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실재하는 공간이니 ‘살아있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박물관 존재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을 때 박물관을 살아있게 만드는 건 그 안에 있는 유물이 아닐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시리즈. 각 박물관의 대표 유물이나 특별 전시를 관람하고 안내한다. |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 《빛·울림·힘-금속, 감각을 깨우다》이 전시되고 있는 청명관
빛, 울림, 힘.
간단하고도 명료한 이 세 단어는 특별전 《빛·울림·힘-금속, 감각을 깨우다》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눈으로, 귀로, 손끝으로 유물을 느끼다 보면 감각 이상의 감각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금관 표면에 흐르는 빛이 유독 밝아 보이고, 귓가엔 아스라이 종소리가 남아 윙윙 맴돕니다. 그리고 나면 깨닫게 됩니다. 이 모든 감각이 바로 빛과 울림과 힘이라는 것을요.
불변의 빛, 서봉총 금관
서봉총 금관
서봉총 금관
경주에 이어 청주에서도 금관을 만났습니다. 금관은 어두운 공간 안에서 조용히 숨죽이는 듯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밝게 빛나며 위용을 뽐냅니다. 비단 조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명이 없었더라도 금관은 밝게 빛났을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금은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거나 녹이 슬지 않아 불변의 빛을 머금고 있으니까요.
경주에서는 세밀한 세공에 포커스를 두고 감상했다면 이번엔 전시 의도대로 금관 표면을 따라 흐르는 빛에 주목했습니다. 보존이 잘 된 덕에 어느 하나 빛나지 않는 곳이 없었는데, 무엇보다 인위적인 빛이 아닌 금에서 은은하게 흩뿌려지는 빛이 금관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듯 보였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가 흔히 피부를 진단할 때 쓰는 속광 쯤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금 그 자체로도 빛이 나지만 그 위에 1,500년이란 세월이 덧입혀지니 이 빛은 언제고 영원불멸하며 또 한 번 1,500년을 거뜬히 보낼 것 같았습니다.
가장 묵직한 울림, 운천동 동종
운천동 동종
운천동 동종동종의 당좌와 당목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다양한 범종의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종은 저마다의 소리를 가지고 있어요. 어떤 종은 낮은 곳에서 묵직한 떨림을 내보내고, 또 다른 종은 가볍게 몸을 떨며 공기 속으로 울려 퍼져나가기도 하고요. 그중 범종은 청동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울림을 전한다고 하죠.
운천동 동종이 전시된 파트에선 직접 동종의 소리를 만들어보는 체험이 있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종소리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요. 새벽녘 숲에서 친구와 함께 듣는 운천동 동종의 소리는 고요했지만 숲속 새소리가 섞여 드니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어요. 아침에 가족과 함께 듣는 동종의 소리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냈을 것으 생각하니 이 울림은 그저 '소리'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여운을 남기는 감각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범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이 소리들을 귀에 새겨보세요. 종소리는 다 비슷할 거란 생각에 돌이 던져질 테니까요.
인고의 견고함, 사인검
사인검사인검 앞과 뒷면
사인검의 무게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검의 재료인 철
위엄, 강인, 근엄. 마치 상상 속 엑스칼리버를 본 것만 같은 충격에 감탄사부터 흘러나왔던 사인검*입니다. 곧은 자태는 이 검의 강인함을 대변하고 있는 듯했어요.
*인년, 인월, 인일, 일시에 만들어진 검이라 하여 사인검(four-tiger sword)이라 한다. 이때 인寅은 십이지의 호랑이를 뜻한다.
사인검의 재료는 철로, 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고 견고한 힘을 갖게 돼요. 사인검 역시 인고의 시간과 함께 단단해졌고요. 그러나 사인검이 특별한 건 물리적인 강함뿐만 아니라 바른 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상징적 존재로서 그 강인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상징적 존재의 무게는 바로 근처에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인검은 2.7kg으로, 손바닥에 닿는 무게가 생각보다 더 묵직했어요. 이 묵직하고 단단한 기운이 재앙을 물리치고, 바른 정치를 펼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존재에 깃들었다면 세상은 충분히 평안하지 않았을 자연스럽게 추측으로 이어졌습니다.
특별전 《빛·울림·힘-금속, 감각을 깨우다》
전시를 보고 나서 가장 긴 여운을 남긴 건 바로 종소리였습니다. 여운도 감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종소리가 알려준 덕분입니다. 앞으로 종을 보게 되면 이 종은 어떤 소리를 낼지 궁금해질 것 같고요. 이건 전시가 끝난 후에도 제게 남은 전시의 또 다른 여운입니다.
방금 전시실을 나오셨나요? 여러분의 여운을 책임진 감각은 무엇이었나요?
특별전 《빛·울림·힘-금속, 감각을 깨우다》
· 전시 기간: 26.04.28.(화)~26.08.30.(일) *매주 월 휴관
· 관림 시간: 09:00~18:00
· 장소: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 청명관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143)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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