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는 것처럼 사진에서 거센 박동을 느껴본 적이 있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마틴 파의 사진을 말하고 싶다. 밀도 높은 구성과 인지하기 전에 눈에 꽂히는 색채가 사진에서 힘차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일상조차 생소한 순간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마틴 파의 사진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시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강렬한 색채
작은 세계 파트
Common Sense 파트
North Korea 파트
South Korea 파트
마틴 파를 논할 때 색채는 빠질 수 없는 그의 아이덴티티다. 채도가 높고 쨍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원색이 도드라져 일반적인 사진도 키치하게 보이는 힘이 있다. 마틴 파의 아이덴티티는 첫 번째 파트인 <작은 세계>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붉은색 옷이 돋보이는 사진과 하늘색 셔츠와 하늘이 돋보이는 사진을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작가의 스타일을 단번에 캐치하게 만든다.
마틴 파의 색채는 대부분의 파트, 대부분의 사진에서 돋보이지만 <북한>과 <남한> 파트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특히 색을 총집합한 듯한 <남한> 파트는 촬영 당시 분위기가 더 고조되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이는 관람객이 사진을 유심히, 하나하나 뜯어보게 만들면서 마틴 파의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나 같은 경우 실제로 채도가 높은 사진 앞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좀 더 길었고, 보다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언어의 유머


마틴 파의 전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사진이지만, 전시 중간중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문장들이 꽤 많다. 그리고 이것마저 마치 마틴 파의 개성처럼 보인다.
“몸에 카메라를 걸고 있으면 남의 일에 기웃거릴 좋은 핑계가 생긴다.”
“모든 사진은 선전이다.”
“지루한 것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인정하자, 세상은 웃기다. 사람들도 맟나가지고.”
사진뿐만 아니라 도발적인 문구에는 마틴 파만의 유머와 풍자가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근엄하고 진지함을 깨는 장치이기도 한데, 여기에서도 마틴 파의 태도를 유추할 수 있어 흥미진진하다. 마틴 파는 지루한 것에 의외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마틴 파가 남긴 작품 하나하나에서 흥미로운 구석을 즐기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낯선 시선



마틴 파의 작품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옥스퍼드 대학 총장 등 유명인부터 일반인들의 모습이 아주 사실적으로 담겨있다. 꾸밈없이 사실적으로 찍혀있다 보니 사진에서 어떤 원초적 감각마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사진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사진 속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당신들을 보며 저마다 다양한 감상을 쏟아내고 있다는 걸 상상이나 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만큼 사진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크고, 바로 앞에 그들이 있는 듯하다.
또 너무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낯설게 다가오는 감각도 있다. 이를테면 사진 속 인물은 진짜 사람이 맞는데도 어쩐지 극사실주의 회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상황일지라도 이를 생소한 시선으로 바라본 마틴 파의 손길이 작품에 녹아든 영향일지도 모른다.
I'm Martin Parr



새빨간 전시대, 벽면에 전 세계 관광지의 화려한 색을 모아둔 이 공간은 마치 마틴 파의 또 다른 작품처럼 보인다. 마틴 파의 사진집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여느 파트조보다도 마틴 파의 존재감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사진집과 벽면을 빼곡히 채운 270점의 사진이다 보니 함께 전시된 <무료한 커플> 파트가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약하다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힘을 뺐기에 이 공간이 더 돋보이는 아이러니도 있다.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소파가 있으니 느긋하게 시간을 잡고 사진집을 감상하길 바란다.
이다음으로 궂은 날씨 속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 셀피를 찍는 사람들이 거쳐 가고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바로 마틴 파의 자화상이다. 마틴 파는 자화상조차 그냥 찍지 않는다. 전통적인 자화상 대신 스티커 사진처럼 여러 가지 장치를 활용해서 자기 모습을 담았고, 이 모습들이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물론 마틴 파답게 자화상에도 블랙 유머를 넣는 것들 잊지 않았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자화상에서 현대 사회를 비판했을지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확인하시기를.
전시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 전시 일정: 26.07.16.(목)~26.10.18.(일)
· 관람 시간: 10:00~19:00 (매주 월 휴관)
· 위치: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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