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GMA LENS REVIEW
Sigma 35mm F2 Contemporary

SIGMA LENS REVIEW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는 SIGMA I SERIES의 시작을 알리던 렌즈 중 하나다. 2020년 하반기에 시그마는 사용자의 '경험'에 테마를 둔 I SERIES를 시장에 선보였다.
SIGMA I SERIES 렌즈들은 가볍고 콤팩트한 사이즈, F2의 밝은 조리개,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종종 아트렌즈를 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준수한 해상력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I SERIES가 주는 '렌즈의 사용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그마는 I SERIES를 중간 가격대의 렌즈로 설정함과 동시에 렌즈 외관을 포함한 전반적인 빌드 퀄리티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여 사용자의 편의와 촬영 시의 조작 감도를 섬세하게 고려하였고, 덕분에 취미 사진가들을 위한 완벽한 반려 렌즈로써의 조건을 갖추었다. 렌즈의 훌륭한 사용감은 촬영자가 촬영의 순간 자체를 즐기고 몰입하도록 이끄는 주요 촉매로써 기능했으며 촬영자가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I' SERIES라는 타이틀과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SIGMA I SERIES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낸 이유는 SIGMA BF의 출시 때문이다.
간결하고 단순한 BF 바디와 I SERIES 렌즈의 조합은 렌즈 일체형 카메라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군더더기가 없으며, 시그마의 정체성을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페어링일 것이다. SIGMA BF 바디가 블랙과 실버 프레임의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됨에 따라 I SERIES 렌즈 역시 실버 색상으로 리뉴얼 될 예정이기에 BF 바디의 한국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잠시 잊고 있던 I SERIES의 단렌즈들을 주섬주섬 꺼내본다.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 - SIGMA I SERIES - 렌즈는 수동 렌즈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강화플라스틱은 조금도 사용하지 않은 잔잔한 무광 블랙의 알루미늄 바디, 도르르륵- 눈금 넘어가는 소리가 나는 외부 조리개링(조리개링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 A 모드로 전환 후 카메라 바디에서 조리개 조절을 할 수 있다), AF/MF 전환 버튼과 심플한 렌즈 후드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취미생활의 욕구가 충족되는 렌즈이다. I SERIES로 출시된 시그마의 모든 Contemporary 단렌즈들은 패밀리룩이 적용되어 하나씩 모으는 재미도 있다.
아래는 렌즈 후드를 제거한 모습.
후드 제거 시 렌즈의 전체 지름은 6.7cm이다. 필터 사이즈는 58mm.



조리개 가용 범위는 F2~F22이며 최단초점거리는 27cm. 알루미늄 풀 메탈 바디임에도 소니 E 마운트 기준 325g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렌즈 구성은 총 10매이며 9매의 원형 조리개를 지녔다. 엄청나게 눈에 띄고 대단한 스펙은 아니지만 어디 하나 모가 난 스펙도 아니며 오히려 렌즈 자체의 목적성 - 일상 취미 렌즈 -에 완벽하게 부합하기 때문에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는 이미 예전부터 I SERIES 중에서도 인기 있는 렌즈였다.
구매 시 I SERIES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마그네틱 메탈 렌즈 캡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이 구매자를 매우 기분 좋게 하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눈에 띌 정도로 예쁜 액세서리이지만 실제 사용은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너무 예쁘니까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때 - 혹은 기분 좋은 날 들고 다님.
아래는 마그네틱 메탈 렌즈캡 출시를 기념하며 제작한 시그마의 오피셜 비디오.
해당 리뷰는 어떠한 관점에서 작성되었는가
- F2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
- 작고 밝은 렌즈를 활용하기
- 가벼운 단렌즈와 함께하는 국내 여행
SIGMA 35mm F2 Contemporary
F2의 순간들
F4
F2
F3.2
SIGMA 35mm F2 DG DN Contemporary의 밝은 조리개와 최소 초점거리를 활용하면 어떤 느낌일까?
위의 두 장은 같은 장면을 찍은 F2와 F3.2의 비교 사진이다. 심도도 심도이지만 최대 개방 조리개에서 배경이 원을 그리며 회오리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만약 보케 사진을 찍는 상황이었다면 회오리의 형상으로 살짝 감기는 보케가 담겼을 수도 있겠다. 조리개 최대 개방 시 배경이 회오리치는 현상은 중심 피사체와 배경과의 초점거리가 멀수록 부각된다. 물론 구형 렌즈만큼 심한 것은 아니지만 바로 근처의 나뭇가지가 이 정도로 감기는 것이라면 이 렌즈를 구매하기 전 회오리 현상이 발생함을 인지하고 개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요소인지 한 번쯤은 판단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대에 출시되었던 바티스의 단렌즈나 더 이전의 올드렌즈들이 생각나서 재미있었다.
요즘 남쪽 지방은 홍매화가 한창이다. 매화가 지고 나면 뒤이어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벚나무를 훨씬 좋아했는데 점점 매화나무가 더 예쁘게 보인다. 곧게 뻗어나가는 줄기를 따라 피어나는 겹꽃잎이 서로를 단단하게 붙들고 있어 매화는 바람이 불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
F2
F2
F2.8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밝은 조리개는 선호하지 않는다. 피사계심도가 너무 얕아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F2.0 이하의 조리개는 꽃을 찍을 때도 꽃잎 일부에만 초점이 맞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적인 표현을 방해할 때가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F2.0 이하의 조리개가 과연 실수요 적 측면에서 유효한가, 렌즈의 실용성만을 따진다면 F2.0은 실사용과 합리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F5.6
F5.6
예쁜 꽃의 얼굴을 찬찬히 그리고 온전히 담으려면 최소 F5.6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이는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F3.2
F2.8
F5
F5
밝은 조리개의 렌즈가 주는 이점은 또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빛이 극도로 제한된 공간에서 핸드헬드로 사진을 찍는 경우이다. 아래의 사진들은 동해시 천곡박쥐동굴에서 F2.0, ISO 12800으로 찍은 것들이며 렌즈가 작고 가벼운 덕분에 셔터 스피드를 1/80 근처로 유지할 수 있었다.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하여 촬영하는 경우 고감도의 이미지는 포토샵에서 AI 노이즈 수정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이미지의 디테일한 표현과 발색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해도 표현에 일부 한계가 존재할 수 있기에 촬영 시점부터 '잘' 찍는 것이 중요하다. 렌즈를 구매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최대 개방 조리개 시 중앙부와 주변부 화질 테스트 컷을 열심히 찾아보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그러한 테스트 컷을 보아도 딱히 와닿지 않아서 가능하다면 렌즈를 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편이다. 내 눈으로 직접 본 피사체를 이 렌즈가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 정교함에 만족하는지를 스스로 평가하는 작업은 나에게 잘 맞는 렌즈를 만나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믿는다.
SIGMA 35mm F2 Contemporary
바닷가를 걸으며

시그마 35mm의 최단 초점거리인 27cm만큼 가까워진 직후, 아주 많이 멀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에 왔다.



35mm의 넓은 화각이라 갈매기를 따라갔다고 표현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스테핑 모터인데도 초록색 초점 박스가 갈매기에 제법 잘 달라붙었다. (시그마의 최신 렌즈는 리니어 모터를 채용하여 AF의 정확도와 신속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AF 속도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일상에서 그 정도로 빠르고 신속한 촬영을 하는 일이 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애/개/새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 제외) 미세먼지가 심해서 하늘이 흐렸고 그 덕분에 바닷물의 채도가 빠져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F5의 초점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해변을 벗어나던 중, 발밑에 손톱만큼 작은 게가 도망가다 말고 멈춰 서있는 것이 보였다. 나중에 크게 확대해 볼 요량으로 찍어왔는데, 200% 정도 확대하여 크롭한 것이 아래의 이미지이다.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던 것이 이미지상에서는 제법 선명하다.
200% 확대한 게의 모습
📍어달항

왜곡 보정 X
왜곡 보정 O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그마 35mm의 가장 아쉬운 점은 렌즈 자체의 왜곡 보정 기능이 빠져있다는 것. 물론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을 불러올 경우 자동으로 렌즈 프로필에 맞는 광학 보정이 적용되며 시그마의 판단은 후보정 작업을 고려한 렌즈 설계로 귀결된 듯하나 적지 않은 수의 취미 사진가들은 촬영의 순간=사진의 완성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렌즈 자체에 왜곡 보정이 적용되지 않은 I SERIES는 해안선의 주변부를 둥글게 만드는 렌즈가 되는 셈이다.
한 장의 사진을 렌즈 프로필을 적용한 왜곡 보정 전과 후로 나눈 두 장의 이미지로 볼 수 있도록 가져왔다. 표준 화각에 속하는 35mm임에도 불구하고 해안선의 주변부가 둥글게 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당신이 만약 후보정 작업을 거치는 사진가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조건이며 - 나는 오히려 이 기능을 렌즈에 넣지 않은 덕분에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었을 거라며 기뻐했다 - 만약 후보정 작업을 거치지 않고 촬영 직후의 jpg를 바로 사용하는 편이라면 반대로 조금 심각하게 고민해 볼만하다.
왜곡 보정 X
왜곡 보정 O
SIGMA 35mm F2 Contemporary
35mm와 함께하는 여행 사진
강원도 동해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사진들. 35mm는 재미있는 화각이다. 광각렌즈를 쓰다가 35mm를 들면 마치 망원렌즈를 마운트한 것 같고, 망원렌즈를 쓰다가 35mm를 들면 넓은 광각렌즈를 쓰는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이면 나중에는 35mm 단렌즈 한 통만으로도 충분히 광각과 망원을 넘나드는 구도 연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아래의 사진들은 모두 35mm 단렌즈 한 통으로 광각-표준-망원 화각을 연출한 것이다. 중심 피사체와 풍경의 구조에 따라 변화하는 렌즈의 느낌을 함께 감상해 주면 고맙겠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추암촛대바위 출렁다리






시그마 35mm F2는 취미생활을 위한 렌즈다. 오롯이 나의 만족감, 나의 충족감에 집중하며 사진 생활을 즐기기를 바라는 시그마의 출시작이다. 앞으로는 당분간 새로 출시된 SIGMA BF의 BF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겠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와 그 순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렌즈는 편안하면서도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추천한다:
주말에 사용할 나의 반려 렌즈가 필요하다면,
사진을 연습하고 있다면,
활동량이 많아서 가벼운 장비 구성을 원한다면,
취미용 단렌즈를 하나씩 모을 생각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작품 사진을 찍거나, 그레이하운드의 사진을 찍어줄 생각이라면
Reviewer
헤이스
https://blog.naver.com/travelicious_ha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