도중 디옵터가 변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시도 조절 방법은 우선 아이컵을 1단 이상으로 올려둔 뒤 시도 조절 링을 위로 올려서 잠금을 해제합니다.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돌려서 초점 조절한 후 다시 아래로 내려주면 고정됩니다.

초점 조절 링은 적당한 텐션으로 회전하고 백래시(backlash)가 없으며 구동 범위는 약 450˚ 정도로 정밀한 조절이 가능합니다.
※ 백래시: 초점 조절 링을 돌릴 때 시계↔반 시계 전환되는 지점에 유격이 생기는 현상
아쉬운 점은 무게중심이 대물렌즈 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보니 두 손은 자연스레 경통 부를 파지하게 되는데, 초점 조절이 필요할 경우 한 손의 위치를 초점 조절 링 근처로 옮겨야 해서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좌) 관측 시 손 위치 / (오) 초좀 조절 시 손 위치
주간상
중심 선예도는 최상급 기종과 견주어도 될 만큼 우수하고, 주변부 약 90% 혹은 그 이상까지도 선명한 시야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래 어포컬상으로는 주변부가 흐릿하게 보이지만 실제 안시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음)
초점심도(초점이 맞는 구간)가 깊어서 어느 한 군데에 초점을 맞춰두면 그보다 먼 거리까지도 선명하게 잘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1km 거리에 초점을 맞추면 3km까지도 선명하게 잘 보임)
중심 색수차는 관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간간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주변부로 갈수록 색수차가 서서히 증가하지만 시야가 넓어 신경 쓰이진 않았습니다.
체감 시야각은 사양표에 표기된 값이 69˚Ww이고, 아래 이미지처럼 tan 값으로 계산했을 때 실제 체감 시야각은 약 62˚ 정도로 나타납니다. 60˚가 넘는 광시야기에 넓고 시원한 시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쌍안경으로 보는 세상' 카페 회원이신 낸드님의 '체감 시야각에 대한 설명 및 엑셀파일'이라는 게시물을 참고했습니다.
왜곡은 핀쿠션 왜곡이 존재하는데 아래 어포컬에서는 휘어짐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실제로 관측할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적당한 핀쿠션은 글로브 이펙트(롤링볼 현상)를 줄여줌으로써 눈의 피로감을 덜어줍니다.
직선이 휘어 보이는 왜곡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어포컬 이미지는 실제 쌍안경으로 보는 것보다 작고 덜 선명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모든 어포컬은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로 촬영하였습니다.
위 네 군데를 거리순으로 어포컬 했습니다.
① 100m
② 300m
③ 1km
④ 3km
야간상
콘퀘스트 HDX 15x56은 아베 쾨니히 프리즘 시스템을 사용하여 빛 투과율을 90%로 높여 황혼 녘이나 야간과 같이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밝은 시야를 제공합니다.



위 세 군데를 어포컬 했습니다.
①
②
③
천체 관측
도심지 광해와 달빛의 영향으로 밤하늘이 너무 밝아 육안으로는 별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콘퀘스트 HDX 15x56을 사용하면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접안부에 두 눈을 대는 순간 원 안 가득 담긴 별들이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초점 조절 링, 아이컵, 힌지 등의 구동부가 정상적으로 움직여 문제없이 관측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천체관측 시 쌍안경은 삼각대, 볼/비디오헤드, 비노 홀더(비노 마운트) 등의 장비를 사용해 거치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오리온 대성운
플레이아데스 성단
올빼미 성단
벌집 성단
안드로메다 운하
꼭 별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같은 사물이라도 맨눈으로 보는 것과 쌍안경을 통해 보는 것은 때때로 매우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뭔가 외계에 온 듯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상현달
탐조
콘퀘스트 HDX 15x56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탐조에 최적화된 쌍안경은 아니지만 먼 거리의 물새들을 관찰할 때는 스포팅 스코프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스포팅 스코프(일반적으로 20~60배)보다 배율은 낮지만, 두 눈으로 보기 때문에 체감되는 배율은 15배 그 이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 거리에 있는 새라도 크고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습니다.
탐조하는 동안 이 쌍안경에 관심을 보이는 행인분들이 계셔서 직접 보여드렸는데, 하나같이 눈을 갖다 대자마자 탄성을 지르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탐조 시 손으로 들고 볼 수는 있으나 높은 배율과 무게로 흔들림이 발생해 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비노 홀더를 이용해 삼각대 등에 거치해서 관찰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삼각대에 거치하면 안정적인 관찰이 가능하고, 어포컬 어댑터를 활용해 휴대폰으로 기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횃대에 앉아 있는 물수리 (약 700m)
※ 사진으로는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실제 두 눈으로 보면 동정이 가능할 만큼 크게 보입니다.
갯벌에서 휴식 중인 참수리들 (약 600m)
수십 마리의 솔개들 (약 500m)
나무 위 흰꼬리수리들 (약 600m)
검은머리흰죽지
흑부리오리
오후 5시 30분경 촬영한 어포컬입니다. 일몰 시간이 지났음에도 뛰어난 밝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홍머리오리
큰고니
100여 마리의 솔개 무리
일몰 (오후 5시 10분경)
낙조 속 새들
내부 구조 (X-ray 영상)
콘퀘스트 HDX 15x56은 아베 쾨니히 프리즘이라 일반적인 루프형 쌍안경에 사용되는 슈미트 페칸 프리즘과는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메커니즘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찍어봤으니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좌) 근거리 초점 시 / (오) 원거리 초점 시
초점 조절 시 렌즈의 위치 변화
요약
<좋은 점>
<아쉬운 점>
대물렌즈 쪽으로 치우친 무게중심
아쉬운 중심부 색수차 제어
Reviewer
밤하늘별따기(이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