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지는 해에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기가 오면 교토는 거대한 이야깃거리가 되고, 도시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도시 전체가 교토그라피(KYOTOGRAPIE)란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예술 작품이 미술관, 박물관, 전시장을 떠나 다양한 곳에 설치되곤 하는데, 교토는 그 모든 장소를 총망라한다. 사실상 전시장의 경계를 허문 셈이다. 전통 가옥, 사찰, 갤러리, 박물관, 거리 등 교토그라피 축제 동안 교토는 거대한 전시장이자 미술관이자 놀이터이며, 지역과 국제, 전통과 현대, 신진 문화와 기성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우리는 유서 깊으면서도 자유로운 교토와 교토그라피를 잘 담을 수 있는 매개체를 고민했다. 공간 전체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주의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필요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두루 쓰일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니고, 빠른 캐치가 가능한 카메라? 리코 GR 카메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궁극의 스트리트 스냅 슈터 GR은 거리의 틈을 파고드는 카메라다. 때론 거칠고, 때론 무드있게 거리의 다양한 표정을 기록한다. 이번 교토에서는 틈 속 시선을 확장 보기로 했다. GR III(GR3)와 GR IV(GR4)(환산 거리 28mm)는 도시와 건축물 전체를 담기에 무리가 없고, GR IIIx(GR3x)(환산 거리 40mm)는 도시를 확대하여 디테일을 살펴보기에 알맞았다. GR IV HDF(GR4 HDF)는 도시의 모든 불빛에 반응했고, GR IV Monochrome(GR4 모노크롬)은 교토의 정제된 단면을 포착했다.
그렇게 우리는 리코 GR을 매개체로, 스트리트 포토라는 헤리티지를 잃지 않되 온 도시가 전시장이 된 교토를 보다 넓고 깊숙 바라볼 '리코 GR X KYOTOGRAPHI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냅 슈터와 교토라는 도시
스트리트 스냅 슈터 GR 카메라와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의 만남은 어땠을까.
GR IV 모노크롬 / ISO 500, F4, 초1/320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 / ISO 500, F2.8, 1/80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 / ISO 500, F4, 1/500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 / ISO 500, F4, 1/320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 / ISO 500, F4, 1/800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 / ISO 320, F2.8, 1초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과 함께 이번 교토그라피에 방문한 송철의 작가는 교토에서 느낀 인위적이지 않은 절제미, 덜어냄의 미학이 사진과 잘 맞는다고 말한다. 사진도 결국 '빼기'의 미학이므로. 그의 눈에 비친 교토는 현대적인 건축과 전통적인 가옥이 공존함에도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톤으로 정교하게 엮여 있었다. 무엇보다 붐비는 교토에서 송철의 작가가 주목한 건 유적이 아니라 그곳을 채운 '사람들'이었다. 관광지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생생하고도 기묘한 움직임들에 집중하며, 명소를 소비하는 인간의 찰나를 포착하는 과정은 그에게 새롭고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작고 가벼운 GR IV 모노크롬은 작가가 원하는 순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레드 필터'와 '하이 콘트라스트'의 조합은 모리야마 다이도가 즐겨 쓰던 '후지필름 네오판 400'의 거칠고 강렬한 입자감을 구현해 송철의 작가에게 큰 감명을 남겼다. 스냅 슈터 GR 카메라 특유의 기동성과 GR IV 모노크롬이 주는 진한 대비가 시너지를 내며 깊이 있는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그 감명은 고스란히 보는 이들에게 전이된다. 사진을 감상하고 있으면 2026년의 교토가 아닌, 교토의 오랜 역사 속 한 귀퉁이를 본 듯하다. GR IV 모노크롬은 도시를, 도시 속 사람들을 달리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GR IV HDF / ISO 1250, F2.8, 1/25 ⓒ황태연 작가
GR IV HDF / ISO 2500, F2.8, 1/40 ⓒ황태연 작가
GR IV HDF / ISO 100, F2.8, 1/320 ⓒ황태연 작가
GR IV HDF / ISO 100, F2.8, 1/160 ⓒ황태연 작가
이번 '리코 GR X KYOTOGRAPHIE 프로젝트'에 동행한 황태연 작가는 교토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오가는 장소마다 잠시 멈춰 사진을 찍는 주민들을 자주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경험이 교토 시민들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으며, 천년 수도의 풍경을 지금까지 소중하게 지켜온 교토 사람들의 자부심도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GR 특유의 즉각적인 스냅 경험은 황태연 작가가 스쳐 지나가는 교토의 작은 풍경과 디테일을 빠르게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GR III, GR III HDF, GR IV HDF를 사용한 그에게 GR 시리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찍는' 일련의 과정을 직관적으로 만드는 카메라였다. 실제 결과물도 인상적이었다. 빛의 대비가 약한 새벽 시간대에는 교토의 차분한 색감을 섬세하게 담아주었고, 흑백 모드는 빛과 그림자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작은 카메라지만 다른 카메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GR만의 개성이 확실했다.
'좋은 사진'은 우연히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 안에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그의 깨달음은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새벽 거리에서, 오래된 목조 건물에 비친 빛과 그림자에서 포착한 그의 사진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특히 GR IV HDF는 조용한 밤거리에, 포근한 한낮의 풍경에 풍부한 빛을 안겼다.
교토그라피 2026
GR IV 모노크롬 / ISO 320, F3.2, 1/50 ⓒ송철의 작가
교토그라피 2026은 양면성을 지닌 '경계'를 조명했다. 경계는 다소 불안정하고 긴장을 유발하지만, 한편으론 경계 너머의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선이기도 하다. 즉, 불확실하지만 동시에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교토그라피 2026은 이 경계에 도달하는 것이 어떻게 새로운 시각, 사고, 창작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교토그라피는 예술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삶의 일부라는 점을 일깨운다. 송철의 작가는 지역 주민들, 외국인 관광객들, 학생들, 노부부 등 성별과, 나이와, 국적의 경계를 허문 관람객을 보면서 교토그라피의 방대함과 다양성을 실감했다.
GR IV 모노크롬 / ISO 1250, F2.8, 1/20 ⓒ송철의 작가
GR IV 모노크롬 / ISO 4000, F2.8, 1/25 ⓒ송철의 작가
GR IV HDF / ISO 640, F2.8, 1/640 ⓒ황태연 작가
GR IV HDF / ISO 100, F5, 1/320 ⓒ황태연 작가
GR IV HDF / ISO 2500, F2.8, 1/125 ⓒ황태연 작가
GR IV HDF / ISO 2500, F5.6, 1/30 ⓒ황태연 작가
황태연 작가 역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 같았다고 회상했다. 교토그래피의 특색 있는 장소 중 하나인 전통 목조주택 '하치쿠안'을 활용한 인포메이션 센터부터 다음 전시를 보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었고, 골목과 오래된 건물, 조용한 거리의 공기까지 모두 전시의 연장선처럼 이어져 있었다.
교토그래피가 단순히 관광 축제를 넘어 지역이 정서와 깊게 연결된다는 것을 도시가, 사람들이, 사진이 증명하고 있었다.
글, 에디팅|에디터 M
글, 사진|송철의 작가, 황태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