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음료 쿠폰이 있어도 아메리카노 사이즈 업을 해서 마시는 강경 아메리카노 파의 궁금증을 자극한 라떼가 있습니다. 라떼를 그저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넣은 맛'이라고 생각한 저의 평범하디 평범한 생각을 뒤집었어요. 난생처음 보는 단어의 조합인 '투명 라떼'가 있는가 하면, 마셔도 되나 싶은 범상치 않은 이름의 라떼도 존재합니다.
강경 아메리카노 파를 호기심에 빠뜨린 이색 라떼 맛집들을 꺼내볼게요.
언페이지
·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7가길 13 2층
· 화~일 11:00~18:00 (매주 월 휴무)
· 펀치(투명 라떼) 15,000원
언페이지 대기 공간
언페이지 외부
바 테이블
스탠딩 테이블
이래봬도 테이블 겸 의자
라떼가 투명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을 가능하게 한 카페가 한남동에 있었습니다. 라떼를 받아보자마자 생각한 건 '정말 투명하네.' 얼핏 보면 위스키 같기도, 정성 들여 우린 차 같기도 해요.
투명 라떼의 이름은 Punch로, 투명한 라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밀크 워싱 기법이 들어갔기 때문이었어요. (커피 서빙 후 언페이지 직원이 Punch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세요.) 에스프레소, 우유, 코코넛을 넣은 다음 베르가모트와 오렌지(산(acid))를 섞으면 우유에 있던 단백질이 응고되고 투명한 액체만 남아 Punch처럼 투명한 라떼가 탄생한 것입니다. 음료가 투명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맛과 질감도 변화가 있다는데, 확실히 일반 라떼와 차이가 커요.
Punch 제조 중
Punch
(왼) 언스페셜티 (오) 더블라떼
첫입에선 복숭아 아이스티가 생각나고 끝에 에스프레소가 찾아오는 맛이에요. 아샷추 미경험자이지만 아샷추가 이런 느낌이 아닐지 추측해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중간중간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데, 이 코코넛이 라떼의 밀키함을 대신하는 듯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떼 맛은 아니지만 Punch는 이것대로 매력이 확실한 라떼예요. 15,000원이란 비싼 가격이지만 맛과 비주얼을 모두 음미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기도 하고요. 천천히 음미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에 50여 분이 훌쩍 지난 상태였습니다. 회전율이 느린 이유가 여기 있었어요.
회전율이 느린 데다 내부 좌석이 많지 않아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웨이팅이 긴 편이라 언페이지에 들를 예정인데 오픈 런을 하지 못한다면 근처에서 할 만한 다른 활동을 알아보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ZACAFFE 서울
· 서울시 중구 명동길 14 눈스퀘어 3층
· 매일 10:30~22:00
· 수정과 라떼 6,900원
ZACAFFE 서울
ZACAFFE 서울
쟁반도, 티 코스터도, 컵도 네잎클로버 모양
수정과 라떼
호오를 따지자면 수정과는 호보다는 불호에 가까운 음료지만 수정과와 커피의 조합이 궁금해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바로 자라(ZARA)에서 운영하는 자카페(ZACAFFE)로 갔습니다.
수정과 라떼답게 통계피가 올라가 있고, 색은 일반 라떼보다도 연한 편이었습니다. 때문에 수정과의 계피 향이나 맛이 많이 나진 않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호불호 없는 라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였어요. 계피가 우유 속에 잠시 몸을 담갔다가 나온 것처럼 맛도 연해 저처럼 수정과의 진한 계피 향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외국인도 충분히 마실 수 있는 라떼였습니다. 커피 맛도, 계피 맛도 은은하다 보니 나중에는 수정과 라떼보다는 계피 향이 조금 추가 된 밀크티를 마시는 것 같았고요.
진한 수정과 맛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운 선택이 되겠지만, 계피 향이 나는 맛있는 밀크티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색다른 도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정과 라떼는 수정과와는 달리 호였습니다.
카페 도르르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62
· 월~금 10:00~20:00, 일 10:00~18:00 (매주 월 휴무)
· 블랙 숯 라떼 5,800원
카페 도르르
블랙 숯 라떼
블랙 숯 라떼
이색 라떼 맛집을 찾다가 이름만 들으면 일단 물음표부터 뜨고 보는 라떼를 발견했어요. 흑임자나 쿠앤크를 넣은 라떼인 것일까? 숯과 라떼가 함께 나란히 있을 수 있는 단어였던가? 무수한 호기심과 의심을 품게 만들어 카페 도르르를 찾아갔습니다.
주문할 때 사장님께서 블랙 숯 라떼에 관해 설명해 주시는데요. 의약품으로 분류된 진짜 숯이 들어가며 효능만 있고 맛과 향은 따로 없어요. 우유와 섞이는 숯과 에스프레소를 보면 진하고 쌉싸래한 라떼가 상상되지만, 한 모금 마시면 익히 알고 있는 카페라떼 맛이 납니다.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진한 라떼입니다.
언페이지에서도 맛과 비주얼을 모두 음미하는 음료였는데, 숯 라떼 역시 수묵화 같은 비주얼이 아름다워 빨대로 휘젓기 아쉬웠어요.
커피나인 충무로점
· 서울시 중구 퇴계로27길 16 1층
· 월~금 08:00~17:00 (매주 토, 일 휴무)
· 코리아 라떼 5,900원 (원두는 고소함과 산미를 느낄 수 있는 코리아나 원두로 선택)
코리아 라떼
코리아 라떼
카페 도르르가 커피와 숯을 조합한 라떼를 선보였다면 커피나인은 커피와 참기름 조합으로 라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깐 코리아 라떼는 참기름이 들어가고, 검정깨가 올라간 라떼였어요.
참기름 특유의 고소함을 기대하고 마셨지만, 생각보다 고소한 맛이 그리 강하진 않았습니다. 첫입은 일반 연한 라떼와 비슷하고, 빨대로 잘 섞어 마시다 보면 고소한 맛이 미약하게 혀를 두드려요.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야 하니 수정과 라떼처럼 참기름의 향과 맛을 많이 첨가할 수는 없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참기름이 들어갔다고 했으니 그 존재감이 조금 더 부각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았습니다. 미약하게나마 맛본 참기름 맛이 생각보다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누가 커피에 참기름과 검은깨를 넣을 생각을 했겠어요? 그런 점에서 코리아 라떼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유일무이 라떼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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