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작아졌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오밀조밀해서 단단해 보이고 다부진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 녀석은 이전에 있었던 시그마의 16mm F1.4 DC DN | Contemporary 렌즈의 후속작. 그것도 무려 9년 만에 후속작이 되어 나타난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설계를 통해 대구경 컴팩트 광각 렌즈로 거듭났습니다.
렌즈를 고를 때 가볍고, AF 성능이 좋고, 괜찮은 화질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큼 예뻐 보이는 건 없습니다. 시그마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는 그 예뻐 보이는 지점들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대구경 컴팩트 광각 렌즈라는 이름처럼 F1.4의 조리개 수치를 가지고 있어서 보케나 배경 정리를 하는 심도 표현이나 저조도의 높은 성능, 주변부까지 이어지는 화질, 적은 수차 등이 바로 그 지점이죠.


마운트마다 무게가 좀 다르지만, 220g~240g 정도밖에 되지 않는 무게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렌즈가 아무리 소형화,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도 200g대 렌즈를 경험해 볼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가벼운 무게와 함께 기존의 광각 렌즈의 길이와 크기까지 맛보니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가 그 모든 과제를 해결해 낸 느낌입니다.
기존 16mm F1.4 DC DN | Contemporary 렌즈의 13군 16매의 렌즈에서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는 11군 13매로 렌즈가 줄어들어서 길이와 무게가 작아졌습니다. 양면 비구면 렌즈 적용과 저분산 유리, 광학적으로 렌즈 배치 등을 새로 설계한 결과 초점거리가 1mm 정도 넓어지면서도 30% 작아지고, 약 50%나 가벼워질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렌즈 매수는 줄었지만 화질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 졌습니다.
좌측이 16mm F1.4 DC DN | C, 우측이 새로 나온 15mm F1.4 DC | C입니다.
좌측) 서울식물원 천장 사진 / 우측) 좌상단 100% 크롭
양면으로 된 비구면 렌즈를 사용하면 길이도 길이지만, 주변부의 화질이 상당히 좋아지게 됩니다. 이런 컴팩트한 광각 단 렌즈일수록 주변부 화질이 중앙부에 비해 떨어지는 건 필연적인 부분인데,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는 소프트웨어의 프로파일 보정 없이도 주변부에 광량저하 현상이나 디테일이 뭉개지는 건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서울 식물원 내에 있는 천장을 F5로 설정해서 촬영했는데 섬세한 표현력을 통해서 시그마의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가 광학적인 부분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수차 제어하는 능력은 도가 튼 것 같습니다. Art 라인 만큼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수차를 억제하면서도 세세한 부분을 생각이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AF 또한 굉장히 좋아서 정말 한 손으로 들고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작은 LCD에 의존하며 촬영했지만, 원하는 부분에 포커싱을 빠르게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는 APS-C 센서 전용 렌즈이기 때문에 35mm로 환산했을 때는 캐논 기준 24mm, 후지필름 기준 22.5mm가 됩니다만, APS-C 표준 줌 렌즈는 대부분 16mm에서 18mm 정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1mm의 차이라도 꽤 많이 나기 때문에 그동안 표준 줌 렌즈로만 촬영해 왔다면 15mm 화각이 재밌습니다. 초광각 영역대가 아니다 보니 일상이나 데일리로 마운트해서 사용하기에도 부담 없이 촬영할 수 있었죠.
APS-C 특성상 렌즈가 자주 출시되는 건 아니다 보니 이런 대구경 컴팩트 광각 단 렌즈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렌즈의 크기는 비록 6cm 정도로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AF/MF 전환 토글은 빠졌지만, 활용도가 더 높은 조리개 조절 링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어서 수시로 심도 표현을 하거나 노출을 맞출 때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서 편리하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최단 초점거리도 17.7cm 정도로 아주 짧기 때문에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사진을 점점 촬영하다 보니 점점 표준과 광각 사이의 화각을 선호하게 됩니다. 특히 이 정도의 화각대 렌즈를 사용하면 촬영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게 되죠.
피사체에게 한발자국 더 다가가서 촬영할 수 있고, 더 떨어져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촬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건 광각 단 렌즈에서만 가능하기에 15mm F1.4 DC | Contemporary를 들고 다닌다면 여러 재미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15mm F1.4 DC | Contemporary 렌즈가 보여주는 표현력은 기대 이상입니다. 9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 호흡하면서 사진가들이 원하는, 사진가들이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좋은 렌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하는 내내 꽤 재밌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주 오랜만에 나왔지만 '시그마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다듬고 깎아냈습니다. 성능 때문에 끌린다기 보다는 사진을 찍는 본질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서 잔향이 은은하게 남는 렌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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