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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매거진

마카오
LIFETravel & Place
여행은 늘 마음처럼
되지 않아. 마카오&홍콩여행 편
2024.02.23

 

1월 중순, 마카오와 홍콩에 다녀왔다.
지난해 11월에 항공권을 끊었으니 약 2개월 반만이다. 세세한 일정을 계획하진 않았다. 성 바울 성당 유적, 코타이, 침사추이. 마카오와 홍콩 지도 위, 이 세 곳에만 핀을 꽂았다. 나머지는 발길 따라, 상황에 따라 흘러가기로 했다.

여행이란 무릇 그렇듯 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 모든 것이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지 않아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현지에서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순간들이 있잖은가. 평화로운 순간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일에 허둥거리며 지도 앱을, 번역기 앱을 켰던 기억들. 

3박 4일 일정 중 마카오와 홍콩을 오간 이틀간의 기록을 다시 꺼내본다.

 

 

 

서울 ▷ 마카오

 

안녕 인천!

 

 

익숙한 나라가 아닌, 낯선 곳을 가기까지 무수한 다짐과 번복을 반복한다. 설렘과 두려움이 반으로 나뉘고 그럼에도 갈 수 있다는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용기가 그 틈을 채운다. 그 미약한 용기 덕에 마카오 땅에, 낯선 대륙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두려움이 들지만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진 않았다. 이번 여행은 계획을 세우기보단 흘러가는 대로 가고자 했고, 계획을 세운다 한들 낯선 곳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사라지진 않으니깐.

 

 

마카오

마카오

 

 

1월, 살을 에는 추위가 계속되던 한국과는 달리 마카오 날씨는 늦봄에 가까웠다. 나를 가려줄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선 맹렬한 태양의 기세에 맞서야 했지만 그늘 아래에선 옷깃을 여밀 수 있을 만큼 선선한 그런 날씨. 왜 여행하기에 1월이 좋다고 입 모아 말하는지 온 감각으로 느낀 날씨. 

가장 먼저 갈 곳으로 세나도 광장을 선택했다. 그곳에 우리의 유일한 여행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마카오 국제공항에서 세나도 광장까지 택시비는 약 100MOP. 마카오에서의 첫 지출이었다. 택시비가 오를 때마다 미터기에서 띠링 소리가 난다. 소리에서 공포를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마치 전화선이 뽑혀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는 공포 영화 전개 부분처럼. 택시비로 100MOP를 지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내릴 땐 제법 태연할 수 있었다. 검색한 결과 240미터를 이동할 때마다 2MOP이 붙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기본 요금만 알고 탔다.) 마음의 준비를 이미 끝냈기 때문. 

이후 우리는 호텔 셔틀버스를 애용했다. 마카오는 5성급 호텔 셔틀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미래에 마카오를 다시 가게 된다면 호텔 셔틀을 더욱 적극적으로 타고 다닐 거란 다짐을 했다. 

 

 

마카오

 

마카오

마카오 세나도 광장

 

 

1월의 세나도 광장엔 2024년을 축하하는 거대한 용이 있었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든 똑같음을 느낀다. 

마카오 건물은 색을 입은 채다. 어떤 건물은 햇살처럼 파스텔 톤이고, 어떤 건물은 익숙한 회색빛이기도 했다. 유럽풍 건축물은 포르투갈 식민지 잔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물이, 색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대부분 상점에서 에그타르트를 판매하고 있어 에그타르트의 나라임을 실감한다.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짙고 고소한 버터 향이 느껴져 발걸음을 주저했다. 하마터면 첫날부터 에그타르트에 돈을 탕진할 뻔했다.

 

 

마카오

 

마카오

 

마카오

성 도미니크 성당

 

 

우리의 유일한 이유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성 도미니크 성당*. 살짝 굽이진 길 끝에 있는 연노란색 건물이 이질적으로 우뚝 서 있었다. 연노란색 외벽과 짙은 초록색 창문이 어우러진 성당은 아름다운 외관으로 마음을 빼앗고 높고 경건한 내부로 시선을 빼앗는다. 

*도미니크 수도회가 세운 17세기 바로크 양식 건축물. 1997년 새롭게 복구해 현재 모습이 되었다. 마카오 최초의 성당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내부 무료 개방.

 

 

마카오

 

마카오

 

마카오

 

마카오

 

성 바울 성당 유적

 

마카오

성 바울 성당 계단에서 내려다본 마카오

 

푸르른 녹음과 청명한 하늘

 

 

마카오로 훌쩍 떠나온 이유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터져 나오는 감탄사, 어마어마한 인파에 치여도 성 바울 성당 유적*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든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웅장함과 경건함, 세밀한 조각에 숨어있는 화려함, 억겁의 시간을 보낸 거칠지만 부드러운 모습. 향락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마카오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토록 다른 화려함을 지니고 있었다. 

성 바울 성당 유적은 외벽만 남았지만 섬세하게 조각된 벽을 바라보며 화재로 소실된 부분들을 상상했다. 빈약하게만 여겼던 상상력이 지금 이 순간 무진하게 뻗어나가고, 어지러이 얽혀 있는 생각과 감정은 계단에서 바라본 푸르른 녹음으로, 청명한 하늘로, 탁 트인 시야로 환기된다. 

마카오에 온 유일한 이유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짙은 여운과 함께 마음 깊숙한 곳에, 뷰파인더 속에, 휴대폰 폴더에 박제되었다. 지금도 종종 꺼내본다. 깊숙한 곳에 여운과 같이 묻어둔 덕에 여전히 그때 감정이 생생하다.

*중국 최초 교회 건축물.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교회였으나 1835년 화재로 대부분 손실되고 남쪽 외벽과 66개의 계단만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적 지하에 있는 박물관 무료 개방.

 

 

마카오

육포 거리답게 육포 한가득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눈에 보이는 가게에서 에그타르트를 사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너 나 할 것 없이 바쁜 시간 속에서도 마음이 여유롭다. 여유로움, 입안에서 빠르게 퀵 체인지 되는 달콤함과 쌉싸름함, 평온한 카페 내부. 마카오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고요한 상태가 됐다. 그저 씹고, 마시고, 그러다 길거리 한번 내려다보고. 관광객이란 이유만으로 평화를 느낀다.

돌아갈 때는 셔틀을 탔다. 정수리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해는 빠르게 달리는 버스 뒤에서 저녁노을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마카오

 

더 런더너 호텔

 

 

 

더 파리지안 호텔

 

 

이 세상 모든 화려함이 여기에 모인 건 아닐까.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동명이국(同名異國)인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의심케 하는 다른 분위기, 관광지 특유의 활기. 이토록 호화롭고 화려하고 사치스러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5성급 호텔이 모여 있는 코타이 쪽은 마카오 안 작은 세계 같았다. 호텔마다 콘셉트가 존재하고 그 콘셉트를 외관으로 과시한다. 빅벤으로, 에펠탑으로, 아름다운 색으로.

일부 호텔은 지하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서로 연결되어 있어 벙커 같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코엑스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표지판을 보고 걸어도 길을 잃게 되는 코엑스처럼, 이 작은 벙커 역시 표지판을 보고 걸어도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녹록지 않다. 결국 구글 지도 GPS 도움을 받아 겨우 작은 벙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대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마음은 색색의 조명으로 빛나는 미니 에펠탑이 달래줬다. 참고로 시간에 맞춰 에펠탑에선 노래도 크게 흘러나온다.(생각해보니 빅벤도 특정 시간에 음악이 나온다.) 셔틀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지 않았다.

 

 

 

마카오 ▷ 홍콩 ▷ 마카오

객실을 가로지르는 아침 햇빛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객실 한가운데를 가르고, 밝은 빛은 온화한 날씨를 예고하는 듯했다.
거, 홍콩 마천루 보기 딱 좋은 날씨네! 

찌릿한 바다 비린내가 항구임을 알린다. 터보젯이 시동을 걸고 침사추이로 출발. 홍콩에 가까워질수록 거센 물살 따라 요동치는 페리 때문에 김치찌개가 간절했다.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라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게 되어있는데 비행기가 아닌 교통수단에서 작성한 건 처음이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여행이 대수인가 싶다가도 지금 그 자리에 있기에 경험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씩 늘 때마다 여행은 대수가 맞다는 변덕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터보젯을 나섰다.

홍콩이다.

 

 

 

홍콩

 

홍콩

 

홍콩

 

홍콩

침사추이

 

 

건물이 기다랗고, 높고,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창문이 작고 많다. 홍콩은 마카오와 같은 듯 달랐고, 조금 더 분주하고, 조금 더 시끄러웠다. 
 

 

홍콩

 

홍콩

 

홍콩

 

홍콩

1881 헤리티지

 

 

홍콩

침사추이 종루

 

홍콩

 

홍콩

 

홍콩

빅토리아 하버

 

 

한낮 홍콩의 햇빛을 얕보지 말 것. 바다에 흩뿌려진 윤슬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만큼 햇빛은 뜨겁고 열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앞으로는 눈이 부시고 등 뒤로는 따끔따끔한 햇빛의 기세에 당장이라도 그늘에 숨고 싶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홍콩 마천루, 이건 봐야 해.

모두의 시선이 바다를 향해 있다. 들쑥날쑥한데 미묘한 하모니를 만드는 건물, 푸른 바다와 하늘, 등 뒤에는 우뚝 솟은 종루. 뜨거운 날씨를 견딜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그곳에 존재했다.

침사추이에 가면 봐야 한다는 1881 헤리티지, 종루, 빅토리아 하버를 다 봤는데도 페리 탑승까지 한참 남은 시간. 우리는 지도 앱을 켰다. 근처에 홍콩 예술관이 있고, 전시를 하고 있다. 그래, 여기다! 더위도 한 김 식힐 겸 단숨에 발걸음을 옮겼다.

 

 

홍콩

홍콩 지하철역 내부

 

홍콩

마카오로 가는 터보젯

 

다시 마카오

 

 

돌아가는 길도 터보젯과 함께 했다. 셩완 터미널로 넘어가려면 홍콩 지하철을 타야 한다. 내부는 우리나라 지하철역과 다를 바 없었지만 한 가지 특이점.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빠르다. 또 하나 특이점. 전동차 창문을 여닫을 수 있다.

마카오 외항 터미널에 도착한 뒤 블로거 후기를 따라 호텔 셔틀을 타러 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셔틀 타는 곳이 보이질 않았다. 여기서 잠깐 상황이 어그러졌다. 분명 하늘이 하늘색일 때 도착했는데 셔틀 정류장을 찾느라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택시로 방향을 틀었지만 어쩐 일인지 택시마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상황. 탈 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 타이파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마카오

마카오 버스 내부

 

 

마카오 버스는 거스름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6MOP를 딱 맞춰 내거나 지폐를 내고 거스름돈을 포기해야 한다. 이 순간을 예상했다는 듯 6MOP가 지갑에서 짤랑거렸다. 이대로 포기하란 법은 없다.

짧은 홍콩 여행과 함께 이튿날이 저물었다.
마카오와 홍콩에 머물렀던 4일 중 가장 마음처럼 되지 않은 날이기도 했다. 호텔을 나선 순간부터 페리를 타기까지, 홍콩에 있을 때도, 홍콩에서 마카오로 돌아왔을 때도 마치 손톱 거스러미처럼 우리의 신경을 갉작거리는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덕에 페리 터미널로 가는 길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됐고, 홍콩 예술관을 발견했고, 마카오 버스를 경험했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노을을 봤고, 몇 천 보를 더 걸어 운동 효과가 생겼으며, 허기진 배 때문에 저녁 식사가 더욱 맛있었다. 이 정도 보상이면 충분치 않은가.

 

 

마카오

마카오 에그타르트 @마카오 국제공항

 

 

마무리는 마카오 에그타르트로. 버터 풍미 머금은 커스터드 크림은 달콤하고 몽글하며 페이스트리 파이지는 바삭하고 고소하다. 천국의 맛이야.

이제 펼쳐놨던 여행 단상을 주섬주섬 싸매본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갔던 여행지를 또 방문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카오, 우리 언젠가 또 만나. 그땐 계획 열심히 세워서 갈게.

 

에디터 M 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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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마카오여행 #홍콩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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