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GHLIGHT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인기의 GR3 시리즈
-HDF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Ricoh의 GR3는 참 희한한 카메라입니다. 2019년에 첫 출시를 했으니 벌써 연차가 꽤 된 카메라입니다. 디지털 기기들의 사이클을 생각하면 이미 그 수명을 다했을 시기여서 경쟁자들은 이미 후속, 혹은 후속의 후속이 출시되었건만 GR3는 아직 건재합니다.
그런데 막상 떠올려보면 GR3가 인기가 없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 출시될 당시에 리뷰를 위해 GR3를 사용해 봤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해 한동안 사용했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와 무게, 그럼에 불구하고 APS-C라는 큰 판형, 2400만이라는 필요 충분한 화소 수, 그 모든 것을 포용하기에 충분한 고성능의 렌즈, 정확하고 빠른 AF 성능, 손떨림 방지 기능, 전원 버튼을 누르면 바로 작동되는 부팅 속도까지 일상, 그리고 거리 사진을 찍기에 이보다 특화된 카메라는 없습니다.


필름 시절부터 이어온 GR 특유의 라인을 너무 성실히 따른 외관이 누군가에게는 올드하게 보여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는데, 지금처럼 레트로가 유행하는 시대라니 GR3의 개발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엿보고 오기라도 했던 것일까요?
제가 GR3를 구입했던 시기는 출시 직후였기에 지금의 인기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기 전이었습니다. 한동안 사용하던 GR3는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전 GR3를 처분했습니다. 처분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였습니다. 너무 GR3만 가지고 다녔거든요.


전 고성능 카메라도 있었고, 20mm대에서 아끼는 렌즈들도 몇 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능이 뛰어나진 않지만 개성이 뛰어난 20mm 렌즈, 훌륭한 성능으로 가장 아끼는 렌즈 가운데 하나인 25mm 렌즈, GR3의 환산 화각과 동일한 28mm 렌즈 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GR3로 인해 모두 장식장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장비들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GR3를 처분한 직후부터 GR3의 인기가 수직상승하는데, 전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고 말았습니다. 중고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성급히 처분해서 이득을 보지 못해 배가 아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