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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3 H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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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3와 GR3 HDF의 차이는?
2025.04.21


 

 

Ricoh의 GR3는 참 희한한 카메라입니다. 2019년에 첫 출시를 했으니 벌써 연차가 꽤 된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기기들의 사이클을 생각하면 이미 그 수명을 다했을 시기여서 경쟁자들은 이미 후속, 혹은 후속의 후속이 출시되었건만 GR3는 아직 건재합니다.


그런데 막상 떠올려보면 GR3가 인기가 없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 출시될 당시에 리뷰를 위해 GR3를 사용해 봤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해 한동안 사용했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와 무게, 그럼에 불구하고 APS-C라는 큰 판형, 2400만이라는 필요 충분한 화소 수, 그 모든 것을 포용하기에 충분한 고성능의 렌즈, 정확하고 빠른 AF 성능, 손떨림 방지 기능, 전원 버튼을 누르면 바로 작동되는 부팅 속도까지 일상, 그리고 거리 사진을 찍기에 이보다 특화된 카메라는 없습니다.

 

 


 

 

필름 시절부터 이어온 GR 특유의 라인을 너무 성실히 따른 외관이 누군가에게는 올드하게 보여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는데, 지금처럼 레트로가 유행하는 시대라니 GR3의 개발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엿보고 오기라도 했던 것일까요?


제가 GR3를 구입했던 시기는 출시 직후였기에 지금의 인기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기 전이었습니다. 한동안 사용하던 GR3는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전 GR3를 처분했습니다. 처분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너무 GR3만 가지고 다녔거든요.

 

 


 

 

전 고성능 카메라도 있었고, 20mm대에서 아끼는 렌즈들도 몇 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능이 뛰어나진 않지만 개성이 뛰어난 20mm 렌즈, 훌륭한 성능으로 가장 아끼는 렌즈 가운데 하나인 25mm 렌즈, GR3의 환산 화각과 동일한 28mm 렌즈 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GR3로 인해 모두 장식장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장비들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GR3를 처분한 직후부터 GR3의 인기가 수직 상승했는데, 전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고 말았습니다. 중고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성급히 처분해 이득을 보지 못해서 배가 아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유저들이 그렇게 늘어난 만큼 GR3의 훌륭한 작례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고, GR3는 단순히 일상 스냅용 서브 카메라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단독으로도 본연의 역할을 해내는 메인 카메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좋은 카메라라는 것은 알았지만 결국 고정관념을 깨지 못해 서브용 카메라로 생각했는데, 처분하고 보니 그 고정관념 때문에 더 좋은 이미지를 담을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후로 GR3는 몇몇 파생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환산 화각 40mm의 GR3X는 28mm 화각보다 표준 화각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아주 좋은 대안이 되어주었고, GR3와 GR3X는 모두 HDF란 모델도 출시됐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GR3 HDF 모델입니다. 리코 관계자에게 “혹시 GR3 HDF 모델을 사용해 보실래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 촐싹맞게도 “네, 네, 네, 평소에 너무 궁금했었어요.”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HDF’는 Highlight Diffusion Filter의 약자입니다. GR3는 본래 내장 ND 필터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ND 필터를 사용하는 것은 밝을 때도 조리개를 최대 개방으로 사용을 할 수 있다거나, 슬로우 셔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하기 위해서입니다. HDF 모델의 경우는 일반 GR3 혹은 GR3X와 모두가 동일한데, ND 필터가 아닌 디퓨전 필터(산광 필터)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입니다(이외에도 마킹이라던가 셔터 버튼의 색상과 같은 큰 의미가 없는 차이는 있습니다). 필터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전자식으로 빠르게 작동을 하는데, 렌즈 안을 빛에 비춰 유심히 살펴보면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 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디퓨전 필터가 보이기도 합니다. 디퓨전 필터는 사진에선 일명 뽀샤시 필터라 불리며 일부만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영상에선 필수 장비에 가깝습니다. 정지된 이미지인 사진의 경우는 선이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모션 블러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움직이는 이미지인 영상에선 선보단 면이 주를 이룹니다.

 

 


 

 

렌즈가 빛을 기록하는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디퓨전 필터는 선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들고, 면을 다듬는 형태로 이미지에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감성만이 아니라 빛의 경계면을 부드럽게 섞어주며 실질적인 다이내믹 레인지를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피부의 잡티를 없앤다거나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발생하는데, 이 특성에 집중해서 활용하는 것이 일명 뽀샤시 효과입니다.


GR3가 디퓨전 필터를 내장하고 GR3 HDF 모델을 출시한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이마를 탁하고 치게 만드는 묘수입니다. GR3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가장 큰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레트로입니다. 필름 시절부터 이어온 외관에서부터 내부의 색상 프로파일 등은 과거의 필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그게 기성세대들에게 크게 작용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실상은 필름을 접해보지 못한 세대에게 그 향수가 더 크게 작용합니다. 과거의 것을 보고 성장했지만, 실제로 접해보지 못한 존재에 환상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지금의 레트로 문화가 큰 영향력을 미치게 만드는 큰 요소입니다.


GR3는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색감은 잘 재현해 내고 있었지만, 이미지 전반에 날카로운 형태로 고성능 카메라임을 종종 드러내기도 합니다. 영상, 특히 필름 룩을 지향하는 영화에선 그런 인상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디퓨전 필터를 사용을 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리코는 디퓨전 필터를 내장한 HDF 모델을 출시한 것입니다.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던 방식이다 보니 그렇게 촬영된 이미지는 무의식중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진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GR3 HDF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일반 모델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는 것인데, 가끔 리코의 카메라들을 보면 기가 막혀 얄미울 만큼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면이 있어서 HDF 모델을 한 번 접해보니 그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입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ND 필터를 디퓨전 필터로 바꾼 것뿐인데, 두 필터의 가격 차이가 이렇단 말이야?”라며 투덜거리고 싶은데, 가끔씩만 사용할 수 있는 ND 필터와 항시 사용할 수 있는 디퓨전 필터의 활용도를 생각하면 인정해버리고 말 수밖에 없게 합니다. 출시되고 꽤 시간이 흘렀다지만 지금의 GR3의 인기와 부족함 없는 성능, 그리고 트렌드와 그 속에서의 영리한 행보를 보면 한동안은 이 광풍이 식을 것 같진 않습니다.

 

 

 

 


 

사용 장비 ㅣ 리코 GR3 H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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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샬장 글 · 사진

영상제작자(Baby/lonians film works)

https://www.instagram.com/special_jang

태그 #테크 #리뷰 #카메라리뷰 #장비리뷰 #리코 #ricoh #ricohgr3 #ricohgrii #ricohgr3hdf #gr3 #griih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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