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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
LIFEArt & Culture
Why so serious?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그라운드시소 센트럴
2026.04.02

영화 <다크나이트>(2008) 속 명대사 하나를 꼽으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커의 "Why so serious?"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진지한 상황에서 왜 그렇게 심각하냐며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는 말이지만 사실은 전혀 웃지 못할 말이기도 해요. 말하는 사람이 조커니까요.

 

맥스 시덴토프가 조커는 아니지만 "Why so serious?"라는 말이 떠오른 건 그의 풍자에는 위트가 있기 때문이에요. 분명 현상을 꼬집고 있는데 표현 방식을 달리 함으로써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런 작품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리고 있는 맥스 시덴토프 아시아 최초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입니다.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입구

맥스 시덴토프 전시 이런저런 자화상 작품
「이런저런 자화상들(2026)」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자화상 작품
「자화상(2024)」



맥스 시덴토프는 첫 번째 챕터부터 데미안 허스트, 론 뮤익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작품으로 강렬하게 포문을 엽니다. 저 같은 경우 론 뮤익 전시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올랐어요. 너무 생생하면 현실감이 사라지곤 하는데, 맥스 시덴도프의 자화상은 여태 봤던 것 중 가장 '박제' 같았습니다. 그래도 론 뮤익 작품은 사람 크기에 비해 거대하거나 작아 하나의 조각 미술로 받아들이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으나 맥스 시덴토프의 작품은 크기마저 거의 실제 사람과 동일해 예술품이라는 인지가 느려져요.

 

이렇게 맥스 시덴토프는 자신을 재료로 삼아 가벼운 웃음으로 워밍업을 시작합니다.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2020)」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2020)」

 

챕터 2에선 맥스 시덴토프의 친구, 동료들이 협업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똑같게, 똑같게, 하지만 다르게(2020)」는 작가가 던진 아이디어가 사람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수백만의 사람이 있다면 수백만의 표현 방법이 존재해요. 즉, 저마다의 자기표현,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Passport Photos」라는 작품도 챕터 2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요. 웃을 수 없는 여권 사진의 이면을 보여주며 진지한 순간을 단숨에 재치 있게 바꿔버립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여권 사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들의 개성은 이면을 봤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거죠. 표정은 근엄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곳에 웃음 포인트가 있음을 낱낱이 보여줘요. 마치 화상 미팅이 있을 때 상의만 차려 입고 하의는 잠옷 바지인 직장인을 엿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챕터 3 MATURE CONTENT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시대정신(2024)」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세계 평화 지침서(2018)」

 

잡지 TOILETPAPA를 오마주한 작품을 지나면 마치 자가당착에 빠진 듯한 노인이 벽 구석에 서 있어요. 챕터 3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시대정신」 의 등장입니다. 정신없이 페인트를 칠하고 보니 빠져 나갈 구멍을 스스로 막아버린 거죠.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스스로가 일으킨 문제들에 역으로 공격당하고 만다는 작가의 날카로운 유머입니다. 메시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은유적이면서도 정확하다는 건 정말 대단해요.

 

「세계 평화 지침서」는 시각적 요소로 주의를 집중시키지만 영상이 뜻하는 바를 알게 된 순간 황당한 표현에 (헛)웃음을 짓게 만들어요. '더 깊이 파고들어라.'라는 말을 코를 파는 행위로 보여줄 생각은 쉽게 하기 힘들잖아요? 손가락에 불이 붙었는데 '긍정적으로 버텨라'라는 것도 역설적이고요.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일반적이고 고루한 지침을 역설적인 이미지로 바꾸며 이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맥시 시덴도프는 천재가 아닐지 잠시 고민했어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It takes a village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에 사용되는 퍼즐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퍼즐을 맞춰보는 관람객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전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관객 참여형 챕터로, 퍼즐 조각을 직접 맞춰볼 수 있어요. 피스와 퍼즐 판에 숫자가 붙어 있지만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어요. 아기 사진 일부를 퍼즐로 맞추는 소소한 행위임에도 그 퍼즐 한 조각 덕분에 마을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데요. 더 크게는 맥스 시덴토프라는 작가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고요. 그와 별개로 이 파트만큼은 맥스 시덴토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의 결과 다르다고 느꼈어요. 어쩌면 쉬어가는 타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온리 휴먼(2025)> 시리즈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달걀 계란
「선천적 vs 후천적(2026)」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달걀 계란

 

초단편 영상 모음집을 보고 나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003개의 달걀이 나타나요. 가히 장관인 「선천적 vs 후천적(2026)」 작품입니다. 다 똑같은 달걀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각기 다른 1,003개의 달걀이 됐어요. 일종의 라벨링이며 부정적 시각으로 보자면 낙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라벨링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달걀이 깨졌을 때 무수한 가능성 중 하나를 염두에 두겠지만, 라벨을 붙임으로써 단정 짓는 요소가 벌써 생기는 거예요. 모델이라면 '키가 크다'라고 생각하지만 껍데기가 깨질 때까지 사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돈 워리, 비 해피(2022)」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당신의 최선은 충분하지 않다(2020)」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CLI"MAX"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관객이 그린 그림을 전시해요.

 

전시를 통틀어 여섯 번째 챕터 CLI"MAX"가 가장 충격적이었는데요. 거대한 작가 조각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대상화를 자처한 작가의 선택 때문이었어요. 보통은 작가가 타인을 대상화해서 바라보고, 작품을 만들어요. 맥스 시덴토프는 이 점을 뒤집어 본인이 작품의 대상이 되고 관객을 작가로 세워요. 'It takes a village'에선 관객으로서 맥스의 세계로 들어갔다면, 'CLI"MAX"'에선 서로 동등한 상황에서 전시를 즐기게 돼요. 게다가 관객이 그린 작품 중 일부를 전시하기까지 하니 아주 사소한 뒤집힘이 큰 의미를 만들어냈어요.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제니 협업
챕터 7 FUNNY BUSINESS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작품
GINORI 1735 협업 작품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맥스 시덴토프 전시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맥스 시덴토프의 작품을 끝으로 전시는 마무리됩니다. (맥스 시덴토프는 우리나라에서 젠틀몬스터, 제니와 협업하면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해요.) 전시 중간중간에 작가가 건네는 말들이 있는데요. 그중 "Have fun, We're doomed anyway.", "Art is the noise life makes when it refuses to make sense."가 이 전시를 설명하는 문구가 아닐지 생각했어요. 이 문장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풍자가 내포되어 있으니까요.

 

이렇듯 맥스 시덴토프는 왜 진지하냐고 묻는 듯하지만 결국 보여주는 것은 유머 뒤 풍자입니다. 전시명이 '진지하지 않은 진지함'인 것도 이런 맥락인 건 아닐지 추측해 보게 되네요.

 

"Why so serious?"

"Life just doesn't make any sense!"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

· 기간: 26.03.27.(금) 26.08.30.(일) 10:00~19:00 (6/1(월) 휴관)

·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4 그랜드센트럴 A동 3층)

· 관람가: 20,000원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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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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